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스의 비밀
루스 렌들 지음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6년 3월
평점 :
절판


우리는 가끔 이유 없이 잔인해질 때가 있다. 그것은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난폭함으로 당하는 상대방만이 알뿐이다. 갑자기 컴퓨터가 이유 없이 전원이 나간다. 그럴 때 우리는 대부분 당황하게 된다. 어떤 버튼을 불러야 할지, 혹은 고장은 나는 것은 아닐지 두려움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화면에 영어로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단어가 나와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때 우리는 자신에게 화가 나고 컴퓨터를 더욱 멀리하게 되기도 한다. 이른바 컴맹의 경우다.

이런 기계적 폭력보다 더 무서운 것은 아마도 문맹에서 오는 것일 것이다. 컴퓨터를 모른다고 이상한 취급을 받지는 않는다. 하지만 주위의 누군가가 글을 모른다면, 숫자도 모른다면 어떨까. 그 사람에게는 사회의 모든 글자를 주고받는 사람이 마치 자신에게 언어의 폭력을 휘두르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을까. 그래서 그는 방어를 위해 더욱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지게 될지도 모른다. 유니스처럼.

아무도 돌봐주지 않고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아서 어떤 기준의 가치관도 형성되지 못하고 그저 나이만 먹어버린 여자. 그에게 죄가 있다면 그것은 배우지 못한, 그러나 세상에 너무도 많이 퍼져버린 글자에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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