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가난부터 배우는 아이들,
3장 그래도 대학은 나와야지.
이 소제목부터 뭔가 70% 정도 책 이야기를 말해 주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지인과 대화를 나누다 지인의 딸과 딸 친구 얘기를 전해 들었다. 지금 대학 4 학년이니 ˝요즘 애들˝의 범위에 들어갈 수도 있겠다.
딸 친구 두 명이 심리적으로 너무 불안하여 각각 상담을 받고 있다고 하여 좀 놀란 적이 있었다.
한 명은 정말 활발하고 외향적인 성격인데 집에 들어가면 정반대의 성격이 되곤 하는데, 코로나로 인해 집에 오래 있다 보니 그동안 속이 답답하여 상담을 받으러 다닌다고 하고,
한 명은 무언가를 해야 하는데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어 불안하고,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해서 상담을 받는다고 하여 듣는 내내 이해가 되질 않아 갸우뚱 했었다.
헌데 오늘 이 책을 읽다 보니 어렴풋이 혹시 헬리콥터 엄마로 인해 아이가 성인이 되어 혼자서 결정 내리고, 여가를 즐기는 단순함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가 되어 버린 것인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쉴 때 죄책감을 느낀다는 아이!
집 밖에서는 더 없이 명랑했던 아이가 집에 들어가면 입을 다물어 버리게 되는 아이!
밀레니얼 아이들을 보고, 평가하고, 습성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혀를 찰 일이 아닌 듯한 생각이 든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키워 놓았으니 말이다.
모든 일에 쉽게 번아웃을 느끼게 만들어 버린 상황들이 큰 문제인 것이다.
자식 교육 어떻게 시켜야 될지? 좀 고민이 되는 책이다.
일단 더 읽어보는 수밖에....

"처음 제가 바쁘다고 느낀 건 일곱 살 때였어요." 1980년대워싱턴 D.C. 교외에서 자랐고, 스스로 혼혈이라 밝힌 케이틀린이 내게 해준 말이다. 처음엔 수영, 티볼(크리켓, 야구, 소프트볼을 4-6세 아동에게 맞도록 변형시킨 팀 스포츠-옮긴이), 미술 등 하루에 최소 한 가지 이상의 방과후 활동을 했다. 
중학교에 들어갔을 무렵엔 과외 활동에 대한 발언권이 생겼고, 본인이 원하는 대로 무용과 연극에 전념했다. 맞벌이였던 케이틀린의 부모는 늘 풀타임으로 일했고 아빠는 자주 출장을 다녔다. 따라서 케이틀린을 각종 학원에 픽업해 주고 방과 후 숙제를 감독하는 건 오페어Aupair(외국어를 배우기 위해 현지 가정에 머물며 아이를 돌봐 주는 사람으로, 주로 젊은 외국인 여성이다. -옮긴이)의 몫이었다. 엄마는 성적에 대단히 연연하는 사람이었기 - P67

에 A학점과 B학점이 아니면 용납할 수 없었고 딸이 ‘올바른 친구들과 어울리는지 점검했다. "어른이 되어보니,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케이틀린은 말한다. "그냥 쉴 때 죄책감을 느껴요. 대학에서는 학기당 18학점에서 19학점을 듣고, 근로장학생으로 일하고, 동아리 활동과 자원 봉사를 하고, 연극과 뮤지컬에 참여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그러면서도 뭔가 부족하다는 기분이었죠" - P68

이로써 오늘날 성공한 중산층이 되기 위한 모범 답안이 설명된다. 이력서를 만들고, 대학에 들어가고, 다시 이력서를 만들어 인턴십을 하고, 또 이력서를 만들어 링크드인에서 사람들과 연결고리를 만들고, 다시 이력서를 만들어 영혼을 짓밟히더라도 감지덕지하라는 말을 듣는 직급에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노력을 계속하고, 또 이력서를 만들어 계속 노력한다. 그러면 종국에는 완벽하고 안정적이고 보람차며 연봉도 좋은, 중산층의 한 자리를 보장해 주는 직업을 찾을 것이다.
물론 밀레니얼이라면 누구나 이 길이 고되고, 연줄과 문화적 지식 없이는 좋기 어려우며, 안정적인 일자리라는 결과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모든 계급의 부모들이 아이들의 대입 준비에 열을 올린다. 아이가 명 - P109

