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았던 편의 가장 좋았던 작가의 글.
덕분에 나도 연어를 먹기가 미안해질 정도다.
연어 스시 좋아했는데....
작가의 말처럼 이제는 동물을 주제로 하는 축제의 방향이 바뀌어야 함이 절실하다.

종종 작가가 느끼는 지역축제의 한계성에 대한 진지한 통찰도 있지만, 여전히 김혼비는 김혼비다.
김혼비만의 매력이 발산하는 여행기다.
헌데 박태하 남편도 만만찮다.
남자 김혼비다.
사자에게 머리 물리는 남자.
나 오늘 이 여자 믿고 간다. 라고 외칠 줄 아는 남자.
멋진 여자 곁에 멋진 남자였네.



장한다. 하지만 물살이들을 한정된 공간에 억지로 가두어 놓고 수백 명의 사람이 동시에 달려드는 식으로 이루어지는 채집이나 천렴은 세상에 없다. 축제에서 맨손잡기라는 것이 만들어지기 이전에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부자연스럽고 인위적인 행위다. 겁에 잔뜩 질려 패닉 상태에 빠진 점프대 위의 돼지와 물속에서 미친 듯 도망치는 연어가 뭐 그리 다를까.
"어차피 곧 먹힐 운명인 돼지였다."라는 말만큼이나 "어차피먹힐 연어다."라는 말은 비겁하다. 어류가 고통을 민감하게지각한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과학 연구들도 쌓여 가고 있지만 그 전에 연어의 처절한 몸부림만 봐도 알 수 있다. 그것은돼지가 내지른 것만큼이나 크고 무시무시한 비명이었다.
‘체험‘이라는, 교육적이면서 적당히 모험적인 느낌까지섞여 있어 어디에 갖다 붙여도 그럴싸해지는 마법의 단어로포장한들 결국에는 대량 살상 행위의 일부가 되는 체험이 아이들에게 교육적일 리도 없다. 최근 몇 년 새 동물원이 "자연에서 동물을 뚝 떼어 도시로 데려와 전시하는 가혹한 공간"이자 "가장 비교육적인 방식으로 동물을 대면하는 곳"이라는비판적 공감대가 조금씩 넓어져 가고 있는데(모 TV 프로그램에서 유시민 작가와 정재승 박사가 쓴 표현을 빌렸다.) 축제 속 맨손 잡기는 그걸 훌쩍 뛰어넘는다. 대면하자마자 죽이는 거니까. 아니, 죽이려고 대면하는 거니까. 동물을 대상화하는, 그 - P224

들을 함부로 대해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전방위적으로 송출하는 이 행사를 통해 아이들은 그 메시지를 내면화하고 펄떡펄떡 뛰는 생명을 제 손으로 너무나 간단하게 앗아 가는 전능의
‘손맛‘까지 알게 된다. (물론 그렇게 잡은 물고기를 놓아주게 하는보호자들이 있다는 사실도 알지만 이는 극히 소수이며, 물고기가 겪는 고통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동물을 아끼는 사람이 인간도 아낀다."라는 말은 믿지 않지만(히틀러만 봐도 그렇다.) "동물에게 잔인한 사람은 인간에게도 잔인하다."라는 칸트의 말은 믿는다. 그래서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요!"라는 말로 맨손 잡기 같은 체험을 요약하는 말을 들으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인간의 생명 vs. 동물의 생명‘이라는 화두까지는 어림도 없고, ‘인간의 재미 vs.
동물의 생명‘에서 아무런 거리낌 없이 ‘인간의 재미‘를 선택하는 그 해맑은 가학성이 별생각 없이 돼지를 번지점프대에 세우기도 하는 것이다. 아마 누군가에게는 번지점프하는 돼지를 보는 것도 특별한 ‘체험‘이고 즐거운 유희였을 것이다. - P225

다가 한 마리가 물살을 타 넘어 시야에서 사라지자 "넘었다!"
환호성을 뱉을 만큼, 그래, 이런 장면을 원한 거라고!
정말 그랬다. 연어축제에서 우리가 보고 싶은 건 바로 이런 거였다. 연어가 거센 물살에 맞서다가 온 힘을 다해 도약하는 순간 같은 것. 그 순간 우리 마음에 넘실대던 따뜻한 바닷물 위 윤슬 같은 감정, 도망치는 헤엄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는 헤엄, 지켜보는 사람들이 어느샌가 연어와 한마음이 되어 연어의 전진을 응원하고, 그 응원이 조금씩 번져서 연어의 존재를 응원하게 되는 경험. 아이들이 체험해야 할 좋은 교육이란 연어를 쫓을 때의 스릴도, 연어를 만졌을 때의 촉감도, 연어를 맨손으로 잡아 구워 먹는 재미도 아니고 눈앞에 있는 이 생명이 얼마나 대단한 여정을 거쳐 여기까지 왔는지 경이감을 느끼게 해 주는 것, 나아가 아무리 먹기 위해 기르는 생물이라고 해도 어떻게 하면 그 생물에게 가해지는 통증과 고통을 최대한 줄일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 아닐까.
- P22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