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코와 캉길렘에 관한 메모

국내에는 미셸 푸코의 스승으로 처음 알려진 프랑스의 과학철학자(혹은 의학철학자) 조르주 깡귀엠의 <생명과학의 역사에 나타난 이데올로기와 합리성>(아카넷, 2010)이 출간됐다. 타이틀은 책 제목이라기보다는 논문 제목에 더 어울릴 만한데('학술서'의 티를 팍팍낸다) 마침 교수신문에 책의 내용과 의의를 소개하는 역자의 글이 실렸기에 스크랩해놓는다. 필자의 동의하에 옮긴이의 글을 재수록했다고 하니까 '프랑스 의학철학의 계보와 조르주 깡귀엠'이란 역자 해제를 따온 것인 듯하다. Canguilhem이란 저자명이 이번엔 '깡귀엠'이라고 표기됐지만, 주저인 <정상과 병리>(한길사, 1996) 혹은 <정상적인 것과 병리적인 것>(인간사랑, 1996)이 나란히 출간됐을 때는 '캉길렘'과 '깡길렘'으로 각각 표기됐었다(역자 자신이 '깡길렘'이라고 옮겼다가 이번엔 '깡귀엠'으로 바꿨다). 같은 저자의 책 세 권이 모두 저자명을 다르게 표기하고 있으니(당연히 검색은 다 따로따로다) 어느 장단에 맞추어야 할는지(각자의 표기 '원칙'을 고집하는 것이 이런 소모적인 혼동을 무릅쓸 만한 일인지는 의문이다). 여하튼 거물급 학자의 책이 소개되었기에 최소한의 관심을 표해둔다(푸코와 깡귀엠, 혹은 캉길렘에 대해서는 먼댓글을 참조).     

 

교수신문(10. 05. 06) 프랑스 의학철학의 전통 속에서 생명체의 내적 규범 성찰  

이 책은 깡귀엠(Georges Canguilhem, 1904~1995)의 다른 책들이 그러하듯 그가 이전에 발표한 비슷한 주제의 글들을 하나의 책으로 묶어 발간한 것이다. 그가 처음부터 한 권의 책을 염두에 두고 저술한 것은 의학박사 학위논문인 「정상적인 것과 병리적인 것」과 철학박사 학위논문인 「17·18세기 반사개념의 형성」의 두 권이다. 여기에 번역한 이 책은 시기적으로 보자면 깡귀엠의 생전에 출판된 마지막 책이다(최근 의학에 관한 그의 글들을 묶어 Ecrits sur la Me´decine로 출판한 바 있다).  

이 책의 구성을 보면 과학사와 인식론의 역할을 다룬 서론과 과학적 이데올로기에 대한 1장이 이론적 문제를 다루고 있고, 뒤에 실린 글들은 앞에 실린 이론적 글들에 대한 예증의 성격이 강한 글들이다. 여기서는 그가 다룬 이론적 문제들에 대해서만 간단히 살펴보고자 한다. 



깡귀엠이 과학사에서 가장 경계하고 비판하는 것은 용어의 연속성을 개념의 연속성으로 혼동하지 말라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리고 같은 맥락에서 선구자의 신화를 비판한다. 즉 이는 개념적 차원의 단절을 인식하지 못하고 용어의 동일성이나 외관상의 유사성만으로 연속의 과학사를 쓰는 것에 대한 비판이다.

다음으로 그가 제기하는 것은 과학적 이데올로기의 문제이다. 과학과 이데올로기라는, 외견상 대립되는 두 개념을 하나로 연결시킨 이 말은 깡귀엠 자신이 인정하듯 멀게는 마르크스의 이데올로기론으로부터 가깝게는 알튀세르의 이데올로기론에 영향을 받은 것이었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과학적 이데올로기론은 어찌 보면 과학의 담론을 손쉽게 이데올로기로 환원시키려는 “부유한 사회의 약화되거나 빈곤한 마르크스주의”인 사회구성주의로부터 과학적 담론을 지키기 위한 시도로 읽히기도 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깡귀엠이 과학에 대한 실증주의적 견해를 가진 것은 아니다. 그는 과학과 이데올로기를 엄밀히 분리시켜 ‘순수한’ 과학을 확보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도, 또 과학을 이데올로기와 동일시하는 입장에 대해서도 거리를 둔다. 그는 과학사가는 과학과 이데올로기라는 두 차원에서 동시에 작업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은 과학의 담론 안에 이 두 가지가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을 그는 과학적 이데올로기란 용어로 표현하고 있다.      
    
