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길을 찾은 17인의 청춘 에세이'란 부제를 달고 있는 책 <그 삶이 내게 왔다>(인물과사상사, 2009)에 필자의 1인으로 참여했다(알라디너로는 마태우스님도 '기생충들아 고마워'란 재미있는 글을 쓰셨다). 뒤늦게 제안을 받고서 영문도 모른 채 쓴 원고라(부분적으론 예전에 쓴 글을 편집했다) 기획 취지에 맞는 건지도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책은 나왔고 오늘 필자본도 배송받았다. 말 그대로 다양한 필자분들의 다양한 인생 체험담이다. '죽음'의 문제를 다룬 나만 빼고는. 내가 쓴 꼭지는 '게으른 저공비행'이란 제목이다. 글의 서두만 일부 옮겨놓는다. 행여 궁금해하실 분도 계실까봐서... 

 

나의 삶이라는 난감한 문제를 받아들고

어쩌다 보니 ‘그 삶이 내게로 왔다’란 테마로 글을 쓰게 됐다. 그냥 어떤 글을 써달라는 제안을 받고 기꺼이 승낙했을 따름인데, 참고하라고 보내준 책을 보고 나서야 ‘그 삶이 내게로 왔다’란 꼭지에 맞는 글을 써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그 삶이 오기 전에 내겐 그 책이 먼저 와버린 셈이다. 하여 뒤늦게 내가 해야 할일이 무엇인지 헤아려본다. 일단은 낭패스럽다. 막상 ‘그 삶’이 어떤 삶인지 모호하고, ‘내게로’란 말이 전제하는 ‘나’의 정체성이 불분명하며, ‘왔다’라는 사건이 무얼 지칭할 수 있을지 막연하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인터넷 서평꾼으로 활동하는 처지이지만 ‘대학 강사’나 ‘서평꾼’이 모두 ‘소명’으로서의 직업이라고 하긴 어렵다. 즉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통해서 천국에 갈 수 있을지는 지극히 의심스럽다. (그러고 보니 “블로거도 천국에 갈 수 있나요?”라고 네이버 지식iN에 한번 물어봐야겠다). 하여 나의 ‘사회적 정체성’과 관련하여 ‘그 삶’에 대해 말하기는 좀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어찌할 것인가? 

이럴 땐 고육지책이 비책이 되곤 한다. 문제가 안 풀릴 땐 문제를 비틀어라! ‘그 삶’에 대해서 말하기 어렵다면 ‘그 죽음’에 대해 말해보는 건 어떨까? 그건 좀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물론 아직 죽지 않았고 직접 죽을 고비를 넘긴 적도 없으므로 ‘그 죽음’은 ‘죽음에 대한 관념’이라고 해야겠다. 혹은 ‘죽음에 대한 공포’. 그러니까 ‘나의 삶’이 오직 삶으로만 충만한 것이 아니라, 죽음의 그늘과 맞닿아 있으며 죽음과 등을 맞대고 있는 죽음의 짝이라는 것, 더불어 삶은 죽음과의 내기에 언제나 질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패배의 운명을 떠안고 있다는 사실을 나는 언제 처음 알게 되었을까? 기억엔 초등학교 1학년 때다.

죽음이라는 형이상학적 문제에 봉착한 날

아마도 어떤 모임이 있어서 부모님이 집을 비우신 날 밤에 나는 동생과 집을 지키고 있다가 문득 내가, 그리고 우리가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실감’하고서 울기 시작했다. 머리가 더 큰 다음에 읽은 하이데거는 ‘죽음에의 존재(Sein zum Tode)’ 혹은 ‘죽음을 향한 존재’라고 좀더 멋들어진 말로 표현했지만 그런 관념 이전에 여덟 살짜리는 그냥 ‘나의 죽음’과 ‘가족의 죽음’이라는 심연 앞에서 아무런 방비책도 갖지 못한 채 몸을 떨어야 했다. 

