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후세인이 체포되었다는 것이 어제오늘의 톱뉴스이다(*이 글은 2003년 12월 중순에 씌어졌다). 부시가 재선될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어제 문득 들었지만(*예감은 언제나 실현된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체포되는니(우리의 KAL기 사건처럼 타이밍을 맞춰서), 미리 체포되는 게 낫다는 생각도 해본다. 어차피 곧 연말이니까 두주쯤 지나면 잊혀질 것이다. 아니다! 그에 대한 재판이 남아있다!...

 

 

 



연말연시는 비교적 좋은 책들이 나오는 계절이다. 주머니가 좀 넉넉해지는 시기인 만큼 (실제적인 통계는 갖고 있지 않지만) 책에 대한 소비도 다소 헤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눈길이 가는 책들이 많이 나왔고, 책 소개의 주기도 빨라졌다.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건(가장 먼저 나온 것이기도 하지만), 케밀 파야의 <성의 페르소나>(예경)이다. 지난주 한겨레 서평에서 가장 크게 다루어진 책이다.

원제는 'Sexual Personae'(1990)이고, 번역서의 분량이 916쪽에 이르는 방대한 책이다(원서도 718쪽에 이른다). 지난주 구내서점에 포장된 채로 들어왔길래 무슨 책인가 궁금했었는데, 알고 보니 학교 도서관에서 자주 보던, 다소 싸구려틱한(!) 표지의 책이었다. 인터넷교보에 자세히 소개가 되어 있고, 몇 군데에서 신간리뷰로 다루기도 했으니까 찾아보시면 될 듯하다.

한겨레 고명섭 기자에 의하면 "서구 문화의 역사를 바로 이 3중의 이분법으로, 다시 말해 디오니소스=자연=여성 대 아폴론=문명=남성의 대립으로 이해함으로써 논란을 불러일으킨 책이다." 논란만 불러일으켰다면, 그저 호사가적 관심거리만 될 터이지만, 내가 제임슨의 신간과 함께 이 책을 주문한 것은(내일쯤 책을 받아봐야 내용을 알 수 있을 거 같다), 해롤드 블룸의 추천사 때문이다. 그는 이 책이 말의 좋은 의미에서 '센세이션Sensation'이며, 이에 비견할 만한 책이 없다는 호평을 하고 있다. 나는 거물들의 그런 말에 잘 넘어간다.

 

 

 



두번째 책은 민음사에서 나오는 '일본의 현대지성' 시리즈의 7번째 책인 나카무라 유지로의 <공통감각론>이다(*<문화의 두 얼굴>, <근대초극론> 등도 이 시리즈의 책들이다). 어제 영풍문고에 들렀을 때에도 실물은 보지 못했지만, 이 시리즈의 책은 모두 읽을 만하다는 경험적 판단에 근거하여 추천할 수 있다. 알라딘의 소개글에 의하면, "이 책은 커먼 센스 commom senses, 상식, 공통감각의 문제에서 시작하여, 네덜란드의 화가 에스헤르, 초현실주의자 마그리리트 등의 회화론, 지각 심리학의 역전 시야에 대한 지각 문제, 그리고 데카르트파 언어학과 촘스키의 생성문법의 이론까지, 심지어 베르그송의 기억의 문제까지 논의를 확대시키고 있다." 저자는 바슐라르, 푸코 등을 일어로 번역한 바 있는 일본의 중진학자이고, 역자는 마루야마 게이자부로의 <존재와 언어>(민음사)를 번역했던 고동호 교수이다.

 

 

 

 

세번째 책은 박홍규 교수의 <에드워드 사이드 읽기>(우물이있는집)이다. 이쯤되면 박교수의 놀랄 만한 생산력에 경탄을 금할 수 없는데, <오리엔탈리즘>의 역자이기도 한 그가 올 한해 (번역서를 제외하고) 낸 책들은 내가 기억하는 것으로 모두 7권이다. 이전에도 그런 얘기를 한 듯하지만, 이에 견줄 만한 글쓰기의 생산성이라면, 강준만 정도를 꼽을 수 있을 뿐이다. 사실, 두 사람의 글은 스피디하게 읽힌다는 점에서도 공통적이다. 어쨌든 지난번에 타계한 에드워드 사이드를 추모하는 저작 한권 정도는 서가에 꽂아둘 만하다(*다른 입문서로는 2005년에 나온 <다시 에드워드 사이드를 위하여>가 있다). 굳이, 박교수의 흠을 덧붙여 지적하자면, 교정이 섬세하지 않다는 것. 하긴 우리 출판계에서 교정이 잘 돼 있는 책을 손에 꼽는 것이 더 빠를 것이다.