이데올로기의 상대 개념으로 깡귀엠이 제시하는 것은 합리성이다. 그는 이 책에서 과학적 이데올로기의 형성과 아울러 합리성의 형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생명과학에서의 합리성은 달리 말하면 그가 시종일관 강조하고 있는 생명체의 내적인 규범으로 볼 수 있다. 다소 도식적으로 표현한다면 생명과학에서의 과학적 이데올로기는 생명체의 외부에서 부과되는 외적 규범이고, 그 합리성은 생명체 자체가 스스로에게 부과하는 내적인 규범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상적인 것과 병리적인 것」의 문제의식은 그의 마지막 저서에까지 지속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구성주의와 과학적 담론
그런데 생명과학의 합리성과 의학적 합리성 사이에는 무시할 수 없는 차이가 존재한다. 물론 넓은 의미에서 본다면 의학은 생명과학에 포함될 수 있지만 의학은 궁극적으로 개체가 앓는 질병의 치료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생명과학의 다른 분야들과는 구별된다. ‘치료’란 의학의 고유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치료의 근거를 어디에서,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중요한 문제로 떠오른다. 치료의 근거를 이론에서 찾는 경우도 있지만 의학에서 사용되는 치료법들 중에는 어떠한 이론의 매개도 없이 “써보니까 듣더라”는 경험에 근거한 경우도 많다. 이처럼 치료가 개인적 경험과 그에 따른 신념에 근거한 경우 그 치료가 합리성에 근거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치료에서의 합리성이란 치료의 근거가 설득력 있는 합리적 이론에 있는 경우를 말한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그리고 역사적으로 말하자면 치료의 전략이 유기체에 대한 보편적 지식, 즉 해부학이나 생리학에 근거해 짜인 것을 말하는데 이러한 연결 관계를 깡귀엠은 의학적 합리성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의학적 합리성은 근대 서양 의학의 가장 큰 특징을 이룬다. 르네상스 이후 새롭게 발달한 해부학 지식을 임상적 지식과 결합시킨 파리 임상의학파, 병리학을 생리학에서 연역하려 한 클로드 베르나르의 기획, 그리고 병원성 세균의 발견과 이를 죽이는 항생제 개발로 완결되는 병인설과 치료의 패러다임은 근대 이후 서양에서 확립된 의학적 합리성의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근대 의학의 합리성은 그 내부에 한계도 함께 들어 있다. 생리학에서 병리학을 연역하려 한 베르나르의 기획은 ‘객관적 병리학은 존재할 수 있지만 객관적 병리학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깡귀엠 자신의 언명에 의해 부정당한다. 그리고 세균에 대한 화학요법의 발전은 그러한 발전이 화학요법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저항균주의 출현을 유발함으로써 스스로 한계에 처하게 된다. 이처럼 한계에 직면한 근대의 의학적 합리성은 그 돌파구를 어떻게 찾고 있는가.

깡귀엠은 최근 의학의 발달 양상에서 새로운 의학적 합리성이 형성되는 전조를 본다. 그는 의학적 합리성의 장애물로 보아온 생물학적 개체성을 원인론과 대립시키지 않고 새로운 의학적 합리성에 통합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분자생물학과 면역학의 발전에서 본다. 아쉽게도 이러한 학문의 발전과 그 가능성에 대한 인식은 깡귀엠의 생애 말년에 이루어졌으므로 그는 이 주제를 더 이상 발전시키지 못했다.  

末年에도 분자생물학·면역학에 주목
깡귀엠의 책을 처음으로 번역한 지 14년이 지나 그의 또 다른 책 『이데올로기와 합리성』의 번역본을 세상에 내보내게 됐다. 사실 이 책의 번역 작업은 깡귀엠의 대표작인 『정상적인 것과 병리적인 것』이 출판되고 난 이후 이내 시작했다. 그렇지만 그간 이런저런 개인적인 사정이 겹쳐 적은 분량의 책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시간이 흘러서야 번역을 마칠 수 있었다. 시간상으로만 본다면 번역에 거의 10년쯤 걸린 것 같다.  



사실 깡귀엠의 이 책을 두 번째 번역 대상으로 택한 이유는 이 책이 출판된 그의 책 중 가장 얇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었다. 그의 대표작 『정상적인 것과 병리적인 것』을 번역하며 만만찮은 그의 문체로 상당히 고생한 기억이 있어 다소 분량이 있는 그의 다른 책들은 부담스러웠다. 그렇지만 내용이나 문장은 역시 만만치 않았다. 문장 구조를 찬찬히 뜯어보고 몇 번이고 반복해 읽으며 다시 생각해보아야 의미가 파악되는 문장이 많았다. 간신히 의미가 파악되더라도 표현 방식이 한국어와 워낙 달라 가능한 덜 어색하면서도 이해 가능한 우리말로 옮기는 것 또한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간 적지 않은 학술서들을 번역했지만 역시 깡귀엠 글의 번역이 가장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이제 다시 그 고통의 기억이 희미해져가면 해산의 고통을 망각하고 또 덜컥 임신한 여자처럼 깡귀엠의 또 다른 책을 들고 만지작거리게 되지 않을까 두렵다.(여인석 연세대 의과대학·의사학과) 

10. 05. 12.  

