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들을 식별하는 일이 이 서재의 주된 역할 중 하나인데, 가끔은 손이 놀 때가 있다. 관심도서에 대한 리뷰가 아직 뜨지 않거나 뜨더라도 책이 알라딘에 입고가 되지 않은 경우다. 지난주에 나온 책 가운데는 스튜어트 켈리의 <잃어버린 책을 찾아서>(민음사, 2011)가 그런 경우인데, 이상하게도 알라딘에서는 '잃어버린 책'이다. '우리가 읽고 싶어도 결코 만날 수 없는 위대한 책들의 역사'란 부제를 좀 비틀면 '우리가 읽고 싶어도 알라딘에서는 결코 만날 수 없는 책'이다. 적어도 오늘 월요일 아침까지는. 하여 이 책 얘기는 나중에 적기로 하고, 지난 주말 리뷰 가운데 오규 소라이의 <논어징>(소명출판, 2011)에 관한 것을 옮겨놓는다. 요즘 대기업에서 불고 있다는 <논어> 바람과 관련한 칼럼과 함께. 시부사와 에이치의 <논어와 주판>(페이퍼로드, 2009)이란 책의 존재를 알게 해준 칼럼이기도 하다.      

한겨레(11. 01. 22) 정약용도 감탄한 일본 ‘소라이학’의 진수

에도 막부 시대 일본 유학의 혁신자 오규 소라이(1666~1728·그림)의 주저 <논어징>이 한국어로 처음 완역됐다. 동양철학을 전공한 임옥균·임태홍·함현찬 박사가 함께 옮기고 이기동 성균관대 교수가 감수했다. <논어징>이 완역됨으로써 그동안 주로 2차 문헌을 통해 소개되던 ‘소라이학’의 진수를 한국어로 직접 느껴 볼 수 있게 됐다. 



오규 소라이는 흔히 앞세대 이토 진사이(1627~1705), 뒷세대 모토오리 노리나가(1730~1801)와 함께 에도시대를 대표하는 사상가로 꼽힌다. 진사이는 <논어>와 <맹자>를 연구하여 주자학을 비판하는 ‘고의학’을 창시했고 노리나가는 <고사기>라는 일본 역사책을 연구해 ‘국학’을 집대성했다. 소라이는 진사이의 주자학 비판을 더욱 철저하게 밀어붙여 송대 유학과는 아주 다른 독창적인 반주자학 사상을 세운 사람이다.

소라이의 사상을 국내에 알린 저작으로는 일본 정치사상가 마루야마 마사오의 노작 <일본 정치사상사 연구>가 먼저 거론된다. 일본 정치사상 연구에 획을 그은 이 저작에서 마루야마는 소라이를 근대성의 사상적 개척자이자 정치의 발견자로 주목했다. 그는 동서양을 동시에 관조하는 눈으로 송나라 유학의 완성자인 주자를 동시대 서구 기독교 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와 같은 선상에 놓고, 주자학을 비판한 소라이를 근대 정치사상의 선구자가 된 마키아벨리에 견주었다. 마키아벨리가 도덕과 정치를 분리해 근대 정치학의 토대를 닦았듯이 소라이도 주자학의 도덕관념에서 벗어나 정치 자체를 발견함으로써 근대성의 싹을 틔웠다는 것이 마루야마가 포착한 소라이학의 핵심이었다.

소라이의 삶 자체도 마키아벨리의 삶과 유사한 면이 있다. 소라이는 도쿠가와 막부 5대 쇼군의 시의였던 오규 가게아키의 둘째아들로 에도(도쿄)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쇼군의 문책을 받아 유배를 당하자, 아버지를 따라간 소라이는 유배지에서 주자학을 독학했다. 27살 때 아버지가 사면을 받자 소라이도 에도로 복귀해 유학자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5대 쇼군의 총신이었던 야나기사와 요시야스에게 발탁돼 17년 동안 그의 정치 고문 노릇을 했다. 1709년 5대 쇼군이 사망하자 야나기사와는 실각했고, 소라이도 관직에서 물러났다. 마키아벨리가 피렌체 공화정에서 14년 동안 관직생활을 하다 쫓겨난 뒤 <군주론>을 저술했듯이, 소라이도 관직에서 물러난 뒤 저술 작업을 본격화했으며 대표작 <논어징>은 죽는 순간까지 가필을 거듭했다.

소라이는 관직에 있던 시절 주자학적 도덕보다는 막부의 정치적 상황을 먼저 고려하는 관점을 취했는데, 그런 사실을 보여주는 에피소드가 1702년에 에도를 발칵 뒤집어 놓은 ‘46인 사무라이’ 사건이다. 주군을 잃은 낭인 46명이 주군의 원수인 기라 요시나카의 저택을 습격해 원수의 목을 벤 뒤 막부의 처분을 기다렸던 것이다. 이 사건은 주군에 대한 가신의 충성이라는 봉건적 주종관계와 막부 통일정권의 정치적 지배가 충돌하는 파장이 큰 사건이었다. 정치 고문으로서 소라이는 이 사태를 충성이라는 사적인 도덕으로 판단해서는 안 되며 천하의 법도를 세운다는 정치적 관점을 앞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건은 소라이의 조언대로 사무라이들의 할복 자살이라는 방식으로 종결됐다.

