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꿈꾸지 않는다 - 2010 올해의 추리소설
정석화 외 지음, 한국추리작가협회 엮음 / 화남출판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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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추리소설은 그래도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것이 더디고 미약하다 할지라도 분명 나아지고 있다. 한국 추리작가협회에서 출판하는 단편집을 읽으면 그것을 느끼게 된다. 가끔 정체된 답답함을 느끼기도 하고 뒷걸음질치는 것만같아 속상할 때도 있지만 이 단편집을 보면 분명 나아가고 있다. 앞으로. 그러니 언젠가 한국 추리소설의 르네상스는 올 것이다.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작가들이 추리소설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좀 더 나은 대접을 해준다면 말이다.  

역시 작품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눈에 띄고 더 좋다고 말하게 된다. <곰 인형을 안은 소녀>는 한 남자의 죄를 묻는 작품이다. 정석화의 작품은 인간의 근본적인 문제제기에 뛰어나다. 추리소설로만 한정짓기 아깝다. <그놈이 그놈>은 베스트극장같은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 든다. <나의 치명적인 연애>는 범죄에 대한 탐닉은 섹스보다 강렬하고 마약보다 끊기 어렵다는 것으로 정의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녹의 마녀>는 돈이 화자가 되어 세상을 보는 이야기다. 정말 돈 자체에 의지가 있어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다면 세상이 조금은 나아질까하는 생각이 부질없이 들었다. <서명합니다>는 인터넷의 세상속에서 네티즌이 무심코 하는 일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요즘 많은 작가들이 소재로 삼는 것 중 하나가 인터넷, 컴퓨터의 정보 수집 등인데 단편으로 쓰기에는 좀 짧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 번째 표적>은 뉴스에서 총기 사고와 안전문제에 대해 다룬 것을 자주 보게 되는데 그런 이야기의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는 작품은 이런 일들이 더 많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게 만든다. 다음은 누가 표적이 될지, 노리든 아니든 누군가 내게 총을 겨눌 수 있는 세상이 공포로 다가온다. <악마는 꿈꾸지 않는다>는 표제작이자 현대 사회의 모순을 잘 드러낸 작품이다. 아이를 두번씩 유괴당한 사장과 같은 사건을 두번이나 맞게 된 형사. 진실과 거짓, 가해와 피해 사이에서 길을 잃은 현대인에게 눈에 보이는 것에만 매달리지 말라고 일침을 놓는 작품이다. 역시 이 단편집에서 가장 돋보이는 단편이다.  

<영국 신사의 일곱 번째 진공관 앰프>는 무슨 푸른 수염을 보는 느낌을 주는 작품인데 뭘 말하고 하는 지 잘 모르겠고 <원더 레이디스와 처녀시대>는 오히려 단순해서 좋았다. 가장 기본적인 추리소설의 맛을 제대로 살린 작품으로 재미있었다. 소년 탐정의 느낌이 드는 작품이다. <재의 추적>은 뉴스에서도 자주 나오는 사채와 자살, 떨어져 사는 가족에 대한 단상을 그린 작품이다. <처녀작 공포증>은 마지막에 임팩트를 주는 작품이었다. 작가들에게 처녀작은 그렇게 무서운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첫 작품으로 쓰린 질타를 받은 작가라면 다음 작품을 쓰기까지 심한 좌절감을 겪거나 성공한 뒤 바라보게 되는 첫 작품은 자신의 명성에 초라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 작가의 유머러스하게 쓴 이야기가 보는 재미를 더하며 대미를 장식한다.  

이 단편집의 특징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현대인들에게 일어나는 범죄에 대한 무감각의 단상이다. 현대인의 삶을 표현하면서 그 안에 그들의 고단하고 지친 살이를 담아내고 그들이 무심코 벌이는, 누구나 저지를 수 있는 의도하지 않은 범죄와 의도했더라도 경미한 죄책감, 또는 아무도 피해입지 않으면 어떤 일을 벌여도 된다는 인식이 어떻게 사람들을 변하게 만들고 있는지를 알려준다. 그들의 그런 무심함이 어쩌면 작금의 사회에 더 큰 문제는 아닌가 돌아보게 한다. 이것이 추리소설이 가지는 장점이다. 아주 간결하고 명료하게 자신이 살고 있는 오늘을 반성하게 만드는 것. 이런 점을 작가들이 단편들속에 잘 살리고 있다. 

