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눈먼 시계공>이란 타이틀만 보고 클릭했다가 '소설'이어서 조금 '실망'한 책이 있다. 김탁환, 정재승의 합동소설 <눈먼 시계공>(민음사, 2010). 리처드 도킨스의 <눈먼 시계공>을 오래 전에 재미있게 읽어서 그 '속편'이나 관련서를 기대했던 탓이다. 어제 출간기념회가 있었던 모양인데, 인터뷰기사를 보니 굳이 실망한 일은 아니다. "과학적 상상력과 예술적 상상력이 결합하는 한 가지 실험"이란 건 또 다른 존재의의를 갖는 것이니까. 국내 저자들의 새로운 SF 시도로 눈여겨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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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10. 05. 11) 문학과 과학이 만나면?
소설가 김탁환(42·사진 오른쪽)씨와 신경물리학자 정재승(38·사진 왼쪽)씨가 합동 소설 <눈먼 시계공>(전2권, 민음사)을 내놓고 10일 낮 기자들과 만났다. 미국의 저명한 과학 저술가 리처드 도킨스의 책에서 제목을 가져온 <눈먼 시계공>은 2049년 서울을 배경으로 연쇄 살인범과 그를 쫓는 수사팀의 대결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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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로 부임한 뒤 그곳 과학자 및 공학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가장 놀라웠던 건 그들이 미래를 꿈꾸며 산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종사하는 소설과 역사는 과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번 책 때문에 과학자와는 처음 공동 작업을 했는데, 의외로 팀워크가 좋아서 즐겁게 일했습니다.”(김탁환)
“저 역시 소설 쓰기는 첫 경험이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과학적 지식과 정보에 매몰되지 않고 과학적 상상력을 사람들과 나누는 것입니다. 이번 작업을 통해 과학적 상상력과 예술적 상상력이 결합하는 한 가지 실험을 해 본 셈입니다.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셨으면 합니다.”(정재승)
<눈먼 시계공>은 서울 뒷골목에서 뇌를 탈취당한 시체들이 발견되고 특별수사대 검사 은석범이 범인을 쫓기 시작하는 데에서부터 출발한다. 한편에서는 지상 최강의 로봇을 가리는 로봇 격투기 대회의 열기가 치솟고, 서로 무관하게 보였던 이 두 이야기가 결국은 교묘하게 얽혀 있음이 드러난다….
“동물원에서 사자에게 물려 죽은 남자의 입 안에서 사자 털이 잔뜩 나왔다는 기사를 읽은 뒤 ‘생존 본능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 제게는 인생의 화두처럼 다가왔습니다. 2004년 서울에서 대전으로 내려오는 버스 안에서 줄거리를 생각해 냈고, 같은 학교에서 실험실을 함께 운영하던 김탁환 선생과 의기투합해 이번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정재승)
“단순히 소설가와 과학자가 이름만 함께 내걸고 형식적인 협업을 하는 방식으로는 하지 말자고 처음부터 약속했습니다. 과학적 지식과 인문학적 교양이 살아 숨쉬는 질 높은 작품, 문학과 과학의 제대로 된 융합의 증거가 되고 싶었어요. 구상하고 준비하는 데에 1년이 걸렸고, 신문에 연재하는 데 9개월, 다시 고치고 보완하는 데에 7, 8개월이 걸렸습니다.”(김탁환)
<눈먼 시계공>을 끝으로 카이스트 교수직을 그만두고 전업 작가로 나선 김탁환씨는 “졸업 작품을 낸 기분”이라며 “앞으로도 도전하고 싶은 과학 이야기가 많다”고 말했다. 정재승 교수도 “아직 구체화한 것은 없지만, 앞으로도 기회가 닿는다면 김탁환 선생과 협동 작업을 하고 싶다”고 화답했다. 400쪽 안팎 분량의 신국변형판 두 권으로 나온 단행본 <눈먼 시계공>에는 삽화가 김한민씨의 컬러 삽화가 곁들여졌다.(최재봉기자)
10. 0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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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날이 무더워지면 장르소설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듯싶은데, SF 독자라면 기반이 되는 교양과학서도 많이 읽어둠직하다. 최근에 나온 책으로는 미치오 가쿠의 <불가능은 없다>(김영사, 2010) 같은 경우가 1순위에 들 만하다. 개인적으론 도킨스의 <눈먼 시계공>(민음사, 1997)이나 미치오 가쿠의 <초공간>(김영사, 1997) 모두 단숨에 읽은 책인데, 돌이켜보니 '옛날'에 읽은 책들이다. 이후에는 그만큼 여유가 없었다는 것인지. 아, 옛날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