문대 길에 오르기만 하면 안정적인 좋은 직업이 시야에 들어오니까! 다음 세대에게 더 좋은 미래를 주기 위해 필요한 건 혁명이나 정권 교체나 세금 인상이 아니다. 적어도 제일 처음 필요한 건 딱 하나, 자녀의 대학 합격 통지서뿐이다.
물론 이런 생각이 전적으로 새로운 건 아니다. X세대와 베이비붐 세대도 대학 교육이 중산층으로 가는 티켓이라 믿으며 자랐다. 그러나 경제학자 마티아스 돕커와 파브리지오질리보티가 지적하듯, 경제적 불평등의 부상과 계급 불안에 대한 공포는 부모들의 태도와 행동을 바꿔놓았고, 특히 교육적 성취에 관해 더 큰 변화를 만들어 냈다. 그들은 적는다. "판돈이 커진 세상에서, 허용의 육아는 그 매력의 빛을 잃었다. 중산층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성공 지향적인 행동을 채택하라고 압박하기 시작했다. 많은 부모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자녀 대신 이력서를 키우기 시작한 것이다.
《요새 아이들》에서 해리스는 자녀의 가치를 키우려는, 즉 이력서를 만들어 주려는 강박이 어떻게 집중 앙육의 신조와 교차했는지 지적한다. 예를 들어 즉석에서 열리는 공놀이 경기는 장차 이력서에 한 줄을 추가할 경험이 되도록 연중 계속되는 리그 스포츠로 조직되었다. 재미로 하던 아기 연주는 이력서에 추가할 한 줄이 되기 위해 관객 앞에서 평가받는 연주로 바뀌었다.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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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7-12 09: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사연들 듣기만 해도 마음이 아프네요ㅠㅠ 요즘 아이들 누구보다 자신감을 가져도 될 아이들인데 말이죠ㅜㅜ

책읽는나무 2022-07-12 13:33   좋아요 1 | URL
코로나로 인해 환경 탓인지?
교육의 잘못 탓인지?
저도 지인의 딸 이야기 듣고 안타까웠어요.
요즘 대학생 아이들은 캠퍼스에서 친구를 많이 못사귀나 보더군요.
다들 고딩 친구들을 만나는 분위기라 왜? 그랬더니 캠퍼스 생활을 한 시간들이 적어 친구 사귈 기회가 없었다는군요.
이래갖고 나중에 사회생활 못한다고 혀를 찰 일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이 책은 미국 작가가 쓴 책인데 미국 현실이나, 우리네랑 별반 차이가 없어 보여 또 많이 놀랐구요!!
 
Magic Tree House #07 : Sunset of the Sabertooth (Paperback + CD) Magic Tree House 매직트리하우스 40
메리 폽 어즈번 지음, 살 머도카 그림 / Random House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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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으로 시작하는 물건을 이제 세 개를 찾았습니다.
이제 하나만 남았나 봅니다. 모건 마법사가 던져 준 미션을 침착하게 잘 풀어나갑니다.
이번 책은 빙하시대가 나오는군요. 크로마뇽인, 매머드도 등장하고, 책의 제목에도 나오는 sabertooth는 칼이빨 호랑이로 해석되는군요. 이빨이 좀 튀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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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7-11 23: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이거 너무 반가운 책인데요. 울 아이가 좋아하던 시리즈! 나무님 우와 원서로 !! 파이팅입니다 *^^*

책읽는나무 2022-07-11 23:39   좋아요 1 | URL
미니님 아드님은 역시 모범생!!👍👍
울집 애들은 그닥 좋아하지 않아서 제대로 읽어 낸 애들이 없네요ㅜㅜ
아까워서 나라도 읽자!!! 프로젝트 세웠는데..아!!! 7개월째 이제 7 권 읽었어요ㅜㅜ 한 달에 한 권 읽은 셈이네요ㅋㅋㅋ
단어 찾느라 시간 엄청 걸리네요.
단어 찾지 말고 그냥 읽으라고 하이드님이 영상으로 올렸지만, 전 무조건 단어 찾는 파라....ㅜㅜ

mini74 2022-07-11 23:45   좋아요 1 | URL
저희애가 이런 류를 좋아해서 그래요 ㅎㅎ 편식? 이거 읽고 오톨린도 읽고 ㅎㅎ 오톨린 넘 좋아요 나무님*^^* 제가 더 좋아했어요 ㅎㅎ 전 오톨린 번역본으로 봤습니다 ㅠㅠ한 달에 한권! 도 제겐 대단하단 생각이 ! 👍나무님 파이팅 입니다 ~

