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사람이 전쟁보다 귀하다.(일기장에서)

여자는 전쟁에 참여 했어도 전쟁의 역사가 없다.
‘전쟁은 살인 행위‘ 라는 여성들만이 느끼는 혐오감과 공포심이 남자들이 인정할 수 없는 전쟁의 역사로 인식되었을까?
남자들은 전쟁에 참여한 여자의 역사를 인정하지 않고,
여자들은 전쟁에 참여하면서 보았고, 저지른 행위를
떠올리고 싶지 않아 입을 다물어 버렸다고 한다.
그래서 절대적인 남자들의 세계에서 당당히 자신의 자리를 차지해 놓고도, 자신의 역사를 끝까지 지켜내지 못한 결과가 되어 버렸다고 한다. 하나의 세상이 통째로 사라져 버린 결과가 되었다는 것이다.
거다 러너도 <가부장제의 창조>에서 얘기한 여성들의 역사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던 그 역사 말이다.
사라진 여성의 역사를 이렇게 하나씩이라도 알아가는 것은 크나큰 놀라움도 있겠으나, 전쟁에 관한 역사, 즉 남성의 역사였든, 여성의 역사였든...전쟁에 관한 주제는 좀 괴로운 공부가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책을 다 읽고 난 말일 경,
어떤 느낌으로 남게 될지 궁금해지는 책이다.






우리는 전쟁에 대한 모든 것을 ‘남자의 목소리‘를 통해 알았다. 우리는 모두 ‘남자‘가 이해하는전쟁, ‘남자‘가 느끼는 전쟁에 사로잡혀 있다. ‘남자‘들의 언어로 쓰인 전쟁. 여자들은 침묵한다. 나를 제외한 그 누구도 할머니의 이야기를 묻지않았다. 나의 엄마 이야기도 심지어 전쟁터에 나갔던 여자들조차 알려들지 않았다. 우연히 전쟁 이야기가 시작되더라도, 그건 ‘남자‘들의 전쟁 이야기이지 ‘여자‘들의 전쟁은 아니다. 이들의 행동은 서로 약속이라도 한듯 매번 똑같다. 집에서나 전쟁을 같이 치른 여자들의 모임에서만 잠깐 눈물을 보인 뒤, 비로소 자신들의 전쟁, 나는 알지 못하는 전쟁에 대해서 입을 연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알지 못하는 여자들의 전쟁, 취재여행을 다니면서 나는 여러 차례 생각지 못한 새로운 이야기들의 목격자가 되고 유일한 청취자가 되었다. 그리고 어렸을 때처럼 큰 충격을 받았다. 그들의 이야기 속에는 치가 떨리도록 극악하고 참혹한 진실이 숨어 있었다・・・・・・ 여자들이 이야기할 때, 그들의 이야기에는 우리가 읽거나 들어서 익숙한 내용, 그러니까 어떤 이들이 얼마나 영웅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죽이고 승리를 거뒀는지, 아니면 어떻게 패배했는지,
어떤 기술들이 사용됐고 어떤 장군이 활약했는지 따위의 내용은 아예없거나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여자들의 이야기는 전혀 다른 것이고, 또 여자들은 다른 것을 이야기한다.  ‘여자‘의 전쟁에는 여자만의 색깔과 냄새, 여자만의 해석과 여자만이 느끼는 공간이 있다. 그리고 여자만의 언어가 있다. 그곳엔 영웅도, 허무맹랑한 무용담도 없으며, 다만 사람들, - P17

때론 비인간적인 짓을 저지르고 때론 지극히 인간적인 사람들만이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땅도 새도 나무도 고통을 당한다. 이 땅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모든 존재가 고통스러워한다. 이들은 말도 없이 더 큰 고통을 겪는다.
하지만 왜? 나는 여러 번 자신에게 물었다. 절대적인 남자들의 세계에서 당당히 자신의 자리를 차지해 놓고 왜 여자들은 자신의 역사를 끝까지 지켜내지 못했을까? 자신들의 언어와 감정들을 지키지 못했을까?
여자들은 자신을 믿지 못했다. 하나의 또다른 세상이 통째로 자취를 감춰버렸다. 여자들의 전쟁은 이름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나는 바로 이 전쟁의 역사를 쓰고자 한다. 여자들의 역사를. - P18

여자들이 전쟁에 대해 아무리 이러니저러니 떠들어도, 기본적으로 여자들의 머릿속에는  ‘전쟁은 살인행위‘라는 생각이 또렷이 박혀 있다.
그리고 여자들에게 전쟁은 ‘힘겨운 일‘이자 ‘평범한 보통의 삶‘이기도하다. 그래서 그네들은 전쟁터에서도 노래를 하고, 사랑에 빠지고, 머리를 매만졌다..…여자들의 마음 깊은 곳에는 죽음에 대한 참을 수 없는 혐오와 두려움이 감춰져 있다. 하지만 여자들이 그보다 더 견딜 수 없는 원치 않는 일은 사람을 죽이는 일이다. 여자는 생명을 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생명을 선물하는 존재. 여자는 오랫동안 자신 안에 생명을 품고, 또 생명을 낳아 기른다.  나는 여자에게는 죽는 것보다 생명을 죽이는 일이 훨씬 더.
가혹한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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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7-09 17: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러분들이 시작하고 계시는군요. 저는 지금 다른 책 딱 1권만 더 읽고 시작해야지 하고 있어요. 먼저 시작하신 나무님 화이팅입니다. ^^

책읽는나무 2022-07-10 21:03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바람돌이님도 곧 시작하시겠군요?^^
이 책은 좀 마음의 준비를 하시고 읽으셔야 하실 듯 합니다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