이 에피소드에서 엿보이는 정치 우위의 사상을 <논어징>에서 확인할 수 있다. ‘논어징’(論語徵)이란 공자의 말씀을 모은 <논어>에 대한 해석들을 ‘밝히고 검증한다’(徵)는 뜻이다. 소라이는 선진시대에 성립된 육경에 입각해 <논어>를 해설하면서, 주자의 논어 해설이 불교와 도교에 사로잡혀 있다며 <논어집주>를 반박하고, 이토 진사이의 <논어고의>가 주자학을 제대로 극복하지 못했다고 혹독하게 비판한다. 이런 비판작업을 통해 고대 육경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소라이의 사상은 순자의 학설에 기울어지는 모습을 보인다고 옮긴이들은 말한다. 고대의 육경, 곧 <시경> <서경> <역경> <예기> <악기> <춘추>가 대부분 순자의 문하에서 경전으로 성립됐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맹자의 성선설이 아니라 순자의 성악설이 소라이 사상의 바탕을 이룬다.

더 중요한 것은 <논어>를 해석하는 데서 드러나는 정치적·현실적 태도다. 이를테면 공자가 말하는 ‘인’(仁)을 ‘사랑의 이치이며 마음의 덕’이라고 풀이하는 주자와 달리 소라이는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것’으로 독해한다. 또 ‘학이’ 편의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노여워하지 않는다’(人不知不溫)라는 주자의 해석을 거부하고 ‘윗사람이 알아주지 않아도 억울해하지 않는다’라고 풀이한다. 구체적인 정치적 해석인 셈이다. 소라이학은 뒷날 그의 제자 다자이 순다이가 쓴 <논어고훈외전>을 통해 조선의 다산 정약용에게도 전해진다. 다산은 처음에는 소라이학을 괴이쩍게 생각했으나 후에는 “찬란한 문채”를 높이 평가하고 자신의 <논어고금주>에서 깊이 살펴 많은 부분을 취했다. 나아가 “이제 그들(일본 유학자들)의 글과 학문이 우리나라를 훨씬 초월했으니, 참으로 부끄러울 뿐이다”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소라이학의 경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평가다.(고명섭기자)  

경향신문(11. 01. 12) [서재에서]대기업에서 ‘논어’ 열풍이 부는 진짜 이유

지난해 초반 이후 최근까지 대기업에서 <논어> 열풍이 불고 있는 건 여간 흥미로운 일이 아니다.
몇 년 사이에 기업에서도 인문학 바람이 거센데다 동양 최고의 고전 가운데 하나인 <논어>를 기업 임원들이 새삼 즐겨 읽는다고 이상할 건 없지만 유례 없는 현상이어서 눈길이 갈 수 밖에 없다.
몇몇 대기업의 경우 전 사원이 <논어>를 읽고 토론했으며, 더욱 주목할 만한 일은 국내 최고 글로벌기업인 삼성 그룹의 수뇌부와 핵심간부들이 이 책으로 ‘열공’ 중이라는 사실이다. 



특히 2년 6개월 만에 복원된 삼성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직원들이 <논어>를 읽는 것은 ‘기본으로 돌아가자’(back to the basics)는 취지라고 한다. 하긴 조르주 클레망소 전 프랑스 총리 같은 지도자도 정국이 난마처럼 헝클어져 해법을 찾기 어려울 때면 홀로 골방에 틀어박혀 ‘그리스 고전’을 읽으며 ‘기본으로 돌아간다’고 했으니, 세대교체와 새로운 출발을 다짐한 삼성이 그럴 법도 하다. 삼성의 경우 창업주인 이병철 초대회장이 최고의 경영 바이블로 삼았던 책이 <논어>여서 이해는 간다. 이병철 회장은 이에 관해 <호암자전>(중앙M&B)에 자세하게 밝혀 놓았다.

“가장 감명 받은 책 혹은 좌우에 두는 책을 들라면 서슴지 않고 <논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나라는 인간을 형성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책은 바로 <논어>이다. 나의 생각이나 생활이 <논어>의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오히려 만족한다. <논어>에는 내적 규범이 담겨 있다. 간결한 말 속에 사상과 체험이 응축되어 있어, 인간이 사회인으로서 살아가는 데 불가결한 마음가짐을 알려 준다.”

한국기업 간부들이 수많은 고전 중에서 왜 갑자기 <논어>를 유행처럼 많이 찾는 걸까.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말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곰곰이 생각하다보니 문득 떠오르는 게 하나가 있긴 하다. ‘일본 자본주의의 아버지’로 숭앙받는 시부사와 에이치(1840~1931)의 책 <논어와 주판>(페이퍼로드)이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은 무려 84년 전인 1927년 추세도 출판사가 시부사와의 강연내용을 편집해 첫 출간한 이후 일본에서 ‘비즈니스의 바이블’로 전해내려 온다. 

 

시부사와는 <논어>를 해석하면서 경제나 상업과 관련된 대목은 정통적인 관점과는 각도를 달리한다. 이를테면 송나라 주자학파의 영향을 받은 에도 시대 유학자들이 “부자는 인의도덕이 없기 때문에 어진 사람이 되고 싶으면 반드시 부귀의 염을 버려라”고 해석했던 부분을 시부사와는 “도리가 뒷받침되지 않은 부귀를 얻는 것보다 오히려 빈천한 편이 낫지만, 만약 올바른 도리를 다하고 얻은 부귀라면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고 받아들인다. 시부사와는 ‘부귀와 도덕은 결코 모순관계가 아니어서 함께 추구할 수 있다’며 당시 부정적인 상인에 대한 인식의 틀을 바꿔놓았던 것이다. 옮긴이 노만수의 해제가 설명했듯이 ‘논어(도덕)와 주판(경제)’의 통일 즉 ‘도덕경제합일’이야말로 ‘진정한 논어’라는 게 시부사와의 생각이다. 



