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공항에서 환승대기중이다. 두바이 도착이 40분가량 늦어져 대기시간은 그만큼 줄었다. 세계적인 도시라지만 두바이의 모습이라곤 면세점과 게이트, 그리고 간유리창 바깥으로 흐리게 보이는 공항풍경밖에 보지 못한다(아라비아반도에 또 올 일이 있을까?). 기내에서 두바이공항은 ‘조용한 공항‘으로 안내방송이 나오지 않는다는 방송을 들었는데 그런 이유인지 정말 조용한 것 같다. 환승객들의 담소 소리만 조곤조곤하게 들린다.

내친김에 해보는 생각. 아랍문학기행도 가능할까? 당장은 어렵지 않을까 싶다. 내가 떠올릴 수 있는 건, 이란문학과 이집트문학의 몇몇 작품뿐이어서. 이슬람권이라고 하면 파키스탄 작가들도 조금 소개되었다. 사우디문학? 얼른 떠오르지 않는다. 단지 소개가 안된 것이 아니라 근대소설 자체가 이슬람권에서는 발달하지 않았다고 읽은 것 같다. 다른 장르와 달리 근대소설은 문학시장과 독자층의 형성을 조건으로 한다. 멍석이 깔려야 발달할 수 있는 것. 세르반테스 <돈키호테>가 근대소설의 효시라고 할 때는 그런 점도 고려해야 한다. 실제로 <돈키호테>는 출간시 꽤 팔린 책이다(3만부 이상이던가?). 비록 세르반테스 자신이 재미를 본 건 아니지만.

곧 두바이를 떠난다. 마드리드행은 만석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세르반테스의 나라까지는 아직도 8시간 넘게 더 날아가야 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onan 2022-11-01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페인 문학기행 건강하게 잘 다녀오십시요~
두바이는 저도 몇 번 가봤는데 도심에만 있었어서 그런지 아랍이라는 느낌을 별로 받지 못했습니다. 반면에 이란에서는 거리부터 옷차림, 가게의 가격표시까지 확실히 아랍이라는 느낌이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로쟈 2022-11-03 05: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슬람권 항공편으로 아랍어 방송을 들으며 스페인에 입국하는게 나름대론 말이 되는것 같았어요. 이슬람 스페인의 역사를 한번더 생각하게 해주어서.~
 

탑승을 10여분 남겨놓고 있다. 막간에 스페인사 책 세 권. 가장 최근에 나온 <스페인의 역사>(브라이언 캐틀러스 저)는 ‘8세기부터 17세기까지의 신앙의 왕국들‘이 부제인데 원제는 ‘신앙의 왕국들: 새로 쓴 이슬람 스페인사‘다.

˝8세기 초 무슬림들이 이베리아반도에 처음 들어온 때부터 약 900년 후 17세기 초 완전히 쫓겨나갈 때까지 스페인, 특히 알 안달루스에서 일어난 역사를 새로운 시각과 관점 아래 서술한다.˝

스페인문학과 관련해서는 주로 레콩키스타(재정복) 이후 근대 스페인사에 관심을 갖고 있어서 책은 구입만 해두었는데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을 가보려니 스페인의 종교문제에도 주의를 두게 된다. <돈키호테>에서도 기독교로 개종한 이슬람인(모리스코) 얘기가 많이 나온다. 두 종교, 두 문화의 혼종성이 스페인의 특징인데(더불어 스페인의 강점이 될 수도 있었는데) 유감스럽게도 카를로스 1세를 포함한 스페인왕들은 강력한 기독교(가톨릭) 순혈주의를 고집하면서 이슬람교와 유대교 등에 매우 배타적인 태도를 취했고 이것이 결국은 스페인의 쇠락을 가져온다(이 종교 문제를 ‘스페인 문제‘라고 부르고 싶다). 나중에 시간이 날 때 ‘이슬람 스페인사‘에 대해 더 읽어봐야겠다.

나머지 두권은 영국 옥스퍼드대의 레이먼드 카 등이 쓴 <스페인사>와 존 엘리엇의 <스페인 제국사 1469-1716>이다. <스페인사>는 교과서적 통사이고,절판된 <스페인 제국사>는 스페인 전성기의 역사. <스페인 제국사>는 <스페인의 역사>에 잇대어 읽어봐도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항공편 탑승 수속을 위해 줄을 서 있다. 대부분의 참가자가 집합시간보다 일찍 도착하셔서 수속도 일찍 진행하게 되었다. 공항이 그렇게 분비는 편은 아니었음에도 탑승 수속을 위한 대기줄이 꽤 긴 편이다(전산장애까지 거들고 있다). 요즘 항공편들이 만석(북플)이라는 말이 허언이 아닌 듯싶다.