 

 

 



네번째 책은 남미문학의 거장인 페루 작가 바르가스 요사(Llosa)의 <세상종말전쟁>(새물결)이다. 나는 그의 책 가운데 <나는 훌리아 아주머니와 결혼했다>(문학동네, 초역판은 다른 제목이었다)를 부분적으로 읽고, '대단한 구라'라는 생각을 한 바 있는데, 이번에 나온 신간은 그의 최고작이라고 한다. 당연히 한번쯤 읽어봄 직하지 않은가. 아마도 올해 번역돼 나온 남미문학 작품 가운데 가장 중요한 작품이지 않나 싶다. 우리에게 알려진 작가들 가운데는 가브리엘 마르케스나 카를로스 푸엔테스 정도가 그와 견줄만한 생존작가들이다.

 

 

 


다섯번째 책은 프란스 드 왈의 <보노보>(새물결)이다. 보노보에 대한 화보들이 실려 있는(그래서 책값이 256쪽에 35,000원이다) 이 생태 연구서는 제인 구달의 말을 빌면 "이 4번째 거대 유인원의 진가를 세상에 알려줄 책"이다. 4대 유인원이란,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 그리고 덩치가 작아서 '피그미침팬지'라고도 불리는 이 보노보를 말한다.

내가 보노보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된 건, 인류학자 리처드 랭햄(하버드대 교수)과 과학저술가 데일 피터슨의 <악마 같은 남성>(사이언스북스, 1998)에서였다. 거기서 야만적인 폭력성을 드러내는 다른 가부장적 영장류들과 달리 보노보는 온화한 가모장적 사회를 형성하며 살아가는 것으로 소개되었다. 요컨대, 우리의 '오래된 미래'가 거기에도 있었던 것이다. 그런 보노보에 대한 드문 연구소개서인 만큼 관심을 둘 만하다.

참고로, 보노보는 동성애도 즐기는 프리섹스주의자들이라고. 저자인 영장류 학자 드 왈은 <정치하는 원숭이: 침팬지의 정치와 성>(동풍, 1995)의 저자이기도 하다(*이 책은 <침팬지 폴리틱스>로 다시 나왔다. 드 왈(드 발)의 최신간은 작년 12월에 나온 <내 안의 유인원>이다).

이 책들을 언제 다 읽을 것인가?!...

2003.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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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나온 책들 가운데 눈에 띄는 책들은 대개 일간지 북리뷰란에서 다루어졌기 때문에, 굳이 군말을 덧붙일 필요가 없어 보인다(*이 글은 2003년 12얼 초순에 씌어졌다). 지난 두 주간에 나온 책들 중에서 과학분야에서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까치)나 평전분야에서 <안데르센 자서전>(Human & Books) 등은 누가 보더라도 손꼽을 만한 책이고, 당연히 1면에서 다루어졌다.

 

 

 



오늘 배달된 빌 브라이슨의 책은 이미 영미권에서 장기간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만큼(교양과학서쪽에선 보통 베스트셀러가 믿을 만하다) 신뢰할 만한 책으로 보인다. 양성자와 담백질과 쿼크의 역사를 말하지만, 저자가 비교적 과학의 문외한이라는 점도 독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책이다(색인 포함 558쪽). 이 분야에서 경쟁했던 책은 ‘창조론을 과학을 어떻게 이용하는가?’란 부제를 단 <과학적 사기>(이제이북스)인데, 문제는 정작 읽어야 할 창조론 과학의 신봉자들이 이런 책을 읽지 않는다는 것. <왜 하필이면 그리스에서 과학이 탄생했을까>(몸과마음)도 눈길을 끈다.

 

 

 

 

안데르센의 자서전(896쪽)과 경합을 벌인 책은 모처럼 나온 파크 호건의 <셰익스피어 평전>(북폴리오, 644쪽)이다. 원저는 1998년에 옥스포드대에서 나왔다고 하는데, 신간인 만큼 내용이 풍성할 거라는 기대를 갖게 하는 책이고, 또 사실이 그래 보인다. 역자는 시인 김정환. 어디선가, 이참에 셰익스피어 전집에 도전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쳤는데, 한번 기대해 봄직하다. 그리고, <레오나르도 다빈치, 최초의 과학자>(사이언스북스, 470쪽)도 흥미로워보이는 평전이다. 헤르만 헤세의 세번째 부인의 니논 헤세의 편지모음 <헤세, 내 영혼의 작은 새>(웅진닷컴, 752쪽)도 헤세의 독자들이 반길 만한 책이다. 그러나 역시 1순위는 안데르센의 자서전(원제는 ‘내 인생의 동화’)이다(뒷표지에 특이하게도 황동규 시인의 추천사가 실려 있는데, 알고보니 이 신생출판사의 발행인이 문학평론가 하응백씨이다. 그럴 만한 관계이다!)

 

 

 


인문서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프레드릭 제임슨의 <보이는 것의 날인(Signatures of the Visible)>(한나래)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제임슨의 대중문화론, 더 구체적으론 영화론이다. 난해하기로 악명높은 그의 책으론 아도르노 연구서인 <후기 마르크스주의>(한길사, 2000) 이후 3년만에 소개되는 책인데, 주저인 <정치적 무의식>은 왜 아직 안나오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새삼 불러일으킨다(*이젠 궁금한 걸 넘어서 무슨 '음모'와 관련된 게 아닐까란 생각마저 갖게 한다). 신간의 복사본을 내가 갖고 있는지 어쩐지도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이 참에 찾아서 읽어볼까 한다. 원서는 그다지 두꺼워 보이지 않았는데, 우리말 역서는 485쪽에 25,000원. 이젠 웬만한 역서들이 원서보다 비싼 시대가 돼 버렸다(번역만 괜찮다면야 나무랄 건 없지만).