2006년 화제를 몰고 온 중국 CCTV 프로그램 <대국굴기>가 “한 손에는 논어, 한 손에는 주판을 든 시부사와의 유상(儒商)이야말로 일본을 굴기시킨 비결이고 중국 굴기의 출구는 <논어와 주판>에 있다”라고 극찬하는 바람에 인기가 더욱 높아졌다. 게다가 세계 경영학의 비조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가 “기업의 목적이 부의 창출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 기여라는 것을 시부사와 에이치에게 배웠다’고 고백해 전 세계적으로 한층 더 유명해졌다. 



시부사와의 <논어> 해석과 실천이 더 큰 빛을 발하는 부분은 드러커가 상찬한 ‘사회적 기여’다. 시부사와는 올바르게 번, 어마어마한 돈을 교육·의료·빈민구제 등의 공익·사회복지 사업으로 환원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자가 되었다.  

이병철 회장이 <논어>를 늘 곁에 두었던 것도 시부사와의 영향 때문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이 회장이 고인이 된 터라 확인할 길은 없지만 맨주먹으로 최고의 삼성을 일궈내면서 일본을 철저히 벤치마킹한 점을 미뤄보면 더욱 그렇다. 실제로 시부사와는 제국호텔, 도쿄증권거래소, 기린맥주 등 500여 개의 기업 창립에 관여해 ‘일본 근대자본주의의 최고 영도자’ ‘일본 기업의 아버지’란 별칭을 얻을 정도였다.

한국 재계에 <논어> 바람이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한 것은 2009년 11월 시부사와의 <논어와 주판>이 처음 번역돼 출간된 것과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시기적으로 맞물리기 때문이다. 그에 앞서 <논어>만 수백 번 읽고 <논어경영학>(청림출판)이란 책까지 펴낸 민경조 코오롱건설 부회장 같은 마니아도 적지 않으나 그때까지 기업에서 열풍이 되기엔 역부족이었다.

일본에서 장기 베스트셀러인 <논어와 주판>의 한국어 번역판이 1년여 전에 처음 나온 것도 의아한 면이 없지 않다. 불과 보름 차이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출판된 두 번역본(페이퍼로드의 <논어와 주판>과 사과나무의 <한손에는 논어를 한손에는 주판을>)이 지난해 여름 삼성경제연구소가 선정한 ‘CEO가 휴가 때 읽을 책 14선’에 포함되면서 관심도가 부쩍 높아졌다.

특히 <한 손에는 논어를 한 손에는 주판을>의 경우 삼성경제연구소 추천도서에 선정된 뒤 그 전에 비해 몇 배의 판매량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경제연구소 추천도서는 ‘출판계의 마법사’로 일컬어질 만큼 위력이 지대하다. 출판사 경영자들은 삼성경제연구소가 특정 책의 판매량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문화권력 역할을 한다고 부러움 반 불만 반을 섞어 평가한다. 과거 MBC-TV 프로그램 ‘느낌표’의 위력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문화관광부나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등 권위를 지닌 다른 기관의 추천도서에 비할 바가 아니라는 게 한결같은 얘기다.

이 연구소의 추천만 받으면 곧바로 책 표지의 홍보 띠지에 그 사실이 등장하는 게 이를 방증한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추천한 책 중에는 좋은 책도 있지만 대기업의 논리를 반영한 책들도 적지 않아 책 읽기의 다양성 측면에서 볼 때 우려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고 보면 기업인들의 <논어> 열풍은 이래저래 삼성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는 셈이다. 기업들의 이례적인 풍조이긴 해도 4대 성인의 한 분인 공자의 ‘말씀’을 기록해 놓은 책 <논어>를 깊이 읽고 참뜻을 새겨서 나쁠 거야 없겠다. 시부사와가 강조한 ‘도덕적 기업’보다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에 방점을 찍으려는 자기합리화의 방편이 아니길 기대할 따름이다. 때마침 ‘사회적 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시절에 너무나 당연한 ‘공자 같은 말씀’인가? (김학순 대기자) 

11. 0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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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ocinema 2011-01-27 20:08   좋아요 0 | URL
안 그래도 요즘 직장 동료들과 '논어' 세미나를 하고 있는 중인데,
오규 소라이의 '논어징' 완역판 출간 소식은 반갑군요!
고주, 신주, 정약용주, 소라이주등을 고루 살펴보며 느낀 점은 소라이의 '반주자적 독창적 해석'이 가장 쉬이 이해되었다는 것입니다. 개념에 매몰되거나, 너무 고답적이거나, 초월적인 해석을 지양하고 현실적이며 살아꿈틀거리는 인간 내면의 '역동'을 고려한 것으로 보이는 소라이의 해석이 아마 제 마음의 어떤 부분과 만나는 지점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여하튼 논어 해석에 있어 제게 인식의 지평을 넓혀준 소라이의 '논어징' 완역을 반기면서, 이 곳에 소개의 기사를 실어주신 '로쟈'님께도 감사의 말씀 드려요.
 

