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거창하지만, '공지' 페이퍼이다. 수유너머N의 초청을 받아서 내주 화요일(23일) 저녁에 제목으로 내건 주제를 갖고서 발표를 하기로 했다(http://nomadist.org/xe/freeboard/10728).  



주제는 어제 정해서 주최측에 보냈는데, '과거로부터의 교훈'이란 건 <잃어버린 대의를 옹호하며>(2009)의 제2부 제목이기도 하다. 토론자가 책의 역자인 박정수 수유너머 연구원이다.   

아마도 <레닌 재장전>(마티, 2010)과 <지젝이 만난 레닌>(교양인, 2008) 등에서의 레닌론과 <잃어버린 대의를 옹호하며>에서의 혁명론, 포퓰리즘론을 어떻게 엮어서 발표문을 쓰게 될 거 같다. 그것도 써봐야 아는 것이고, 당장은 세 마리 늑대에 쫓기고 있는 형편이어서(처음엔 세 마리 토끼를 내가 쫓는 줄 알았다) 제 시간에 발표문을 작성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다. 여하튼 주최측의 요청에 따라 공지는 해놓는다.  

10. 0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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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건희주의를 어떻게 넘어설 수 있는가
    from 로쟈의 저공비행 2010-02-23 01:36 
    오늘 저녁에 수유너머N에서 발표하는 '지젝의 레닌주의와 과거로부터의 교훈' 발표문 가운데 일부를 옮겨놓는다. 혹 궁금해 하시는 분들에게 참고가 되면 좋겠고, 나머지 부분은 발표 이후에 다시 정리해서 올려놓을 예정이다.     “우리는 레닌을 반복하고 재장전해야만 한다. 즉 우리는 오늘날의 성좌에서 똑같은 추동력을 되살려내야 한다. 레닌으로의 변증법적 회귀는 "좋았던 옛 혁명기"를 향수 속에서 재연하는 것도, 기회주의적이고
  2. 지젝의 레닌주의와 과거로부터의 풍경
    from 로쟈의 저공비행 2010-04-15 23:55 
    <레닌 재장전>에 대한 서평을 옮겨놓다 보니 지난 2월 수유너머N에서 가졌던 화요토론회 자리가 생각났다. 안 그래도 토론회 장면을 찍은 사진을 홈피에 올려놓았다는 얘기를 얼마 전에 들었던 참이어서 들어가봤다(http://nomadist.org/xe/galary/13552). 이런저런 근심으로 무거운 머리를 잠시 내려놓는다. 발표문은 이미 두 개의 페이퍼로 정리해놓은 바 있으니 참고하시길.    10.
 
 
2010-02-17 0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17 0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17 07: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17 0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0-02-17 0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같은 일반자유시민이 참여해도 되는 건지요?

수유넘어 역시 온라인 강의는 들어보았었는데 참가는 아직 못해 봤어요..

선생님의 로쟈가 어디에서 왔을까.. 처음엔 신기했어요.
저는 나의 여인! 로자 룩셈부르크을 연상했었거든요.
박노자와 로쟈가 러시아에서 온것은 요즘에 알게 된거예요..
살아있다는 게 참 신기하고 재밌죠^^
저는 러시아와 러시아문학에 열광하고 있답니다.
선생님이 얘기해주는 그 모든 캐릭터들의 눈부심이란! 또 광대무변함, 공허함..또 철학이라니 성자라니.. 문학을 놓고 그런 엄청난 이야기를 들을수 있는 곳이 있었다니 그저 대단하기만 해요^^ 올해는 정말 기뻐요~

로쟈 2010-02-17 23:17   좋아요 0 | URL
참가에 제한은 없는 걸로 알아요. 아현역 부근에 있습니다. 올해는 이제 시작인데요.^^

비로그인 2010-02-18 05:32   좋아요 0 | URL
수유넘어N에 가보았는데 엄청난 것 같았어요~

그렇지만.. 저는 이번엔 못갈거 같아요.. 제가 엄청 수줍고~ 또한 히키코모리라서.. 코뮨..!! 설레이는 마음은 있지만 아직은 제 이상 너머에 있네요~~~

그러나 한겨레엔 고고씽~.

