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일정을 마친 어젯밤 문득 닉 혼비의 <런던스타일 책읽기>(청어람미디어, 2009)를 빼들었다가 우연히 체호프의 편지들에 관한 수다를 읽고서 '런던스타일로 체호프 읽기'란 페이퍼를 구상했지만 실행하지는 못했다. 쾌락원칙뿐만 아니라 현실원칙도 고려해야 하는 게 '현실'이므로 몇 가지 핑계를 대 욕구의 좌절을 정당화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면서 든 생각은, 그런 발상의 '쓸모없는 책얘기'는 정말 나밖에  할 사람이 없겠다는 것과(쓸모없으니까!) 하지만 그런 얘기들을 늘어놓긴 위해선 나이도 그만 먹고 휴가를 가질 필요가 있겠다는 것이었다. 체호프에게 얄타라는 휴양지가 필요했듯이. 아래 사진은 얄타에서의 체호프.

   

울며 겨자 먹기로 내가 대신에 간단히 늘어놓기로 한 건 저명한 러시아 문학자 조셉 프랭크의 도스토예프스키 평전 소개다('조지프'라 읽는지도 모르겠지만 내게 친숙한 건 '조셉'이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다뤘으니 도스토예프스키에 대해서도 한두 마디 하는 게 형평에 맞겠다는 논리다. 사실은 어제 체호프의 편지들을 검색해보다가 우연히 알게 된 정보인데, 프랭크의 대작 평전 <도스토예프스키>(전5건)의 압축판이 작년 가을에 나왔다. 압축판이라고는 해도 서문까지 포함하면 거의 1000쪽에 육박하는 책으로 'Dostoevsky: A Writer in His Time'이란 제목이다. <도스토예프스키와 그의 시대> 정도로 옮길 수 있겠다(김윤식 교수의 <이광수와 그의 시대> 비슷하게).  

이미 다섯 권의 평전을 모두 갖고 있지만(물론 완독하진 못했고, 가끔 개별 작품들에 대한 기술을 참고한다) 이 책을 장바구니에 넣고 주문을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아마도 번역돼 나온다면 이 압축판으로도 러시아 작가 평전으론 가장 방대한 분량이지 않을까 싶다. 다섯 권짜리 원래의 평전은 연대기 순으로 아래와 같이 출간됐다. 첫권이 1976년에 나왔고 2002년에 마지막 권이 나왔다. 분량은 권당 400-800쪽. 보통 전공자들에게 권위 있는 평전은 작가 사전과 함께 기본서이다.   

  

 

 

 

국내에 이미 소개된 평전으론 모출스키와 얀코 라브린의 평전 정도인데, 그나마 라브린의 책은 품절상태. 모출스키의 저명한 평전은 영역본도 있다.

  

내가 제일 처음 읽은 평전은 E. H. 카의 <도스토예프스키>(홍성사, 1979; 기린원, 1989). 가장 손때 묻은 책인데, 지금은 자취를 찾을 수 없다... 

10. 02. 15.  

 

P.S. 이미 상당수의 도스토예프스키 연구서를 갖고 있지만 새로운 책이 나오면 그때마다 탐을 내게 된다. <백치> 연구서로 유명한 로빈 밀러의 <도스토예프스키의 미완의 여정>(2007)도 이번에 발견한 책이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여정만 미완이겠는가. 도스토예프스키 읽기의 여정도 언제나 미완이다. 표지가 마음에 든다. 바로 손을 써봐야겠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0-02-15 13: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16 0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외투 2010-02-15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스또예프스끼 전집(25권)/열린책들/2000년>중에 백치(상,하권)를 읽었죠. 귀족청년, 퇴역 장군, 장군의 아내, 장군의 세 딸, 지주, 장교(권투선수), 진보성향의 젊은 사상가 등,등장 인물중에 24%가 사상가던데요. 작가의 기준이 외형(제도)보다는 인간의 마음과 생각에 있다는 반증같았습니다.

로쟈 2010-02-16 02:27   좋아요 0 | URL
그래서 후기소설들을 '관념소설'이라고 부르기도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