P.S. 찾아보니 캉길렘의 책은 두어 권 더 영역돼 있다. 인식론이나 과학철학 쪽에 관심있는 독자라면 챙겨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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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때리다 2010-05-12 21:44   좋아요 0 | URL
어 저 본과 1학년 때 의학사 가르치신 강사 분이네요.ㅋㅋㅋ 수업은 재미없었지만.ㅋㅋㅋ 다른 과목이 바닥을 길 때 유일하게 A 학점 받아서 간신히 유급을 모면하게 만들어준 과목...ㅋㅋㅋㅋ

로쟈 2010-05-12 23:16   좋아요 0 | URL
의학사에 소질이 있으신 건 아닐까요?^^

헛헛헛헛 2010-05-12 23:19   좋아요 0 | URL
ㅎㅎ 의학사, 의철학 분야에서 '깡귀엠'을 간과하고 지나갈 수 없죠.

참, 이름에 대해서는,..

정상적인 것과 병리적인 것'을 번역할 때는 깡길렘으로 번역을 했지만

이후, 그가 살았던 동네 사람들이 그를 '깡귀엠'이라고 불렀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깡귀엠'으로 바꿨다고 하네요. '-'

로쟈 2010-05-12 23:43   좋아요 0 | URL
그래도 그게 왜 '깡기엠'이 아니라 '깡귀엠'이 되는 건지는 좀 의문인데요...

헛헛헛헛 2010-05-13 15:21   좋아요 0 | URL
아~ 그러네요.. 기회가 있을 때 한번 여쭤봐야겠습니다.
(불어 잘하시는 분들, 코멘트 좀 부탁...)

그나저나,

기사 내용 중에 오타가 있네요.
베르나르의 기획을 부정하는 깡귀엠의 언명을 언급하는 부분..

'객관적 병리학은 존재할 수 있지만 객관적 병리학은 존재하지 않는다'
-> '객관적 생리학은 존재할 수 있지만 객관적 병리학은 존재하지 않는다'

요렇게 바꿔야 맞는 말~ '-'

로쟈 2010-05-14 00:08   좋아요 0 | URL
교수신문은 보통 원고를 안 건드리는데, 아마 원고의 오타 같습니다. 책에선 교정이 됐나 모르겠네요...

헛헛헛헛 2010-05-16 16:03   좋아요 0 | URL
지나가던 '길손' 님께서 남겨주신 댓글을 옮겨옵니다. '-'
로자님 서재에 외부인이 글을 남길 수 없어서 제게 글을 옮겨달라고 부탁을 하셔서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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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사람들이 철자에 상관없이 그렇게 '깡귀엠'으로 불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이름의 철자가 'Canguilhem'이니 '깡길(귈)렘'으로 발음하는 게 맞다고 보여집니다. 이름의 발음기호는 어디서도 찾을 수가 없어서 옆집 프랑스 사람에게 여쭤보니 '깡길(귈)렘'이라고 분명히 'L'을 발음 하는군요. 만약에 철자가 'canguillem'이라면 '깡귀옘'으로 발음이 되겠는데(마치 'gentille(착한)'의 발음이 '장틸러'가 아니라 '쟝띠여'인 것처럼), 혹시 촌사람들이 철자 중의 묵음 'H'를 'L'로 잘못 본 것은 아닐까 싶군요.

그리고 위의 로쟈의 의견에 대해서: '~guil~'에 숨은 'U'는 발음을 '질(gil)'이 아닌 '길(guil)'로 하기 위한 도구적 기호에 불과하므로, 로쟈의 지적처럼 '귈'이 아니라 '길(깡길렘)'로 발음하는 것이 원칙적으로는 맞겠지만, 눈에 보이는 'U'에 속아서(?) '귈(깡귈렘)'로 흔히 발음하는 듯 합니다 .

로쟈 2010-05-16 16:28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궁금증이 해소됐습니다. 고유명사는 발음 규칙의 예외도 간혹 있는 듯해서요. 저는 하던 대로 '캉길렘'이라고 표기해야겠습니다...