로쟈 2010-02-18 21:56   좋아요 0 | URL
자주 뵙겠는데요.^^

비로그인 2010-02-18 22:47   좋아요 0 | URL
저는 선생님 맨날 뵙는 데... 온- 오프라인 동시 강의 정말 좋아요.

주머니에 넣고다니는 기분인걸요.
책을 읽다가... 아무때나...
나만의 즐거운 밀회.ㅋㅋ*^*---

高原 2010-02-18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자샘을 직접뵙고 싶고...참가하려고 하는데 그날까지 한권이라도 읽고가야하는데 어쩔지 모르겠습니다.

로쟈 2010-02-18 21:55   좋아요 0 | URL
두꺼워서 저도 완독은 못한 책들입니다.^^;
 
톨스토이, 도덕에 미치다

몇 시간 전이지만 엊저녁에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에 대한 강의가 있었다. 필요 때문에라도 읽은 책이 석영중 교수의 <톨스토이, 도덕에 미치다>(예담, 2009)이다. 톨스토이의 어린시절과 청년시절에 대해서는 다루고 있지 않지만, 결혼 이후의 삶, 특히 <안나 카레니나>를 쓴 이후 만년의 톨스토이의 삶과 '콩가루 집안' 얘기를 비교적 자세하게 소개해주고 있어서 유익하다. 예전에 읽은 얀코 라브린의 <톨스토이>나 기타 전기에서 미처 읽지 못한 대목들(혹은 잊어먹은 대목들)도 있다. 내친 김에 톨스토이와 관련한 참고문헌 몇 가지를 챙겨놓으려는 생각에서 페이퍼를 적어둔다. 그 전에 <톨스토이, 도덕에 미치다>에 대한 서평기사를 하나 더 읽어둔다. 그의 전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참고로, 현재 한국어로 읽을 수 있는 가장 자세한 평전은 쉬클롭스키의 <레프 톨스토이>(나남, 2009)이다.  

 

한겨레21(09. 11. 13) 오욕의 굴레와 싸운 톨스토이의 고행   

“그는 예술가였지만 예술을 미워했다. 귀족이었지만 귀족을 미워했다. 90권이나 책을 썼지만 말을 믿지 않았다. 결혼을 했지만 결혼 제도를 부정했다. 언제나 육체의 욕구에 시달리면서 금욕을 주장했다. 천재적인 두뇌의 소유자였지만 지성을 증오했다.”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는 이렇게 모순으로 점철된 삶을 살다 갔다. 위대한 작품을 남긴 소설가요, 설득력 있는 우화와 특유의 도덕론으로 ‘인류의 스승’으로 추앙받는 그도 평생 오욕의 굴레에서 고통스러워했다. <도스토예프스키, 돈을 위해 펜을 들다>에서 ‘돈’이란 열쇳말로 거장의 철학과 예술세계를 흥미롭게 분석해낸 석영중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교수의 신작 <톨스토이, 도덕에 미치다>(예담 펴냄)는 이런 그의 삶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수많은 저작을 중구난방 훑어보는 대신, 지은이는 톨스토이가 삶의 전화점에 섰던 마흔아홉 살에 내놓은 <안나 카레니나>를 중심으로 그의 삶을 들여다본다. 그는 “쉰 살 이전의 톨스토이가 위대한 작가라면, 쉰 살 이후의 톨스토이는 위대한 교사”라고 썼다. 작품의 줄거리는 “고위층 사모님이 남편도 자식도 다 버리고 연하의 남성과 애정 행각을 벌이다가 일이 잘 풀리지 않자 자살한다”는 내용이다. 여주인공 안나는 달려오는 기차에 몸을 던지는 것으로 삶을 마무리한다. ‘불륜을 저질렀다고 해서 꼭 이렇게까지 비참하게 죽어야 할까?’ 지은이는 “소설을 찬찬히 읽다 보면 작가가 여주인공을 죽인 것이 꼭 불륜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고 지적했다.

50살에 ‘위대한 작가’에서 ‘위대한 교사’로
“톨스토이는 여주인공의 죽음을 통해 상류층의 모든 것을, 예컨대 그들의 사고방식과 습관과 생활태도, 사랑과 연애와 결혼, 그리고 심지어 예술관과 먹는 음식까지 비판한다. ‘잘’ 살기 위해서는 그 모든 것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에 관한 소설인 셈이다.”  

