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죽던 날, 화장실 변기가 막혔고 멀쩡했던 노트북이 고장 났다. 개는 피 수혈을 해야 할 정도로 심각했고 나는 그럴 때마다 피를 말리는 심정이었다. 피 수혈 1회 비용이 150만 원이어서 만만치 않는 부담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미룰 수는 없었다. 병원 입원비만 1000만 원을 훌쩍 넘었고 공사비와 노트북 수리비를 더하니 통장 잔고는 0원이었다. 직장은 7월에 이미 그만둔 상태'였다. 원래 계획은 통장에 남은 1000만 원이 조금 넘는 돈으로 알뜰하게 생활을 하면서 집에서 훌륭한 장편소설 하나를 쓰는 것이었다. 나름, 완벽한 계획이었다. 나는 일필휘지로 써 내려가는 내 문장에 대한 확신을 가졌던 상태였고, 개는 건강했으며, 변기는 무쇠라도 씹어삼킬 만큼 흡인력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또한 집에 처박혀 글만 쓰면 1년 정도는 충분히 버틸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예상을 빗나갔다. 앞으로는 틈틈이 전단지 붙이는 아르바이트도 하고 인형 눈깔 붙이는 부업이라도.... 과연, 입에 풀칠은 할 수 있을까 ? 가난하면 굶어죽을 수도 있다는 막연한 상상이 현실로 다가오니 상상 그 이상이다. 슬프다. 사랑하는 개를 잃었다는 것도, 굶어죽을 수도 있겠다는 막막한 공포도, 오늘 아무 생각 없이 현관문을 열고서는 펄럭아 _ 라고 외쳤던 나의 착각도. 사무엘 베케트가 그런 말을 했다. 불행보다 더 재미있는 것은 없다고 ! 그래서 이 비루한 불행'을 기록으로 남긴다. 행복하시라. 당신의 즐거움을 위해서 내 불행을 기록으로 남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