헛헛헛헛 2010-05-17 14:55   좋아요 0 | URL
최근에 한국의철학회 학술대회 때 마침 이와 관련된 문제가 언급되어서, 간략히 그 내용을 정리해봅니다. 한희진 선생님의 토론 내용을 허락없이 정리한 것입니다. ㅎ

(자꾸 댓글이 길어지네요. 요게 마지막 댓글입니다.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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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주 깡귀엠(Georges Canguilhem)의 이름은 여전히 통일된 한글 표기법이 없다. 현재 통용되고 있는 표기법과 이로부터 파생될 수 있는 가능한 표기법은 아래와 같다.

1. 캉귈렘(깡귈렘), 캉길렘(깡길렘)
2. 캉귀엠(깡귀엠), 캉기엠(깡기엠)

1은 파리를 기준으로 한 프랑스어 표준어 발음이고,
2는 그의 출생지인 프랑스 남중부의 소도시 카르셑노다리Castelnaudary의 현지 발음이다.

한글의 외래어 표기의 기본 원칙을 따르자면, 된소리를 인정하지 않는 한글의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깡' 보다는 '캉'으로 부르는 것이 적절하다.

결국, 프랑스어와 한글의 원칙을 모두 준수하면,

캉귈렘 또는 캉길렘으로 표기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참고로, 여인석 선생님의 답변 : 아직 이름 표기에 대한 정리된 답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추후 이 부분에 대해 생각을 정리하겠다.)

-끝-
 

엊그제 <눈먼 시계공>이란 타이틀만 보고 클릭했다가 '소설'이어서 조금 '실망'한 책이 있다. 김탁환, 정재승의 합동소설 <눈먼 시계공>(민음사, 2010). 리처드 도킨스의 <눈먼 시계공>을 오래 전에 재미있게 읽어서 그 '속편'이나 관련서를 기대했던 탓이다. 어제 출간기념회가 있었던 모양인데, 인터뷰기사를 보니 굳이 실망한 일은 아니다. "과학적 상상력과 예술적 상상력이 결합하는 한 가지 실험"이란 건 또 다른 존재의의를 갖는 것이니까. 국내 저자들의 새로운 SF 시도로 눈여겨봄직하다.  

한겨레(10. 05. 11) 문학과 과학이 만나면? 

소설가 김탁환(42·사진 오른쪽)씨와 신경물리학자 정재승(38·사진 왼쪽)씨가 합동 소설 <눈먼 시계공>(전2권, 민음사)을 내놓고 10일 낮 기자들과 만났다. 미국의 저명한 과학 저술가 리처드 도킨스의 책에서 제목을 가져온 <눈먼 시계공>은 2049년 서울을 배경으로 연쇄 살인범과 그를 쫓는 수사팀의 대결을 그리고 있다. 



“2006년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로 부임한 뒤 그곳 과학자 및 공학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가장 놀라웠던 건 그들이 미래를 꿈꾸며 산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종사하는 소설과 역사는 과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번 책 때문에 과학자와는 처음 공동 작업을 했는데, 의외로 팀워크가 좋아서 즐겁게 일했습니다.”(김탁환)

“저 역시 소설 쓰기는 첫 경험이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과학적 지식과 정보에 매몰되지 않고 과학적 상상력을 사람들과 나누는 것입니다. 이번 작업을 통해 과학적 상상력과 예술적 상상력이 결합하는 한 가지 실험을 해 본 셈입니다.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셨으면 합니다.”(정재승)

<눈먼 시계공>은 서울 뒷골목에서 뇌를 탈취당한 시체들이 발견되고 특별수사대 검사 은석범이 범인을 쫓기 시작하는 데에서부터 출발한다. 한편에서는 지상 최강의 로봇을 가리는 로봇 격투기 대회의 열기가 치솟고, 서로 무관하게 보였던 이 두 이야기가 결국은 교묘하게 얽혀 있음이 드러난다….

“동물원에서 사자에게 물려 죽은 남자의 입 안에서 사자 털이 잔뜩 나왔다는 기사를 읽은 뒤 ‘생존 본능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 제게는 인생의 화두처럼 다가왔습니다. 2004년 서울에서 대전으로 내려오는 버스 안에서 줄거리를 생각해 냈고, 같은 학교에서 실험실을 함께 운영하던 김탁환 선생과 의기투합해 이번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정재승)

“단순히 소설가와 과학자가 이름만 함께 내걸고 형식적인 협업을 하는 방식으로는 하지 말자고 처음부터 약속했습니다. 과학적 지식과 인문학적 교양이 살아 숨쉬는 질 높은 작품, 문학과 과학의 제대로 된 융합의 증거가 되고 싶었어요. 구상하고 준비하는 데에 1년이 걸렸고, 신문에 연재하는 데 9개월, 다시 고치고 보완하는 데에 7, 8개월이 걸렸습니다.”(김탁환)