이론서로서 같이 언급되어야 할 책들은 기호학 삼총사이다. 즉 얼마전 출간된 박상진의 <에코 기호학 비판>(열린책들)에 이어서 신항식의 <롤랑 바르트의 기호학>(문학과경계사), 박인철의 <파리학파의 기호학>(민음사) 등이 같이 나왔다. 그것도 모두 국내 연구자들의 저작이다. 반갑고 대견한 마음이 드는데, 가장 주목할 만한 건, 그레마스가 이끄는 파리학파 연구서이다. 분량도 516쪽으로 묵직하다. 이 분야에선 작년에 나온 김성도의 <구조에서 감성으로>(고려대출판부) 이후에 주목할 만한 저작이다(김성도 교수의 책은 이미 지적한 바 있지만, 부분적으로 표절이다).



그래서, 에코와 바르트, 그레마스까지 구색이 맞춰졌는데, 아쉬운 점이 있다면, 러시아 문화기호학의 태두 유리 로트만에 관한 연구서가 아직 부재한 것이다. 이 분야에도 국내에 유능한 연구자들이 있기 때문에 곧 만족스런 성과물이 나올 걸로 믿는다. 영어권 저작으론 최근에 E. Andrews가 쓴 'Conversations with Lotman'(University of Toronto Press)이 출간됐다. 200쪽쯤 되는 콤팩트한 책이다.

 

 

 



번역도 시원찮은 영화이론서들보다는 추천할 만한 책이 <2002 한국시나리오선집>(커뮤니케이션북스)이다. 재생지 800쪽이 넘는 두께에 작년에 개봉된 영화 81편중에서 시나리오 10편이 추려져 실렸다(*이 선집은 해마다 나오고 있다). 경쟁률이 8대 1쯤 되는 셈이다. 개인적으론 <복수는 나의 것>, <질투는 나의 힘>, <오아시스>, <로드무비> 등의 시나리오가 눈에 띄는데, <가문의 영광>이나 <광복절 특사> 같은 영화의 시나리오도 읽어볼 수 있다. 어느 정도 대중성과 작품성을 함께 고려한 선집이 아닌가 싶다. 어쨌거나 한국영화에 대한 애정이 좀 있다면, 이런 책도 사서 꽂아두기를 바란다.

 

 

 



고전분야에서는 드니 디드로의 주요 저작 중의 하나인 <부갱빌 여행기 보유>(숲)을 손꼽을 수 있다. 당대의 낙원으로 상상되던 타히티에 관한 부갱빌의 여행기 부록이란 형식을 통해서, 계몽사상가 디드로가 자신의 유토피아관을 펼쳐보이고 있는 책이다. 헤시오도스의 <신통기>가 민음사에서 출간됐고(*2004년엔 천병희 선생의 정역본이 한길사에서 출간됐다), 역시 민음사에서 미셀 투르니에의 <방드르디, 태양의 끝>도 세계문학전집으로 다시 나왔다.

 

 

 

 

투르니에의 책은 잘 알다시피 <로빈슨 크루소> 다시 쓰기이고, 그런 점에서 쿳시의 되받아쓰기로서의 <포>와 비교할 만하다.

그리고, 지젝의 책들. 물론 번역이 아니라 원서들이다. 이미 예고되던 <신체 없는 기관(Organs without Bodies)>(Routledge)이 출간됐다. 270쪽 정도로 예고돼 있었는데, 알고 보니까 200쪽 조금 넘는 분량으로 생각보다 얇다. 지젝이 라캉주의자뿐만이 아니라 헤겔주의자로서 반(反)헤겔주의자인 자신의 ‘적’ 들뢰즈와 대결하고 있는 책이다. 이건 아마도 판권을 갖고 있는 도서출판b에서 내년쯤에 선보이지 않을까 기대한다(*책은 근간 예정이다).

그리고 지젝 입문서로서 딱 좋은 <지젝과의 대화(Conversations with Zizek)>(Polity)가 출간됐다. 지젝과 Glyn Daly와의 대화로만 구성돼 있는데(댈리는 곧 지젝 연구서를 출간할 예정이다), 170쪽이 안되는 분량으로 콤팩트하다. <향락의 전이>에 실린 지젝의 자가-이너뷰와 함께 지젝에 입문하는 데 아주 요긴할 듯해 보이는 책이다(*'지젝 붐'에도 불구하고 지젝 입문서로 '딱'인 이 책이 아직 소개되지 않는 것도 기이한 일이다). 지젝의 신간 두 권은 모두 발행년도가 2004년으로 돼 있는 미래의 책들이다. 벌써/어느새 2004년의 책들이 오고 있다!(*이 영탄은 지금 시점에서는 코믹한 것이 돼 버렸지만, 해가 바뀔 때마다 내게 감동적인 것은 바로 그런 것이다. 더도 덜도 아니고 그냥 새해의 책이 나온다는 것!)

