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독서실에서 책을 읽다가 보니,
문득 스포트라이트 좀 받는 <임신중지>라 일단 인증샷!!!
지난 주, 아들이 확진자가 되어 방에 격리시키고,
밀접 접촉자다 보니 지난 일주일은 나도 외출을 삼가하느라
독서실에 내려가지도 못했는데 아들의 자가격리가 끝났는데도 습관이 무섭다고 움직이는 것이 귀찮음병이 도져 나는 홀로 자가격리 연장 중이다. 그래서 이틀 째, 독보적 걸음 수도 안채우고...23주년 독보적 걷기 메달 받아야 하는데...
그래도 밖을 나가지 않은 관계로 비록 칸막이가 없어 <임신중지> 읽을 때 집중을 못해 혼자 괴로웠지만 일단 우여곡절 끝에 3 장까지 읽고 이제 4 장을 남겨 놓고 있다.
🔥 🔥 🔥
여성주의 책을 읽다 보면 늘 내 주변 여성들 특히 엄마와 시어머니의 삶이 파노라마처럼 떠올라 애틋해지게 되는데 이번 책을 읽으면서도 여지없이 두 분의 모습이 둥둥둥~ 머릿속을 맴돈다.
여성들이 원치 않는 임신을 하여 임신 중지를 하려고 결정을 내리는 상황은 굳이 지금 현시대의 급박한 사안이 아니었고, 아주 오래전부터 계속 전해 내려오고 있었던 여성들의 결정권이었다.
시어머님의 경우는 꼭 임신 중지를 입으로 내뱉진 않으셨지만(어쩌면 내뱉었으셨는데 내가 기억을 못하고 있는지도?) 아이를 많이 낳는 것에 트라우마가 있으셨던 분이다. 어머님은 6남매의 맏이셨는데, 할머님, 할아버님이 밭에 일 하러 나가시게 되면 집안 일과 동생들 돌보는 일들은 늘 맏이인 어머님이 도맡아 하셨다고 입버릇처럼 말씀 하셨다. 드라마와 소설에 나오는 전형적인 동생들을 위해 학업도 포기하고, 무조건적인 희생의 아이콘인 6남매의 맏이 울 어머님도 그런 상황이셨던 것이다. 그래서 어머님은 아이를 많이 낳은 집 이야기가 나오면 늘 맏이가 불쌍하다고 감정이입을 하시곤 하셨는데, 우리 시누이가 딸 둘을 연년생으로 낳은 몇 년 후, 어느 날 아들을 낳고 싶다고 했더니 울 어머님 버럭!!!! 하셨다.
딸보다 큰 손녀에게 감정이입을 더 크게 하신 듯 하신데, 암튼 임신중지에 대해서 아주 긍정적이셨다. 여자는 아이를 많이 낳으면 몸도 망가지게 되고, 다른(미리 낳은) 자식들이 피해를 본다고 강하게 주장하셨다.
그리고 울 엄마는 시어머니와 조금 다른 상황이긴한데, 엄마도 7남매이시긴 하지만 막내다 보니 어머님처럼 맏이에 대한 트라우마는 없긴 했지만, 엄마는 그것과 별개로 아기를 잃은 트라우마에 평생 시달리셨다. 나 위에 아기를 낳았는데 아기가 태어나자마 돌연사를 하여 평샘 애통해 하셨다. 그런데 엄마는 자식을 셋 낳고, 막내 동생 밑에 또 임신이 되었는데 임신중지를 하셨다.
엄마는 첫째 아기는 늘 죄책감에 시달렸는데 어쩌면 막내가 될뻔한 아기는 전혀 죄책감이 없으신 듯 하여 나는 그게 늘 의아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도 첫째 아기는 직접 눈으로 보았기에 그 기억이 오래 갔을테고, 원치 않았던 이별이었기에 충격이 컸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간절히 원했었던 아기였기도 했을테고...막내 아기는 엄마 당신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한 결정이어서 입밖에 꺼내지 못한 단호함과 책임감도 있었을테지만, 아무래도 당신 스스로 선택한 임신 중지여서 더 깊게 생각하지 않았기에 평생 트라우마가 강하진 않았던 것 같다.
이 책의 ‘3 장 선택의 애통함‘ 에서 트라우마 이야기가 나오니 문득 엄마의 트라우마가 떠올랐다. 책의 임신중지로 인해 트라우마에 시달린다는 말이 꼭 100% 맞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 엄마와 같이 정반대의 경우도 있기에 임신 중지에 대한 무조건적인 트라우마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 현재 양 부모님의 생각은 또 어떻게 변하셨는지 여쭙고 싶어도 계시지 않으니 물어볼 길이 없어 그저 나 혼자 추측만 해보는 건데...이 책을 조금 더 일찍 만났더라면 엄마와 어머님과 좀 더 깊은 대화를 해볼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내 친구의 경우 두 가지도 생각이 나는데 한 친구는 결혼 전 직장생활을 하던 중 갑자기 임신한 것을 알게 되어 고민하다가 임신 중지를 결심하고 나에게 병원에 같이 가 줄 수 있느냐고 물어와 함께 동행한 적 있었다. 지금은 그때 그 남친과 결혼해서 두 딸 낳고 잘 살고 있어 다행이지만, 그 시기에 내 친구는 혼전임신이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 했으며 아이를 낳으려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어야 했었기에 임신 중지 결정을 내린 후, 다니던 직장을 더 다닐 수 있었다. 물론 결혼하고 직장을 그만두었지만...ㅜㅜ
그날 병원을 다녀온 후, 당사자인 친구 보다도 내가 더 죄책감에 시달렸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 트라우마로 인해 나는 혼전임신은 절대 안된다!!! 주의로 돌아섰던 것 같다.
다른 친구2 의 경우는 그 아이는 학창시절 아주 똑똑하여 미래가 촉망되던 친구였었다. 너무 똑똑해서 그닥 공부를 많이 안 하는 것 같은데 성적은 늘 극 상위권!!! 학창시절 심하게 부러웠던 친구였었다. 그랬던 친구가 대학을 다니면서 임신이 되어 임신 중지를 결정 못해 서둘러 결혼을 하여 아기를 낳았다고 했다. 아기를 낳아 키워야 하니 졸업도 늦어졌고, 취업도 제때 못하게 되었고..그래서....기량을 맘껏 펼치지 못했고....암튼 많이 안타까웠었다.
만약 이 친구도 처음의 그 친구처럼 임신중지를 결정했었더라면 친구의 삶이 어떻게 변했을지?? 늘 이 친구를 생각하면 그런 생각을 떠올리게 된다.
아마도 나는 일찍부터 이 네 사람의 경우를 접한 후, 임신 중지는 남성이 아닌 여성 본인이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게 맞다! 라고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런 결정을 내리기 힘들다면 임신을 피해야 하는 게 아닌가? 라고 생각하게 되는데...원치 않는 임신이란 건 남성 때문에 생기는 일이니....그렇게 된 여성들만 늘 뒷수습하기 바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피해를 보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많이 안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