어제 아침 박완서 선생의 부고를 듣고 나가는 길에 들른 서점에서 산문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현대문학, 2010)를 손에 들었다. 고인을 기념할 수 있는 일로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치'란 그런 정도다(어느 문학상 시상식장에서 실제 모습을 뵌 게 나로선 사적인 인연의 전부다). 작년 여름에 나온 책의 머리에는 "또 책을 낼 수 있게 되어 기쁘다."라고 적혀 있다. 책을 내는 기쁨으로선 그 기쁨이 마지막 기쁨이었다고 생각하니 좀 먹먹해진다. 이미 전집까지 출간된 당신의 소설을 따라 읽는 건 두고두고 할 일이고, 그래도 손가락으로 셀 수 있는 산문집들은 한데 모아놓고 싶어서 리스트를 만들어둔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아래는 주인을 잃은 고인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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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박완서 지음 / 현대문학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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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 박완서 산문집
박완서 지음 / 열림원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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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잃어버린 여행가방- 박완서 기행산문집
박완서 지음 / 실천문학사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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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
박완서 지음 / 창비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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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ocinema 2011-01-23 20:02   좋아요 0 | URL
이청준 선생님! 박경리 선생님! 박완서 선생님! 나즈막히 불러 봅니다.
최근 몇 년간 고인이 되신 세 분의 작품들을 읽느라
불 밝혔던 밤들이 참 행복했었습니다.

고마웠습니다. 감사합니다.
영면하시길...

로쟈 2011-01-25 19:52   좋아요 0 | URL
그러고 보니 연이어 떠나셨네요. '어른'들이 점차 사라져가는 듯합니다...

philocinema 2011-01-27 19:39   좋아요 0 | URL
네 연이어...
 

주중에 구입한 책 가운데 하나는 오종우 교수의 <백야에서 삶을 찾다>(예술행동, 2011)이다. 오랜만에 나온 국내 필자의 러시아문학 관련서여서 반가운데, 책에서 다루고 있는 세 작품을 나도 역시 강의한 적이 있고 앞으로도 하게 될 예정인지라 유익한 참고가 될 듯싶다. 소개기사가 뜨기에 옮겨놓는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과 <안나 카레니나>, <닥터 지바고> 세 작품의 이미지는 저자가 참고한 책들이다.     

경향신문(11. 01. 22) ‘무엇으로 사는가’ 매몰된 삶 깨우는 섬광

적어도 겉으로만 보자면, 가히 고전과 교양의 전성기라고 부를 만하다. 각종 고전물과 교양서적들이 서점가의 베스트셀러로 각광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출간된 <백야에서 삶을 찾다>가 특별히 눈에 띈다. 고전이 갖는 현대적 의미를 진지하게 고찰하고 있는 까닭이다. 대학에서 오랫동안 러시아 문학을 강의해온 오종우 성균관대 러시아어문학과 교수(46)가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 등 러시아 문학의 걸작 세 편을 통해 현대사회와 현대인의 삶을 비판적으로 성찰한 책을 펴냈다.  

“정보화·세계화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은 너무 많은 정보와 상품에 매몰되다보니, 자신과 시대를 객관화시킬 여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에 매몰돼 살다보면 현실 문제와 함께 몰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현실을 충실히 살아야 하겠지만, 그와 더불어 현실을 벗어난 시각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지금’을 뛰어넘어 더 나은 세계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저자는 방대한 내용과 깊이를 지니고 있는 각 소설의 텍스트를 충실하게 독자에게 소개하고 작가의 삶과 사상에 대해 알기 쉽게 전하면서도, 각 작품이 현대사회에 던지는 질문들에 초점을 맞춘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그는 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소설은 욕정과 살인, 증오와 보복으로 가득찬 주인공들의 추악한 모습을 통해 ‘악을 통제하고 행복을 가져다주는 지배자가 올바른 신인가’라고 묻는다. 저자는 현대에 이르러 정치 이데올로기와 경제적 이득, 과학 기술이 제공하는 편리함이 ‘신’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며 “그것들이 삶의 기준이 되고 근거가 되는 순간, 사람들 사이의 경쟁은 극도로 심화돼 사회는 다원성을 잃고 황폐해진다”고 말한다. 저자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고, 인간이 존엄한 근원이 되는 자유의 가치를 강조한다. 



<안나 카레리나>에서는 시대를 초월해 변하지 않는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안나 카레리나는 장교 브론스키와 사랑에 빠지지만 욕망 때문에 파멸에 이르고 만다. 그녀가 파멸에 이른 것은 그 사랑이 부도덕하기 때문이 아니라 욕망의 과잉 때문이었다. 저자는 욕망의 과잉으로 언제나 결핍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인간의 삶을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럽게 대상을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의 욕망에 의해 기형화시키는 것이 문제”라고 말한다. 이는 인류의 역사에도 그대로 적용되는데, “역사는 인간의 세계인식 가운데 한 단면이 지나치게 활성화돼 삶의 형태와 제도를 획일화시키는 경향을 띠고 있으며, 20세기에 그것이 정치 이데올로기였다면 21세기에는 경제적 자본”이라고 말한다. 



<닥터 지바고>에서 저자는 기존에 사회주의에 반대하는 소설로 ‘정치적’으로 읽혀온 작품을 ‘실용’이라는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본다. 실용의 의미를 도구적 기능이나 돈에 연결시켜 생각하는 협소한 시각에서 벗어나, 사물 자체의 의미와 가치에서 그것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예술이야말로 인류 역사에서 한번도 소멸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진정 실용적인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세상을 창의적으로 해석해서 이해하는 일, 기성의 질서에 단순히 편입되기를 거부하고 주체로서 살아가는 일이 예술의 근본 속성”이라고 말한다. <닥터 지바고>에서 라라와 지바고의 짧지만 강렬하고 순수한 사랑이야말로 예술의 실용성에 맞닿아 있다는 해석인 셈이다.  