<눈먼 시계공>을 끝으로 카이스트 교수직을 그만두고 전업 작가로 나선 김탁환씨는 “졸업 작품을 낸 기분”이라며 “앞으로도 도전하고 싶은 과학 이야기가 많다”고 말했다. 정재승 교수도 “아직 구체화한 것은 없지만, 앞으로도 기회가 닿는다면 김탁환 선생과 협동 작업을 하고 싶다”고 화답했다. 400쪽 안팎 분량의 신국변형판 두 권으로 나온 단행본 <눈먼 시계공>에는 삽화가 김한민씨의 컬러 삽화가 곁들여졌다.(최재봉기자) 

10. 05. 11.  

P.S. 날이 무더워지면 장르소설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듯싶은데, SF 독자라면 기반이 되는 교양과학서도 많이 읽어둠직하다. 최근에 나온 책으로는 미치오 가쿠의 <불가능은 없다>(김영사, 2010) 같은 경우가 1순위에 들 만하다. 개인적으론 도킨스의 <눈먼 시계공>(민음사, 1997)이나 미치오 가쿠의 <초공간>(김영사, 1997) 모두 단숨에 읽은 책인데, 돌이켜보니 '옛날'에 읽은 책들이다. 이후에는 그만큼 여유가 없었다는 것인지. 아, 옛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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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0-05-12 01:15   좋아요 0 | URL
음 국내에서도 차츰 SF소설들이 나오는군요.그나저나 카이스트 교수님이 작가라니 놀랍네요.혹 로쟈님도 SF소설을 읽어보시겠다면(일전에 장르 소설은 너무 쉽다고 하신거으로 기억해서),행복한 책읽기에서 나온 쿼런틴을 추천해 드립니다.양자 역학이 나오는 내용인데 과학적 지식이 없으며 잘 이해가 안가는 하드한 SF더군요^^

로쟈 2010-05-12 18:57   좋아요 0 | URL
장르 소설이 너무 쉽다고 한 적은 없는 듯하고, 너무 많다고 한 적은 있습니다. 그걸 챙겨읽을 시간과 돈이 부족해서요.^^; 나중에 좋은 평론집이나 가이드북이 나오면(프레드릭 제임슨의 책도 있고요) 구경은 해볼 참입니다...

카스피 2010-05-12 23:25   좋아요 0 | URL
근데 SF의 경우 워낙 소설도 잘 안팔려서 평론집이나 가이드북은 국내 현실상 도저히 나올것 같지 않네요 ㅜ.ㅜ

로쟈 2010-05-12 23:42   좋아요 0 | URL
제가 아는 평론가가 한 권 낸다고 하더군요.^^

2010-05-13 2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13 2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울국제도서전 안내다. 이번주 12일(수)-16일(일)까지 삼성동 코엑스 홀에서 열린다. 여러 문화행사 가운데, 국내 저자들과의 만남 프로그램을 옮겨놓는다. '인문학 카페'라는 것이 신설돼 나도 참여하게 됐다. 관심 저자들과의 만남에 잠시 시간을 할애해 보셔도 좋겠다.  

 

▶ 인문학 카페
모든 분야를 아우를 수 있는 포용력을 지닌 끝없는 지적 탐구의 세계인 ‘인문학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문학, 역사, 고전, 미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유명 인사들의 강의를 서울국제도서전 현장에서 직접 들어보실 수 있습니다.  

일자 시간 장소 내용
5. 14. (금) 10:30-11:30 이벤트홀 II (소통) 이현우와 함께하는 곁다리 인문학자 로쟈의 저공비행 -로쟈의 인문학 서재
5. 15. (토) 10:30-11:30 고전문학 평론가 고미숙과 함께하는 인문학 이야기
5. 16. (일) 10:30-11:30 강신주의 철학 vs 철학 - 동서양 2,500년을 종회무진 넘나드는 신개념 철학사

▶ 저자와의 대화
2010 서울국제도서전에서는 국내 유명 저자들의 신간 소개 및 작가들의 작품세계에 대해 독자들과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합니다. 교보문고와 공동으로 진행한 “2010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만나고 싶은 작가 및 출판사” 설문조사에서 선정된, 독자들이 가장 만나보고 싶었던 작가들을 도서전 현장에서 직접 만나보세요.