좋은 작품도 있고 평범한 작품도 있었지만 이 작품들은 대부분 현대 사회에 대한 문제 의식을 표출하고 있다. 무릇 추리소설이란 현대 사회의 그늘을 조명해야 한다. 늘 주시해서 일깨우고 알려줘야 한다. 그 방식이 과격하고 다소 무리가 있더라도 그것이 추리소설이, 추리소설가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추리소설도 많이 세분화된다. 하지만 이것만 잃지 않는다면 적어도 길을 잃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계속 전진한다면 빛나는 르네상스가 도래할 것이라 믿는다. 악마는 꿈꾸지 않지만 우리는 꿈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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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의 아이 - 상 영원의 아이
덴도 아라타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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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텐도 아라타의 <영원의 아이>를 읽지 않고 텐도 아라타를 안다고 말하지 말라던 전설적인 작품이다. 2000년대 초,중반 무렵 절판된 이 책들을 얼마나 찾았던지. 출판사에 전화하고 재간해달라고 읍소하고 중고서점 찾아다니고 책 찾는다고 광고하고 그리고 겨우 구해 읽은 뒤 찾아온 가슴이 먹먹해지는 느낌이라니. 단 한줄의 글도 쓸 수 없었던 눈물만 하염없이 흘렸던 작품이다. 

그 작품이 새로 출간되었다. 두권으로 깔끔하게 출판되었다. 역시 읽는 내내 분노와 슬픈과 한숨이 교차하며 콧물,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유키, 쇼이치로, 료헤이의 십칠년을 넘나드는 생존증명서같은 이 작품은 가족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됨과 동시에 상처의 치유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든다. 잘 자라 각자의 일에 열심인 이들, 유능한 수간호사가 된 유키, 변호사가 된 쇼이치로, 경찰이 된 료헤이. 하지만 상처를 끓어안고 사는 삶, 그리고 죄책감을 짊어지고 사는 삶은 공허하기만 해서 쇼이치로와 료헤이는 유키가 모르는 사이 유키의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그들이 루핀, 모울, 지라프라 불리던 시절에 그들은 그들의 상처를 치유할 무언가를 찾았어야 한다. 하지만 그들이 바라던 것이, 그들의 구원이 그들이 원하던 것이 아니었다는 것과 절대 나아지지 않는 현실은 그들고 하여금 막다른 선택을 하게 만들었다. 세상에 자기 자식을 학대하는 부모는 많다. 하지만 이렇게 잔인한 부모가 있으리라고는 뉴스에서만 봤지 아무리 픽션이라지만 그 잔인함이 너무도 능청스러워 더 소름끼쳤다. 그래, 어른으로 산다는 것도 힘들 것이다. 그렇다고 아이에게 화풀이를 한다는 건 나보다 약한 아이를 골라 화풀이를 하는 사회의 생리를 보는 것만 같아 아이들에게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내 자신이 너무 미안해졌다. 어른이라는 이유만으로. 

정신병원에서 만난 세 명의 아이들이 겪은 이야기를 하는 그들의 과거와 다 자라 성인으로 살아가는 현재를 넘나들면서 현실에서의 미스터리를 재구성하고 현재 일어나는 살인 사건을 유추하도록 짜임새있게 구성된 작품이다. 아이를 학대한 경험이 있는 여자들이 살해되는 사건, 유키의 어머니가 불 탄 집에서 발견된 사건, 유키의 동생이 범인으로 몰리게 되고 여기에 마치 그들에게 진짜 진실을 말하라고만 부추기는 느낌을 주는 마지막까지 그들을 편하게 만들지 않는 잔인한 작가. 역시 구원은 스스로가 만드는 것이었다. 