2003.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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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다시 연재를 시작한다(*이 글은 2003년 11월말에 씌어졌다. 나는 한 계절을 건너뛰었다!). 앞으로 한 계절 정도 연재할 수 있을 듯하다. 그 사이에 나온 책들이 또한 부지기수이지만, 다 생략하고 지난 1-2주 정도에 나온 책들 중에서 눈에 띄는 몇 권에 대한 소감만을 적는다. 다행스러운 것은 요즘 책들이 별로 나오지 않는다는 점. 복사하고 제본하는 책들은 쌓여가고 있지만, (인터넷)서점에서 실제로 구입하는 신간들은 일주일에 몇 권 안된다(덕분에 <정의론> 같은 '구닥다리'도 사들이고 있다!).

 

 

 

 

제일 먼저 꼽을 수 있는 건 루소의 <에밀>(한길사)이다. 800쪽이 넘는 분량이고, 3만원이 넘는 책값이다. 이미 정봉구 교수의 완역본(범우사)이 나와 있는 걸로 아는데, 어쨌든 그레이트북스 시리즈로 새단장을 해서 나왔다. 얼마전에는 책세상에서도 일부 발췌역 <에밀>이 나왔는데(해제만이라면 모를까 이런 식으로 책을 낼 필요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덕분에 갑자기 에밀 붐이라도 분 것 같다.

루소하면 자동적으로 떠올리게 되는 레비-스트로스의 <슬픈 열대> 개역본(한길사)도 아직 사지 않은 나로서는 이 신간을 사게 될지 아직은 의문이지만, 어쨌거나 고전의 완역은 반가운 일이다. 루소와 관련해서 가장 기다려지는 책은 단연 <고백록>이다. 아주 오래전에 완역된 적이 있는데, 그건 도서관에서나 구경할 수 있는 책이고, 새 완역본이 나왔으면 싶다(범우사판의 <에밀> 역자는 정봉구 교수이다. 알라딘에는 '정범구' 교수로 잘못 표기돼 있다. 미심쩍어서 다시 확인하고 수정했다. *알다시피 <고백>은 작년에 재출간됐다).

루소 입문서로 내가 추천할 만한 책은 로로로 시리즈로 나온 G. 홀름스텐의 <루소>(한길사)이다. 당대의 경쟁자 볼테르와의 비교가 재미있는 전기이다. 그리고 참고로, <철학이야기>의 저자 윌 듀란트도 루소와 그의 시대에 대한 1,000쪽이 넘는 저작을 갖고 있다. 언젠가 도서관에서 이 책을 집어들었다가 엄두가 나질 않아서 다시 꽂아둔 기억이 있다. 루소의 연구서로는 토도로프의 얇은 책 <덧없는 행복>(한국문화사)이 번역돼 있고, 문예이론가 야우스의 <미적 현대와 그 이후>(문학동네)에서도 루소가 비중있게 다루어지고 있다. 번역되지 않은 책(번역되었으면 하는 책)으로는 장 스타로벵스키의 연구서 <투명성과 장애물>이 있다. 그런 식으로 따지자면, 폴 드 만의 <독서의 알레고리> 등도 번역되었으면 싶지만...

 

 


 


두번째 책은 강유원의 <서양문명의 기반>(미토)이다. 그의 이름을 처음 접한 건 폐간된 잡지 <포에티카>에서였지만, 나는 지지난주 문화일보의 인터뷰 기사를 읽고 새삼 그의 책들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이윤기의 <장미의 이름> 개역본은 강유원의 오역에 대한 지적 때문에 나올 수 있었다고 한다). 이미 <책>(야간비행)으로 매니아층을 거느리고 있는 이 회사원/철학자의 신간은 철학책이 아니라 거시적인 문명사를 다루고 있는 역사책이다(혹은 역사철학책이라고 할까?). 구내서점에 갔다가 허탕을 치고 아직 사진 못한 책이지만, 사실 이런 제목으로 그다지 두껍지 않은 책이라면 신뢰할 수 없는 것이 보통인데, 저자의 대한 신뢰감 때문에 이 자리에서 소개한다(*물론 지금의 강유원은 더이상의 소개가 불필요하다. 그의 최신간은 <강유원의 고전강의: 공산당선언>(뿌리와이파리, 2006)이다. 분량 만만, 가격 저렴이라 한번 읽어볼 생각이다).