실제 이 작품 집필을 마친 이후 톨스토이는 삶의 방식을 송두리째 바꿨다. 소설 속에서 비판했던 모든 것을 버리고 소박한 삶을 살기 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기울였다. 참되게 살기로 결심한 그가 맨 먼저 한 일은 앞선 삶의 ‘죄상’을 낱낱이 고백하는 <참회록>을 써 이를 만천하에 알리는 것이었다. 이후 그는 ‘잘 사는 법’에 대해 죽는 날까지 집요하게 설파해댔다. “톨스토이는 햄릿처럼 생각하면서 돈키호테처럼 살기로 결심한 사람”이란 평가가 절묘하다.

‘성자’의 반열에 오른 이후에도 톨스토이의 ‘고행’은 그칠 줄 몰랐다. 16살 차이가 나는 톨스토이와 그의 부인 소피야 베르스는 1862년 결혼한 이래, 반세기 만에 ‘죽음이 그들을 갈라놓을 때까지’ 끝없이 부부싸움을 벌인 것으로 유명하다. 흔히 소피야를 소크라테스의 부인 크산티페에 버금가는 ‘악처’로 몰아붙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소피야는 결혼 직후부터 27년 동안 무려 16차례 임신을 했고, 13명의 아이를 낳았다. 30년 가까운 세월을 끊임없는 임신과 출산·수유로 보냈다는 얘기다. 그는 또 악필로 유명한 톨스토이의 원고를 일일이 깔끔하게 정서해준 훌륭한 조력자이기도 했다. 물론 악다구니긴 했지만, ‘콩가루 집안’의 책임을 그에게만 들씌우는 건 부당해 보인다.  

80대 대문호의 가출과 마지막 유언
1910년 10월28일 새벽 톨스토이는 ‘가출’을 감행했고, 20여 일 만에 그는 러시아 서부의 한적한 간이역 아스타포보의 역장 관사에서 생을 마쳤다. 행려 같은 쓸쓸한 죽음은 아니었다. 러시아를 비롯한 전세계가 ‘80대 대문호의 가출’이란 희대의 사건을, 당시 기준으로 보자면 거의 실시간으로 전했다. 그가 마지막 숨을 몰아쉬던 순간에도 관사 밖은 인파로 북적였다. 하지만 남편이 위독하다는 소식에 한달음에 달려간 소피야는 주변의 방해로 임종조차 지키지 못했단다. 기막힌 삶이다.  

“진리를… 나는… 사랑한다.” 톨스토이가 숨지기 전 남긴 마지막 말이다. 그가 실제 ‘진리’를 발견했는지는 알 수 없다. 스스로는 분명 그렇게 믿었을 터다. 어쩌면 그것이 ‘비극’의 씨앗이었는지 모른다.(정인환 기자) 

10. 02. 16.  

P.S. 내가 챙겨두려고 하는 건 참고문헌에 실린 '톨스토이 관련서적' 몇 가지다. 일단 저자가 챙겨놓은 한국어본은 라브린의 <톨스토이>(한길사, 1997)와 딸 타티야나 톨스타야의 <딸이 본 톨스토이><서당, 1988), 그리고 파이지스의 러시아 문화사 <나타샤 댄스>(이카루스미디어, 2005)다. 거기에 영역본으로 제시됐지만 메레지코프스키의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금문, 1996)도 한국어본으로 추가할 수 있다.   

기타 여러 권의 참고문헌이 소개돼 있지만, 나의 관심은 만년의 가족사와 관련된 것이다. 가령, 참고문헌에는 빠져 있지만, 톨스토이의 만년을 다룬 소설로 제이 파리니의 <톨스토이의 마지막 정거장>(궁리, 2004) 같은 것. 이 작품은 작년에 영화화되어 얼마전에 미국에서 개봉된 걸로 돼 있다(예고편은 http://www.youtube.com/watch?v=bTh-vQho7UU 참조). 흠, 헬렌 미렌이 아내 소피야 역을 맡고 있군.    

