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영향력
" 결식 아동 급식 카드 사절( : 일명 꿈나무 카드) " 이라는 푯말을 내건 파스타 가게가 있었다.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드는 문구여서 주목도가 높았다. 그리고 그 밑에는 구구절절한 사연을 적은 대자보가 적혀 있었다. 급식 카드를 받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결식 아동에 한하여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취지였다. 식당 주인은 결식 아동 1일 급식 비용 5000원으로는 먹을 수 있는 음식이 거의 없기에 힘들지만 어려운 결정을 했다는 글을 식당 입구에 붙여놓은 것이다. 식당 주인의 선한 영향력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신라면을 먹고도 울지 않았던 사내가 이 소식을 접하고는 우럭처럼 울었다는 고백이 이어졌고, 전국 각지에서 착한 식당 주인을 혼내려고 전국의 우럭들이 상경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9시 뉴스에도 이 소식이 전해졌으니 꽤 감동적인 사연이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이 식당 주인이 한없이 좆같았다. 뭐지, 이 인간 ?! 식당 여기저기에 광고하듯 결식 아동 급식 카드 사절이라는 자극적인 공고문이 붙은, 그래서 눈치가 빠른 손님이라면 식당 안에서 결식 아동이 누구인지 쉽게 알 수 있는 상황을 연출한 식당 주인의 배려 없는 자비가 좆같았던 것이다. 과연 그곳을 찾는 결식 아동이 몇이나 될까 ? 설령, 그곳을 찾는다 해도 눈치 보지 않고 마음 편히 먹을 수 있을까 ? 차라리 꿈나무 카드에 한하여 50% 할인 정책을 펼쳤다면 결식 아동들이 5000원 내고 당당하게 파스타를 먹을 수 있지 않았을까 ? 자신의 선한 의지를 자랑하기 위해 결식 아동의 자존심을 낮추는 행위가 과연 선한 영향력일까 ? 내가 만약에 결식 아동이었다면 9시 뉴스에 등장한 그 파스타 가게 따위는 가지 않았을 것이다. 결식 아동에게 음식을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것은 얼핏 보면 선한 의지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과시적 행위에 불과하며 오히려 일반인과 결식 아동을 나누고 차이를 강조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차이가 차별을 만든다. 그것이 차가운 차별이든 따스한 차별이든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내가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생생하게 경험하면서 동정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어린 나이에는 그 무엇보다도 아픈 상처일 것이다. 상업적 목적을 위해 아이에게 수치를 주는 방식이야말로 염치 없는 짓이다. 또한 이러한 염치가 감동적인 이야기로 포장되어 스스로 힐링하는 당신도 그렇다. 하여, 우럭처럼 울지 마라. 그 눈물은 유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