살아만 있으면 그걸로 족하다는 말은 사실이다. 살아 있어야 용서도 하고 용서도 받고 화해도 하고 이해도 하고 그럴 수 있는 거니까. 불행도 미움도 상처도 죽으면 없어질 것 같지만 사실 그저 묻히는 것 뿐이다. 그런 것은 묻혀서는 안된다. 행복해져야 하고 사랑해야 하고 상처는 나아야 한다. 아픔은 극복하고 그렇게 자신이 스스로 당당해지고 남과 다르지 않다고 느낄 때, 아니 내가 남보다 낫다고 느낄 때 비로소 구원되는 것이다. 신의 손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신 스스로의 손으로, 사랑하는 사람의 손으로. 그래야 그 다음 세대에게 자신의 아픔을 되물림하지 않게 된다. 

작품을 보면 상처입었던 사람들이 가정을 이루고 자신들의 어린 시절 상처와 미성숙된 자아를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것을 볼 수 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부모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그렇게 빈곡의 악순환처럼 학대는 되물림된다. 무섭고 끔찍한 일이다. 남편이 바람을 피운다고 아이에게 뜨거운 물을 뿌려 화상을 입힌 엄마는 그래도 자식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아이는 엄마를 찾는다. 아이는 이럴때 죄책감을 갖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오히려 엄마를 옹호하게 된다고. 도대체 누가 부모고 누가 자식인지 모르겠다. 텐도 아라타는 그래도 가족이 구원이라고 말하는 작가다. 그 가족이 이런 가족은 아닐 것이다. 상처만 주는 가족이라면 없느니만 못하지 않나 싶다.  

산다는 건 고행과 같다고 느낄 때가 있다. 나이가 들수록 그런 생각을 더하게 된다. 그럼에도 살아가고 있는 건 불행은 작아보이게 만들려 애쓰며 극복해 나아가고 행복은 더 크게 만끽하며 오래도록 간직하고 추억하기 때문이다. 어른도 살기 힘든 세상이다. 아이가, 어린 아이가 부모의 따뜻한 보살핌없이 산다면 어떻겠는가?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면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다. 끽해야 십몇년이 전부다. 우린 그 십몇년의 기억을 안고 평생을 행,불행속에 살아가게 된다.  

어른들이여, 생각해보라. 그 짧은 시간은 우리들의 시간이기도 하다. 그 소중한 시간을 빼앗고 짓밟고 고통속에 가두고 싶은가 말이다. 우릴 제발 그러지 말자. 가족은 그러지 말라고 만드는 거다. 사회란 그러지 말게 하자고 존재하는 것이다. 더 나이를 먹으면 우린 다시 아이로 돌아간다. 돌아감이 고단하지 않게 우리 모두를 위해 우리의 아이들만은 제발 지켜주자. 최소한 인간이라면 사는 동안 이건 지켜야 하는 일이다. 

쓰다보니 두서없이 말이 길어졌다. 이 작품은 읽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작품이다. 아이가 있는 부모, 부모가 될 예비 부부들에게는 필독을 권하고 싶다. 현대 사회에서 가족과 사회를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줘서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아직도 답답하고 울렁거리는 가슴을 주체하지 못하겠지만 어딘가에서 꿋꿋하게 살아가고 있을 이들에게 그저 잘 살아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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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10-08-17 14: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애도하는 사람>을 다 읽고 얼마전에 <영원의 아이.상>을 읽기 시작했었는데요... 조금 덴도 아라타와는 안 맞는 느낌이 크네요.;; 잠시 중단하고 다른 책들을 읽고 있는데 조만간 다시 읽어 봐야 겠습니다.

물만두 2010-08-17 14:22   좋아요 2 | URL
음, 원래 텐도 아라타에게 더 맞는 작품은 영원의 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작품들을 보면 꾸준히 그런 느낌이 드는데 그것들이 영원의 아이가 가장 강렬했고 조금씩 순화되어 등장하는 느낌을 줍니다. 아마 님께서 이 작품을 먼저 읽으셨더라면 다른 느낌이 드셨을겁니다. 그때는 오히려 애도하는 사람이 텐도 아라타와 덜 어울린다는 느낌이 드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언제나 가족이 주제인 것만은 분명한 작가입니다. 나중에 다시 읽어보시어요.
 
