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사에서 발행하는 새 경제월간지 <이코노미 인사이트> 창간호가 나왔다(http://www.economyinsight.co.kr/). 급하게 청탁을 받고 <제1권력>(프로메테우스, 2010)과 <부의 제국 록펠러>(21세기북스, 2010) 등에 대해 쓴 서평을 옮겨놓는다. 론 처노의 전기들을 참고하여 주로 히로세 다카시의 주장을 재구성한 글이다. 참고로, 북리뷰란에는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고용, 이자, 화폐의 일반이론>(필맥, 2010), 프레드릭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법>(21세기북스, 2010)이 더 다루어졌다.    

이코노미 인사이트(10년 5월 창간호) '강도 귀족'은 어떻게 등장했는가?

“세상 사람들이 내가 하는 일에 대해 비난하고 있다는 걸 잘 안다. 하지만 화려한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놈들은 다른가? 그들이 하는 짓거리가 멋있다고 생각한다면 정말 큰 착각이다. 이 세상에 합법적인 사업이란 결코 있을 수 없다!” 

1920년대 미국 ‘암흑가의 대통령’ 알 카포네의 말이다. 합법적인 사업이란 있을 수 없으므로 자신의 ‘불법적인 사업’ 또한 죄가 되지 않는다는 변론이겠지만, 일본의 반핵운동가이자 논픽션 작가 히로세 다카시는 거꾸로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합법적인 사업’이란 ‘합법을 가장한 사업’이며, “화려한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놈들” 또한 카포네와 마찬가지로 불한당일 뿐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재벌가문 모건과 록펠러가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유지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미국 사회를 지배하고 세계를 조종했는지 추적하는 <제1권력>(프로메테우스출판사, 2010)은 말하자면 이 ‘불한당들의 세계사’다.    

'사자' JP모건 - '구렁이' 록펠러
거슬러 올라가면 시작은 미국의 남북전쟁이었다. 모건 가문의 원조 JP 모건은 아서 이스트먼이란 사람이 북군으로부터 구식 카빈소총을 구입하여 되파는 수상한 거래를 할 때 자금 지원을 담당했다. 북군이 무기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이스트먼은 소총 5천 정을 한 정당 3.5달러에 사들여서 중개인에게 12.5달러에 팔았고, 이 중개인은 북군의 프레몽 장군에게 한 정당 22달러를 받고 다시 팔아넘겼다. 문제의 소총이 정부의 무기고에서 나와 다시 정부의 군대로 돌아가는 데 불과 3개월이 걸렸지만, 이 거래는 6배의 차익을 남겼다. 보기에 따라선 대단한 사업수완이겠지만, “한마디로 영악하기 짝이 없는 사기꾼 일당”이다. 이때 모건의 나이 24살이었고, 그는 남북전쟁에서 마련한 사업자금을 바탕으로 JP모건사(社)를 설립해 키워나간다.   

모건 가문의 전모를 파헤친 <금융제국 J.P. 모건>(플래닛, 2007)의 저자 론 처노에 따르면,  남북전쟁 당시 소총거래에 모건이 얼마나 개입했는지는 논란거리라고 한다. 하지만, 론 처노도 인정하는 것은 모건이 남북전쟁을 국가에 봉사할 기회가 아니라 돈 벌 기회로 보았다는 점이다. 게티스버그 전투 이후에 모건 또한 징집을 받았지만 그는 부유층의 관례대로 300달러를 주고 다른 사람을 사서 군대에 보냈다. 대신에 전황에 따라 가격이 급하게 등락하던 금을 대량으로 매집해 당시 화폐로 16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히로세 다카시의 환산으론 2천억 원이 넘는 액수다. 이를 바탕으로 모건은 부자 은행가로 등장했고 ‘귀족 자본가 시대’를 열었다. 금융시장이 부실하고 원시적인 상황에서 은행가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며 사업을 확장해나갔고 한 지역의 ‘영주’처럼 군림했다. ‘강도 귀족’(robber baron)이란 말은 그래서 생겨났다.  

1901년 당시 백수의 왕 ‘사자’라고도 불린 JP 모건에게 필적할 만한 거대한 구렁이 ‘아나콘다’가 나타났으니 그가 바로 석유사업가 록펠러였다. 남북전쟁 때 군수물자의 운반과 판매로 막대한 수익을 올린 록펠러는 “타인에게 결코 이익을 나눠주지 말 것”이란 철칙을 갖고 있던 인물이었다. 모건이 철도왕 밴더빌트로부터 거대 철도회사를 넘겨받은 시점에 록펠러는 스탠더드오일이라는 회사의 정유탱크에 미국 전체 석유의 95%를 빨아들였다. 이 유례없는 독점의 이면에는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교활한 수법이 숨어있었다. 스탠더드오일의 독점에 대항하기 위해서 지역의 여러 석유업자들이 다른 회사로 힘을 모아주고 보니 그 회사가 스탠더드오일의 자회사더라는 식이다. 가히 ‘자본가의 원형’(막스 베버)이라 부를 만한 초상이 아닐 수 없다.    

론 처노가 <부의 제국 록펠러>(21세기북스, 2010)에서 묘사한 바에 따르면, 록펠러와 모건 두 사람은 마치 금욕주의자와 향락주의자 혹은 의회파와 왕당파처럼 정반대되는 성향을 지녔다. 록펠러가 보기에 모건은 자만과 사치, 오만 등 모든 죄악의 화신이었고, 모건이 보기에 록펠러는 너무 무미건조하고 점잔이나 빼는 인물이었다. 둘은 서로를 싫어했지만 그런 사적인 감정이 이익을 키우기 위한 거래에 장애가 될 수는 없었다. 19세기말까지 미국의 주요 산업을 장악한 양대 자본가 가문은 그리하여 20세기에 접어들면서 미국 자본주의를 지배하는 ‘골드 핑거’가 된다.  

미 각료 79% 모건 록펠러 수족
사실 미국을 지배하는 ‘제1권력’이라면 미국 패권주의 하에서 전세계를 쥐락펴락하는 권력이기도 하다. 일본인 저자가 이들의 숨겨진 지배를 폭로하는 데 발 벗고 나선 이유일 것이다. 히로세 다카시의 주장은 간명하다. 이 양대 자본가가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각료직에 자신의 충견들을 앉혀서 암암리에 미국을 지배해왔으며, 이 구조는 현재에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그는 20세기의 첫 대통령 올린 매킨리부터 레이건까지 내각의 366개 각료 자리를 면밀하게 조사하여 그 중 290개 자리, 즉 79%가 모건-록펠러연합의 수족이라는 사실을 든다. 그가 보기에 미국 대통령은 국민의 눈을 속이기 위한 꼭두각시에 불과했다. 덧붙여 1983년 기준으로 미국의 매출 10위권 기업, “1위 액슨, 2위 GM, 3위 모빌, 4위 포드, 5위 IBM, 6위 텍사코, 7위 듀폰, 8위 인디애나 스탠더드오일, 9위 소칼, 10위 GE” 순위도 각 기업의 진짜 주인으로 바꿔서 나열하면 “1위 록펠러, 2위 모건, 3위 록펠러, 4위 모건-록펠러, 5위 모건, 6위 모건-록펠러, 7위 모건, 8위 록펠러, 9위 록펠러, 10위 모건”이 된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모건과 록펠러의 천하라는 것이다.  