 

짐작에 영화에서도 핵심은 톨스토이 부부의 불화일 듯싶은데, "좀더 자세한 내용을 원하는 독자라면 이 분야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사랑과 증오, 소피야와 레오 톨스토이 부분의 파란만장한 결혼생활>을 읽으면 좋을 것이다."(96쪽)라고 추천되는 책이 있다. 윌리엄 쉬러의 <사랑과 증오>(2007)다.  

2007년에 나온 책이니'고전'이란 얘기는 가장 자세히 다룬 책이란 뜻이겠다(400쪽 분량). 거기에 보태 소피야의 일기도 영역본이 나와 있다.  

 

저자가 주로 참고하고 있는 톨스토이의 전기는 A. N.  윌슨의 <톨스토이>(노튼판 2001)이며, 소피야의 전기로는 앤 에드워즈의 <소냐: 톨스토이 백작부인의 삶>(1981)도 참고문헌 목록에 들어 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톨스토이 연구서는 랑쿠르-라페리에르의 <카우치에 누운 톨스토이(=톨스토이 정신분석)>(2007)와 (저자의 참고문헌에는 빠져 있지만) 구스타프슨의 평전 <레프 톨스토이>(1989)이다. 두 책 모두 러시아어로도 번역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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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벤야민의 마지막 횡단
    from 로쟈의 저공비행 2010-06-12 09:04 
    일간지 리뷰기사를 보다가 모르고 지나갈 뻔한 책을 하나 발견했다. 톨스토이 생애의 마지막 날들을 소설로 옮긴 <톨스토이의 마지막 정거장>(궁리, 2004)의 저자 제이 파리니의 또 다른 전기소설이 출간된 것인데, 이번엔 독일의 비평가 발터 벤야민이다. <벤야민의 마지막 횡단>(솔출판사, 2010). 벤야민의 전기는 몇 권 출간돼 있지만 '전기소설'이라고 하니까 또 감이 다르다. 벤야민의 독자라면 놓치기 아
  2. 톨스토이의 마지막 인생
    from 로쟈의 저공비행 2010-12-06 23:10 
    이미 예고돼 있었지만 톨스토이의 마지막 1년을 다룬 영화 <톨스토이의 마지막 인생>이 내주 개봉된다 한다. 지난달에 서거 100주년을 맞은 이 거장의 삶을 한번쯤 음미해보는 시간이 될 수 있을 듯하다. 덤으로 아내 소피야 역을 맡은 헬렌 미렌의 연기도 기대를 모은다.    한겨레(10. 12. 07) 성자로 박제된 ‘소년’의 마지막 1년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1828~1910)는 &l
 
 
sophie 2010-02-16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를 뒤져보니 <톨스토이의 비밀일기>가 나오네요. 인디북에서 나온 건데 읽으면서 별로 재미는 못 봤지요.

로쟈 2010-02-16 10:45   좋아요 0 | URL
일기 분량도 사실 너무 방대해서 전공자도 읽을 엄두를 내기 어렵습니다. 논문을 쓴다면 모르지만요.^^;

펠릭스 2010-02-17 07:42   좋아요 0 | URL
전에 일기을 읽었어요. 기억에 남는 것은 국내 전시회였죠('04.12.10-'05.3.27). 다시 읽어 보렵니다.

L.SHIN 2010-02-16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보고 싶네요.

펠릭스 2010-02-17 00:24   좋아요 0 | URL
네, 저도 보고 싶습니다

페크pek0501 2010-02-17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족이지만 귀족을 미워했다는 톨스토이. 자신의 삶에 사회에 순응하며 살지 않았기에 그의 삶은 모순 투성이일 수밖에 없겠죠. '삶과 사회'와의 마찰 때문에 좋은 글을 뽑아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야말로 작가의 저항정신입니다. 마찰과 저항이 있어야 좀더 바람직한 세상에 대한 모색이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한 작가의 고뇌가 만든 그의 저작을 통해 우리를 정신세계를 풍요롭게 했다는 점에서 인류에게 훌륭한 공헌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로쟈 2010-02-17 23:23   좋아요 0 | URL
인류를 위해 공헌하자면 가족들의 희생이 따르지요.^^;
 