연문기담 - 추리편 김내성 걸작 시리즈
김내성 지음 / 페이퍼하우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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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내성의 <쌍무지개뜨는 언덕>을 본 게 초등학교때다. 그 작품이 김내성의 작품이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그때 내가 그 책을 읽었다는 사실이 새삼 기특하게 느껴진다. 그 작가가 우리나라 추리문학의 대부라 부를만한 인물이었다니 놀랍기만 하다. 내가 왜 <쌍무지개 뜨는 언덕>을 이야기하는고 하니 작가의 이 단편집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는 사랑과 가족을 소재로 미스터리 작품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김내성표 사랑과 미스터리다. 

<연문기담>은 재치 만점의 작품이다. 김내성표 코지 미스터리 내지는 일상의 미스터리라고 부르고 싶다. 올드미스로 불리는 명랑시인이 장안의 화제인물인 음악 박사에게 러브레터를 받지만 서로 썼네 안썼네 하며 신경전을 벌이다 마지막 미스터리가 풀린다는 내용이다. 이런 작품은 지금 시대에도 통할 법한 유머러스한 작품이었다.  

<타원형의 거울>은 일본잡지 프로필에 실린 김내성의 데뷔작이라고 한다. 데뷔작이라니 놀랍다. 추리소설 잡지에서 화제의 미해결 사건을 소재로 공모전을 한다. 사건의 내막은 한 집안에 아내와 남편, 그리고 아내를 사랑하는 남자가 같이 산다. 사건은 벌어지게 마련이라 아내가 살해당한다. 하지만 범인으로 지목된 내연남은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나고 남편은 아내를 못 잊어 자살을 한다. 여기에 내연남이던 시인이 공모전에 자신의 추리를 써서 보내 당선이 되는데 그는 당선 직후 두려움에 떨게 된다. 마지막 반전이 역시 김내성이라는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가상범인>은 김내성이 만든 탐정 유불란이 등장하는 첫 작품으로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이 남편을 살해한 범인으로 몰리자 무죄를 증명하고자 연극을 만들어 당시 사건을 자신의 추리로 관객과 경찰 관계자, 그리고 자신이 생각한 범인에게 대결을 신청하는 작품이다. 그런데 그가 지목한 범인은 피하지 않고 그의 장단에 맞춰준다. 너무 쉽게 풀려 오히려 마지막까지 결말을 짐작하기 어려운 작품이다. 그나저나 나는 김내성이 만든 탐정 유불란이 참 맘에 안든다.  

<벌처기>는 깔끔함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또한 작품 속에서 그 시대 인텔리 계층의 생각을 알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주인공이 영화를 보러가는데 그 영화가 독일이 만든 일종의 선전 영화가 아닌가 싶다. 또한 그들은 독일에 대한 사상을 좋아하고 미국식 자본주의를 비웃는다. 일본의 사상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라는 생각이 들어 그러려니 하고 싶어도 좀 찜찜했다. 하지만 추리소설로만 보면 좋다. 범인과 변호사, 증인이 등장해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고 알리바이 트릭이 무너진 점을 밝히는 마지막에는 안타까움마저 느껴졌다. 작가의 스토리텔링이 얼마나 탄탄한지를 알 수 있는 작품이다.

