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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된 사나이 - 새번역판 ㅣ 그리폰 북스 6
알프레드 베스터 지음, 김선형 옮김 / 시공사 / 2003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작품은 무척 흥미롭다. SF 장르 작품이면서도 추리적 요소도 가미한 독특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미래 경찰은 이런 초능력을 가져야만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과연 그것이 좋은 일일지는 확신할 수 없다. 빅 브라더가 좋지 않듯이 말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죄를 지은 사람의 기억을 지어 새로운 사람, 그 사람이 지닌 좋은 능력을 사장시키지 않으려는 점은 지금도 배울 만 하다고 느껴진다.
파괴된 사나이의 관점에서 보자면 그가 자신의 기억이 지워지는 것, 태아 상태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에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모르겠다. 어쩌면 그는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이것은 또 다른 인권 침해적 방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죄수가 형량이나 벌을 선택한다는 것 또한 우스운 일 아닐까... 그런 것은 죄를 짓기 전에 생각했어야 할 문제이리라... 자칫 간과하고 지나칠 수 있었던 작품을 볼 수 있어 다행이다 싶다.
미래의 경찰이 초능력자들로 구성된 것도 그렇지만 범죄자를 다루는 방법도 기발하다. 그의 기억을 뇌에서 지워 새로운 인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물론 문제는 있다. 초능력자는 초능력자끼리 결혼해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이것은 미래에 인간의 가치관이 더 편협한 쪽으로 기울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미래가 더 관대하리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지금보다 더 답답해질 수 도 있다. 그것을 <마이너리티리포트>에서도 강조하고 있고 다른 많은 SF 작품에서도 암울하게 그리고 있다.
우리는 모른다. 미래에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어떤 미래를 만들게 될지... 하지만 그 미래가 지금보다는 더 합리적이고 좋은 쪽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개발을 하면 텔레파시를 하는 초능력은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철학적 탐구>에서의 결말과 이 작품의 결말이 어떻게 다른지는 좀 더 생각해 보고 싶다. 범죄자를 잠재우는 방법과 범죄자의 기억 모두를 지워버리는 것, 어느 것이 더 잔인한 일일지... 하지만 역시 미래에도 부모와 자식에 대한 정의와 가치관은 변하지 않길 바란다. 아니 더 좋게 발전하길 바란다. 파괴된 사나이의 종말도 어쩌면 그것에 연유한 것일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