책읽는나무 2022-07-12 13:36   좋아요 1 | URL
저희집 애는 이상하게 판타지물을 안 좋아했었고, 동화책도 그닥 즐기지 않더니 소설도 아예 안 읽는ㅜㅜ
그래서 애가 공감능력 떨어지고, 감성도 떨어지고...ㅜㅜ
그냥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오톨린!! 전 처음 들었네요.
한 번 찾아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
 

가장 좋았던 편의 가장 좋았던 작가의 글.
덕분에 나도 연어를 먹기가 미안해질 정도다.
연어 스시 좋아했는데....
작가의 말처럼 이제는 동물을 주제로 하는 축제의 방향이 바뀌어야 함이 절실하다.

종종 작가가 느끼는 지역축제의 한계성에 대한 진지한 통찰도 있지만, 여전히 김혼비는 김혼비다.
김혼비만의 매력이 발산하는 여행기다.
헌데 박태하 남편도 만만찮다.
남자 김혼비다.
사자에게 머리 물리는 남자.
나 오늘 이 여자 믿고 간다. 라고 외칠 줄 아는 남자.
멋진 여자 곁에 멋진 남자였네.



장한다. 하지만 물살이들을 한정된 공간에 억지로 가두어 놓고 수백 명의 사람이 동시에 달려드는 식으로 이루어지는 채집이나 천렴은 세상에 없다. 축제에서 맨손잡기라는 것이 만들어지기 이전에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부자연스럽고 인위적인 행위다. 겁에 잔뜩 질려 패닉 상태에 빠진 점프대 위의 돼지와 물속에서 미친 듯 도망치는 연어가 뭐 그리 다를까.
"어차피 곧 먹힐 운명인 돼지였다."라는 말만큼이나 "어차피먹힐 연어다."라는 말은 비겁하다. 어류가 고통을 민감하게지각한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과학 연구들도 쌓여 가고 있지만 그 전에 연어의 처절한 몸부림만 봐도 알 수 있다. 그것은돼지가 내지른 것만큼이나 크고 무시무시한 비명이었다.
‘체험‘이라는, 교육적이면서 적당히 모험적인 느낌까지섞여 있어 어디에 갖다 붙여도 그럴싸해지는 마법의 단어로포장한들 결국에는 대량 살상 행위의 일부가 되는 체험이 아이들에게 교육적일 리도 없다. 최근 몇 년 새 동물원이 "자연에서 동물을 뚝 떼어 도시로 데려와 전시하는 가혹한 공간"이자 "가장 비교육적인 방식으로 동물을 대면하는 곳"이라는비판적 공감대가 조금씩 넓어져 가고 있는데(모 TV 프로그램에서 유시민 작가와 정재승 박사가 쓴 표현을 빌렸다.) 축제 속 맨손 잡기는 그걸 훌쩍 뛰어넘는다. 대면하자마자 죽이는 거니까. 아니, 죽이려고 대면하는 거니까. 동물을 대상화하는, 그 - P224

들을 함부로 대해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전방위적으로 송출하는 이 행사를 통해 아이들은 그 메시지를 내면화하고 펄떡펄떡 뛰는 생명을 제 손으로 너무나 간단하게 앗아 가는 전능의
‘손맛‘까지 알게 된다. (물론 그렇게 잡은 물고기를 놓아주게 하는보호자들이 있다는 사실도 알지만 이는 극히 소수이며, 물고기가 겪는 고통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동물을 아끼는 사람이 인간도 아낀다."라는 말은 믿지 않지만(히틀러만 봐도 그렇다.) "동물에게 잔인한 사람은 인간에게도 잔인하다."라는 칸트의 말은 믿는다. 그래서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요!"라는 말로 맨손 잡기 같은 체험을 요약하는 말을 들으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인간의 생명 vs. 동물의 생명‘이라는 화두까지는 어림도 없고, ‘인간의 재미 vs.
동물의 생명‘에서 아무런 거리낌 없이 ‘인간의 재미‘를 선택하는 그 해맑은 가학성이 별생각 없이 돼지를 번지점프대에 세우기도 하는 것이다. 아마 누군가에게는 번지점프하는 돼지를 보는 것도 특별한 ‘체험‘이고 즐거운 유희였을 것이다. - P225