<닥터 지바고>를 통해 던지는 ‘실용’에 대한 질문과 대답은 이 책 전체를 관통한다. 물질은 풍부하지만 정신은 갈수록 피폐해지는 현대사회에서 왜 고전과 인문학이 새삼 인기를 끄는지, ‘고전의 상품화’를 넘어서 진정한 삶의 성찰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저자는 러시아의 걸작 세 편에 기대어 거기에 답한다.(이영경기자) 

11. 01. 22.  

P.S. 특이하게도 책의 세 파트는 세 권의 책으로 분할돼 출간되기도 했다. 낱권이 편한 독자는 그렇게 읽어도 좋겠다. 참고로, 저자는 체호프 전공자로 체호프 번역서와 연구서들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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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경 2011-01-22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쟈님 통해 이마미치 도모노부의 <단테 신곡 강의>를 알게 됐고 이번에 또 한권 좋은 강의록을 소개 받네요.
기대됩니다. 또 한번 좋은 소개 고맙습니다^^

로쟈 2011-01-23 13:21   좋아요 0 | URL
저도 <단테 신곡 강의> 덕분에 <신곡>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번달 '출판문화'에 실은 칼럼을 옮겨놓는다. '출판문화'는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펴내는 일종의 소식지다. 제안을 받고 격월로 '책읽는 세상'이란 코너를 연재하게 됐다(정확하게는 이 고정코너의 필진 가운데 하나로 참여하게 됐다). 애초엔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건강하게 사는가>(뿌쉬낀하우스, 2010)에 대한 얘기를 꺼내려고 했지만 '독서의 달인' 얘기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출판문화(11년 1월호) [이현우의 책읽는 세상] "무슨 책을 읽어야 할까요?"

“무슨 책을 읽어야 할까요?”란 질문을 종종 받는다. ‘인터넷 서평꾼’ 노릇을 해오면서 갖게 된 이미지 중 하나가 ‘독서의 달인’ 비슷한 것이기 때문이다. 두툼한 서평집도 내고 블로그에 ‘서재의 달인’ 엠블럼을 훈장처럼 달고 있으니 ‘독서의 달인’이라는 인상을 줄 법도 하다. 실상은 책상 가득 쌓여 있는 책을 다 읽지 못해 비명을 지르는 일이 다반사라는 ‘달인의 일상’도 감안해주기만 한다면, 내친김에 ‘독서의 달인’ 노릇도 마다하진 않을 생각이다. ‘달인’이란 말이 어떤 일을 반복적으로 오래해온 탓에 뭔가 노하우를 갖게 된 이를 가리킨다면, 대학생이 된 이후로만 쳐도 나의 독서경력이 20년은 훌쩍 넘어간다. 돌이켜보면 그 20년 넘게 물리지도 않고 책을 사고, 책을 읽고, 책에 대해 썼다. 비록 그 일이 ‘직업’은 아니더라도 ‘인생의 일’은 되는 것처럼.  

그러니 ‘독서의 달인’이라고 치자.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슨 책을 읽어야 할까요?”란 물음에 대한 답이 저절로 나오지는 않는다. 필독 목록이 무슨 국숫발처럼 뽑혀져 나오는 일은 없다는 말이다. 대답이 없는 건 아니다. “좋은 책을 읽어야죠”라는 명백하게 옳지만 심심한 대답. 하지만 ‘좋은 책’이란 말 역시 ‘좋은 삶’과 마찬가지로 딱히 구체적인 건 아니다. ‘평판’이란 게 척도가 될 수는 있지만 언제나 ‘나만의 좋은 책’이라는 게 있는 법이니까. ‘좋은’이라는 게 어떤 효과를 지칭한다면, ‘내 몸에 좋은 음식’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에게 좋은 책’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인이 좋아하는 것은 아니듯이 내가 좋아하는 책이라고 해서 만인의 필독서가 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러니 이런 사정을 무시하고, “이건 꼭 읽어야 한다!”고 강권하는 것도 능사는 아니다. ‘읽을 만한 책’이라는 말을 자주 쓰는 편이지만, 그런 경우에도 독서 목록은 그저 참고사항에 지나지 않는다고 믿는 이유다. 덧붙여, 독서목록보다는 독서력, 책을 읽을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믿는 이유다. 비유컨대, “무슨 책을 읽어야 할까요?”란 질문은 “어떤 자전거를 타야 할까요?”라고 묻는 것과 마찬가지다. 자전거를 탈 줄 알고, 타는 걸 즐길 줄 안다면 ‘아무거나’ 골라잡아 타면 된다. 왜 아니겠는가. 고장 난 자전거만 아니라면 말이다.   