그 나이까지가 평생이었다면 내 평생 가장 많이 울었던 밤이었고, 그 이후의 나날을 고려하더라도 더 많이 운 날은 얼른 떠오르지 않는다. 그날 나는 가까운 사람들 모두가 사라지고 만다는 사실이 두려웠고 망연자실했다. 그런 것을 ‘원체험’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어떤 준거체험이자 반복되는 체험 말이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 읽은 세계위인전집 가운데는 석가모니도 들어 있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고행하는 석가모니’의 이미지. 어린 시절 왕자였던 석가모니가 4대문 밖으로 행차했다가 그때마다 병과 고통에 신음하는 사람들을 보고서 인생의 ‘생로병사’에 대한 고뇌에 빠지게 된다. 이후에 출가한 그는 깨달음을 얻기 위해 고행에 나선다. 다시 찾아보니 6년간의 고행이었다고 한다. 내가 본 건 그 고행의 객관적 상관물이기도 한, 뼈만 앙상하게 남은 석가모니의 육체적 실존이었다. 나는 기이한 낯설음을 느꼈던 듯싶다. 두렵고 경이로웠다. 정신적 고행에 의해 학대받는 육체라는 이미지, 그러니까 정신과 육체는 서로 대립된다는 관념은 그때 강하게 각인되었던 듯싶다.  

이런 것이 특별한 경로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언제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아이는 죽음에 대해서 알게 될 것이고 그 공포에 떨게 될 것이다. 부모가 더 조심해야 할까? 카롤린 봉그랑의 소설 <밑줄 긋는 남자>를 읽다 아이가 그러한 문제에 봉착하게 될까봐 근심하는 주인공이 등장하여 미소 지은 적이 있다. 이런 식이다. “파니는 아이가 마음을 다칠까봐 신중하게 처신을 해야 했고, 그래서 고추를 넣어줄 때도 싱싱한 것으로만 골라주었다. 자기 아들이, 어느 날 아침, 고추 네 개 중에서 쭈글쭈글하고 빛이 바랜 묵은 것을 발견하게 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런 일로 아이는 영원히 지울 수 없는 슬픔을 맛볼 수도 있고, 형이상학적인 문제에 봉착할 수도 있다고 파니는 생각했다.” 

돌이켜보면, 초등학교 1학년을 앞뒤로 하여 나는 그런 형이상적인 문제에 봉착했던 듯싶다. ‘죽음에의 존재’라는 것. 그렇다면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라는 의문이 든 것이다. 대학 1학년 때 알베르 카뮈의 <시지프의 신화>를 읽으며 감명을 받은 것은 그런 맥락에서일 것이다. 그는 다짜고짜 이렇게 적어놓았으니까. “참으로 진지한 철학적 문제는 오직 하나뿐이다. 그것은 바로 자살이다”라고. 나머진 다 장난이라고. 그랬다. 죽음(자살) 외에는 모든 것이 장난처럼 여겨졌다.(...) 

09. 12. 23. 

P.S. 출간에 즈음하여 출판사측에서 댓글 이벤트를 제안해왔다. "<그 삶이 내게 왔다>에서 가장 기대되는 저자의 이야기는 어떤 것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댓글을 달아주시면 세 분을 선정해서 <그 삶이 내게 왔다>를 보내드릴 예정이다. 참고로 책의 목차는 아래와 같다. 

1. 공선옥 - 생의 한데에서 불안에 떨며
2. 정성일 - 영화, 당신에게는 어떤 의미입니까?
3. 박래군 - 인권운동, 나의 영원한 숙제
4. 이진숙 - 땅의 힘으로 세상을 향해
5. 이현우 - 게으른 저공비행
6. 서민 - 기생충들아 고마워
7. 남경태 - 편집-번역-집필의 트리클다운
8. 김창남 - 어느 얼치기 쾌락주의자의 대중문화 편력기
9. 안건모 - 내가 버스기사 직업을 버린 까닭
10. 강홍구 - 캔버스 / 카메라 / 도망자
11. 이영미 - 대중의 문화, 나와 당신의 취향
12. 이희수 - 공존과 상생의 종교 이슬람과 함께
13. 염형국 - 단 한 번뿐인 삶이므로
14. 박승숙 - 우울증의 나날들, 그 길에서 만난 미술치료
15. 양희규 - 아이들에게 행복한 학교를
16. 김신명숙 - 페미니즘, 내가 사랑하는 방식
17. 전진삼 - 나는 어떻게 건축을 배웠는가?
 