비록 자본의 인맥도를 꼼꼼하게 제시하고는 있지만 히로세 다카시의 주장 역시 유대자본이나 프리메이슨 같은 비밀결사체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음모론의 재판이 아닌가 의심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의 강점은 석유파동처럼 중동석유의 이권을 미리 장악한 상태에서 오일머니를 긁어모은 모건-록펠러연합의 성공 사례보다 ‘실패’ 사례를 제시할 때 더 잘 발휘된다. 가령 1920년대에 미국과 독일 그리고 이탈리아의 금융가와 파시스트는 대연합을 이루고 있었다. 공산주의라는 악에 맞서기 위해서 “미국은 독일 군국주의와 손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논리였다. 그래서 2차 세계대전이 터진 이후에도 모건-록펠러연합은 미국의 참전을 막았다. 하지만 1941년 12월 예상치 못하게도 일본군이 진주만을 기습 공격함으로써 미국의 참전이 불가피해졌고 미국 자본가와 파시스트의 대오는 무너졌다. 물론 모건-록펠러연합은 곧바로 반히틀러주의로 돌아서서 전쟁기간 동안 막대한 이익을 챙겼지만 그들이 애초에 기획했던 시나리오는 아니었다.     

베트남전 숨은 승자
1950년대 매카시즘 광풍의 종말도 모건-록펠러 연합의 본질을 알게 해주는 사례다. 모건과 록펠러의 하수인으로 ‘빨갱이 사냥’에 앞장섰던 조셉 매카시는 당시 육군장관 로버트 스티븐스마저 빨갱이로 몰아붙이다가 역공을 받아 몰락을 자초했다. 흔히 미국 사회가 마침내 양심에 눈을 떴기 때문이라거나 매카시에게 염증을 냈기 때문이라고 이해하지만 히로세 다카시는 다르게 본다. 문제는 스티븐스가 모건-록펠러연합의 중심인물이었다는 점이고, 따라서 매카시가 ‘실수’를 했다는 것이다. 매카시는 빨갱이 사냥꾼으로서 자기 역할에 충실한 파시스트였지만 모건과 록펠러 같은 ‘투기꾼’에게 빨갱이 사냥 자체는 목적이 아니었다. 그들이 필요로 한 건 ‘빨갱이’의 위협을 조장해서 전쟁을 고무하고, 그를 통해서 자기 소유의 기업이 거대한 이익을 올리는 것뿐이다(저자는 심지어 원폭과 수폭 예산을 끌어내기 위해 미국에서 기획한 것이 한국전쟁이었다고 주장한다). 즉 파시즘 자체가 목적이 아니며 그것은 단지 하나의 수단에 불과한 것이다. 카포네는 알카트라즈 감옥에 투옥되고, 히틀러는 자살하고 무솔리니는 총살되고 오펜하이머는 해고되고 매카시는 추방당했지만, 그들을 교사한 자들, 무엇보다 모건과 록펠러는 점점 비대해졌다. 파시스트나 행동대원은 투기꾼들에 의해 교묘하게 이용당할 뿐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히로세 다카시는 그런 시각으로 케네디의 암살과 닉슨의 워터게이트 사건도 다시 들여다보며, 이 모든 사건의 배후에서 모건과 록펠러의 손길을 감지한다. 베트남전에서도 미국이라는 국가는 패배했지만 모건-록펠러연합은 떼돈을 벌었다. 그것이 그들의 ‘전쟁 비즈니스’이다. 때문에 저자는 단도직입적으로 이렇게 말한다. “베트남전쟁의 범인은 세상에서 흔히 말하는 것처럼 ‘군산복합체’도 아니고, ‘월가’도, ‘재벌’도, ‘죽음의 상인’도, ‘미제국주의’도, ‘대기업’도, ‘독점자본’도 아니다. 이러한 추상적인 언어의 범람이 결국 우리 머릿속에서 범인의 모습을 지워내고야 말았다. 따라서 이제 고유명사를 사용해서 말해야 한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고유명사는 물론 ‘모건과 록펠러’이다.   

히로세 다카시는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 재산이 계속 불어나는 사람과 아무리 일해도 돈이 없는 사람이다”(<미국의 경제 지배자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럴 듯하게 들린다면 록펠러 2세의 유명한 경구가 섬뜩하게 다가올 것이다. “최고의 아름다운 장미는 주변의 어린 봉오리들이 희생되어야만 비로소 향기롭고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나게 됩니다.”  참고로, 그 장미의 이름이 ‘American Beauty Rose’이고, 미국 수도 워싱턴의 상징이라 한다. 

10. 05. 05.  

P.S. 개인적으로 강조하고 싶었던 건 "매카시는 빨갱이 사냥꾼으로서 자기 역할에 충실한 파시스트였지만 모건과 록펠러 같은 ‘투기꾼’에게 빨갱이 사냥 자체는 목적이 아니었다. 그들이 필요로 한 건 ‘빨갱이’의 위협을 조장해서 전쟁을 고무하고, 그를 통해서 자기 소유의 기업이 거대한 이익을 올리는 것뿐이다... 파시스트나 행동대원은 투기꾼들에 의해 교묘하게 이용당할 뿐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라는 대목이다. 다른 이유에서가 아니다. 우리에게도 너무나 친숙하기 때문('안보상업주의'란 말이 가리키는 바이기도 하다). 세상은 '파시스트'들이 아니라 '투기꾼들'이 움직인다는 게 히로세 다카시의 핵심적인 전언이다(그러니 '행동대원'들이여, 오버하지 말지어다!). 남한 사회라고 다르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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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바다 2010-05-05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이트헤드는 <과학과 근대세계>를 다음과 같은 말로 끝마칩니다.

"알렉산더에서 케사르에 이르는, 또 케사르에서 나폴레옹에 이르는 위대한 정복자들은 후대의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이 영향으로 나타난 결과 전체는, 탈레스에서 현대에 이르는 장구한 계열을 이루는 사상가들이 만들어낸 인간의 습관과 인간 정신의 완전한 탈바꿈에 비한다면 미미하기 짝이 없다. 이 사상가들은 개인적으로는 무력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세계를 지배한 것이다."

위에 요약된 표현은 그의 또다른 저서 <관념의 모험>에서 '무분별한 작인'과 '설득의 작인'으로 상세히 논구됩니다. '무분별한 작인'들이 세상을 지배하는 듯 보여도 궁극적으로 인류를 이끄는 건 '설득의 작인'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무력하나마 하루하루 노력하며 살아가야 하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로쟈 2010-05-05 22:26   좋아요 0 | URL
평상시에는 그런데, 전쟁이나 원폭이 문제라면 사정은 또 달라지니까 문제입니다. 히로세 다카시가 반핵운동가인 게 이유가 있는 거 같아요. 모건이나 록펠러 인맥을 캐는 게 그에겐 반핵운동의 연장인 것이죠...