명절 일정을 마친 어젯밤 문득 닉 혼비의 <런던스타일 책읽기>(청어람미디어, 2009)를 빼들었다가 우연히 체호프의 편지들에 관한 수다를 읽고서 '런던스타일로 체호프 읽기'란 페이퍼를 구상했지만 실행하지는 못했다. 쾌락원칙뿐만 아니라 현실원칙도 고려해야 하는 게 '현실'이므로 몇 가지 핑계를 대 욕구의 좌절을 정당화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면서 든 생각은, 그런 발상의 '쓸모없는 책얘기'는 정말 나밖에  할 사람이 없겠다는 것과(쓸모없으니까!) 하지만 그런 얘기들을 늘어놓긴 위해선 나이도 그만 먹고 휴가를 가질 필요가 있겠다는 것이었다. 체호프에게 얄타라는 휴양지가 필요했듯이. 아래 사진은 얄타에서의 체호프.

   

울며 겨자 먹기로 내가 대신에 간단히 늘어놓기로 한 건 저명한 러시아 문학자 조셉 프랭크의 도스토예프스키 평전 소개다('조지프'라 읽는지도 모르겠지만 내게 친숙한 건 '조셉'이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다뤘으니 도스토예프스키에 대해서도 한두 마디 하는 게 형평에 맞겠다는 논리다. 사실은 어제 체호프의 편지들을 검색해보다가 우연히 알게 된 정보인데, 프랭크의 대작 평전 <도스토예프스키>(전5건)의 압축판이 작년 가을에 나왔다. 압축판이라고는 해도 서문까지 포함하면 거의 1000쪽에 육박하는 책으로 'Dostoevsky: A Writer in His Time'이란 제목이다. <도스토예프스키와 그의 시대> 정도로 옮길 수 있겠다(김윤식 교수의 <이광수와 그의 시대> 비슷하게).  

이미 다섯 권의 평전을 모두 갖고 있지만(물론 완독하진 못했고, 가끔 개별 작품들에 대한 기술을 참고한다) 이 책을 장바구니에 넣고 주문을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아마도 번역돼 나온다면 이 압축판으로도 러시아 작가 평전으론 가장 방대한 분량이지 않을까 싶다. 다섯 권짜리 원래의 평전은 연대기 순으로 아래와 같이 출간됐다. 첫권이 1976년에 나왔고 2002년에 마지막 권이 나왔다. 분량은 권당 400-800쪽. 보통 전공자들에게 권위 있는 평전은 작가 사전과 함께 기본서이다.   

  

 

 

 

국내에 이미 소개된 평전으론 모출스키와 얀코 라브린의 평전 정도인데, 그나마 라브린의 책은 품절상태. 모출스키의 저명한 평전은 영역본도 있다.

  

내가 제일 처음 읽은 평전은 E. H. 카의 <도스토예프스키>(홍성사, 1979; 기린원, 1989). 가장 손때 묻은 책인데, 지금은 자취를 찾을 수 없다... 

10. 02. 15.  

 

P.S. 이미 상당수의 도스토예프스키 연구서를 갖고 있지만 새로운 책이 나오면 그때마다 탐을 내게 된다. <백치> 연구서로 유명한 로빈 밀러의 <도스토예프스키의 미완의 여정>(2007)도 이번에 발견한 책이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여정만 미완이겠는가. 도스토예프스키 읽기의 여정도 언제나 미완이다. 표지가 마음에 든다. 바로 손을 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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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5 13: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16 0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펠릭스 2010-02-15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스또예프스끼 전집(25권)/열린책들/2000년>중에 백치(상,하권)를 읽었죠. 귀족청년, 퇴역 장군, 장군의 아내, 장군의 세 딸, 지주, 장교(권투선수), 진보성향의 젊은 사상가 등,등장 인물중에 24%가 사상가던데요. 작가의 기준이 외형(제도)보다는 인간의 마음과 생각에 있다는 반증같았습니다.