자전거 타기에 비유했지만, 독서도 몸이 하는 일이기에 ‘책읽는 몸’ ‘책읽는 뇌’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혹 조금만 책을 읽어도 좀이 쑤신다거나 몸이 뒤틀리시는가? 글자들이 머릿속에서 제멋대로 재조합되면서 마치 ‘외국어’를 읽는 듯한 기분이 들게끔 하는가? 이유야 물론 몸과 뇌가 독서에 적응하지 못한 탓이다. 내지는 독서가 몸과 뇌에 각인되지 못한 탓이다. 그게 진단이라면 처방은 물론 그렇게 익숙해지고 각인될 만큼 책과 가까이하는 것이겠다. 여기서 ‘가까이하다’라는 말은 복합적인 의미를 갖는다. 눈으로 직접 읽는 것만 뜻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내가 염두에 두는 것은 그냥 손에 들고 다니거나 옆구리에 끼고 다니는 것까지 포함한다. 즉 읽지 않아도 된다! 사실 자전거를 배울 때도 타게 되기 이전에 우리가 하는 일은 그걸 끌고 다니는 것이었다. 그렇게 어떤 대상과 자신을 가깝게 하는 것, 그것이 어떤 ‘교제’에서건 제일 처음 하는 일이고 또 해야 하는 일이다. 그러니 그냥 주변에 책들이 놓여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게 중요하다. 그러다 너무 어지럽다 싶으면 4단이나 5단짜리 책장 하나 정도 구입해서 진열해놓는 것도 좋겠다. 그게 두 번째 단계라고 할까.  

책을 읽지도 않으면서 책장에 잔뜩 꽂아놓기만 한다고 눈을 흘기실 분도 계시겠지만, 책은 원래 다용도라서 ‘관상용’으로도 충분히 제값을 한다. 적어도 제목들은 눈에 익게 되니까 어디 가서 한마디 거들 수도 있다. 아무튼 남들 보기에 좀 번듯한 책장 하나를 다 채워 놓을 정도가 되면 소장도서가 얼추 200권 가량은 된다. 그때까지도 책을 한권도 읽지 않고 끼고만 다녔다고 해도 칭찬해줄 만한 일이다. 나는 그런 상황을 좀더 음미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가령 가끔씩 여유 시간을 내서 책장 배열을 바꿔놓는 일에 ‘취미’를 붙이셔도 좋겠다는 것이다. 책을 크기나 색깔별로 배열해도 좋고, 주제별로 배열해도 좋으며, 저자명이나 도서명 가나다순으로 재배열해도 좋고, 아예 기분 내키는 대로 무작위로(이 경우에는 눈을 감고 작업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다시 꽂아 넣어도 좋겠다. 그렇게 손때를 묻혀가며 좀 친숙해지다보면 자연스레 책장을 펼치는 일도 벌어질 것이다. 오, 너무 놀라거나 당황하지 마시길! 이건 마치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이들이 철이 들어 서로를 이성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면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면서 스쳐지나가기만 했던 직원끼리 어느 순간 의미심장한 눈빛을 교환하게 된 장면에 비견할 수 있을까? 아무려나 그게 시작이다. 그렇게 한권의 책이 특별한 인연으로 다가온다면, 당신의 독서경력도 새롭게 시작될 것이다. 혹 이렇게 묻지 않을까? “왜 이제야 나타난 거야?”  

여기까지가 ‘독서인 되기’의 과정이라고 한다면, ‘독서의 달인’은 한 가지를 더 얹는다. 책을 탐하고 책과 연애하면서 독서인으로의 변신이 이루어진다면, 내 생각에 달인은 책장과 연애하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한권의 책이 아니라 집합적 단수로서의 책을 흠모하는 사람. 책장 하나가 아니라 책장으로 둘러쳐진 벽면 전체를 응시하는 사람. 그래서 가끔씩은 책이 한권도 없는 방으로 탈출을 꿈꾸기도 하는 사람. 그게 달인이다. 단순히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란 건 독서의 달인에 대한 정의로는 너무 무미건조하다. ‘책과 많은 연애를 하는 사람’ 정도로 다시 정의하는 건 어떨까. 그런 연애를 통해서 가끔 혹은 자주 새로운 책을 낳기도 하는 사람!   

작년 말에 톨스토이의 말년을 다룬 <톨스토이의 마지막 인생>이 개봉됐는데, 이 영화는 톨스토이 서거 100주년을 기념하는 영화이기도 했다. 자신의 재산과 저작권을 사회에 환원하는 문제로 아내와 자주 갈들을 빚던 이 대문호는 알려진 대로 1910년 가을 야스나야 폴랴나의 영지를 떠나 기차를 타고 구도의 길을 가던 중 시골 간이역장 집에서 숨을 거두었다. 가장 위대한 소설가 중 한 사람으로 추앙받기도 하지만, 만년의 톨스토이는 ‘톨스토이즘’이라고도 불리는 사상의 주창자이자 설교가였고 도덕주의자였다. 그는 ‘나쁜 삶’과 ‘좋은 삶’을 엄격하게 분리했는데, 그런 도덕관에 대한 해설을 <안나 카레니나>에 대한 독해와 함께 제시하고 있는 석영중의 <톨스토이, 도덕에 미치다>는 아예 1,2부의 제목을 각각 ‘나쁜 삶’과 ‘좋은 삶’이라고 붙여놓았다.   