푸른바다 2010-05-05 22:42   좋아요 0 | URL
히로세의 책을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그의 정교한 폭로 작업 역시 '설득의 작인'에 대한 신념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pw0607 2011-02-28 11:11   좋아요 0 | URL
나중에 기회되시면 히로세 다카시의 책을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무분별한 작인'과 '설득의 작인'이 정확하게 무슨 의미인지 알기 위해 저 역시 <관념의 모험>을 읽어보겠습니다. 푸른바다님의 눈엔 히로세 다카시의 작업이 과연 어떻게 비춰질지 갑자기 궁금해졌거든요 ^^
 

푸르죽죽한 5월에 그나마 낙이 될 만한 것은 홍상수, 이창동 감독의 신작들이 개봉된다는 점이다. 홍상수의 <하하하>와 이창동의 <시>를 두고 하는 말이다. 어제 구입한 이번주 <씨네21>은 아예 파격적인 분량의 홍상수 특집호를 만들었는데, 그의 영화를 기다리는 나의 마음도 그와 다르지 않다(언제쯤 나도 '하하하'라고 웃어볼 수 있을까?). 순전히 그런 기대의 표시로 리뷰기사를 스크랩해놓는다. 대신에 읽지는 않는다. 영화를 본 다음에 읽겠다.    



한겨레21(10. 04. 30) 넉살 좋게 허허허, 속물스럽게 하하하  

홍상수 감독의 10번째 장편영화 <하하하>의 무대는 경상남도 통영이다. 이번엔 남자들이 떠나고 돌아온 자리에서 영화가 시작된다. 문경(김상경)은 선배 중식(유준상)과 함께 청계산에 오르는데, 이들은 얼마 전에 상대도 통영에 다녀왔음을 알게 된다. 둘은 통영에서 각자 겪었던 “좋은 얘기만 하자”며 술잔을 기울인다. <하하하>는 홍상수의 전작처럼 대구와 중첩을 이루며 하나의 점으로 모인다. 문경과 중식은 끝내 모르지만 이들은 실은 그곳에서 같은 식당을 드나들고 같은 사람들을 만났다.

‘잘 알지 못하면서’ 만나고 얽히고
영화감독 지망생 문경은 캐나다 이민을 앞두고 고향 통영에 들렀다. 거기서 이순신 장군 유적지 관광해설을 하는 성옥(문소리)에게 끌린다. 예의 그렇듯, 여기에 더해지는 삼각관계. 성옥에겐 좋아하는 시인 정호(김강우)가 있다. 또다시 얽히는 관계의 실타래. 다시 정호를 좋아하는 선박회사 여비서 정화(김규리)가 있다. 이들이 서로 밀고 당기고 다가가고 멀어지는 과정에 영화 <하하하>가 있다. <하하하>의 또 다른 축은 유부남 중식과 애인 연주(예지원)가 통영에서 벌이는 “서로를 죽도록 예뻐하는” 애정 행각이다.

‘홍상수 극장’의 10번째 상영작도 이전 작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행을 떠난 남자가 여행지의 여자를 만나고 삼각관계에 얽히고, 화내고 술 마시며 밀고 당기고 하다가 결국은 섹스에 성공하지만, 그렇게 만난 관계가 계속 이어질지는 모호한 채로 남는다. “좋은 얘기만 하자”고 시작하는 문경의 얘기가 이전 작품 남자 주인공 얘기에 견줘 관계의 지속 여부와 별개로 좀더 따뜻한 기운은 남긴단 차이는 있다. 그것에선 나이가 들면서 세상에 조금 따뜻한 시선을 던지는 감독의 변화도 느껴진다. 그러고 보면 이러한 기운은 <하하하>에서 반복되는 대사인 “어둡고 슬픈 것 안에 제일 나쁜 것이 있으니 조심하라” “좋은 것만 보도록 노력하라”와 이어진다.

홍상수 영화엔 변하지 않는 가운데 변하는 무언가 분명히 있었다. 갈수록 유머가 늘어가는 경향은 10번째 영화에서도 지속된다. 저마다 신경증을 지닌 인물들이 버럭 화를 내거나 삐치는 장면에선 예외 없이 웃음이 터진다. 홍상수 영화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인 남녀관계. 남자들은 갈수록 툭하면 울음을 터트리는 아이가 돼간다. 남자는 이제 젊은 여자와 관계에서만 아이가 아니다. 문경은 어머니(윤여정)에게 종아리를 맞으며 징징댄다. 여자들은 여전히 이상한 종류의 신경증을 가진 존재지만, 남자에 견주면 성숙한 존재다. 

홍상수 영화의 남자들은 갈수록 귀여운 ‘찌질이’가 되고, 여자들은 성숙한 속물이 되어간다. 성옥이 바람을 피우다 들킨 정호를 “마지막으로 한번 업어주고 싶어”라고 하며 정말로 업어주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처럼 <하하하>의 남녀관계는 여자들이 저만치 가면 남자들은 주춤주춤 쫓아가는 모양새다. 그것은 연주와 중식이 관계에서도 다르지 않은데, 연주의 사랑이 저만치 질주하면 중식이 허겁지겁 따라가는 형국이다. 대신 남자들도 이전 영화에서보다 망설임이 줄었다.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고 잔머리를 쓰는 대신 상황을 ‘허허허’ 하며 받아들이는 남자 주인공 중식의 캐릭터는 이전 영화에서 보기 힘들었다. 결혼제도의 틀에서 보자면, 불륜인 중식과 연주의 관계가 홍상수 영화의 이전 남녀관계와 달리 안정적으로 보이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거처’가 점점 영화의 중심으로
역시 배우들의 연기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생김새도 홍상수 감독과 닮은 김상경은 허허실실 나사가 조금 풀려 보이는 문경을 넉살좋게 연기한다. 그는 <생활의 발견> <극장전>에 이어서 홍상수 영화의 세 번째 주연을 맡은 이유를 시종일관 증명한다. 통영 사투리를 쓰는 성옥을 연기한 문소리는 짜증내고 흔들리고 소리치는 연기로 여러 차례 객석에 큰 웃음을 안겨준다. 성옥의 캐릭터엔 모성애가 스며 있어야 설득력이 있는데, 문소리는 ‘불안한 모성애’로 부를 만한 복잡한 성격을 자연스레 소화한다. 여기에 문경의 어머니로 나오는 윤여정의 연기는 마치 소리 없이 강한 엔진 같다. 철없는 중식을 맡은 유준상은 적당히 과장하고 처절히 망가지는 캐릭터를 온몸으로 연기한다. 예지원, 김규리 등 <하하하>에 등장하는 배우 대부분이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을 인상을 남긴다.

