낙수효과를 맹신하는 어느 청맹과니에게 :
곱창과 포도주
부잣집 " 자제 분 ㅡ " 이 가난한 집 " 여식 놈 ㅡ " 과 만나 사랑을 나누는 드라마에서 끌리쒜처럼 등장하는 음식이 하나 있다. 바로 돼지 곱창이다. 평창동 힐'에서 귀하게 자란 남자에게는 혐오 음식이지만 가난한 집 여식에게는 최애 음식인 곱창. 여자는 남자에게 곱창을 권한다. 어느 짐승의 똥오줌이 흘렀을, 곱창을 먹기에는 비위가 상하지만 재벌가 남자는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서라면 똥이라도 씹어주마 _ 라는 정신으로 삼킨다.
여자는 비로소 그 남자가 내 편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마음을 연다. 씹던 껌을 마다하지 않고 서로 나눠 씹을 때 비로소 진정한 여고 동창생의 씨스터후드가 완성되듯이 말이다. 타인의 아밀라아제를 뒤섞는다는 점에서 씹던 껌을 나눠 씹는 행위는 일종의 " 우정의 딥키스 " 다. 이 장면에서 중요한 것은 " 음식 섭취를 통한 계급적 동질감 " 이다. 선거 때만 되면 정치가들이 시장에서 평소 먹지 않던 음식을 먹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나경원이 재래시장에서 내장을 제거하지도 않은 개불을 씹었던 그 유명한 사건을 떠올려보라.
그런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욕쟁이 할머니 국밥집에서 국밥과 함께 욕을 먹는 장면을 연출했던 정치 광고는 내가 지금까지 본 모든 정치 광고를 통틀어서 가장 뛰어난 광고였다. 서민들이 즐겨 먹는 음식은 물론이요, 욕까지 먹으니 얼마나 맛있게요 ? 수많은 유권자는 하다하다 욕까지 처먹는 이명박을 보면서 계급적 동질감을 느꼈다. 좋다, 시부랄놈 ! 한 표 찍어주마 ~ 뭐, 그 후의 결과는 다들 아시리라. 먹방으로 떼돈을 번 각하는 취향도 독특하셔서 이제는 콩밥 먹으로 감방에 가셨다. 각하, 교도소에서 삶은 콩밥 맛있습니껴 ?
백만장자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는 드라마에서 곱창을 먹는 재벌 남자는 대부분 좋은 사람이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돼지 곱창을 즐겨 먹는 재벌은 없다. 이건희가 자식들에게 재산을 상속하면서 내게 되는 상속세 13조 때문에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는 이가 있었다. 삼성이 그 돈을 일자리 창출 비용으로 사용했다면 많은 이가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데 국가가 훼방을 놓았다는 것이다. 낙수효과가 판타지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최근에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석학들이 수없이 증명했는데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낙수효과를 맹신하다 보니 블로그에 낙서나 끄적이고 있다.
버나드 쇼는 낙수효과를 종교적 신앙으로 믿고 있는 또라이를 향해 이렇게 말한다. " 부자들이 고용을 창출한다는 것은 그런 사태에 대한 변명이 될 수 없다. 그런 식의 고용은 의미가 없다. 그렇게 따지자면 살인자도 교수형을 집행하는 사람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고 어린아이를 친 자동차 운전사도 앰뷸런스 운전사, 의사, 장의사, 성직자, 상복 제조사, 영구차 운전사, 묘지를 파는 사람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런 식이라면 아주 많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게 해주므로 자살한 사람에게는 의인으로 동상이라도 만들어줘야 할 것이다(지적인 여성을 위한 사회주의 안내서 中 ) " .
한심이 극심하여 그가 작성한 몇몇 글을 살펴보다가 3800원짜리 포도주를 마시며 소확행하는 글을 보게 되었다. 달달해서 좋댄다. 그가 마신 3800원짜리 포도주는 백만장자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는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돼지 곱창을 닮았다. 그가 그토록 애통하게 생각하는 삼성의 자제 분들은 아마도 이 세상에서 3800원짜리 포도주가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까마득히 모르고 있을 것이다. 물론 그들은 그 싸구려 포도주를 마셔본 적도 없을 것이다. 설령, 마신다 한들 인상을 찡그리며 뱉지 않았을까 ? 그리고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 어머머, 이런 싸구려 포도주를 마시는 인간도 있나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