로쟈 2010-02-16 02:27   좋아요 0 | URL
그래서 후기소설들을 '관념소설'이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펭귄클래식의 체호프 단편집이 출간됐다. <사랑에 관하여>(펭귄클래식코리아, 2010). 아홉 편의 단편을 수록하고 있는데, 초기작으론 <굴>, <진창>, <구세프>, 그리고 중/후기작으론 작가 스스로 '소삼부작'이라고 부른 <상자 속의 사나이>, <산딸기>, <사랑에 관하여>와 러시아의 연출가 카마 긴카스가 '체호프 삼부작'으로 각색/연출하기도 한 <검은 수사>, <로실드의 바이올린>,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등이 포함됐다.  

  

체호프가 남긴 단편들만 하더라도 수백 편에 이르고 짐작에 국내에 소개된 건 수십 편 수준이다. 아직도 읽지 못한, 경험하지 못한 체호프의 세계가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이 이럴 땐 즐거움이다. 펭귄판만 하더라도 단편집이 여러 권인데, 한국어 펭귄판은 일단 한권으로 묶었다. 책이 나온 김에 체호프의 영어본들을 둘러봤는데, 퓅귄판이나 옥스포드판과 다른, 특히 표지가 사뭇 매혹적인 판들이 눈에 띄어서 잠시 눈요기를 했다. 여유만 된다면 순전히 표지만으로라도 소장해두고 싶은 책들이다. 일단 새 옥스포드판.  

  

   

러시아 미술작품들을 표지로 썼다. 새로운 컨셉은 아니지만, 일단 그림들은 좋다. 하지만 내가 더 경탄한 건 원월드 클래식(Oneworld Classics)이란 세계문학전집 시리즈이다. 러시아문학 쪽으론 현재 15권이 나와 있는데, 표지로만 치면 가장 탐나는 시리즈이다. 그 중 체호프의 작품으론 단편집 <상자 속의 여인>과 <사할린 섬>이 출간돼 있다. <사할린 섬>은 나도 갖고 있는데, 한권만으로는 표지의 전체적인 컨셉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어쨌든 <상자 속의 여인>은 가장 맘에 드는 체호프 작품의 표지이다.     

 

 

내친 김에 맘에 드는 표지 몇 개를 더 나열해본다. 

-톨스토이, <세 편의 노벨라> 

   

-도스토예프스키, <여름 인상에 대한 겨울 메모>

-부닌, <어두운 가로수길> 

 

-불가코프, <거장과 마르가리타> 

 

10. 0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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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0-02-11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가코프 표지 멋져요. 다른 표지들도 멋지네요.

로쟈 2010-02-11 22:07   좋아요 0 | URL
안 그래도 표지 얘길 하려니까 하이드님 생각이 났어요.^^

Kitty 2010-02-12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즐찾 브리핑에서 무심코 클릭하면서 하이드님 페이퍼인줄 알았는데 로쟈님 서재로 넘어와서 깜짝 ^^;; 표지들 다 정말 멋지네요~

로쟈 2010-02-12 09:22   좋아요 0 | URL
평범한 표지들만 보다 보니 눈이 번쩍 뜨이더군요...

펠릭스 2010-02-13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미지 시대에 책의 겉표지 또한 독자와 중요한 소통의 한 방법같습니다. 아마 출판 기획자가 가장 신경쓰는 부분같기도 하구요.
 

문화웹진 나비에 실은 서평을 옮겨놓는다(http://nabeeya.yes24.com/Archive/archive_view.aspx?CD_MENU=41&bType=&ID_CONTENT=2574). 대니얼 레비틴의 <호모 무지쿠스>(마티, 2009)에 대한 것이다. 웹진이어서 가능한 일이지만 오전에 보낸 원고가 바로 편집돼 올라왔다.     

나비(10. 02. 11) 음악,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

“음악은 ‘귀로 듣는 치즈케이크’다?” 
음악은 왜 존재하는가? 인지심리학자이 레코드 프로듀서이기도 한 대니얼 레비틴의 『호모 무지쿠스』(마티, 2009)보다 먼저 읽은 전중환의 『오래된 연장통』(사이언스북스, 2010)에서 진화심리학자인 저자가 던진 물음이다. “음악은 인간 문화의 중추를 이루고 있지만, 정작 음악이 어떤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진화했는가는 거의 완벽한 미스터리”라는 게 그 물음의 출발점이다. 음악이 인간의 삶에서 행해 온 역할과 음악과 인간의 공진화 과정을 살펴보는 『호모 무지쿠스』의 여정에 들어서기 전에 미리 문제의 윤곽을 살펴보는 게 좋겠다.    