일자 시간 장소 저자
5. 12. (수) 13:00-14:30 이벤트홀 II (소통) 베르나르 베르베르 (소설가)
5. 13. (목) 11:00-12:00 이벤트홀 I (책) 박경철 (의사, 저자)
16:30-18:00 이벤트홀 II (소통) 마르크 레비와 공지영 (소설가)
17:00-18:00 이벤트홀 I (책) 천명관 (소설가)
5. 14. (금) 12:00-13:00 이벤트홀 II (소통) 박민규 (소설가)
15:30-16:30 이벤트홀 I (책) 은희경 (소설가) 
5. 15. (토) 12:30-13:30 이벤트홀 I (책) 김진명 (소설가) 
14:00-15:00 성석제 (소설가)
5. 16. (일) 11:00-12:00 이벤트홀 I (책) 한수산 (소설가) 
12:30-13:30 김홍신 (소설가) 
13:30-14:30 이벤트홀 II (소통) 권비영 (소설가)

10. 05. 10.  

P.S. 덧붙여, 한겨레에서 관련기사를 스크랩해놓는다.   

한겨레(10. 05. 11) 국내외 유명작가독자들과 다양한 스킨십

국내외 유명 작가들이 따뜻한 봄볕 햇살이 내리쬐는 이번주 한국을 찾아 독자들을 만난다. 제16회 서울국제도서전(12~16일 서울 삼성코엑스)의 독자 만남 행사와 강연회, 10일부터 열리는 제3회 세계작가축제(10~14일 서울·전주)가 그 자리다.

서울국제도서전(sibf.or.kr)에는 올해 주빈국인 프랑스에서 작가 7명이 서울을 찾는다. <개미>와 <신>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12일과 13일 독자와의 만남행사와 작가 사인회를 열며, <저스트 라이크 헤븐> <너 어디 있니?>의 작가 마르크 레비는 13일 한국의 인기 작가 공지영씨와 ‘한국과 프랑스 문학’을 주제로 대담을 나눈다.

아동 판타지 소설 <타라 덩컨> 시리즈의 작가 소피 오두인 마미코니안은 14일 ‘타라 덩컨 캐릭터 공모전’ 시상식과 작가 사인회를 열며, 15일엔 <초콜릿 케이크와의 대화>의 작가 마르탱 파주가 작가 대담 행사를 연다. 이 밖에도 그림책 작가 에르베 튈레와 저술가 크리스틴 조시스, 스테판 도베르 등이 ‘한국, 프랑스를 읽다’를 주제로 2천여종의 프랑스 도서를 소개하는 주빈국 행사에서 한국 독자를 만나며, 알베르 카뮈 타계 50주년 기념 좌담회도 열린다.

국내 작가들과 독자가 만나는 자리도 풍성하다. ‘2010 서울도서전에서 가장 만나고 싶은 작가’를 묻는 독자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공지영씨를 비롯해 은희경·권비영·성석제·한수산·김홍신·김진명·박민규씨 등 인기 소설가들이 줄줄이 ‘저자와의 대화’에 참여한다. ‘시골의사’로 알려진 저술가 박경철씨도 참석한다. 올 서울도서전의 특별기획이라 할 ‘인문학 카페’에선 고전문학 평론가 고미숙씨, 동서양 비교 철학을 하는 강신주씨, 로쟈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파워 블로거 이현우씨가 14~16일 도서전 현장에서 강연회를 연다.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여는 세계작가축제(www.klti.or.kr)의 행사 일부도 서울국제도서전 현장에서 열린다. ‘세계작가축제 참가 작가들과 함께’를 주제로 14일 미국과 캐나다, 덴마크, 인도, 폴란드, 우크라이나, 아이슬란드 등에서 온 유명 작가들을 만나볼 수 있다. 미국 작가 주노 디아즈, 이민진, 핀란드의 국민작가 레나 크론을 비롯하여 덴마크의 시인 마야 리 랑바드, 인도의 시인 비벡 나라야난, 폴란드의 그림책작가 이보나 흐미옐레프스카, 일본의 그림책작가 기타무라 사토리 등이 낭독회, 사인회 등을 연다.(허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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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호모 사피엔자의 인문학
    from 로쟈의 저공비행 2010-09-27 17:36 
    <책을 읽을 자유>(현암사, 2010)가 나온 지 얼마 안돼 관련기사들을 검색해보는데(오늘도 몇 건의 인터뷰 요청을 받았다), 특이하게도 지난 5월 서울국제도서전의 '인문학 카페' 행사 때 강연한 내용이 기사화돼 올라와 있다.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는데(뉴스라도 몇달 전 뉴스다!) 여하튼 기사는 기사니만큼 스크랩해놓는다(거의 브로마이드 수준의 사진들도 포함하고 있다!). 두 가지가 놀라운데, 하나는 매우 긴 장문의 기사라는 것, 그리
 
 
비로그인 2010-05-10 20:15   좋아요 0 | URL
으악~~저 이거 초대권 선물로 받았는데, 로쟈님 뵈러 가야겠다아^^

로쟈 2010-05-10 22:09   좋아요 0 | URL
초대권까지 필요하진 않을 듯한데요.^^; 저도 어떤 분위기인지는 모르겠지만...

