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럴라인 냅은 <명랑한 은둔자>에서 ‘부모님의 은혜로운 시간‘의 혜택을 받는 기간을 17세 이후부터 짧으면 10 년, 길게 보면 20 년으로 보고 있었다.물론 운이 좋은 사람은 20 년 그 이상일 수 있다.(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던 책인지라 지금 곁에 없어 인용문을 발췌할 수 없으니 기억을 더듬어 본다)
보통 평균적으로 30대 정도의 나이가 되면 서서히 부모님도 나이를 먹는구나!를 느끼게 되는 것 같고,40,50대에 들어서면 서서히 편찮으신 부모님이 계시게 되고,걱정 하게 되고,간병을 하게 되고 혹은 간병인을 구하게 되고,돌아가신 사후를 생각하다가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가?싶어 죄책감을 느끼게 되는 듯 하다.
이것은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의 평균치라 만나면 늘 주고 받는 대화의 화제거리다 보니 홀로 계산해 본 수치다.
지난 주,지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홀로 캐럴라인 냅의 명랑한 은둔자를 읽었었던 시간들을 떠올리며 그냥 가만히 듣기만 하면서 커피를 홀짝였었다.
갑자기 뇌졸증으로 쓰러지신 홀어머님의 그간의 경황들과 지금 코로나 시국이라 면회도 힘들어 자식으로 어찌할 수 없는 심정과 그래도 그나마 경과가 조금 좋아지셨다는 안도감과 몇 달이 지나야 퇴원하실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퇴원 후의 거처에 대한 막연한 결정들의 죄책감등을 가만히 듣고 있었다.
가만히 들어 주는 것 외에 어떻게 뾰족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지혜가 없으니 그냥 들어주자!!!싶어 아주 열심히 집중해서 들었다.들으면서 옆자리의 지인은 본인의 홀어머님을 걱정했고, 나는 나대로 홀아버지를 걱정하며 한숨을 쉬긴 했다마는.....
캐럴라인 냅은 책에서 ‘죄책감은 사랑과 책임감을 동반한다‘는(맞는지 모르겠다) 말을 했다.이 단어가 큰 위로가 되었었는데 차마 그 자리에서 꺼내진 못했었다.
왜냐면 기억을 못했었기 때문이다.
요즘 기억력 때문에 무척 답답할 때가 많다.
어머님의 얘기가 끝난 후,분위기가 우울한 듯 하여 재미난 방향으로 끌고 간다고 누군가 드라마 얘기를 꺼냈다.
서로 보는 드라마가 다르고,내가 주로 초저녁부터 졸다 보니 드라마를 잘 챙겨 보질 않아 질문이 늘어지니 늘 나에게 드라마 설명 브리핑을 하는 시간이 돌아온 것이다.
헌데 지인들은 단어와 배우들 이름이 잘 떠오르질 않으니 내겐 늘 모든 게 단어와 사람 이름 맞추기 게임 시간 같다.
나도 기억력이 치매 수준인데...늘 내가 한 살이라도 젊다고(내가 막내라서) 맞춰봐!! 그러면서 열심히 설명한다.
그래서 두 문제를 맞췄다.밀항 그리고 박신양!!
피아노 수업을 했었던 지인이 피아노 레슨에 관한 설명을 하다가 박신양이 나왔었고 그 피아노 곡 노래제목이???
한참 생각하다 보니 유리상자의 ‘사랑해도 될까요?‘였었는데
노래제목은 제한 시간에 못맞췄었다.
자주 만나지 못하다 보니 오랜 시간 동안의 밀린 얘기들을 하고 온 듯 한데....단어 맞추기 게임덕분인지? 지인들과 얘기 하고 집에 돌아오면 늘 넉다운이다.
사람들과의 대화!!!!
자주 하지 못해서일까?
그날 밤 좀 끙끙 앓았다.
코로나가 빨리 끝나 자주 만나 이야기 하며 두뇌 회전이 빨라져 더 많은 단어를 맞춰야 겠다.
그날의 시그니처 커피 사진을 보니
뜬금없는 밀항과 박신양 그리고
사랑해도 될까요?
가 떠올라 주절거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