이 중에서 아무래도 '정실' 관계를 고려해야겠기에 알라디너 두 사람(이현우, 서민)을 제외한 나머지 15분의 필자 가운데 '기대되는 저자'와 '그 이유'를 적어주시기 바란다. 마태우스님도 따로 이벤트를 하실지 모르겠는데, 여하튼 내게 할당된 인원은 3명이다(마태우스님 3명). 일주일간 이벤트를 진행해달라고 요청해왔지만, 너무 긴 듯싶고, 27일(일)까지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들 가운데, 세 분을 28일에 선정하여 발표하도록 하겠다. 관심 있으신 분들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 


댓글(29) 먼댓글(2)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그 삶이 내게 왔다' 이벤트 결과발표
    from 로쟈의 저공비행 2009-12-28 08:58 
    불미스런 일로 잠시 서재를 쉬겠다고 했는데, 제가 깜박 잊은 게 있습니다. <그 삶이 내게 왔다>(인물과사상, 2009) 출간 기념 '댓글 이벤트'의 결과는 오늘 공지하기로 한 것인데요. 휴가 중이라도 일처리는 해놓아야겠습니다.      댓글로 응모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총 14분이 응모해주셨고, 예고한 대로 3분에게 책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세 분의 당첨자는 아래와 같습니다.  
  2. 17인의 짧은 수상록(隨想錄)
    from 내가 읽은 책과 세상 2010-01-13 11:32 
       『그 삶이 내게 왔다』는 부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나만의 길을 찾은 17인의 청춘 <에세이>'다. 이 책에 수록된 글은 출판사의 소개대로, 지금 대한민국에서 (어떤 의미에서든지)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의 자전적 에세이다. 하나의 테마로 각자 스스로 글을 진행하다보니 글의 편차도 제각각이다.      책에 수록된 내용을 (나름) 유형별로 분류해보면 다음과 같다. 어떤
 
 
다락방 2009-12-23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벤트는 참가하지 않겠습니다.(얼마전에 이미 선물을 받았으므로)
그리고 저는 꼭 사서 보겠습니다!! 지금 바로 주문하겠습니다!!

로쟈 2009-12-24 00:0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저도 대부분 안 읽어본 글들이라, 흥미롭게 보고 있습니다.^^

바밤바 2009-12-23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인물과 사상에서 글 쓰시던 '서민'씨가 마태우스 님이었네요~ 첨 알았네요~
신기한데요. ㅎ

로쟈 2009-12-24 00:02   좋아요 0 | URL
알라딘 '초보'란 말씀?!..

rolla 2009-12-23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벤트 참여합니다!!
공선옥 작가의 글이 기대됩니다. 작가들이 좀처럼 이야기해주지 않는 '가난'에 대해서 끊임없이 치열하게 글을 써온 그의 행보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고요. 2살난 딸아이의 엄마로서 공선옥 작가의 글들을 읽으며 많은 위로와 희망을 얻었었거든요. 이번 글을 읽으면 위로와 희망 뿐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아이가 커가면서 이 사회 속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싶은지 고민이 많거든요.

얼마전에 '내가 가장 예뻤을 때'를 읽고 마음이 많이 아렸습니다. 지금은 동인천 헌책방 아벨서점에서 득템한 '자운영 꽃밭에서 나는 울었네'를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공선옥 작가님 글 속에는 강한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살아있는 한 아무리 파헤쳐져도 재생되는 생명력 같은 것이. 글 속에서 흙냄새가 나는 것도 너무 좋아요.

늘 로쟈님 블로그에 놀러오면서 댓글 한 번 안달았는데, 책이 탐나서 첫 댓글을 달게되다니 웬지 부끄럽네요. 으하하하하(멋적은 웃음)

로쟈 2009-12-24 00:03   좋아요 0 | URL
이런 이벤트는 종종 해야겠네요.^^

다이조부 2009-12-23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에 언급된 분들도 궁금하지만, 저는 이영미씨가 쓴 글이 먼저 보고 싶네요.

지난 시절 연극, 대중가요 텍스트를 가지고 글을 썼는데, 요즘에는 드라마

관련 비평을 기고하는데 관심있게 보고 있거든요

로쟈 2009-12-24 00:04   좋아요 0 | URL
매버릭꾸랑님의 글도 궁금하네요.^^

2009-12-24 0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24 0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globebox 2009-12-24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성일~~!! 대학1학년 때 당시 '민언련'이라는 곳에서 주최한 강연프로그램에 참여중이었는데, 특강 강사로 정성일씨가 오셨었죠. 그 때 무려 10시간이 넘는!! 논스톱 특강을 해 주셨습니다. 다음날 새벽에나 집에 들어가게됐죠. 영화를 향한 열정이 정'말'이'지' 대단하신 분 이더군요. 그 날 이후, 영화라는 매체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순수한 열정'이라는 수식어가 딱 들어맞는 분 입니다. 저도 어떤 한 분야에 이렇게 미쳐보고 싶네요. 정성일씨의 글은 그 난해함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반갑습니다. ^^ 정성일 감독(!)의 영화도 기대되는군요. "영화를 찍지 못한 나는 실패한 시네필"이라 자학했었는데.. ㅎㅎ

로쟈 2009-12-24 00:47   좋아요 0 | URL
첫 영화평론집도 내년에는 나오나 싶은데, 저도기대하고 있습니다..