홍상수 영화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몇 가지 메시지가 있다. <하하하>에서 유난히 반복되는 대사는 “머릿속의 남의 생각으로 보지 말고 네 눈을 믿고 네 눈으로 보아라”. 홍상수의 전작에선 “네 머리로 생각해라” 등으로 변주됐다. 이 대사가 왜 거기에 있고, 왜 자꾸만 나오는지 곱씹으며 <하하하>를 보는 것도 하나의 관람법이 되겠다. 이번에도 마지막엔 빈 아파트로 대표되는 집의 문제가 나온다. 누군가에겐 동굴 같은 그곳이 누군가에겐 소중한 보금자리가 된다. 그렇게 여행을 떠난 이들이 돌아가 머무를 ‘거처’가 점점 그의 영화의 중심으로 들어오고 있다. 5월5일 개봉한다.(신윤동욱 기자) 

10. 05.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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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03 2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04 0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푸른바다 2010-05-04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자는 모습이 홍상수 영화에 나오는 인물 답군요.^^ 유준상인가요?

로쟈 2010-05-04 09:23   좋아요 0 | URL
문소리, 김상경, 유준상입니다. 씨네21 특집호를 챙겨두시길. 온라인에 뜨지 않는 꼭지도 많다고 하네요...
 

지난주에 배송받은 책 가운데 가장 두툼하고 무거운 것은 엘레나 코스튜코비치의 <왜 이탈리아 사람들은 음식 이야기를 좋아할까?>(랜덤하우스, 2010)이다. 책이 배송된 건 추천평을 썼기 때문인데, 나한테까지 청탁이 온 건 이탈리아 음식이나 문화에 내가 무슨 조예가 있어서가 아니라 저자가 러시아인이어서다. 거기에 '이탈리아 문화와 풍속으로 떠나는 인문학 이야기'라는 게 부제여서다.  

 

책은 초고 상태로 봤을 때 상상할 수 있었던 것보다 훨씬 더 근사한 모양새로 나왔다. 표지도 영어본이나 이탈리아어본, 혹은 러시아어본보다도 더 나아 보인다. 


<영어본>


<이탈리아어본>  

 
<러시아어본>   

 
<장미의 이름>(러시아어판)

책의 서문은 움베르토 에코가 쓰고 있는데, 그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저자가 움베르토 에코의 러시아어 전담 번역자이기 때문이다(그러니까 내가 갖고 있는 러시아어판 움베르토 에코가 대부분 엘레나 코스튜코비치의 작품이란 얘기다). 에코의 <장미의 이름> 러시아어판으로 '러시아 올해의 번역상'까지 수상한 이후에 에코와는 막역한 관계가 된 듯하다(번역에 까다로운 에코를 만족시킨 셈이니 실력을 짐작해볼 수 있다).  

 

에코는 서문에서 이렇게 적었다.   

나는 내 책의 주인공들에게 꼭 음식을 먹인다. 음식을 먹을 때, 독자도 함께 그 음식을 먹으면서 그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낯선 곳에 가면 다른 그 무엇보다 그곳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것이 바로 음식이다. 이탈리아 요리에 탁월한 안목을 갖춘 코스튜코비치는 그녀의 음식여행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이 책을 통해 나는 가장 신비하고 오묘한 진짜 이탈리아를 만날 수 있었다고 주저 없이 이야기하겠다. 

그리고 내가 적은 추천사는 이렇다.  

내게 이탈리아는 단테와 베아트리체의 나라다. 물론 축구의 나라이기도 하다. 하지만 단테의 ≪신곡≫을 읽고 세리에A의 경기를 즐기는 것으로 이탈리아를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탈리아는 그 무엇보다 “파스타와 피자의 나라” 아니던가? 이탈리아를 깊이 사랑하는 러시아 저자의 이 음식기행은 음식 코드가 이탈리아인의 삶의 핵심이자 영혼이라는 걸 알려준다. 이탈리아 지도를 펼쳐들고 음식 이야기를 들려주는 저자의 성찬을 맛보고 나면, 아마 이탈리아 요리가 그저 단순한 음식으로만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이탈리아 음식이라고 해봐야 피자와 스파게티, 파스타, 그리고 리조토 정도를 아는 처지이지만, 책은 음식만큼이나 음식 이야기를 즐기는 이탈리아 문화의 속살을 이모저모 알려준다. 이탈리아 요리 전문가인 박찬일씨는 이렇게 평했다. "일찍이 이탈리아의 복잡한 요리문화사를 이토록 감칠맛 나게 풀어낸 책은 없었다!" 하여, 이탈리아 음식 애호가라면 기꺼이 소장해둘 만하다.  

 

10. 05.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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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 나라는 아무리 파고들어도 배부르지 않다"
    from 로쟈의 저공비행 2010-05-06 23:47 
    엘레나 코스튜코비치의 <왜 이탈리아 사람들은 음식 이야기를 좋아할까?>(랜덤하우스, 2010)에 대한 소개기사가 올라왔기에 스크랩해놓는다. 저녁 강의를 끝내고 돌아와 간단히 요식을 했는데, 문득 모스크바에서 시내에 나갈 적마다 자주 먹던 스바로 피자와 생맥주가 생각이 났다. 역시나 피자는 이탈리안 피자였는데...    연합뉴스(10. 05. 06) 풍성하고 맛깔스러운 이탈리아 문화탐방
 
 
로렌초의시종 2010-05-03 21:40   좋아요 0 | URL
그래서, 나오자마자 주문했습니다~^^ㅋㅋㅋ 작가, 추천자, 주제 모두가 맘에 들어서요~ 일부 주요 지역만 부각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각 지역의 개성을 하나하나 짚어나간 것 같아서 기대중입니다.

로쟈 2010-05-03 21:57   좋아요 0 | URL
그러고 보니 이탈리아통이시네요.^^

Joule 2010-05-03 21:55   좋아요 0 | URL
이럴 때 괜히 좀 뿌듯해요. 우리나라 책표지가 제일 이쁘네요.

로쟈 2010-05-03 21:56   좋아요 0 | URL
편집도 잘 돼 있습니다.^^

Kitty 2010-05-04 00:03   좋아요 0 | URL
우와 책도 예쁘고 먹는거라(!) 관심이 가네요.
얼른 장바구니에 담아갑니다!

로쟈 2010-05-04 09:21   좋아요 0 | URL
네, 식욕을 자극하는 책입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 같은...

푸른바다 2010-05-04 09:23   좋아요 0 | URL
스파게티도 파스타의 일종^^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서양식 레스토랑은 아메리칸 패스트 푸드를 제외하곤 이탈리아 식당이 유일한 것 같네요. 이탈리아 식당에 몇번 가보기는 했는데 저도 잘 안다고 말하기는 힘듭니다.^^

러시아 인들과 그들의 음식을 먹으며 생활해 본적이 있는데 뭐랄까, 아무튼 제가 일상적으로 상상하는 조합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돼지비게와 빵, 절인 대구 샌드위치, 구성물을 추측하기 어려운 스프들...^^ 전 그럭저럭 잘 먹었습니다.