다가 한 마리가 물살을 타 넘어 시야에서 사라지자 "넘었다!"
환호성을 뱉을 만큼, 그래, 이런 장면을 원한 거라고!
정말 그랬다. 연어축제에서 우리가 보고 싶은 건 바로 이런 거였다. 연어가 거센 물살에 맞서다가 온 힘을 다해 도약하는 순간 같은 것. 그 순간 우리 마음에 넘실대던 따뜻한 바닷물 위 윤슬 같은 감정, 도망치는 헤엄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는 헤엄, 지켜보는 사람들이 어느샌가 연어와 한마음이 되어 연어의 전진을 응원하고, 그 응원이 조금씩 번져서 연어의 존재를 응원하게 되는 경험. 아이들이 체험해야 할 좋은 교육이란 연어를 쫓을 때의 스릴도, 연어를 만졌을 때의 촉감도, 연어를 맨손으로 잡아 구워 먹는 재미도 아니고 눈앞에 있는 이 생명이 얼마나 대단한 여정을 거쳐 여기까지 왔는지 경이감을 느끼게 해 주는 것, 나아가 아무리 먹기 위해 기르는 생물이라고 해도 어떻게 하면 그 생물에게 가해지는 통증과 고통을 최대한 줄일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 아닐까.
-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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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축제자랑 - 이상한데 진심인 K-축제 탐험기
김혼비.박태하 지음 / 민음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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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축제를 몇 군데 찾았다가 실망한 후론, 부러 찾지 않는 곳이 지역 축제였던지라, 실은 이 부부가 지역축제를 어떻게 취재를 하여, 입담을 살릴지 궁금했었다. 신기하게도 허술한 축제의 묘한 단점들을 콕콕 집어 내고 있어 상당히 공감되는데, 글이 밉지 않고, 쿡쿡 웃음이 나면서 몇 군데는 찾아가고픈 생각이 들게 만든다. 마지막 편에 나온 산청 곶감의 촉촉함처럼(먹어 봤어요.) 은근 촉촉하고 진득하게 스며드는 여행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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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7-11 12: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의령 의병축제 가고 싶어요. 망개떡 좋아하거든요. ㅎㅎ

책읽는나무 2022-07-11 12:11   좋아요 2 | URL
망개떡 좋아하시는군요?^^
전 밀양 축제 편에서 낄낄 거리고 웃다가, 가깝기도 한데 밀양 축제 한 번 가봐? 그런 생각을 좀 했더랬습니다^^
망개떡 상한다는 대목도 좀 웃겼어요ㅋㅋ
산청 곶감 진짜 맛있던데..^^
하동 대봉 곶감도 맛있고,
곶감 이야기도 나와서 반가워 산청 곶감 축제도 가보고 싶은데 정초부터 한다고 해서.....ㅜㅜ
왜 정초부터 할까요??
암튼 책의 초반은 조금 느릿하게 읽다가 중반 넘어가니까 술술 읽히더군요..재밌었어요^^

희선 2022-07-12 00: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지역축제 거의 모르지만, 다른 지역에서 비슷한 거 하지 않나 싶기도 해요 축제하는 곳과 가까운 곳에 살면 가기 쉬워도 멀면 가기 어려울 것 같기도 하네요 이런 책이 나와서 어떤 지역축제가 있는지 알겠습니다


희선
 

1편-사람이 전쟁보다 귀하다.(일기장에서)

여자는 전쟁에 참여 했어도 전쟁의 역사가 없다.
‘전쟁은 살인 행위‘ 라는 여성들만이 느끼는 혐오감과 공포심이 남자들이 인정할 수 없는 전쟁의 역사로 인식되었을까?
남자들은 전쟁에 참여한 여자의 역사를 인정하지 않고,
여자들은 전쟁에 참여하면서 보았고, 저지른 행위를
떠올리고 싶지 않아 입을 다물어 버렸다고 한다.
그래서 절대적인 남자들의 세계에서 당당히 자신의 자리를 차지해 놓고도, 자신의 역사를 끝까지 지켜내지 못한 결과가 되어 버렸다고 한다. 하나의 세상이 통째로 사라져 버린 결과가 되었다는 것이다.
거다 러너도 <가부장제의 창조>에서 얘기한 여성들의 역사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던 그 역사 말이다.
사라진 여성의 역사를 이렇게 하나씩이라도 알아가는 것은 크나큰 놀라움도 있겠으나, 전쟁에 관한 역사, 즉 남성의 역사였든, 여성의 역사였든...전쟁에 관한 주제는 좀 괴로운 공부가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책을 다 읽고 난 말일 경,
어떤 느낌으로 남게 될지 궁금해지는 책이다.