톨스토이는 어떤 삶을 ‘좋은 삶’이라고 생각했을까? 요점만 말하면 ‘채소만 먹자’와 ‘시골에서 살자’가 핵심적인 제안이다. 그는 육식으로 인한 과도한 영양 섭취와 육체노동의 경시가 결국엔 정욕의 과잉을 낳고 도덕적인 문란으로 이어진다고 보았다. 때문에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는 게 좋고, 술과 담배는 당연히 끊어야 한다. 그리고 도시는 환락과 타락의 공간이기에 멀리 할수록 좋다. 대귀족이자 지주이면서도 농민의 삶을 모방하고자 했던 그는 욕구의 제한과 욕망의 억제가 좋은 삶, 도덕적인 삶에 필수적인 전제라고 보았다. <안나 카레니나>에서 작가의 분신 격인 인물 레빈이 친구 스티바와 함께 고급 레스토랑에 가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은 양배추 수프와 죽이라고 말하는 대목이 딱 톨스토이의 취향을 말해준다(양배추 수프와 죽은 러시아 농민들이 즐겨먹는 음식이다). 그렇게 톨스토이가 권장하는 ‘좋은 삶’의 노하우는 <사람은 무엇으로 건강하게 사는가>에서 좀더 구체적으로 읽을 수 있다. 톨스토이의 에세이 세 편을 묶은 이 책을 통해서 술과 담배, 그리고 채식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톨스토이식 ‘좋은 삶’의 각론이라 할 만하다.  

해도 바뀐 김에 톨스토이가 권유하는 ‘좋은 삶’에 대해 묵상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싶어 그의 책 얘기를 꺼냈지만, 사실 내 눈길은 아직도 다른 쪽을 향한다. <톨스토이, 도덕에 미치다>의 첫머리에 적힌 대로, “대학 도서관에 가면 러시아에서 출간된 톨스토이 전집이 있다. 무려 90권짜리 전집이다.” 나는 그 90권짜리 전집이 한 모스크바 서점의 서가 꼭대기에 좍 꽂혀 있던 것을 기억한다. 문학작품뿐만 아니라 일기와 편지 등도 망라한 말 그대로의 ‘전집’이다. 마치 82살의 생애 전체를 책으로 압축해놓은 듯한 광경이 인상적이었다. ‘독서의 달인’의 관심은 ‘무슨 책’보다는 역시나 ‘책’ 자체를 향한다. 내게 경이로운 것은 채식과 절식을 주장한 톨스토이가 아니라 90권의 책을 쓴 톨스토이다. 전공자들도 다 읽지 못하는 그 책들을 그는 혼자의 힘으로 쓴 것이니 단연 ‘거인’이라 할 만하다. ‘독서의 달인’도 이럴 때는 그냥 입을 다문다.  

11. 01. 22.  

P.S. 올해엔 방송대학TV의 책소개수다 프로그램 '책을 삼킨 TV'의 패널로도 출연하게 됐다(블로그는 http://blog.naver.com/booksintv?Redirect=Log&logNo=120122385674). 두번째 시즌을 맞는다는 프로그램인데 사회는 딴지일보 총수인 김어준 씨이다('총수'이지만 계열사는 아직 없다고 그는 여러 번 말했다). 격주로 출연할 예정인데, 가끔씩 '내가 읽은 책'이 아니라 '내가 삼킨 책' 얘기도 늘어놓게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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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숭고한 독서의 '어려운 즐거움'
    from 로쟈의 저공비행 2011-05-19 21:22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펴내는소식지 <출판문화>(546호)에 실은 '이현우의 책읽는 세상' 꼭지를 옮겨놓는다. 격월로 연재하는데, 이달에 화제로 삼은 건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란 물음이고 <해럴드 블룸의 독서기술>(을유문화사, 2011)을 길잡이로 삼았다.프롤로그('왜 읽는가?')와 1부의 1장까지 따라가본 게 됐다. 출판문화(11년 5월호) 홀로 행하는 독서의 즐거움“무슨 책을 읽어야 할까요?”란 질문에 대해 ‘책읽는 세상’에서
 
 
Mephistopheles 2011-01-22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왜 로쟈님과 코미디언 김병만씨가 자꾸 오버랩 되는 걸까요.

로쟈 2011-01-23 13:21   좋아요 0 | URL
'달인'이 고유명사로군요.^^

philocinema 2011-01-22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인'이기에...

로쟈 2011-01-23 13:22   좋아요 0 | URL
^^

2011-01-22 18: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23 1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꾸때리다 2011-01-22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너 이름을 <이현우의 책 읽은 다음 날>로 지으면 어떤가요?

로쟈 2011-01-23 13:23   좋아요 0 | URL
단독 코너가 아니어서요...

singing 2011-01-22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읽는 몸'은 그럭저럭 억지를 부리면 될 것 같은데 '책읽는 뇌'는 아닌 것 같아 요즘 분투중입니다 --;;
어려운 책을 집어들었나 싶은 것이... 읽힌? 것인들 감동을 전하는 것도, 끄덕끄덕하며 읽고는 말로 옮기는 것도 쉽지 않으니 말입니다 ㅠㅠ...
그래도!! 책과 연애 중! 입니다 ^^

로쟈 2011-01-23 13:24   좋아요 0 | URL
지라르는 아니신 거죠?^^

그레이스 2021-01-22 0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장으로 둘러쳐진 벽을 응시하는 1인 입니다.
‘책먹기‘가 생각나네요^^

로쟈 2021-01-22 16:26   좋아요 0 | URL
^^
 

'원고 감옥'에 있다 보면 가끔 '먼 나라'의 책들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최근에 '마지막 왕국' 시리즈의 나머지 책들이 출간된 프랑스 작가 파스칼 키냐르가 그런 '먼 나라'의 작가다. 이 참에 그의 책들을 다 모아놓고 읽고픈 생각마저 든다. 그의 문학세계를 소개한 기사가 있어서 옮겨놓고 리스트도 만들어놓는다.  