들리는 바에 따르면, 그는 동국대의 스타급 강사였다고 하는데, 요즘도 모처에서 틈틈이 강의를 하는 모양이며, 신간은 그 결과물이라고 한다(그는 <씨네21>에도 기고하고 있다. *지금은 물론 과거형이지만). 그가 빨리 생업을 위한 회사원 생활을 청산하고, 대학에 ('취업'이 아니라) '초빙'되기를 바란다. 다른 이유에서가 아니라 더 많은 책을 쓸 수 있도록. 참고로, 그의 책으론 헤겔 번역서 <법철학1-서문과 서론>(사람생각)과 절판된 <근대 실천철학연구>(미래글)가 있다. 후자는 홉스와 헤겔의 사회철학 연구서이다(그의 학위논문이 아닌가 싶다).

 

 

 



세번째 책은 수학자 케이스 데블린의 <수학으로 이루어진 세상>(에코리브르)이다. 교양 수학서에 조금만 관심을 갖고 있는 이라면 데블린이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그의 책으론 이미 8권 정도가 번역돼 있는바, <수학의 언어>(해나무), <인포센스>(사람in), <수학유전자>(까치글방) 등이 비교적 많이 팔리고 있는 책들이다. 개인적으론 <수학유전자>란 책 이후에 비로소 그의 이름을 기억해 주게 되었는데, 댓권쯤 꽂혀 있는 그의 책들을 언제나 마음놓고 읽어볼는지...

 

 

 

한편, 수학전문출판사인 경문사에서 새로운 교양수학 시리즈로 'Apple'을 얼마전에 내놓았는데, 1권이 네이글의 <괴델의 증명>이고, 2권이 파울로스의 <수학 그리고 유머>이다. 네이글은 저명한 과학철학자이고, 파울로스는 <수학자의 신문읽기>(경문사) 등의 저작으로 유명한 저널리스트/수학자이다. 특히 <수학 그리고 유머>에는 르네 톰의 카타스트로피 이론을 응용한 대목이 나오는데, 이 톰의 주저들이 아직 번역되고 있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이정우가 번역/소개한 <카타스트로프의 과학과 철학>(솔출판사)이 유일하다(*이정우의 근작인 <탐독>에는 르네 톰에 관한 내용이 얼마간 언급돼 있다). <구조적 안정성과 형태발생>, <기호물리학> 등의 책들을 언제쯤 우리말로 읽을 수 있을는지,(크리스테바의 초기 기호분석론 저작들과 마찬가지로) 그걸 번역해줄 수 있는 국내 학자가 과연 있는지 궁금하다...

 

 



 

네번째 책은 이경훈의 <오빠의 탄생>(문학과지성사)이다. 부제는 '한국근대문학의 풍속사'인바, 같은 주제의 책들이 연이어 출간되면서 하나의 트렌드를 이루고 있다. 권보드래의 <연애의 시대>(현실문화연구)도 이 같은 부류의 신간이다. 모두 '선정적인' 제목에 힘입어서인지 잘 팔려나가고 있다. 근대문학연구자들이 일종의 노다지를 발견한 셈인데, 물론 신간들은 그 자체로 의미있는 책들이면서 인문학 위기에 대응하는 한 가지 방책으로서도 유력해 보인다. 궁하면 통하기 마련이다.

 

 



 

끝으로 말론 브랜도의 전기 <세계를 매혹시킨 반항아 말론 브랜도>(푸른숲)이 지난주에 나온 전기문학이다. '20세기 최고의 배우'라는 평을 받는 이 대배우의 삶에 대한 '내밀한 기록'이라고. 나에겐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과 <대부> <지옥의 묵시록> 등의 배우로 각인돼 있는데, 책표지로 사용된 젊은 시절의 사진들 또한 매력이 있어 보인다.

 

 

 

 

브랜도의 전기는 푸른숲에서 새로 출간하고 있는 전기물 시리즈 'Prun Soop Bios'의 세번째 책인데, 둘째권이 조너선 스펜스의 <무질서의 지배자 마오쩌둥>이고, 첫째권이 카렌 암스트롱 <스스로 깨어난자 붓다>이다(*동양학 권위자인 암스트롱의 책으론 <마호메트 평전> 등도 출간돼 있으며, 자서전 <마음의 진보>(교양인, 2006)도 연초에 나왔다. '최근에 나온 책들'에 소개한 기억이 있다). 모두 주목할 만한 전기물들이다...

 

 

 



덧붙임: 작년에 제6회 다산기념 철학강좌에 초빙되어 내한했던 찰스 테일러 교수의 강연/대담집 <세속화와 현대문명>(철학과현실사)이 출간됐다(*이미지가 뜨지 않는다). 영어원문과 번역문이 나란히 실린 강연문 외에도 저자의 40쪽 분량의 서문이 실려 있다. 이번에 내한했던 슬라보예 지젝의 강연은 제7회 철학강좌였다. 그것이 의미하는바는 내년 이맘때쯤 이번 강연문들이 책으로 묶여나오지 않을까 하는 것. 생각보다 오랜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것인데, 그래도 조잡한 번역문들이 대폭 수정되어 말끔한 책으로 나오기를 기대해 마지 않는다(*알다시피 지젝의 내한강연은 작년 6월에 책으로 나왔다).