그런데 제일 아래 사진의 주인공이 저자인가요? 에코를 만나고 있는 중간 사진 속 인물과 머리 색을 비롯해서 무척 달라 보이는 군요. 들고 있는 책 제목이 러시아 알파벳 세자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의미도 궁금하군요.^^

로쟈 2010-05-04 09:22   좋아요 0 | URL
같은 저자입니다. 나이차가 좀 나지만. 러시아어 제목은 <음식: 이탈리아인의 행복>입니다. 이탈리아식당 메뉴에도 '스파게티'와 '파스타'는 따로 배열돼 있어서요.^^

stella.K 2010-05-04 11:17   좋아요 0 | URL
와우, 저도 이탈리아 음식 좋아하는데...
근데 저자가 러시아 사람이라니 흥미롭군요.
더구나 박찬일 셰프가 감수를 했다는 것도 끌리구요.
뭐 추천자는 더 말할 것도 없고.
근데 문제는 책값이 너무 비싸다군요.ㅜ

로쟈 2010-05-05 10:48   좋아요 0 | URL
저는 더 비쌀 줄 알았어요.^^;

세실 2010-05-04 22:14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책 표지가 참 세련 되었어요. 님의 추천사가 읽고 싶은 욕구를 강하게 불러 일으킵니다.
근데 저 분위기 있는 여인이 작가? 멋져요.
서있는 폼이 예사롭지 않아요~ 무용하셨나???

로쟈 2010-05-05 10:49   좋아요 0 | URL
그런 정보까진 안 나오던데요.^^

Mephistopheles 2010-05-05 11:14   좋아요 0 | URL
다른 것도 아니고 "먹는" 이야기라면야....^^

로쟈 2010-05-05 19:04   좋아요 0 | URL
한국도 음식을 즐기는 문화인데, '음식 이야기'는 이탈리아에 못 미치는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맛집 문화'만 있는 건가 싶기도 하고...
 

이번주 한겨레21에 실은 서평기사를 옮겨놓는다. 한겨레21에 연재됐던 '노동 OTL'을 묶은 <4천원 인생>(한겨레출판, 2010)에 대한 것이다. 기자들의 사명감이 놀랍고 불안노동의 현실이 마음을 무겁게 하는 책이다.

 

한겨레21(10. 05. 10) 4명의 기자가 몸으로 때운 불안노동 

‘열심히 일해도 가난한 우리시대의 노동일기’란 부제가 이미 많은 걸 얘기해주는 <4천원 인생>(한겨레출판 펴냄)은 <한겨레21> 기자들이 ‘비정규노동’ 혹은 ‘불안노동’(하종강)의 현장을 찾아가 “몸으로 때운” 기록이다. ‘4천원’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평균 시급이다. 책에 실린 일기들은 <한겨레21> 지면에 ‘노동OTL’ 시리즈로 연재된 것인데, 한데 묶어놓으니 실감이 또 다르다. 애초의 기획취지도 그 ‘실감’을 얻기 위한 것이었다. 기사로는 자주 다루던 한국사회 ‘워킹푸어(working poor)’의 현실을 존재론적으로 ‘체감’할 필요를 느꼈다고 했다. 남다른 사명감을 발휘한 기자들이 이 ‘무모한’ 기획을 실행에 옮긴 덕분에 그 체감의 많은 부분을 이제 독자도 공유하게 됐다.  

'체감'을 위한 '무모한' 기획 
노동 현장의 실상을 한 달간씩 직접 체험하기 위해 기자들이 찾아간 곳은 경기 안산의 난로공장(생산직노동), 서울의 갈빗집과 인천의 감자탕집(여성노동), 경기 마석의 가구공장(이주노동), 서울 강북의 대형마트(청년노동) 네 곳이다. 무엇을 경험하고 어떤 생각을 하게 됐을까?  
‘감자탕 노동일기’를 쓴 임지선 기자는 앞치마 허리끈을 질끈 묶은 ‘식당 아줌마’의 체험을 기록했다. 홀과 화장실 청소부터 시작한 하루 12시간씩의 노동이었다. 한우꽃등심 1인분의 값 3만5000원이 식당 아줌마의 시급으론 7시간 52분의 노임에 해당하며 “숯불갈비야 말로 감정 노동부터 불판 닦기까지 가장 많은 노동력을 요구하는 무서운 음식”이라는 사실도 알려준다. 갈비집과 감자탕집 등에서 일하는 여성 빈곤 노동자의 삶은 손님과 사장과 남편과 남자들에 치이고 무시당하는 삶이었다. 그런 여성 비정규직이 439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자녀를 공부시켜 가난을 벗어볼까 하지만 이들로선 사교육비를 감당할 만한 처지가 못 되고, 계층 간 장벽은 갈수록 더욱 공고해지고 있는 게 우리 현실이다. ‘더러운 계급사회’를 체험해본 임 기자는 소감을 이렇게 적었다. “수많은 사람이 빈곤 노동으로 일생을 보내야 하는 사회구조를 만들어놨다는 점에 있어 우리 모두는 공범이다.”  

‘히치하이커 노동일기’를 쓴 안수찬 기자는 대형마트의 양념육 매대에서 일하면서 유리진열장 5m 공간을 하루 종일 오가는 ‘땀 안 나는 노가다’를 경험했다. 30대 중반의 나이 때문에 매장 동료들에게 ‘형님’으로 불렸는데, 마트 노동자에겐 일한 시간만큼 존중받아야 할 기술이나 지식 따위가 없기 때문에 나이에 따른 호칭만 있다 한다. 안 기자는 처음엔 알아보는 손님이 있으면 어쩌나 근심했다지만, “마트에 오는 손님들은 마트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얼굴을 ‘아무도’ 쳐다보지 않았다.” 그렇게 보이지 않는 노동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의 비율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서, 2004년 통계로는 고졸자의 경우 44.3%가 임시직, 38.7%가 일용직에 취업했다. 웬만해선 가난을 벗어날 수 없는 가난의 대물림이 안 기자가 들여다본 청년 취약계층 노동자의 현실이었다.   

정작 노동자는 이 책을 볼까
가구공장에서 일하다 엄지손가락에 못이 박히는 산재까지 입은 전종휘 기자는 동일노동에 대해서도 차별적인 임금을 받는 이주 외국인 노동자들의 ‘보호받지 못하는’ 고된 노동현실을 ‘불법사람 노동일기’에 기록했다. 한국사회에서 10여 년을 노동자로 살아도 여전히 ‘불법체류자’의 낙인을 피하지 못하는 것이 그들의 현실이다.  

