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달이 참 아름답습니다 :











달이 참 밝네요














                                                                                                        작가 나쓰메 소세끼는 일본을 대표하는 국민 작가'다. 1900년 메이지 유신  시대, 그는 국가 장학생 자격으로 영국에 유학하여 영문학을 전공한 엘리트 지식인으로 작가, 평론가, 영문학 교수였으며 당대 최고의 영문학 번역가였다.

그는 번역 작업 중 < i love you > 라는, 전 세계 누구나 해석 가능한 문장 앞에서 잠시 고민하다가 다음과 같이 번역한다. < 달이 참 밝네요 > . 달이 참 밝네요 _ 라는 뜬금없는 고백은 묘하게도 당신을 사랑합니다 _ 라는 직설적 고백보다 애틋하고 아따, 분홍분홍하다. 이처럼 멜로드라마에서는 서둘러 말하는 것보다는 에둘러 말할 때 정서적 울림이 크다. 에둘러 말하는 마음은 시대에 따라 변한다. 소세키가 20세기 말 인간이었다면 달이 참 밝네요 _ 라는 문장 대신 어쩌면 라멘 먹고 갈래요  _ 라고 번역했을지도 모른다. 혹은 내일 바다 보러 갈래요 ? 

그래도 사랑이라는 감정을 다른 오브제로 환유하는 방식 중에서 으뜸 of 으뜸 오브제는 < 달 > 일 것이다. 그의 대표작 << 마음 >> 은 선생님(男)과 학생(子)의 멜랑꼴리한 마음을 다룬다. 학생이 선생에게 느끼는 매력이 지적 탐구에 대한 호기심인지, 아니면 스승에 대한 단순한 선망인지, 혹은 동성애인지가 불분명하다. 독자 대부분은 일본이라는 지정학적 위치와 시대적 배경을 염두에 두어 이 멜랑꼴리를 앎에 대한 동경 내지 스승에 대한 좋은 감정 따위로 치부했지만, 나는 단언하건대 소설 속 화자 < 나 > 가 느끼는 스승에 대한 감정은 동성애'다. 학생은 망설이다가 스승에게 이렇게 말한다. " 선생님, 달이 참 아름답습니다. "

영화 << 첨밀밀 >> 에서 가수 등려군이 부른 영화 주제곡 << 월량대표아적심 >> 에서도 사랑하는 마음을 달에 비유한다. " 웨량따이뱌오워디씬 月亮代表我的心 : 달빛이 내 마음을 비추었어요 ! " 등려군은 당신을 사랑합니다 _ 라는 말 대신 월량대표아적심이라고 말한다. < 달 > 이라는 오브제가 사랑을 환유하는 대상으로 사랑을 받는 것은 < 거리 > 때문이다,  인간이 갈 수 없는 가장 먼 나라는 달나라'이니까.  나는 멜로드라마의 핵심은 거리'라고 생각한다. 가장 가까이 있던 당신이 가장 먼 곳으로 떠날 때 슬픔은 완성되고, 가장 먼 곳으로 떠났던 당신이 가장 가까이에 서 있을 때 사랑은 다시 완성된다.  

종로 3가에 사는 여자와 남자가 사랑을 나누다가 남자가 을지로 3가로 떠나면서 헤어지자고 이별을 고할 때, 그 누가 절절한 마음으로 슬퍼하랴. 그렇지 않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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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8-07-31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제가 작년 이맘때쯤 이 책 읽으면서, 선생님과 나 사이의 감정을 동성애라고 우길 수 있는 단서들을 세어 보자는 마음으로 포스트잇 플래그를 붙였는데 거의 60 문장 정도에 붙였드랬습니다.

써야지 써야지 하고 있었는데, 곰발님한테 당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8-08-01 16:01   좋아요 0 | URL
제가 개인적으로 소세키 문학을 좋아합니다.
뭐가 이 양반 소설에는 엘리트적 찌질함을 포획하는 힘이 있어요.
읽다 보면... 인간들 쪼존하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데...
전 이 소설을 만의 베니스에서의 죽음.. 반대 버전이라느 생각이 듭니다..

라로 2018-08-01 0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달달달한 글이라니요!!^^

곰곰생각하는발 2018-08-01 16:00   좋아요 0 | URL
그래서 멜로는 달달한가 봅니다.

레삭매냐 2018-08-01 17: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세키가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이긴 한데
정작 일본에서는 잘 읽히지 않는 작가라고
하더라구요.

한국 여행을 하면서 쓴 여행기인지 산문
이 있다고 하는데 궁금해지네요.

아무래도 식민지 체험 정도로 생각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8-08-02 15:15   좋아요 1 | URL
고전에 대한 그 유명한 정의가 있잖습니까.
누구나 알고 있지만 누구도 읽지 않은 책...

하긴 우리도 홍길동전이나 춘향전 제대로 읽은 이가 있었겠습니까..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