한가지, 철학과현실사의 신간에는 <자유주의의 원류>도 있는데, 부제가 '18세기 이전의 자유주의'이다. 나는 이 부제가 좀 의아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다루어진 내용의 절반은 18세기 사상가들에 대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부제는 '19세기 이전의 자유주의'라고 해야 옳다. 18세기 이전이라면, 1700년까지이기 때문이다(*내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인가?)...

2003.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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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 2006-05-19 16:37   좋아요 0 | URL
강유원의 <근대 실천철학 연구>는 그의 학위논문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가 석사논문으로 홉스를, 박사로는 헤겔을 썼으니 밀접한 연관은 있겠지요. 그의 논문은 그의 싸이트armarius.net에서 다운받아 볼 수 있더군요.

로쟈 2006-05-20 00:20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저는 오래전에 책의 서문과 처음 몇 페이지를 읽어본 적이 있는데, 학위논문과 관련된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점심을 먹으면서 읽은 오늘자 한국일보(06. 05. 17)에서 하종오 피플팀장의 칼럼을 옮겨온다. 제목은 '하류사회'. 얼마전 같은 제목의 책이 번역출간되면서 본격적으로 우리말에 편입된 용어이다(그 이전엔 임권택의 '하류인생'이 있었다). '돈 밝히는 아이들'이란 기획기사가 한국일보에는 어제오는 실렸는데, 이건 시간날 때 따로 빼서 다루려고 한다.

 

 

 

 

-한때 한국의 신문이란 신문들이 온통, 소위 중산층 이상을 타깃으로 한 지면 제작에 열을 올리던 때가 있었다. ‘위켄드’ 같은 영문 이름이나 혹은 ‘떠나자’ 어쩌구 하는 타이틀을 달고는, 중산층이라면 적어도 이런 브랜드의 옷은 입어야 되고 주말이면 저런 레스토랑에는 가야 되며 평소에 고상하게 요런 정도 라벨의 술을 들이켜고 틈나면 남국으로 해외여행도 떠나는 삶의 멋이 있어야 한다고 부추기는 별지들이었다.

-한 신용카드회사의 광고처럼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한 마디로 신나게 먹고 마시고 입고 놀아라는 것이 그런 지면에 실린 기사의 주요내용들이었는데, 그게 언제냐 하면 10년쯤 전이다. IMF사태 직전이었다. 그러다 한국의 중산층은 망했다.



-일본의 중산층도 망한 모양이다. 일본에서 2005년 최고의 베스트셀러였다는 <하류사회(下流社會)>라는 책이 며칠 전 국내 번역됐다. 마케팅 전문가인 이 책의 저자 미우라 아츠시는 2002~2005년 일본인들의 소비행동ㆍ생활패턴 등에 대한 실증적 조사결과들을 바탕으로 지금의 일본을 ‘하류사회’라는 말로 규정하고 있다.



 

 

 

-그의 주장을 요약하면, 1950년대말부터의 고도 경제성장기 이후 9할 이상의 국민들이 자신을 중류계급으로 간주하던 소위 ‘1억 총 중류’의 일본사회가 1990년대 이후의 10년 불황을 거치면서 하류사회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득 격차로 인해 학력의 격차도 커지고, 그 결과 계층 격차가 고착화되면서 유동성을 잃어가고 있다. 희망의 격차도 커지고 있다.”

-일본의 잣대를 한국에 그냥 들이대기는 어렵다. 원체 신조어 만들기에 귀재로 소문난 일본인들의 개념을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두 나라의 차이가 여전히 크다. 일본의 이극화(二極化)가 한국의 양극화와 다르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이 책이 눈에 띄는 것은 ‘희망의 격차’라는 현상의 풀이 때문이다. 미우라 아츠시는 하류의 본질을 단지 ‘돈의 유무’가 아니라 ‘의욕의 유무’에서 찾고 있다.

-그는 중류에서 하류로 떨어진 인간들을 마르크스처럼 생산수단 즉 소유의 여부에서가 아니라 의식의 측면에서 분류한다. “중류가 되고자 하는 의욕이 없는 사람들, 그들이 바로 하류이다.” 누구든지 노력하면 중류 혹은 상류사회에의 진입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가질 수 없는 인간들이 대다수가 돼버린 사회, 소수의 엘리트가 국부를 창출하고 대다수 국민은 별 의식 없이 대충 먹고 놀며 사는 사회가 하류사회라는 이야기다.

 

 

 



-한국은 어떤가. 나는, 당신은 하류일까 아닐까. 의식 혹은 희망이라는 측면에서 우리들은 하류 중의 하류로 쩔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의욕을 갖고 삶과 맞닥뜨리기보다는 ‘부자 되기’라는 미명 하에 돈독이 오를 대로 올라 초등학생인 자식들에게 주식투자를 가르치고 그들로 하여금 “젊었을 때 빨리 돈을 번 다음 조기 은퇴해서 편하게 사는 게 꿈”이라는, 하류도 못되는 천민적 사고를 꿈이라고 말하게끔 만든 사회가 지금의 한국이다.