우리는 전쟁에 대한 모든 것을 ‘남자의 목소리‘를 통해 알았다. 우리는 모두 ‘남자‘가 이해하는전쟁, ‘남자‘가 느끼는 전쟁에 사로잡혀 있다. ‘남자‘들의 언어로 쓰인 전쟁. 여자들은 침묵한다. 나를 제외한 그 누구도 할머니의 이야기를 묻지않았다. 나의 엄마 이야기도 심지어 전쟁터에 나갔던 여자들조차 알려들지 않았다. 우연히 전쟁 이야기가 시작되더라도, 그건 ‘남자‘들의 전쟁 이야기이지 ‘여자‘들의 전쟁은 아니다. 이들의 행동은 서로 약속이라도 한듯 매번 똑같다. 집에서나 전쟁을 같이 치른 여자들의 모임에서만 잠깐 눈물을 보인 뒤, 비로소 자신들의 전쟁, 나는 알지 못하는 전쟁에 대해서 입을 연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알지 못하는 여자들의 전쟁, 취재여행을 다니면서 나는 여러 차례 생각지 못한 새로운 이야기들의 목격자가 되고 유일한 청취자가 되었다. 그리고 어렸을 때처럼 큰 충격을 받았다. 그들의 이야기 속에는 치가 떨리도록 극악하고 참혹한 진실이 숨어 있었다・・・・・・ 여자들이 이야기할 때, 그들의 이야기에는 우리가 읽거나 들어서 익숙한 내용, 그러니까 어떤 이들이 얼마나 영웅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죽이고 승리를 거뒀는지, 아니면 어떻게 패배했는지,
어떤 기술들이 사용됐고 어떤 장군이 활약했는지 따위의 내용은 아예없거나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여자들의 이야기는 전혀 다른 것이고, 또 여자들은 다른 것을 이야기한다.  ‘여자‘의 전쟁에는 여자만의 색깔과 냄새, 여자만의 해석과 여자만이 느끼는 공간이 있다. 그리고 여자만의 언어가 있다. 그곳엔 영웅도, 허무맹랑한 무용담도 없으며, 다만 사람들, - P17

때론 비인간적인 짓을 저지르고 때론 지극히 인간적인 사람들만이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땅도 새도 나무도 고통을 당한다. 이 땅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모든 존재가 고통스러워한다. 이들은 말도 없이 더 큰 고통을 겪는다.
하지만 왜? 나는 여러 번 자신에게 물었다. 절대적인 남자들의 세계에서 당당히 자신의 자리를 차지해 놓고 왜 여자들은 자신의 역사를 끝까지 지켜내지 못했을까? 자신들의 언어와 감정들을 지키지 못했을까?
여자들은 자신을 믿지 못했다. 하나의 또다른 세상이 통째로 자취를 감춰버렸다. 여자들의 전쟁은 이름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나는 바로 이 전쟁의 역사를 쓰고자 한다. 여자들의 역사를. - P18

여자들이 전쟁에 대해 아무리 이러니저러니 떠들어도, 기본적으로 여자들의 머릿속에는  ‘전쟁은 살인행위‘라는 생각이 또렷이 박혀 있다.
그리고 여자들에게 전쟁은 ‘힘겨운 일‘이자 ‘평범한 보통의 삶‘이기도하다. 그래서 그네들은 전쟁터에서도 노래를 하고, 사랑에 빠지고, 머리를 매만졌다..…여자들의 마음 깊은 곳에는 죽음에 대한 참을 수 없는 혐오와 두려움이 감춰져 있다. 하지만 여자들이 그보다 더 견딜 수 없는 원치 않는 일은 사람을 죽이는 일이다. 여자는 생명을 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생명을 선물하는 존재. 여자는 오랫동안 자신 안에 생명을 품고, 또 생명을 낳아 기른다.  나는 여자에게는 죽는 것보다 생명을 죽이는 일이 훨씬 더.
가혹한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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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7-09 17: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러분들이 시작하고 계시는군요. 저는 지금 다른 책 딱 1권만 더 읽고 시작해야지 하고 있어요. 먼저 시작하신 나무님 화이팅입니다. ^^

책읽는나무 2022-07-10 21:03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바람돌이님도 곧 시작하시겠군요?^^
이 책은 좀 마음의 준비를 하시고 읽으셔야 하실 듯 합니다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