난로공장에서 전동 드라이버공으로 일한 임인택기자는 생산라인의 ‘노예’가 된 체험과 함께 아들의 대학 한 한기 등록금을 벌기 위해선 하루 8시간씩 137일의 노동을 해야 하는 생산직 노동자의 현실을 짚었다. 이런 것이 말 그대로 ‘우리 시대의 리얼리즘’이다. 안타까운 것은 공장 노동자 대부분이 이런 기사도, 책도 볼 수 없을 거라는 점이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의 위정자 누구도 기사 속 그런 노동자의 현실에 관심을 주지 않았다는 점은 아주 독한 절망이었다”고 임 기자는 적었다. 대안을 말하기 전에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이 절망과 불편한 현실에 대한 오랜 직시일 것이다. 

10. 05. 03.  

P.S. 시급은 좀 나은 편이지만 원고 노동자의 생활도 그리 권장할 만하지는 않다. '불안노동'이라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고! 한편, 이번주 출판면에는 월간 <작은책>에서 펴낸 '일하는 사람들의 글쓰기' 첫 권으로 나온 <우리보고 나쁜 놈들이래!>(작은책, 2010)도 소개됐다. <작은책> 창간 15주년을 맞아 그간 실린 이야기를 세 권으로 묶었는데, 두 번째와 세 번째 책은 <누가 사장 시켜달래?>와 <도대체 누가 도둑놈이야?>란 제목으로 곧 나온다고 한다. '우리 시대의 리얼리즘'(박권일)이란 표현은 이 책들에도 들어맞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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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5월이 시작됐지만, 개인적으론 푸르죽죽이다(이러다가 '광산'으로 가는 거나 아닌지 모르겠다). 잠시 하늘 한번 쳐다보는 기분으로 이달의 읽을 만한 책들을 골라본다. 읽을 수 있는 책과 읽고 싶은 책의 차이가 너무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1. 문학 

신경숙 작가가 고른 문학분야의 책은 헤르타 뮐러의 <숨그네>(문학동네, 2010)이다. 알라딘 마을에서야 따로 소개가 필요 없는 책이다. 신형철 평론가는 이렇게 평했다(http://h21.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27235.html).   

이 소설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 분류하자면 ‘수용소 문학’쯤 된다. 어떤 사람들은 위대한 이성을 가진 인간의 근대 프로젝트가 아우슈비츠(나치 수용소)와 굴락(소련 수용소)으로 귀결된 것을 냉소한다. 냉소주의는 위험하지만 냉소 자체는 성찰의 촉매가 되기도 한다. 확신에 차 있을 때 우리는 생각하지 않는다. (4대강을 살려야 한다는 확신에 차 있는 사람들은 낙동강 강바닥의 돌멩이보다도 덜 생각할 것이다.) 수용소는 우리가 ‘생각’을 하기 위해 부단히 되돌아가야 할 상처이고 바로 거기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출발점인지도 모른다. 탁월한 수용소 문학은 과거의 기록일 뿐만 아니라 현재의 반성이고 미래의 연습이다. 프리모 레비가 그랬고 솔제니친이 그러했다. 수용소의 문학은 문학의 수용소를 해체할 수 있다.

수용소 문학의 '고전'으로 솔제니친의 <수용소군도>(열린책들, 2009)도 꼽아두고 싶다. 단 5권짜리 완역본 대신에 1권만을 '세계문학'에 포함시킨 것은 너무 임의적이란 불만도 적어둔다.  

 

덧붙여, <제1권>과 <암병동>도 재출간되거나 새 번역본이 나오면 좋겠다.    

2. 역사  

이덕일씨가 고른 역사서는 나가사와 가즈토시의 <돈황의 역사와 문화>(사계절, 2010)이다. 돈황에 대한 배경 설명이 좀 필요하겠다(돈황이란 말은 윤후명의 소설 <돈황의 사랑> 덕분에 인구에 회자되지 않았나 싶다).  

실크로드의 천산북로(天山北路)와 천산남로가 갈라지는 교통의 요지에 있는 도시가 돈황(敦煌)이다. 예부터 동서 문명의 교류지였던 돈황 근교에 막고굴(莫高窟)이 있다. 천불동(千佛洞)이라고 불릴 정도로 수많은 석굴들이 있는데 현재는 812개가 남아 있다. 1900년 왕원록(王圓籙)이라는 도사가 막고굴 17굴에서 오호십육국 시대부터 북송 시대에 이르는 문서와 그림 등 5만여 점에 달하는 유물을 발견했다. 당시 구미열강의 침탈에 시달리던 청 조정이 이 유물들의 가치에 주목하지 못하는 사이에 영국의 오럴 스타인과 프랑스의 폴 펠리오같은 인물들이 이를 헐값에 사들여 자국으로 가져갔다. 이는 일종의 문화약탈이지만 그 바람에 세계에는 돈황학이라고 불리는 하나의 학문 분야가 형성되었다.

그런 '돈황학'의 입문서격으로 읽을 수 있겠다. 찾아보니 마쓰오카 유즈루의 <돈황 이야기>(연암서가, 2007)도 돈황학 입문서의 '고전'이라고 소개되는 책이다. 중국쪽 학자로는 리우진바오의 <돈황학이란 무엇인가>(아카넷, 2003)가 소개돼 있다. 보다 전문적인 성격을 지닌 책인데, "동황학 전문 연구가인 지은이는 이 책에서 중국인의 시각에서 영국, 프랑스, 일본, 러시아 등 세계 각지에 분포해 있는 돈황 관련 자료와 연구를 집대성하여 저술해 돈황학 전반에 대한 체계적 이해를 돕고 있다."  

3. 철학  

김형철 교수가 고른 철학분야의 책은 이종은 교수의 <정치와 윤리>(책세상, 2010)다. 정치철학 범주에 속하는 책인데, 소개는 이렇다.  

이 책은 칸트를 위시한 의무론자, 밀로 대표되는 공리주의자, 홉스, 로크, 루소로 대표되는 사회계약론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정치권력에 대한 도덕적 정당화를 시도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의무론자는 행위의 동기와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공리주의자에게는 행위결과의 극대화가 중요하다. 홉스는 절대군주, 로크는 작은 정부, 루소는 일반의지에 기초한 정부를 옹호한다. 각 이론의 논의의 방식은 다르지만, 우리는 민주주의적 정치권력 견제에서 공통점을 발견한다. 오늘날 어지러운 정치현실을 보면 마키아벨리가 왜 영악한 여우와 용맹한 사자의 덕목을 군주에게 요구하는 지가 잘 설명된다.

정치철학적 화두이기도 한 공화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해서는 조승래 교수의 <공화국을 위하여>(길, 2010)과 대표적인 현역 철학자들의 <민주주의는 죽었는가?>(난장, 2010)가 요긴한 참조점이 돼줄 듯싶다.   