공항에는 4시반이 안돼 도착했지만 로밍신청을 하고 조금 기다리다가 저녁을 먹으니 금세 시간이 지나갔다. 오랜만에 출국하게 되었으나 아직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장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마드리드공항에 발을 디뎌야 비로소 떠나왔다는 느낌이 들지도. 마드리드에 관한 책(론리 플래닛)은 e북으로챙겼지만 아직 펼쳐보진 않았다.

마드리드와 관련한 작가는 세르반테스와 철학자 오르테가 이 가세트, 그리고 노벨상 수상작가 카밀로 호세 셀라 등이다. 그렇지만 오르테가는 <돈키호테 성찰>만 강의에서 다루었고 셀라의 대표작 <파스쿠알 두아르테 가족>의 배경은 마드리드가 아니다(마드리드를 배경으로 한 소설은 그의 또다른 대표작 <벌집>인데 준비강의에선 다루지 않았다). 해서 마드리드에서의 가장 중요한 일정은 세르반테스 광장에서 세르반테스와 돈키호테(와 산초)의 동상을 보는 것, 그리고 그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는 것이다(이어서 세르반테스의 생가를 찾는다).

그렇게만 생각하니 빡빡한 일정은 아니다. 마드리드의 거리를 걷고 스페인식 식사를 하는 일을 두고 힘든 일정이라고 할 수는 없을 테니까...

P.S. 확인해보니 세르반테스의 거대 동상은 사후 300주년을 일년 앞둔 1915년에 제안되어 1929년에 완성(공개)되었다. 300여년이 지나 비로소 스페인의 국가적 상징이 된 것...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태원 참사로 어수선한 가운데 8박11일의 스페인문학기행을 떠난다. 애초에 봄 일정으로 계획했으나 늦가을로 연기하면서 준비강의만 3시즌 23강을 진행했다. 본경기 전에 훈련하다가 기운을 다뺀 것 같은 느낌. 자정 무렵 탑승하게 될 아랍에미레이트 항공편은 두바이에서 환승하여 마드리드까지 가는데 비행시간만 18시간반이 소요된다. 문학기행 경험상 최장시간 비행이 될 것 같다(9시간반인가 소요되는 러시아는 얼마나 가까운가!).

마드리드로 입국해서 바르셀로나를 통해 출국하게 될 이번 여행에서 핵심은 세르반테스와 돈키호테 탐방이다. 세르반테스의 생가를 방문하는 것이 첫번째 일정이고 <돈키호테>의 무대 라만차도 둘러본다(풍차를 보러 가야 한다). 세고비아와 세비야를 거쳐서 그라나다를 방문하고 이어서 바르셀로나에서 일정을 마무리한다. 발터 벤야민의 무덤이 있는 포르부를 찾고 살바도르 달리의 고향 피게레스를 방문하는 것이 마지막 일정이다.

이번 스페인문학기행은 지난 2019년 9월의 영국문학기행에 이어서 3년만의 문학기행이다. 대략 봄과 가을에 두 차례씩 진행했는데, 그런 루틴이 이어질 수 있을지 두고봐야겠다(코로나라는 돌발적인 변수를 보건대). 내년 4월에는 지중해문학기행(그리스와 터키를 찾을 예정), 그리고 10월에는 프랑스문학기행을 기획하고 있다.

세계문학강의와 함께 세계문학의 장소들을 찾아가보는 것이 내가 하는 일이 되었다. 문학기행 책을 몇권 준비하고 있는데, 이번 여행으로 기력을 좀 충전하고 일을 진전시켜봐야겠다. 인천공항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출발의 소회를 적었다...

P.S. 이미지는 휴대용 가방에 넣은 책 몇권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추풍오장원 2022-10-31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하물 최대한 비행기에 가지고 타시는게 좋습니다. 저도 유럽 갔다가 가방이 도착후 한참 후에 오는 바람에 고생했습니다...

로쟈 2022-10-31 17:01   좋아요 0 | URL
네 여행사에서 그렇게 안내하네요. 이삼일 늦어지는경우가 있다고.
 
 전출처 : 로쟈 > 베를린의 카프카

5년 전에 찾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