           

“인류학자, 고고학자, 생물학자, 심리학자 모두 인간의 기원을 연구하지만, 음악의 기원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다”는 게 레비틴의 문제의식이지만, 예외적인 인물도 있었다. 『언어본능』,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등의 저작으로 유명한 진화심리학자 스티븐 핑커다. 그는 음악을 “귀로 듣는 치즈케이크”라고 주장하는 바람에 음악 애호가와 음악학자들에게 큰 파문을 던졌다. 맛있는 치즈케이크라면 좋다는 말일까? 그게 아니다. 전중환의 설명에 따르면, “입으로 맛보는 치즈케이크를 폭식하는 행위가 생존과 번식에 도움이 되지 않듯이, 귀로 듣는 치즈케이크를 애써 만들거나 감상하는 행위도 생존과 번식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즉 음악은 진화의 산물이 아니라 우연적인 부산물(스팬드럴)일 따름이라는 것이다. 



상황을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자. 『호모 무지쿠스』의 전작이자 레비틴의 데뷔작 『뇌의 왈츠』(마티, 2008)의 마지막 장 ‘음악본능’에 나오는 얘기다. 음악 지각과 인지를 연구하는 학자들의 1997년 학술대회가 MIT에서 열렸고 스티븐 핑커가 개막 연설자로 초대됐다. 그는 언어는 명백히 진화적 적응인 반면에 음악은 부산물이란 주장을 펴면서 “음악은 인간이 수행하는 인지작용 가운데 가장 흥미롭지 않은 연구 주제”라고 못을 박았다. 자신의 『언어본능』을 인용하여 그는 이렇게까지 선언했다.   

“생물학적 인과관계로 볼 때 음악은 무용지물이다. 오래 살거나 자손을 보거나 세상을 정확하게 지각하고 예측하려는 목표를 위해 설계되었다는 징후가 전혀 없다. 언어, 시각, 사회적 추론, 신체 능력과 달리 음악은 우리 종에서 사라진다 해도 우리의 삶의 양식에 사실상 아무런 변화도 가져오지 않을 것이다.” 

이 도발적인 주장에 레비틴과 그의 많은 동료들은 당혹스러워했고, ‘음악의 진화적 기원’에 대해 재고하면서 핑커의 주장이 틀렸다는 것을 입증하고자 했다. 그들의 생각으론 첫째, 음악이 비적응이라면 음악 애호가에겐 진화적인 불이익이 있었을 것이고 둘째, 음악은 오랫동안 있어온 현상이 아니어야 했다. 하지만 음악은 인간의 문명과 역사를 같이해 왔고 보편적일뿐더러 영속적이지 않은가. 그렇다면 음악은 어떤 점에서 ‘진화적 적응’이라 할 수 있는가? 여러 가설들이 제시된 가운데, 전중환은 음악이 사회적 결속을 강화하는 기능을 한다, 음악은 남성이 여성을 유혹하기 위한 구애행동이다, 음악은 엄마가 갓난아이를 달래는 자장가에서 기원했다 등 세 가지 가설을 간단히 소개한다. 


 
“음악은 ‘부산물’이 아니다. ‘진화적 적응’의 산물이다.”
레비틴은 『뇌의 왈츠』의 마지막 장에서 조금 더 자세하게, 그리고 강하게 음악이 진화의 산물임을 주장하는데, 요점은 이렇다. 모든 인간에게서 발견되며(하나의 종에 널리 퍼져야 한다는 생물학자의 기준을 충족시킨다), 오랫동안 존재해왔고(청각적 치즈케이크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반박한다), 특별한 뇌 구조와 관련된 전담 기억체계가 있으며(모든 인간에게서 관련 뇌 체계가 발달할 때 우리는 진화적 기초를 갖는 것으로 본다), 다른 종의 음악활동과 유사한 면이 있다, 그러므로 음악은 진화적 적응의 산물이다. 그의 두 번째 저작인 『호모 무지쿠스』는 이러한 주장의 확장판이다. 