<비밀의 문>은 처음 시작부터 결말이 보이기는 했지만 에도가와 란포의 황금가면에 대한 약간의 패러디와 그것과 함께 단편들을 모두 하나로 연결하고 있는 애정에 대한 문제를 잘 결합한 작품이다. 박사의 가장 중요한 것을 훔치겠다는 괴도 그림자의 편지, 그 편지에 살인 광선검을 지키려는 박사와 혼기 찬 박사의 딸과 그 딸에게 청혼한 세 청년. 단순한 이야기가 재미있게 읽힌다면 그것은 작가의 능력이다. 흔히 이 시대 이런 일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지만 우리나라 과학자의 살인광선검 개발이라든가 하는 점은 그냥 소설로 생각하고 넘어가고 싶다. 그런데 이 작품은 지금 나와도 아버지들이 갈등하게 되는 주제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김내성이 그렇게 일찍 타계하지만 않았더라도 우리나라 추리소설계는 달라졌을거라는 말이 지배적이다.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 새롭게 김내성을 주목하게 되는 것은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김내성의 작품 출판을 계기로 더 좋은 국내 작가들이 더 많이 나와주고 국내 작가들이 더 좋은 글들을 써주기를 기대해 본다. 꿈은 이루어지게 되어 있으니까. 읽는 내내 감사하는 마음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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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0-07-27 20: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타원형의 거울은 무슨 단편집에서 본것 같기도 하고요@@; 그러나 절대 끝은 기억나지 않는~ 아무래도 장바구니만 묵직해집니다^^

물만두 2010-07-27 21:13   좋아요 1 | URL
잡지에 실리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니라면 예전에 나온 걸 읽으셨던지요. 김내성 작가 작품은 정말 한국 미스터리팬이라면 꼭 봐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카스피 2010-07-28 1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 김내성 단편집인것 같군요.타원형 거울은 계간 추리인지에 실린것 같은데,마인의 재간이후 김내성 작품이 재 발굴되는것 같아서 무척 반갑습니다^^

물만두 2010-07-28 14:16   좋아요 1 | URL
단편집입니다. 저도 같은 마음입니다.^^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3
우타노 쇼고 지음, 현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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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타노 쇼고를 처음 만난 작품은 <벗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라는 추리소설 제목으로는 너무도 서정적이라 오히려 호기심을 유발한 작품이었다. 서술트릭을 선보인 그 작품은 한마디로 그때 읽은 작품 가운데 최고로 꼽을만한 작품이었다. 하지만 독자들 사이에서는 호불호가 너무도 극명하게 갈린 작품이기도 했다. 그 작품 뒤에 읽은 작품은 <시체를 사는 남자>라는 에도가와 란포에 대한 오마주를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읽게 되는 작품마다 색깔은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반전의 묘미라고 할 수 있다. 우타노 쇼고는 반전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는 매력적인 작가다. 이제 작가의 단편집을 읽게 되었다. 장편과 단편은 조금 다른 느낌을 작가마다 준다. 그렇기에 책을 잡고 흥분할수 밖에 없었다. 