4. 정치/사회 

강정인 교수가 추천한 책은 <다극화체제, 미국 이후의 세계>(시대의창, 2010)이다. 저자들은 9.11 테러와 최근의 경제 위기 등으로 미국의 패권이 약화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EU, 중국, 인도, 러시아가 포스트 아메리카 시대의 헤게모니를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다극화세계가 개막되면서 세계사가 다시 한 번 공생공영의 다극화와 약육강식의 신제국주의 사이에서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고 본다." 소위 '다극화체제'에 대한 분석과 전망을 담고 있는 책이다. 비슷한 전망을 다루고 있는 책으론 파라그 카나의 <제2세계>(에코리브르, 2009)가 먼저 떠오른다. 미국이 소련의 전례를 따르고 있다고 경고하는 드미트리 오를로프의 <예고된 붕괴>(궁리, 2010)도 나란히 읽어봄직하다.  

5. 경제/경영 

이준구 교수가 추천한 경제분야의 책은 최용석의 <아이폰과 아이패드 애플의 전략>(아라크네, 2010)이다. 추천자의 소개는 이렇다. 

애플사의 야심작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세상을 바꿔놓고 있다. 이 변화의 바람은 IT 산업뿐 아니라 전체 사회, 전체 경제에 휘몰아치고 있다. 어떤 사람은 이와 같은 급격한 변화를 지각변동에 비유하기도 한다. 이 책은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확산과 함께 우리의 삶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를 여러 각도에서 심도 있게 설명해 주고 있다. 우선 우리가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식에 일대혁명이 일어날 것을 예언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영화관과 음식점을 찾아가고, 책을 사서 읽고, 쇼핑을 즐기는 방식에도 변화가 올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정보통신혁명은 우리 삶을 통째로 바꿔놓고 있다. 이 혁명의 선두에서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가 흥미진진하게 설명되어 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사용자가 아니어서 '변화의 바람'이 어떤 것인지 실감하고 있지 못하지만, 몇달 전에 나온 화제작 <구글드>(타임비즈, 2010)와 함께 '트렌드'를 점쳐보는 데 참고할 수 있을 듯하다. '우리가 알던 세상의 종말'이라고 하지 않는가! 거기에 <디지털 혁명의 미래>(청림출판, 2010)까지 얹으면, 애플과 구글,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 삼각편대가 이끌고 가는 '디지털 미래'가 어떤 것인지 감을 잡을 수 있겠다.  

6. 과학 

최영주 교수가 추천한 과학분야의 책은 마르쿠스 베네만의 <지능적이고 매혹적인 동물들의 생존게임>(웅진지식하우스, 2010)이다. 책의 내용은 이미 제목이 잘 요약해주고 있다.     

우리가 즐겨먹는 오징어의 바닷속 최면술에 대하여, “계획은 심플하게, 결정은 단호하게, 공격을 재빠르게”, 카멜레온의 필사적 살생기를, 공격의 정석 정공법을 갈매기류의 북방가넷의 청어 사냥법에서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생물학을 전공한 기자의 눈으로 면밀히 관찰한 동물들의 약육의 세계를 과학적인 근거로 설명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다. 인간상식을 뛰어 넘는 동물들의 생존법은 책의 제목처럼 매혹적이고, 지적이고, 교묘할 정도이다.

'인간상식'을 뛰어넘는다고 하지만, 그러한 생존술에서 우리의 '상식'을 뛰어넘는 인간들도 많다는 사실 또한 역설적이지만 '상식'에 속한다. 같이 읽어볼 만한 책은 마티 크럼프의 <감춰진 생물들의 치명적 사생활>(타임북스, 2010). 저자는 <멍청한 수컷들의 위대한 사랑>(도솔, 2007)이 소개된 바 있는 양서류 전공의 행동생태학자라고. 머리말에서 저자는 이렇게 적고 있다.  

<멍청한 수컷들의 위대한 사랑>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는 학술적인 논평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동식물 관계에 얽힌 이야기들이다. 내가 목표로 하는 일도 자연 세계를 올바로 인식하도록 도와주자는 것이다. 간간이 내가 인간이 아닌 동물, 식물, 세균, 심지어 곰팡이도 마음에 의식적인 목표를 갖고 행동한다는 암시를 하는 듯도 하고(학자들은 이것을 목적론이라 한다), 혹은 내가 다른 동물에게 인간적인 특징을 부여하고 있는 듯도 할 것이다(학자들은 이것을 의인화라 한다). 하지만 그런 의도보다는 단순히 세상 모든 것을 서로 연관 지어보고, 이 멋진 자연사를 나누고 싶다는 열정으로 내가 좀 오버하고 있다고 생각해주기 바란다.

어디 가나 '멍청한 수컷들'은 차고 넘치는 모양이다. 가벼운 읽을거리고 보아도 좋겠다.   

7. 예술 

김춘미 교수가 추천한 예술분야의 책은 유예진의 <프루스트의 화가들>(현암사, 2010)이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음미하는 데 도움을 주는 책인데, 추천자 소개는 이렇다.  

2008년의 <그림과 함께 읽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도 매우 훌륭한 책이었는데 너무 잘 만들어서 책이 두껍고 비싸지는 바람에 추천을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 유예진이 펴낸 <프루스트의 화가들>은 프루스트를 처음 만나도 낯설지 않게 안내를 잘 하면서 프루스트의 소설 내용과 필연적 관계에 있는 그림들 역시 엄선해서 넣었다. 아름다운 5월에 걸맞는 책이다. 혹시 여력이 있으신 독자는 2008년의 책과 더불어 이 책을 읽으면 더욱 좋으리란 생각이 든다.

물론 그러한 '여력'을 가늠해보기 전에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생갹의나무, 2005)란 질문을 먼저 통과해야겠다. 알랭 드 보통의 질문이다.   

8. 교양 

이한구 기자가 고른 교양서는 폴 브뢰머의 <이라크에서 나의 생활>(한국국방연구원, 2010). 한국국방연구원에서 펴낸 책이라는 점이 눈에 띄는데, 추천자의 소개는 이렇다.  

이 책은 이라크에서 후세인 정권이 붕괴한 후 미국식 민주정부 수립의 임무를 맡고서 2003년 4월부터 1년 4개월 동안 주이라크 미국대사 겸 연합임시행정기구 총독으로 활동했던 폴 브뢰머의 생생한 보고서다. 현지 사정뿐만 아니라 미국내 다양한 입장들과 충돌하고 설득하며 다른 나라에서의 국가건설이라는 과제를 추진해가는 브뢰머의 임무를 마치 화면으로 보듯 생생하게 살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기회다. 국제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그 이후 이라크의 내부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는데도 큰 도움을 주고 미국이라는 사회가 대외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처리해가는 지를 아는데도 많은 정보를 준다.

더불어, 추천자는 이 책이 1945년 8월부터 1948년 8월 15일까지의 미 군정 기간을 겪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 많으리라고 말한다. 일리가 있는 지적이다. 저자는 미제국의 '이라크 총독'이었으니까. 더불어, 사병의 시각에서 본 이라크 전쟁에 대해서는 올 아카데미영화제 작품상 수장작인 <하트로커>도 참조해볼 만하다. 거기에 '한국전쟁에서 이라크전쟁까지 세계 역사를 조종한 CIA의 모든 것'을 폭로하고 있는 팀 와이너의 <잿더미의 유산>(랜덤하우스코리아, 2008)도 좀 무겁지만 올려놓고 싶다. 소장하기엔 부담스럽고 도서관에서 언제 빌려봐야겠다.   