‘여섯 가지 노래의 세상(The World in Six Songs)’라는 원제대로, 저자는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의 일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온 음악의 갈래를 여섯 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우애의 노래, 기쁨의 노래, 위로의 노래, 지식의 노래, 종교의 노래, 사랑의 노래가 그 목록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급진적인’ 이 유형분류의 근거를 그는 노래가 갖는 진화적 기능과 역할에서 찾는다. 왜 우애의 노래가 필요했던가? 근육과 동작을 서로 일치시키는 노래와 춤을 통해 초창기 인류 사이에는 강한 유대감이 형성되었을 터이므로 노래는 우애와 사회적 유대의 수단이었다. 왜 기쁨의 노래가 필요했던가? 즐거운 음악을 들으면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수치가 증가하여 기분을 좋게 하고 활기를 불어넣으며 스트레스를 줄이고 면역계를 튼튼하게 만들어주었다. 왜 위로의 노래가 필요했던가? 슬픈 노래는 신경안정 호르몬인 프롤락틴이 배출되게 하여 우리의 기분을 전환시켜주었다. 왜 지식의 노래가 필요했던가? 노래와 집단 가창은 지식과 정보를 전수해주어 생존과 번식에 이득을 부여했다. 왜 종교의 노래가 필요했던가? 의식과 종교의 음악은 궁극적으로 개인에게 안전하다는 인식을 주고 자신이 행동의 주인이라는 느낌을 갖게 했다. 왜 사랑의 노래가 필요했던가? 사랑의 노래는 인간의 가장 큰 열망과 고매한 품성을 이야기함으로써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우선적으로 돌보도록 했다. 물론 이러한 능력이 없었다면 오늘 같은 사회는 만들어질 수 없었으리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이러한 요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저자가 동원하는 것은 뇌신경과학, 진화심리학 지식과 함께 음악 애호가이자 프로듀서로서의 풍부한 경험이다. 사실 그의 주장의 많은 부분은 믿음과 추정에 의존하고 있으며, 음악의 진화적 기원은 아직 과학적으로 확실하게 입증된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가 책에서 예시하는 수많은 노래들은 우리가 ‘음악적 인간(호모 무지쿠스)’이며, 친구인 올리버 색스가 명명한 대로 ‘뮤지코필리아’ 곧 ‘음악사랑’이 인간의 본성을 이룬다는 점을 잘 입증해준다(인용된 노래들은 이 책의 인터넷사이트 www.sixsongs.net 에서 들을 수 있다). 대개의 사랑이 그렇지만 음악에 대한 사랑도 못 말리는 사랑이다.  



P.S. 개인적인 발견은 저자가 맨 마지막에 ‘역사상 가장 완벽한 사랑 노래’로 꼽은 마이크 스코트(아일랜드 밴드 워터보이스의 보컬리스트)의 <모두 가져와>(Bring 'Em All In)이다(http://www.youtube.com/watch?v=EuEhb35y2SM). 현란한 기타 스트러밍과 함께 흥얼거리는 노래의 가사는 이렇다.

모두 가져와, 모두 가져와, 모두 가져와
모두 가져와, 모두 가져와, 내 마음속에 받아들이게
잔챙이도 좋고 상어도 좋아
밝은 곳에 있는 녀석도, 어두운 곳에 있는 녀석도 다 가져와 
(…)
용서할 수 없는 것, 되찾을 수 없는 것을 가져와
잃어버린 것, 이름 없는 것을 가져와, 모두가 볼 수 있도록
추방당한 것, 잠들어 있는 것을 가져와
입구에 가져와, 발 옆에 놓아두게

음악을 끔찍이 아끼고  좋아하는 이라면  자신이 사랑하는 음반들 옆에  나란히 꽂아두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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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10-02-11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에- "음악은 귀로 듣는 치즈케이크"라니.
전 그 표현도, 풀이도 마음에 드는데요.(웃음)

로쟈 2010-02-11 22:01   좋아요 0 | URL
보기에 따라선 비하하는 의미가 아닐 수도 있겠어요...

L.SHIN 2010-02-12 17:16   좋아요 0 | URL
네,그러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