  

주간한국(11. 01. 19) 시간과 언어에 대한 독창적 사유

알듯 모를 듯 모호한 말이지만, 매혹적인 말들이 있다. 파스칼 키냐르의 문장이 대개 그러하다. 세상의 모든 아침, 은밀한 생, 혀끝에서 맴도는 이름. 이제는 고유명사처럼 읽히는 이 말들은 그의 책 제목들이다.

파스칼 키냐르. 1948년 프랑스에서 태어난 소설가이자 음악가, 시나리오작가, 번역가, 철학자다. 몇 년 전부터 화두가 된 '통섭'에 가장 어울리는 저자로 꼽힐 듯하다. 음악가 집안 출신의 아버지, 언어학자 집안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식탁에서 오가는 여러 언어(프랑스어, 독일어, 영어, 라틴어, 그리스어)를 습득했고, 여러 악기(피아노, 오르간,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를 익히며 자랐다.  

에마뉘엘 레비나스, 폴 리쾨르 등과 함께 철학공부를 했고, 스물한 살에 첫 작품 <말 더듬는 존재>를 썼다. 육순을 넘긴 지금까지 그 방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숨 쉬듯' 글을 쓰고 있다. 음악(장편<세상의 모든 아침>), 회화(장편 <로마의 테라스>), 언어(장편 <혀끝에서 맴도는 이름>) 등 다양한 코드를 통해 시간과 언어에 대한 독창적 사유를 펼친다.

그의 작품은 일반 독자보다 프로 작가들 사이에서 더 많이 회자된다. 아득하면서도 황홀하게 말하는 파스칼 특유의 화법은 글로 밥 먹고 사는 사람들에게 매혹적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을 터다. 앙드레 지드의 <지상의 양식>처럼, 키냐르의 작품 역시 소설과 에세이, 시와 산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탈장르적인 특징을 보여준다. 그는 전통적인 장르를 파괴하고 라틴어를 비롯해 9개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독창적인 담론을 펼친다. 그러니 그의 소설(소설이라고 하지만 에세이에 가까운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기승전결의 서사구조나 인물이 아니라 언어 그 자체다.

대표작 <은밀한 생>은 어떤가. 화자와 M, 네미 샤틀레가 등장하는 이 소설은 90년대의 이탈리아와 중국, 프랑스와 튀니지, 벨기에 등을 배경으로 한다. 그러나 화자의 기억과 몽상 속에서 소설의 공간은 역사와 신화, 일상을 넘나들며 동서고금의 구석구석으로 확대된다. 기실 줄거리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한 이 작품은 32장의 정교한 구성을 통해 사유와 삶, 허구와 지식을 하나의 몸 안에 뒤섞는다. 제목처럼 텍스트 자체가 하나의 '은밀한 생'인 것. <은밀한 생>을 비롯해 그의 책은 어느 부분부터 읽어도 무방하다.

작가는 2000년부터 '마지막 왕국' 시리즈를 집필하고 있는데, 2002년 출간한 1권 <떠도는 그림자들>로 공쿠르상을 수상했다. 이 책에서 그는 탈장르적 글쓰기를 통해 독자와 저자의 구분을 없을 없애려는 열망을 보여준다. 바로 이 점이 공쿠르 위원들이 그에게 지지를 보내는 이유(탈장르적 글쓰기)이자 그의 수상을 반대한 이유(공쿠르 심사 대상인 '소설'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가 프랑스 최고의 작가라는 데는 이견이 없는 듯하다.

지난 주 그의 책 <옛날에 대하여>와 <심연들>이 번역, 출간됐다. '마지막 왕국'시리즈의 2,3권에 해당하는 책들이다. <옛날에 대하여>는 그의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시간에 대한 사유'를 드러내는 작품이다. 여기서 작가는 과거-현재-미래로 나뉜 통상적 시간 개념을 '옛날'과 '옛날 이후인 과거' 등 2개의 개념으로 나누어 사고한다.

<심연들>은 세상의 모든 심연들, 즉 한번 빠지면 나오기 힘든 세계들을 담은 책이다. 빛이 들어오지 않는 심해, 바닥 없는 우물, <팡세>의 파스칼이 죽을 뻔했다 살아난 뇌이이 다리에서 본 생사의 갈림길, 드물게 찾아오는 무아지경의 순간, 독서…. 책은 이런 파편적 사유로 점철된다. '사랑한다, 즉 책을 펼쳐놓고 읽다.'(<은밀한 생> 중에서)는 작가의 말처럼, 서늘하면서 아름다운 그의 글은 넘치는 애정으로 두고두고 곱씹어 읽을 때 제대로 음미할 수 있다.(이윤주기자)


8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은밀한 생
파스칼 키냐르 지음, 송의경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1년 7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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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도는 그림자들
파스칼 키냐르 지음, 송의경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9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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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대하여
파스칼 키냐르 지음, 송의경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12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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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들
파스칼 키냐르 지음, 류재화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12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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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20 18: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20 18: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침경 2011-01-20 22:05   좋아요 0 | URL
반가운 소식에 두권의 책을 바로 손에 넣으며 로쟈님도 반가워할거라 생각했습니다..^

로쟈 2011-01-20 22:10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오늘 손에 넣었습니다.^^

귀족온달 2011-02-05 03:09   좋아요 0 | URL
꼭 읽고 싶었던 작가...감사합니다^^

로쟈 2011-02-06 12:14   좋아요 0 | UR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