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라보예 지젝의 신간이 나오는 건 더이상 뉴스 거리가 아니지만 그래도 이번엔 좀 오랜만에 센 책이 나왔다. <분명 여기에 뼈 하나가 있다>(인간사랑, 2016). '변증법적 유물론의 새로운 토대를 향하여'란 부제에서 알 수 있지만 '철학책'에 속한다(최근에 나온 지젝의 책들은 주로 '시사책'들이었다). 철학책을 기준으로 하면 <가장 숭고한 히스테리환자>(인간사랑, 2013)에 이어지는 것인데, 원저의 출간 연도를 기준으로 하면 <헤겔 레스토랑><라캉 카페>(새물결, 2013)의 바톤을 이어받는 책이다.

 

 

원제는 '절대적 되튐(Absolute Recoil)'이고, 되튐은 '입자가 다른 입자와 충돌하여 되튀는 현상'을 말한다고 한다. 그런 제목이 어색하다고 판단해서 역자는 1장의 제목을 책의 제목으로 삼았다. '분명 여기에 뼈 하나가 있다'. 만만찮은 건 마찬가지 아닐까.

"지젝은 변증법적 유물론이야말로 헤겔이 사유 과정에서 '사변적인' 접근법으로 지명한 유일한 상속자라고 주장한다. <분명 여기에 뼈 하나가 있다>는 현대 철학의 기초와 가능성에 관한 깜짝 놀랄만한 재정식화이다. 칸트 이전의 소박한 현실주의로 퇴행하지 않으면서도 초월적인 접근법을 극복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추면서, 아르놀트 쇤베르크로부터 에른스트 루비치의 영화에 이르는 오늘날의 정치적이고 예술적이며 이데올로기적인 풍경 속으로의 짧은 여행을 제공한다."

 

이 '짧은 여행'이 번역본 분량으론 703쪽이니 결코 짧지만은 않은 여행이라고 해야겠다. 그럼에도 여러 준비가 갖춰지면 이 여행을 위한 베이스캠프를 조만간 꾸리려고 한다. 두 배 이상의 분량인 <헤겔 레스토랑><라캉 카페>보다는 그래도 가뿐한 편에 속하니까(언젠가 이 책을 강의하는 건 나의 장기계획 가운데 하나다)...

 

16.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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