밀실 트릭을 다룬 세 작품이다. 고전적인 트릭인 눈으로 고립된 산장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작품, 외딴섬에 고립된 사람들 사이에 일어나는 사건을 다룬 작품, 그리고 '관'에 대한 집착을 보여주는 서양식 저택에서 벌어지는 퀴즈 게임을 다룬 작품이다. 단 세 작품만으로 작가는 놀라운 각기 다른 작품들을 보여준다. 우타노 쇼고와 밀실 트릭이 만나면 어떻게 작품이 새롭게 진화하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 놀랍기만 하다. 여기에 진부할 거 같은 내용을 한 방에 뒤집는 반전과 추리소설에 대한 깊은 애정, 그리고 열정속으로 독자들을 빠져들게 하는 힘은 작가에 대한 내 생각이, 내가 좋아하게 된 작가에 대한 믿음이 스스로를 만족시켜 다시 한번 고마움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를 읽게 되는 순간 나는 실망감이 밀려오는 것을 주체할 수 없었다. 나는 절대 외모지상주의자는 아니다. 하지만 탐정이 이 정도로 모양 빠지게 그려진다면 코미디도 아니고 이건 아니잖아~를 외칠 수 밖에 없다. 무슨 탐정이 생활고에 시달린다고 경찰에 협조한 비용으로 도서상품권을 요구하냐고. 물론 이 작품은 진짜 탐정, 그러니까 소설속 탐정이 아닌 현실적 탐정은 이럴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만 같다. 또한 소설속 탐정이 과장된거라는 건 안다. 아니까 소설을 읽는 것이다. 명탐정을 보고 싶어서. 그것도 폼나고 멋있는 탐정을 말이다. 그것에 대한 작가의 블랙 유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물론 눈 덮인 산장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 것과 그것을 풀기 위해 탐정과 조수가 애를 쓰는 것이 줄거리지만 그 이면에는 작가의 시니컬함이 준비되어 있었던 것이다. 마지막에 나는 역시 우타노 쇼고다 라는 생각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생존자, 1명>은 처음 읽을 때는 좀 뜬금없었다. 광신도들, 지하철 폭파범들, 그리고 사람들 눈을 피해 외딴 섬에 왔다가 고립되어 버린 이들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을 누군가 한명씩 살해한다. 섬에 또 누군가 있는 것일까? 아니면 이들 중 범인이 있는 것일까? 고민할 사이도 없이 사람들은 살해되고 서서히 처음 장면이 엔딩으로 다가온다. 아, 하지만 마지막 반전은 시작도 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이 작품, 짧지만 강렬한 인간에 대한 모든 것을 함축하고 있는 작품이다. 인간보다 더한 미스터리가 어디 있느냐고 작가가 말하는 것만 같다. 우타노 쇼고의 읽어본 작품 중 나는 이 작품이 제일 좋다. 가장 강렬한 미스터리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관이라는 이름의 낙원에서>는 어린 시절 한번쯤 꿈꾸어본 추리소설 속 저택에서 일어나는 살인 사건을 경험하거나 그런 일들을 추리 게임으로 친구들과 함께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한 중년 남자가 자신의 집을 서양의 저택처럼 짓고 예전 대학 추리동아리친구들을 초대해서 자신이 만든 연극을 함께 한다는 이야기다. 작품 속에는 서양에서 있었다는 삼형제와 삼촌이 겪은 갑옷입은 유령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그것을 모티브로 해서 피해자를 죽인 범인은 누구며 어떻게 죽일 수 있었는지를 추리하는 정통 추리소설이라 할 수 있다. 가장 모범답안같은 추리 형식을 따르고 있고 트릭도 고전 트릭을 사용하고 있는 독자들도 함께 도전해보면 좋은 추리 게임같은 작품이다. 

작가는 현실과 타협하는 소설이 불만이었고 유배된 것 같은 처지가 안타까웠는지 모르겠다. 예전의 영화를 그리워하고 사라지는 고전의 안타까움, 그리고 인간들이 나이를 먹으면서 점차 변해가고 자신의 꿈을 잃고 사는 모습이 애처러워 보였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세 작품에 그런 것들이 담겨 있다고 느껴지니 말이다. 여기에 추리소설적으로 보자면 밀실트릭의 완벽한 구사와 서술트릭으로 독자들을 현혹시키고 반전을 통해 넉아웃시키고 있다. 단편으로 완벽하게 장편에서처럼 완패당한 느낌은 처음 느껴본다. 우타노 쇼고, 정말 더 많은 작품이 나와줬으면 하는 작가다. 반전과 트릭의 화려한 향연 그 자체인 작품들이었다. 한 명의 작가가 태어났다. 그리고 명작이 탄생했다. 더 이상의 말이 필요없는 단편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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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10-08-13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달의 리뷰 선정 되신 거, 축하드려요~ ^^

물만두 2010-08-13 15:18   좋아요 0 | URL
아영엄마님 방가요^^
감사합니다~

반딧불,, 2010-08-17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사 봤습니다.축하드려요.
만두언냐 날 많이 더운데 잘 지내세요?
매미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요.

물만두 2010-08-18 10:05   좋아요 0 | URL
반디님 방가방가^^
감사요~
잠못자는 밤의 연속입니다 ㅜ.ㅜ

반딧불,, 2010-08-18 23:22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습니다. 간만에 여기서 리뷰 읽으니 또 색다르네요.
좋은 밤 되세요.
 