비로그인 2010-05-10 22:42   좋아요 0 | URL
서울 국제 도서전...초대권 받고 알았어요.ㅎㅎ

세실 2010-05-11 08:55   좋아요 0 | URL
오오 화려한 강사진이네요. 해마다 갔었는데..음
14일은 출장이라 아쉽지만 안되고. 13일을 생각해 봐야 겠습니다.
예전에 도서전에서 공지영작가랑 신경숙 작가 뵈었어요.

로쟈 2010-05-11 11:12   좋아요 0 | URL
아, 사서이시죠? 이런 행사는 직무 관련 행사겠는데요.^^

세실 2010-05-11 20:34   좋아요 0 | URL
넵^*^

2010-05-11 17: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mkung11 2010-05-12 09:37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항상 방문해서 글만 읽고가다가 오늘 첨으로 남겨요.저 14일에 로쟈님 뵈러 갑니다. 강연 직접 듣고 싶었는데 이런 기회가 생겨 영광이네요~ 참고로 싸인북도 받습니다.ㅎㅎ

로쟈 2010-05-12 19:50   좋아요 0 | URL
아, 그날 뵙겠습니다.^^;
 

습관대로 새로 나온 책들을 검색하다가 '발견'한 건 카너 폴리의 <왜 인도주의는 전쟁으로 치닫는가?>(마티, 2010). 소위 '인도적 개입'의 허실을 따져본 책으로 보인다.  

  

알라딘의 책소개 말고는 참고할 만한 것도 없는데(다른 서점에 가서 목차가 있나 봤지만 책 자체가 아직 뜨지 않는다) 간단한 소개로는 이렇다.

1960년대 말 비아프라 분쟁에서 그 조짐이 보인 인도주의의 정치화는 90년대 보스니아 전쟁과 르완다 집단학살 사건을 거치며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이어, 코소보 전쟁을 전환점으로 거치며 9?11 테러 후 미국과 영국의 아프가니스탄 및 이라크 점령으로 절정을 맞기에 이른다. 이 책은 1990년대 들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분쟁지역에 대한 인도주의적 무력 개입과 정치적 목적을 둘러싼 논란의 배경, 그리고 구호 활동가들이 겪는 아이러니한 현실과 그 이면에 존재하는 문제의 핵심을 드러낸다.

  

원제는 '가늘고 푸른 선(The Thin Blue Line)'인데, 찾아보니 '경찰력'을 뜻하는 말이라 한다. 여기서는 UN 평화유지군도 뜻하는 것처럼 보인다. 원래는 군사용어로 '저지선' 혹은 '방어선'을 뜻하는 '가늘고 빨간 선(The Thin Red Line)'에서 따온 말이라 한다. 바로 떠오로는 건 물론 테렌스 맬릭의 영화 <씬 레드 라인>(1998). 전쟁의 참상에 보다 사실적으로 접근했던 영화. <왜 인도주의는 전쟁으로 치닫는가>는 그렇다면 왜 '블루 라인'은 '레드 라인'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가로 되읽을 수도 있겠다. 이주의 첫번째 관심도서로 올려놓고 리뷰를 기다려본다... 

10. 0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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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관심도서로 분류했던 앤드류 니키포룩의 <대혼란: 유전자 스와핑과 바이러스 섹스>(알마, 2010)에 대한 소개기사를 스크랩해놓는다. 조류독감, 광우병, 구제역 등 우리와도 무관하지 않은 생물학적 유행병들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관련기사를 읽어두는 것도 '방역'의 일부가 되지 않을까 싶다. 세계적 규모의 무역과 세계화가 원인이라면 해결은 어떻게 모색해야 할까?

한국경제(10. 05. 07) 인간·돼지·조류의 '바이러스 스와핑' 더 센 놈이 온다 

조류독감(H5N1)이 홍콩의 양계업계를 강타한 1997년. 최초의 인간감염 사례가 발생하면서 18명이 조류독감에 걸렸다. 시민 6명이 사망한 뒤 홍콩 당국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공장형 양계시설 160곳과 재래시장 1000곳에서 수거한 가금류를 전부 자루에 쑤셔넣고 가스로 질식시킨 뒤 쓰레기 매립지에 매장했다. 원래 H5N1은 사람의 목숨을 빼앗기는커녕 사람을 감염시킬 수도 없다고 생각됐던 바이러스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비슷한 부류의 수많은 바이러스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증식하면서 야생조류와 양계장의 닭들을 몰살시켰다. 왜 그랬을까.