9. 실용 

손수호 논설위원이 추천한 책은 서영남의 <민들레 국수집의 홀씨 하나>(휴, 2010)이다. '배고픈 사람에게 밥을 대접하는 서영남 전직 수사 이야기'란 부제가 책의 내용을 말해준다.  

저자 서영남은 이 책을 통해 ‘민들레 국수집’을 열게 된 사연과 민들레 가족의 우정을 담고 있다. 눈여겨 볼 것이 독특한 운영 방침이다. 정부 지원을 받지 않고, 프로그램에 공모하거나 후원회를 조직하지 않으며, 부자들의 생색내기 돈은 받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 오직 우리 이웃들의 자발적 나눔과 정성으로 식탁을 차려내고 민들레 가족을 보살핀다. 곤경한 사람을 돕는 데 이유는 없다. 봄이 되면 노랗게 꽃을 피우는 민들레처럼. 정부나 부자, 후원회에 대한 독선적인 시각이 거슬리긴 하지만 이게 나눔의 본령인 게 어쩌겠나.  

"소유로부터의 자유,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기쁨, 아름다운 세상을 위한 투신. 사람들은 그에게서 이타행을 실천하는 성자의 모습을 본다."라고 추천자는 적었다. 국수 말아주는 전직 수사 이야기라니까 떠오르는 건 다일공동체의 밥 퍼주는 최일도 목사이다. 찾아보니 <행복하소서>(위즈덤하우스, 2008)까지가 근황이다.   

10. 노무현  

내 마음대로 고르는 이달의 주제는 1주기를 맞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이미 많은 책이 나왔고, 이달에도 아마 더 나올 것이다. 그가 꿈꾼, 하지만 실패한 지점에서 다시 생각해볼 여지가 있을 것이다. 이미 '노무현'이라는 기표는 인간 노무현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그것이 한국사회의 '분노 자본'을 모두 끌어담을 컨테이너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10. 05. 02. 

 

P.S.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은 멜빌의 <필경사 바틀비>이다. 언제부턴가 그의 가장 유명한 단편이 된 듯싶은데, 들뢰즈를 비롯해서 많은 철학자들이 이미 주석을 붙인 바 있다. 평론가 복도훈도 <눈먼 자의 초상>(문학동네, 2010)의 서문에서 다시금 이 소설의 주인공 '바틀비'를 호명하고 있어서 인용한다.    

너그럽고도 참을성 있는 중년의 부르주아 신사이자 법류사무소 사장인 화자가 필경사 바틀비에게 이것저것 시키고 묻는다. 서류 좀 검토해주게, 필사를 부탁하네, 안 한다는 건가, 우체국에 다녀와주게, 자, 포목 직원은 어떤가, 자네의 직업을 책임져주지, 자네 고향이 어디인가, 식사 좀 들게, 대답 안 할 건가, 대체 자네는 누구인가. 그러나 돌아오는 바틀비의 대답은 매한가지. "그렇게 안 하고 싶습니다." (...) 소설에서 수십 번 반복되는 '그렇게 안 하고 싶습니다'는 바틀비가 앉아 있는 구석진 책상으로부터 조그맣게 들려오다가, 서서히 그를 둘러싼 법률사무소라는 소우주를 잠식하는가 싶더니, 마침내 옥사에 수감된 바틀비가 아사(餓死)한 뒤에도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바틀비의 망령, 분신처럼 주변을 배회한다. 물론 '그렇게 안 하고 싶습니다'는 그 말이 발화되고 울리는 장소인 사무소와 옥사,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말에 특별한 위협도 타격도 주지 않는다. 그것들은 여전히 흔들림없이 거기에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렇게 안 하고 싶습니다' 이후, 모든 것이 변했다.

바틀비의 '그렇게 안 하고 싶습니다(I would prefer not to)'처럼 그렇게 모든 것을 변화시킬 '상투어(formula)'가 우리에게도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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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쟌느의 느낌
    from avecjang's me2DAY 2010-05-03 14:21 
    갑-을 관계에서 을에게 주어지는 노예계약서.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내 속의 '바틀비' 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고 중얼거린다.
 
 
비온새벽 2010-05-02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쟈님 기분이 푸르죽죽하시다니 가슴이 아프네요. 사실은 저도 방금 대형 행거가 무너져서 기분이 거무죽죽합니다 ^^ 저는 로쟈님의 추천도서중에는 숨그네와 애플의 전략을 이번달 목표로 삼아봐야겠어요.

로쟈 2010-05-02 22:20   좋아요 0 | URL
자업자득입니다.^^;

주니다 2010-05-02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야 봄다운 날씨 같아요. 금방 더워져서 여름으로 접어들겠지만..<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시간을 시절로 번역하기도 하나봐요? 한 글자 차이가 주는 뉘앙스가 아주 묘하게 혓바닥을 간지럽히는군요. ㅋㅋ

로쟈 2010-05-02 22:21   좋아요 0 | URL
네, 그래도 '잃어버린 시절'은 좀 어색하죠. 적응은 잘 하셨나요?^^

미지 2010-05-02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만 푸르죽죽한 건 아니었군요.. 오랜만에 날이 좋아 아이한테 미안해서 뒷산에 데리고 갔다가 로쟈님께서 전에 추전하셨던 <우리 안의 과거>란 책을 좀 읽었는데, 숙연해져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앞부분 읽어가는 중이지만, 이 시대의 역사 문제에 대한 테사모리스 스즈키의 매우 진중하고도 세심한 시각이 놀랍더군요...!
"분노자본"은 로쟈님의 용어인가요? 흥미로운데요^^ 언제 해설 들을 기회가 있길 빕니다.

로쟈 2010-05-02 22:53   좋아요 0 | URL
'분노 자본'은 지젝의 '민주주의에서 신의 폭력으로'란 글에서 가져왔습니다. <우리 안의 과거>는 정작 저는 못 챙겨둔 책인데요.^^;

노이에자이트 2010-05-02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틀비라는 사나이의 정체가 뭘까...정말 읽어도 읽어도 묘한 느낌을 주는 소설입니다.공포영화로 만들어도 될 것 같기도 하구요.일종의 돌아이같기도 하구...마지막 장면을 보면 좀 불쌍하다는 느낌도...한 번 또 읽어볼까요.제가 제일 좋아하는 소설 중 한 편이에요.배경이 월스트리트인데 금융공황 당시를 배경으로 해서 바틀비를 다시 써본다면? 하는 생각도 듭니다.

로쟈 2010-05-02 23:28   좋아요 0 | URL
영화화되긴 했는데, '공포영화'인지는 모르겠네요.^^

종이달 2022-03-23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