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법적 HEY ! : 그때그때 달라요
만나봤어요 ?
끊임없이 의심한 끝에, 나는 한 가지 사실을 발견했다. 분명한 것은 내가 의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내가 의심한다는 것은 내가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 데카르트
철학과 논리는 떼래야 뗄 수 없는 젖은 땔감과 같은 사이다. 왜냐하면 철학에는 논리가 필요하고 논리적 사고를 거쳐야 철학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JTBC 신년 토론회는 " 토론 " 이 아니라 진중권이 울분을 " 토(로) " 하기 위해 마련한 깔아놓은 멍석이 되었다. 시작부터 상기된 얼굴로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말하는 그를 보면서 대환장 쑈를 예감했는데 아니나 달라, 막장으로 치달았다. 새해 벽두부터 반짝반짝 빛나는 스튜디오에서 오바이트'를 하니 보기 민망했다. 이 토론회에서 진중권을 감싼 심인은 원한 감정'이다. 니체에 의하면 원한 감정은 겁쟁이의 노예 도덕이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상대를 향해 주먹질을 하고 싶지만 차마 용기가 안나니 한발 물러나서 나중에 두고 보자는 마음으로 퇴행한 결과이다. 그동안 말이 좋아 겸임교수( : Part Time Professor )이지 문자 그대로 파트 타임으로 아르바이트하는 선생이나 다름없는 비정규직 교수였던 진중권이 이곳저곳 떠돌다가 최성해 총장의 은혜로 박사 학위도 없는 신분으로 정규직 교수가 되어 입에 풀칠한 지 어언 7년. 이 안락을 깨트린 자가 조국 일가'였으니 원한 감정이 생겨났던 모양이다. 조국을 옹호하자니 은혜 입은 총장에게는 배덕이어서 차라리 절친을 배신하는 쪽으로 각을 세운 것이다.
그러니까 진중권의 화는 조국 때문에 자신이 직장에서 쫓겨났다는 실업자의 원한 감정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조국의 반대편인 검찰을 옹호하게 되고, 결국에는 작년 초 채널A 방송에 나와 김학의 사건을 언급하며 " 공수처가 있었다면 과연 이 사건이 덮였을지 생각해 볼 문제" 라며 " 지금이 '공수처'를 설치할 절호의 기회다. 야당이 틀어버리니 여당은 국민을 설득하고 기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던 말(2019년 3월, 채널A 외부자들)을 뒤집고, 최근에는 페이스북에 “분위기가 하도 무서워서 그동안 감히 질문도 못 꺼냈는데… 이제 통과됐으니 묻는다”며 “공수처, 전 세계에 우리나라에만 있는 제도라던데,
왜 그것만이 검찰 개혁의 방법이라고들 했던 것이냐...... 꼭 그래야만 하는 한국인만의 DNA 특성 같은 게 있는 거냐”고 반문하는 사태에 이르고 만다. 아아. 양심을 팔면서까지 한입으로 두말 하기 있기/없기 ? 나도 되묻고 싶다. 꼭 그랬어야만 했냐 ? 무리한 논리를 전개하다 드디어 정신줄 놓게 된 것이다. 진중권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에 대한 무오류성을 주장한다. 전지적 시점에 가까운 " 내가 아니까요 ! " 와 " 만나봤어요 ? " 라는 단호한 선언은 그가 중세적 인간(전근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대중 앞에서 폭로한 것이나 다름없다.
근대 철학의 아버지인 데카르트는 진리 탐구를 위한 첫 번째 규칙으로 " 의심할 수 없을 정도로 확실하게 진리인 것 외에는 어떤 것도 진리로 받아들이지 말 것 " 을 주문하면서 속단과 편견을 피하라고 강조했는데, 진중권은 근대 철학의 핵심인 < 의심 > 대신 맹목적 < 믿음 > 을 선택함으로써 스스로 중세의 전근대적 인간이라는 사실을 커밍아웃한다. 그는 토론회에서 주류 전문가의 권위를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고 고백하면서 기성 언론과 검찰을 절대 신뢰한다고 선언했는데 그렇다면 (레거시 미디어의 전문성과 권위를 믿는다고 했던) 왜 진중권은 그 옛날 안티 조선운동의 앞잡이가 되었나 ?
조선일보야말로 레거시 미디어의 할아버지가 아니었던가 ? 이런 인간이 21세기 논객이랍시고 논리적 사고 운운하는 것은 지나가는 민들레가 웃을 일이다. 끝으로 그때그때 다른 입장에 대한 너님의 해명을 듣고 싶다. 해명할 수 없다면 주체적으로 너절하게 찌그러져라. 그리고 아름답게, 미학적으루다가 더러워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