친절한 킬러 덱스터 모중석 스릴러 클럽 24
제프 린제이 지음, 김효설 옮김 / 비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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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여동생 말 한마디에 꼼짝을 못하고 주눅드는 킬러, 일터에서 돌아와 아내가 만든 식은 음식을 먹으며 아내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 애쓰는 킬러, 자기와 비슷하지만 자신보다 머리가 좋은 아이들에게 쩔쩔매는 킬러, 그리고 한시도 입을 가만두지 않고 농담을 하고 자신을 주시하는 경찰의 눈을 피하기 위해 애를 쓰는 킬러. 이런 모습의 킬러가 바로 덱스터 모건이다. 그런 킬러, 연쇄살인범이기때문에 이 작품이 시리즈로 잘 나가는 것이다. 이 불편하고 불안한 험한 세상이 이런 사람 한명쯤 있었으면 하는 마음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덱스터가 리타와 결혼을 하고 에스터와 코디의 아빠로 가정을 이루어 남보기에 그럴 듯한 모양새를 갖추었다. 리타는 덱스터가 보여주는 모습만을 보는 착한 아내지만 친아버지에게 학대받고 자란 에스터와 코디는 제2의 덱스터가 되기위한 훈련을 받으려 한다. 그런데 신혼여행을 가서도 이상한 전위예술을, 그런 행위도 예술이라고 해야 하는지 암튼 그런 다리 절단 예술이라는 걸 보니 마이애미에 돌아와서도 일이 이상하게 꼬이는 것 아닌가 말이다. 

난 데보라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나라도 자신이 사랑한 오빠가 연쇄살인범이라는 걸 알게 된다면 경악했을 것이다. 게다가 데보라는 경찰의 임무를 충실히 지키는 경찰이 아니던가 말이다. 오빠를 받아들이기 힘든 데보라, 그렇다고 다른 살인범처럼 자기 손으로 잡을 수도 없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이런 때 이상한 살인 사건이 발생해서 분위기를 그야말로 암흑 그 자체가 된다. 살인보다 더 나쁜 건 살인 후 시체를 가지고 장난하는 행위다. 그런 일은 조사하는 경찰을, 데보라의 심기를 더욱 거스르고 그로 인해 조사를 하던 중 칼에 찔리는 사고를 당하게 만든다. 여기서 덱스터의 일은 꼬이기 시작한다. 

연쇄살인범을 잡는 연쇄살인범이라는 소재는 의적 홍길동처럼, 배트맨처럼 다가온 것이 사실이다. 법이 해결할 수 없는 범죄자를 단죄한다니 한번쯤 생각해본 캐릭터라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의 덱스터는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시종일관 유머러스하고 약간 멍청해보이면서 단세포적인, 그러면서 아픈 어린 시절이 있던 그래서 이렇게밖에 될 수 없었던 덱스터를 좋아하지만 이 작품 속에서의 덱스터는, 덱스터의 행위는 그의 본능에 충실한 것 이외에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점이 오히려 덱스터를 좀 더 인간적으로 보이게 만들고 있다. 누이동생을 위해서 자신의 룰을 저버리고 무작정 덤벼들어 범인에게 오히려 꼬리가 밟히고만 덱스터, 그로 인해 다른 경찰에게까지 의심을 사게 되고 점점 그를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점점 누군가를 잃는다는 것에 가슴이 저려오고, 과거의 양아버지에게 자신이 한 일에 대해 후회를 하게 되고 소중한 가족, 리타와 에스터, 코디를 지키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이 자신만을 위해 살던 그의 모습에서 우리가 보고 싶어하는 영웅의 모습을 느끼게 한다. 

다크히어로 덱스터 모건은 이제 더욱 자신의 정체를 들키지 않기 위해 애를 써야 할 것이다. 이 작품에서는 너무 쉽게 정체가 들어날 뻔 했다. 그보다 더욱 당찬 에스터와 코디를 가르치는 일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여기에 여자는 약하지만 엄마는 강하다는 점을 몸소 보여준 리타를 어떻게 대할 것인지도 다음 작품에서 기대되는 점이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빰빠라빰~ 마지막 장면에서 거의 기절 직전까지 가게 만든 큰 일을 어떻게 감당할지가 정말 기대된다. 친절한 킬러 덱스터라기보다는 허당 킬러 덱스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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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21 08: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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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21 09: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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