-“~떠나라”던 기업들이 지금은 “낭만은 짧고 인생은 길다”고 히포크라테스가 들으면 기가 찰 문구를 광고로 내건다. 비록 몰락한 재벌 회장의 말이지만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포부가 요즘 젊은층에게는 “인생은 길고 돈 벌 시간은 짧다”는 금언으로 바뀌었단다. 이런 어린이와 젊은이들이 어른이 돼 득시글거릴 세상,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우리 의식의 하류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小年易老富難成? 젊음은 오래 가지 않고 돈벌기는 어려우니, 초딩때부터 부지런히 벌어두어야 한다! 데카당스가 남의 나라 일만은 아니다.)

06. 0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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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이 글은 2003년 8월초에 씌어졌다) 소개한 류상욱의 <호모 시네마쿠스>에 대한 지난주 한겨레의 서평중 한 대목. "그러나 비평과 이론을 다루는 장의 무게 중심은 확실히 '텍스트'에 주어져 있다. 미디어 연구로부터 유입된 문화연구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는 최근의 영화연구 추세에 대한 징후적 두려움의 반영처럼 보이는 이러한 태도는 영화이론에 대한 천착이 부족한 우리 영화연구 풍토의 방증이기도 하다."

번역도 아닌 글에서 이런 문장을 만나면 낭패감을 느끼게 된다. 필자는 영화평론가인데, 이론가라면 모를까 자신의 생각을 이런 식의 문장으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지 의심스럽고 걱정스럽다. 대략, 이론이 아닌 텍스트에 무게 중심이 놓여져 있는 것은 영화이론에 대한 천착이 부족한 우리 영화연구의 풍토를 반영한다, 는 뜻으로 이해가 되는데, 논증 자체도 신빙성이 없을 뿐더러, 도대체가 그런 말을 하고자 한 것인지도 확신이 들지 않는다. 일반인이 잘 이해할 수 없는 문장을 쓰는 능력이 평론가의 자질이라고 착각하지 말았으면 좋겠다.(일간지 리뷰들을 읽다가 가끔 짜증스러운 경우는 이처럼 요령부득의 서평을 접한다거나 잘못된/엉터리 정보를 읽을 때이다. 이런 일들이 좀 줄었으면 싶다.)

 

 

 



지난 한주 동안 나온 책들 가운데 눈길을 끌었던 책 몇 권을 간단하게 소개한다. 제일 먼저 들 책은 당연히 가라타니 고진의 <일본정신의 기원>(이매진)이다(*올해 표지를 바꾼 재판이 나왔다). 제목이 <일본정신분석>에서 그렇게 바뀐 데 대해서는 나를 포함하여 여러 사람의 비판이 있었다. 다행인 것은, 그래도 역자는 믿을 만하다는 것. <탐구1>과 <윤리21>의 역자인 송태욱씨인데, 앞서 두 책은 아주 재미있게 읽은 바 있다(*알다시피, 역자는 <트랜스크리틱>의 번역자이기도 하다). 해서, 제목은 멀쩡한 <유머로서의 유물론>보다는 낫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갖는다. 나로선 '1장 언어와 국가'가 일차적인 관심사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소감을 나중에 올려볼 계획이다.

 

 

 

 
처음 책을 내면서 개시부터 핀잔을 먹은 도서출판 이매진이 근간 예정으로 공고한 책들 중에서 관심이 가는 책은 부르디외의 <하이데거의 정치적 존재론>이다. '부르디외가 본 하이데거'란 제목으로 나오는 모양인데, 복사해 두었던 영역본을 읽을 기회가 곧 생기겠다(*이 책은 2005년에 <나는 철학자다>라는 역시나 '엉뚱한' 제목으로 출간됐다). 그리고 테리 이글턴의 신작 <반대자의 초상>(이 책엔 짤막한 지젝론도 실려 있다)도 번역돼 나온단다(*이 책은 아직 출간되지 않았다). 역시 두껍지 않은 책이다. 역자는 호머의 <프레드릭 제임슨>(문화과학사)의 번역자인데, 그다지 신뢰가 가지 않는다. 제임슨보다는 이글턴이 읽기 편하지만, 책은 나와봐야 알겠다.

 

 

 



두번째 책은 미셀 앙리 르두의 <프랑수아즈 돌토>(숲). 돌토(1908-1988)는 프랑스 국내에서 라캉을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돌토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고 얘기될 만큼 저명한 정신분석가이다. 특히 아동 정신분석과 상담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두어 권의 저작이 나온 바 있는데, 한 출판사에서 본격적으로 그의 저작선을 낼 계획이라고 하니 기대해봄 직하다.

