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며칠 맘이 무척 심란하여 혼자 혼이 났었다.
뭐 이유는 굳이 설명치 않겠다.
암튼...이생각,저생각 생각이 많아 머리도 지끈거리고 기운도 딸려 자꾸 가라앉는게 안되겠다 싶어 오늘 예전에 살던 통도사에 바람을 쐬러 다녀왔다.
그동네 살적엔 통도사절을 자주 찾곤 했는데 이사를 한 뒤론 절을 찾은지가 두 어 번 정도밖에 안되는 것같다.올해는 아예 발길을 하지 않은 것같다.
마음이 심란할때 절을 찾아 합장하고 절을 몇 번 하고 나오면 그렇게 마음이 평안해질 수가 없었다.동네언니들이 절실한 불교신자들이 아님에도 절을 찾아 자신들이 즐겨찾는 절당에 각자 들어가 불전함에 천 원정도 돈을 넣고 절을 하고 나오곤 하는 모습이 처음엔 의아했었다.특히나 한언니는 시댁이 기독교집안이라고 하던데 시댁을 가면 교회를 따라가고,집에 돌아오면 아래층 언니랑 절을 찾는 모습이 참 이상해서 내가 놀려대면 그언니도 그러게~ 하고 웃어넘긴다.
절이란 곳을 맨날 관광지 찾는 듯한 기분으로 다녀봤지,나의 마음수양의 공간으로 바라본적이 없었던 듯하다.그냥 사찰을 터벅터벅 팔자걸음으로 거닐면서 사진이나 찍어대면서 대웅전에서 절을 하면서 불공을 드리는 분들을 마냥 부럽다라고 여겼지,내가 그공간에 함께해야 한다는 생각은 해보질 못했다.
그런데 통도사동네에 살면서 내삶이 좀 변화한 것이 있다면,간절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마음을 다스릴만한 공간이랄까,휴식처랄까...그런 것을 하나 만들고 왔다는 것이 좀 변화중의 변화였다.
그런 것이라고 한 것은 아직까지 내종교라고 명하기엔 내가 너무 나일론식으로 내편할때,내가 아쉬울때 스윽가서 절하고 오는 것이 다이기에 절실한 종교인들 앞에서 명함내밀기가 죄송하기때문이다.
암튼...절에 올라가면 칠성각(자식들의 복을 빌어주는 곳)과 삼신각(신랑은 이곳을 항상 찾기에)과 대웅전 그리고 대웅전 뒤에 금강계단순으로 돌면서 절을 하곤 했었는데 그중 금강계단쪽의 탑돌이를 하면서 동서남북 방향으로 있는 석등앞에서 합장하여 반절을 할때가 가장 심적으로 수양이 되는 듯하여 많이 즐기곤했었다.몇 바퀴를 도는 것이 맞는지 몰라 맨날 언니들 눈치를 보니 한언니는 세 바퀴 돌고 끝내고,한언니는 다섯 바퀴를 돌고 끝내고..또 어떤날은 한 바퀴만 돌고 끝내기도 하고 여튼 뒤죽박죽이던데...나는 몇바퀴를 돌아야할지 몰라 되게 간절히 바라는날이 있었을적엔 내나이대로 돌아야겠다 다짐하고 돌았는데 정말 허걱~ 했다.
나는 내나이가 그렇게 몸이 힘들게 느껴질만큼 많다라는 것을 처음 느낀 것같았다.ㅠ
다돌고나니 합장한 손이 떨어지지 않고,허리가 끊어질 것같았다.ㅠ
도대체 스님이나 보살님들은 어떻게들 백팔배를 하고,삼천배를 하시는지??
그래도 그렇게 좀 탑돌이를 하고나면 무념무상,해탈경지 뭐 그런단어가 나를 감싸주는 듯한 착각에 빠지곤하여 절을 나설때 발걸음이 너무도 가벼워 좋았다.
아마도 다들 그러한 맛에 종교를 찾는지도 모르겠다.
그러한 기운을 좀 받으려고 통도사를 찾긴 찾았는데 절입구에선 입장료를 받는다.
여기서 살땐 주민들은 무료입장이었는데 외부인들은 입장료를 내야만 한다.입장료가 좀 쎄다.ㅠ
통도사대웅전까지 왔다,갔다 하려면 족히 2시간은 걸릴텐데...집에 돌아가야할 시간도 안맞다.
입장료가 아깝단 아줌마의 생각과 애가 학교 마치기전까지 집에 돌아가야할 엄마의 본분(?)의 치밀한 계산하에 통도사절에 가서 수양닦는 시간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포기했다.
이래서 난 나일론 불교신자라는 소릴 들을 수밖에 없다.
지인들은 내가 절에 가서 절 좀 해야겠다라고 하면 또 뭔가 요구할 것이 생겼냐고 항상 아쉬울때만 가서 빈다고 부처님이 자기 소원 들어줄줄 아느냐고 빈정댄다.
아랑곳하지 않는다.현대인은 너무 바쁘기 때문에 부처님도 이해하실꺼라고 대답해준다.^^
그래서 그동네에 살고 있는 언니를 만나 반찬이 가득한 보리비빕밥을 얻어먹었다.반찬이 너무 많아 둘이서 먹지도 못하는데 정말 집에 싸오고 싶었다.(울집엔 반찬이 없어서 애들이 입이 헐고 있는데..ㅠ) 커피도 얻어마시고,이런 저런 얘길 나누다 다시 긴시간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비록 통도사절에 올라가진 못했지만 그래도 그동네 어귀에만 발을 들여놓은 것으로도 절의 기운을 얻고 온 것같다.마음에 쌓여 잘 내려가지 않던 것들이 좀 시원하게 내려간 듯하다.
역시 수양은 공부처럼 하고볼일이다.(물론 나는 시험이 닥쳤을때 항상 벼락치기처럼 수양공부를 하는셈이지만..ㅠ)
며칠전 새벽에 자고 일어났더니 식탁위에 법정스님의 법구경의 <진리의 말씀>이란 포켓북이 놓여 있었다.정말 거짓말같이 식탁위에 딱 놓여 있었다.날더러 어서 읽어보라는 듯한 분위기!
아이들이 올려놨나? 싶다가도 참말로 어찌 내게 필요한줄 알고? 좀 뜨끔했다.
사다놓고 읽지도 않고 있었는데 포켓북을 펼쳐보니 구절구절들이 나를 야단치는 듯했다.ㅠ
그중 가장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이 있어 옮겨본다.
"전쟁터에서 싸워 백만인을 이기기보다
자기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 가장 뛰어난 승리자다"
"자기 자신을 이기는 일은 남을 이기는 일보다 뛰어난 것
그러니 자신을 억제하고 항상 절제하는 사람이 되라"
"그는 나를 욕하고 상처입혔다.나를 이기고 내 것을 빼아았다'
이러한 생각을 품지 않으면 마침내 미움이 가라앉으리라"
"이 세상에서 원한은 원한에 의해서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원한을 버릴 때에만 사라지나니 이것은 변치 않을 영원한 진리다"
고리타분해 보이지만 읽고 있으면 한 번씩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을 느끼게 되어 마음이 심란할적에 두서없이 넘겨 손에 잡히는 문구를 또박또박 읽어보곤한다.
나를 다스리는 일이 쉽지가 않은데...
그럴때 갈 수있는 절이 있다는 것(물론 나처럼 이렇게 멀리 있으면 안되겠지만...
사실 우리아파트 바로 뒤에도 작은절이 하나 있긴한데,넘 낯설어 발걸음이 안떨어진다.ㅠ)
이렇게 마음 다스리는 책이 한 두 권 곁에 있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