<대혼란>의 저자는 "조류 바이러스군은 조잡하고 변화무쌍한 복제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돼지나 조류 등의 다양한 매개체를 통해 만난 서로 다른 바이러스들이 '바이러스 섹스'를 하면서 온갖 종류의 조잡한 복제물과 돌연변이를 만들어낸다는 것.H5N1은 스무 번이나 돌연변이를 통해 변종을 낳았고,그 결과 단순한 무임승차자에 불과했던 조류독감이 공장형 양계장 같은 환경에서 순식간에 악질 살해자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또한 조류 유형,인간 유형,돼지 유형의 바이러스들이 '유전자 스와핑'을 하면서 호시탐탐 세계인의 생명을 노리고 있다고 경고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21세기를 위협하는 생물학적 유행병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전 세계를 공포로 들끓게 한 조류독감,광우병,무려 500억달러나 잡아먹은 사스,유달리 전염성이 강한 구제역,지옥에 버금가는 난장판을 연출할 수 있는 곰팡이,각국 정부가 비밀리에 만들어낸 탄저균,지구온난화가 만들어내는 온갖 유형의 바이러스와 질병 등을 낱낱이 해부한다.

창궐하는 유행병 근원은 세계적 규모의 무역과 세계화다. 65억 지구인의 급증하는 상거래와 세계여행,수입식품 등이 무임승차할 기회만 엿보고 있는 생물학적 히치하이커들에게 전 세계로 총출동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온갖 미생물들과 그 친인척들이 세계 무역망을 타고 총출동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가령 산업적 방식으로 생산된 값싼 고기를 탐닉하는 인간의 식욕은 조류독감을 낳았고,인간이 매년 먹는 음식과 구매하는 상품의 80%가 세계의 바다를 누비는 선박에 의해 운반된 결과 매일 7000종 이상의 해양 미생물,해파리,식물,어류,물벼룩 등의 서식지가 바뀌고 있다. 사스,구제역 등의 가축 전염병은 동물 대학살을 수시로 초래하고 기후 변화로 진드기와 모기가 활개를 친다. 병원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저자는 오히려 "따지고 보면 병원이란 병든 사람들이 가득한 곳이며,몸이 편치 않은 사람들의 면역체계는 공장형으로 사육되면서 노상 약물에 절어있는 닭보다 나을 것이 하나도 없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사스는 '야심에 불타는 침입자'(바이러스)가 세계로 진출하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병원에서 발견한 경우라고 그는 고발한다. 정부 발표나 언론 보도와 달리 사스는 외인성 신흥 병원균이 아니라 병원에서 만들어진 병원감염 전염병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설명과 함께 저자는 "침입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번식을 시작하면 생태계 전체와 먹이사슬,수계(水系)는 물론 인류 제국의 운명까지 바꿔놓을 수 있다"며 "누구나 상거래가 배출한 침입자와 어디선가 마주칠 날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저자는 생물학적 유행병으로 대혼란을 겪고 난 후 변화될 상황을 전망하는 것으로 대처방법을 대신한다.

"심각한 유행병을 계기로 맹렬한 세계화의 속도와 살아있는 모든 것을 사고파는 생물학적 무역에 대해 제고하게 될 것이다. 또 사람들이 여행과 무역을 덜 하고 공중보건에 보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게 될 것이다. 백화점에 진열된 상품 중에 해외에서 수입된 상품 수가 훨씬 줄어들 것이다. 가축을 공장형 사육시설에 몰아넣는 것,수의학과 인간의학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수자원 오염,그리고 모든 것을 세계화하는 데 대해 문제가 제기될 것이다. "(서화동기자) 

10. 05. 09.  

P.S. 저자 니키포룩은 캐나다의 저널리스트다. '탐사 저널리스트'라고 부를 수 있을까. 소개에 따르면, "지금까지 세권의 저서를 펴냈으며 특히 <새보터>는 캐나다 Governor General's Award 논픽션 부문을 수상하였다. 처녀작인 <제4의 기사, 전염병, 페스트, 기아, 재앙, 신생 바이러스의 역사>는 캐나다, 미국, 영국에서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았다." '지금까지'가 언제까지를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신작 <타르 모래>(2009)까지 포함하면 다섯 권의 책을 펴냈다. 최소한 세 가지 분야의 책들인데, 영어권에서 부러운 것은 이런 논픽션 작가들의 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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