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죽던 날,  화장실 변기가 막혔고 멀쩡했던 노트북이 고장 났다.   개는 피 수혈을 해야 할 정도로 심각했고  나는 그럴 때마다 피를 말리는 심정이었다. 피 수혈 1회 비용이 150만 원이어서 만만치 않는 부담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미룰 수는 없었다.  병원 입원비만 1000만 원을 훌쩍 넘었고 공사비와 노트북 수리비를 더하니 통장 잔고는 0원이었다. 직장은 7월에 이미 그만둔 상태'였다. 원래 계획은 통장에 남은 1000만 원이 조금 넘는 돈으로 알뜰하게 생활을 하면서 집에서 훌륭한 장편소설 하나를 쓰는 것이었다. 나름, 완벽한 계획이었다. 나는 일필휘지로 써 내려가는 내 문장에 대한 확신을 가졌던 상태였고,  개는 건강했으며,  변기는 무쇠라도 씹어삼킬 만큼 흡인력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또한 집에 처박혀 글만 쓰면 1년 정도는 충분히 버틸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예상을 빗나갔다. 앞으로는 틈틈이 전단지 붙이는 아르바이트도 하고 인형 눈깔 붙이는 부업이라도.... 과연, 입에 풀칠은 할 수 있을까 ?  가난하면 굶어죽을 수도 있다는 막연한 상상이 현실로 다가오니 상상 그 이상이다. 슬프다. 사랑하는 개를 잃었다는 것도, 굶어죽을 수도 있겠다는 막막한 공포도, 오늘 아무 생각 없이 현관문을 열고서는 펄럭아 _ 라고 외쳤던 나의 착각도. 사무엘 베케트가 그런 말을 했다. 불행보다 더 재미있는 것은 없다고 ! 그래서 이 비루한 불행'을 기록으로 남긴다. 행복하시라. 당신의 즐거움을 위해서 내 불행을 기록으로 남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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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9-11-14 0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전에 곰곰발님께서 올리셨던 사진 속의 개가 떠오릅니다... 크고 곰곰발님을 잘 따랐던 녀석 같았는데 안타깝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9-11-14 12:53   좋아요 1 | URL
아마 성정이 지랄같아서 천국에는 가지 못했을 것 같긴 합니다만, 지옥에서 나를 기다린다면 함께 가야겠죠..

푸른괭이 2019-11-14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쇠라고 -> 무쇠라도 /

님의 서재에 자주 오는데, 새 글 보고서 반가운 마음에 처음으로 댓글 달아봅니다...^^;
사람은 가난하면 굶어죽을 수 있겠...더라고요 ㅠㅠ ^^;
님의 글을 보면 소설(픽션)인지 사실(논픽션)인지 헷깔릴 때가 많던데,
‘펄럭‘이가 진짜 죽은 건가요?? 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9-11-14 12:52   좋아요 0 | URL
괭이 님의 새책을 읽었는데 펄럭이 때문에 경황이 없어서 리뷰도 못 올렸네요. 10년 넘게 키우던 개입니다.
11살, 리트리버 견종, 몸무게 35kg인 수컷이었습니다.


+
책 잘 읽었습니다.

나와같다면 2019-11-14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 잘 생기고 착해보이던 리트리버.
마음이 너무 아프시겠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9-11-16 07:44   좋아요 0 | URL
네에. 고맙습니다. 허전하네요. 이삿집 다 빼고 나면 갑자기 살았던 집이 넓어보이는 것처럼
집이 너무 넓어 보입니다.

2019-11-15 2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1-16 07:4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