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클래식의 체호프 단편집이 출간됐다. <사랑에 관하여>(펭귄클래식코리아, 2010). 아홉 편의 단편을 수록하고 있는데, 초기작으론 <굴>, <진창>, <구세프>, 그리고 중/후기작으론 작가 스스로 '소삼부작'이라고 부른 <상자 속의 사나이>, <산딸기>, <사랑에 관하여>와 러시아의 연출가 카마 긴카스가 '체호프 삼부작'으로 각색/연출하기도 한 <검은 수사>, <로실드의 바이올린>,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등이 포함됐다.
체호프가 남긴 단편들만 하더라도 수백 편에 이르고 짐작에 국내에 소개된 건 수십 편 수준이다. 아직도 읽지 못한, 경험하지 못한 체호프의 세계가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이 이럴 땐 즐거움이다. 펭귄판만 하더라도 단편집이 여러 권인데, 한국어 펭귄판은 일단 한권으로 묶었다. 책이 나온 김에 체호프의 영어본들을 둘러봤는데, 퓅귄판이나 옥스포드판과 다른, 특히 표지가 사뭇 매혹적인 판들이 눈에 띄어서 잠시 눈요기를 했다. 여유만 된다면 순전히 표지만으로라도 소장해두고 싶은 책들이다. 일단 새 옥스포드판.
러시아 미술작품들을 표지로 썼다. 새로운 컨셉은 아니지만, 일단 그림들은 좋다. 하지만 내가 더 경탄한 건 원월드 클래식(Oneworld Classics)이란 세계문학전집 시리즈이다. 러시아문학 쪽으론 현재 15권이 나와 있는데, 표지로만 치면 가장 탐나는 시리즈이다. 그 중 체호프의 작품으론 단편집 <상자 속의 여인>과 <사할린 섬>이 출간돼 있다. <사할린 섬>은 나도 갖고 있는데, 한권만으로는 표지의 전체적인 컨셉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어쨌든 <상자 속의 여인>은 가장 맘에 드는 체호프 작품의 표지이다.
내친 김에 맘에 드는 표지 몇 개를 더 나열해본다.
-톨스토이, <세 편의 노벨라>
-도스토예프스키, <여름 인상에 대한 겨울 메모>
-부닌, <어두운 가로수길>
-불가코프, <거장과 마르가리타>
10. 02.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