돌토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은 <프로이트에서 라캉까지 위대한 7인의 정신분석가>(백의)를 참조할 수 있다. 이번에 번역된 입문서의 마지막장은 '클라인, 돌토, 라캉'이란 제목을 달고 있는데, 여기서 클라인은 영국의 정신분석가 멜라니 클라인이다. 이 현대정신분석의 3인방이 어떻게 합종연횡하면서 서로 갈라지는지는 모르겠지만, 조만간 이들의 저작들이 서가의 한 구석을 장악하게 될 것이다(클라인의 주저인 <아동의 정신분석>도 출간된다는 소문이 있는데, 별로 기대할 만한 번역자가 아니다. *이 책은 아직 출간되지 않았다).

 

 



 

세번째 책은 앞서 3인방에는 못 들어가지만, 나름대로 저명한 정신분석가이자 문학이론가인 줄리아 크리스테바 연구서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문학탐색>(이대출판부)이다. 저자는 크리스테바 연구자이자 전담번역가인 김인환 교수. 하지만, 김교수의 번역은 신뢰도가 좀 떨어진다(특히 <시적 언어의 혁명>이나 <사랑의 역사> 등). 그럼에도 국내 필자에 의한 유일한 연구서이기 때문에 일단 참조해 보기로 했다. 크리스테바의 후기 저작들, 우울증에 관한 <검은 태양>이나 민족주의를 다룬 <민족없는 민족주의> 등 다른 책들도 곧 번역되었으면 한다(*<검은 태양>은 2004년에 역시나 김인환 교수의 번역으로 출간됐다).

영미권의 크리스테바 연구자로 손꼽을 수 있는 이들은 존 레흐트, 토릴 모이, 켈리 올리버 등인데(프랑스내에서는 그만큼의 평가를 받는 거 같지 않다), 이중 켈리 올리버의 <크리스테바 읽기>(시와반시사, 1997)가 이미 오래 전에 번역돼 나왔다(*이미지가 뜨지 않는다). 크리스테바가 달랑 바흐친 책 하나 들고 불가리아에서 프랑스로 유학을 와서 지식계의 거물로 성장하기까지의 내막은 프랑수와 도스의 <구조주의의 역사>(동문선)나 자전적 소설 <사무라이들>(솔)을 참조하시라.참고로 그녀의 스승이었던 롤랑 바르트는 오히려 이 이방의 제자 덕분에 구조주의자에서 후기구조의자 혹은 탈구조주의자로 변신하게 된다.

 

 



 

네번째 책은, 찰스 다윈의 자서전 <나의 삶은 서서히 진화해 왔다>(갈라파고스). 이 지적 거인이 자신의 평범한(?) 삶에 대해 겸손하게 기술하고 있다고. 다윈 컬렉션에 들어갈 책이다(*알다시피, 올해는 다윈의 <인간의 유래>가 출간됐다). 또, 이유선의 <리처드 로티>(이룸)도 '누구나 쉽게 읽고 이해하는'이란 시리즈 타이틀을 달고 나온 만큼 로티의 삶과 생각에 대한 좋을 길잡이가 되어줄 듯. 필자는 김동식 교수와 함께 손꼽을 수 있는 국내의 로티 전문가이다.

 

 



 

그리고 마지막 다섯번째 책은 모리스 쿠튀리에가 편집한 <롤리타>(이룸). 피귀르 미틱, 즉 신화적 인물(형상) 시리즈의 네번째 책인데, 이미 <오이디푸스> <로빈슨> <채털리> <앨리스>가 나와 있다. 책에는 저자인 나보코프 자신보다도 유명해진 소설, 그리고 소설속 주인공인 '롤리타'에 대한 네 편의 글이 실려 있다. 푸코나 들뢰즈, 라캉 말고 프랑스 인문학 수준은 어떨까란 궁금증을 풀어줄 만한 글들로 보인다. 개인적으론 <앨리스>의 책임편집자이기도 했던 장-자크 르세르클의 작업에 관심을 갖고 있다. 루이스 캘롤과 넌센스문학 전공자인 르세르클은 알게 모르게 주목할 만한 이론적 작업들을 수행해 왔다. 최근에 사라 코프만과 함께 영역된 그의 책 대부분을 복사했는데, 내년쯤에는 독서삼매경에 빠질 수 있을는지!..

 

 



 

열외의 책으로 홍세화의 <빨간 신호등>(한겨레신문사)도 출간됐다. 홍세화, 박노자의 책들은 일단 사두기 때문에 따로 적지 않겠다. 역사쪽 책들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재앙이겠지만, 최근에 좋은 역사서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나보다 더 안목있는 분이 소개를 해주면 좋겠는데, 엘리아스의 <문명화과정> 비판서인 한스 페터 뒤르의 '문명화과정의 신화'(한길사) 시리즈(*가장 최근에 나온 건 <에로틱한 가슴>)나 임경석의 <한국사회주의의 기원>(역사비평사), 그리고 김호의 번역서 <신주무원록>(사계절) 등이 얼핏 꼽아볼 수 있는, 무게 있는 책들이다. 소개하기도 바쁜 그 책들을 과연 누가 다 읽는 것인지, 다 읽을 수는 있는 것인지?!..

2003. 08.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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