루체오페르 2009-12-24 0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염형국 - 단 한 번뿐인 삶이므로

삶은 단 한번뿐이다. 항상 그리 생각하고 그에 어울리는 삶을 살고자 하지만 참 쉽지 않습니다. 육친의 죽음을 접하면서 어릴적부터 느끼고 찾아왔던 죽음과 삶에 대해 실제 몸으로 느꼈지만 정말 삶은 단 한번뿐일까? 란 생각도 들더군요. 최소한 이 생에서의 삶은 단 한 번뿐인 삶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솔직히 작가님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작가님의 이야기는 저의 이런 이야기,생각과는 다른 관점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목에서 꽂혔습니다. 어떤 삶이 저자에게 왔길래 단 한 번뿐인 삶이라고 했으며 삶이므로 어떠했다 하는 이후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로쟈님 이름이 들어간 책이 또 한 권 나오는군요. 축하합니다.^^

로쟈 2009-12-24 17:50   좋아요 0 | URL
곁다리로 이름을 걸친 책들이 연말에 여러 권 나오네요.^^;

알라딘 2009-12-24 0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삶이 내게로 왔다..내가 지금 끌어가고있고 끌려가고있는 이삶속에도 <그삶>이 존재할까요어쩌면 머물고 있는 고요한 이삶속에 오고말,올수도있는 그삶의 예리한 필연적삶의 회귀욕구로 평생갈 평화와 무리없는 안녕에 도발적인 혁명을 가져온다면 과연 그개인에게 다행한 축복일까 문득 생각하게하는 문구입니다..
많은 이들이 어쩌면 꿈꾸고 있는 삶의방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솔직히 작가님들의 글은 이책을 통해 첨 접하는거라 기회되면 꼭 펼쳐보겠읍니다...

로쟈 2009-12-24 17:50   좋아요 0 | URL
네, 골라잡아 읽으실 수 있을 듯...

saint236 2009-12-24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희규님의 아이들에게 행복한 학교를 기대됩니다.
집에 아이가 둘이 있는데 아직은 21개월 9개월인데요, 이 아이들이 자라서 다니게 될 학교를 생각해보면 답답합니다. MB정권에서 행하는 교육 정책들도 답답하고요. 지금부터 고민하지 않으면 머릿 속에 꾸역꾸역 집어넣느라고 고생은 많이 하지만 생각은 없는 공허한 삶을 살게 될 것같네요. 요즘 아이들을 봐도 그렇고요. 여러가지 문제 중에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네요. 교육, 학교..

로쟈 2009-12-24 17:49   좋아요 0 | URL
역시나 사교육과 부동산이 대한민국의 '국가대표급' 문제들이죠...

글샘 2009-12-24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양희규의 학교에 대한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간디학교의 교훈은 얼마나 진보되었는지가 가장 궁금하네요. 학교에 맨날 나가곤 있지만, 무책임교육...의 슬픔을 맨날 맛보며 퇴근하거든요. ㅠㅜ

로쟈 2009-12-24 17:49   좋아요 0 | URL
동네 도서관에 잠깐 다녀오는데, 오늘도 교육청 앞에서 시위가 있더군요. 한 초등학교 학교장 비리와 관련해서...

homania 2009-12-24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캔버스/카메라 /도망자가 땡기는군요
어줍잖게 사진관련 연구소도 맡고 있다보니 괜히 카메라가 들어가 있는 글이 땡긴다는 아주 단순한 이유지요 ㅎㅎㅎ

로쟈 2009-12-24 17:48   좋아요 0 | URL
대학에도 그런 연구소가 있나요? 아님 대학 바깥?..

Tomek 2009-12-24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성일 - 영화, 당신에게는 어떤 의미입니까?
'영화'로 밥을 벌고 사는 정성일 '감독'의 글이 궁금합니다. 임권택 감독에 대해 쓰셨다고 하니 더 궁금해지네요. 그가 그렇게 존경하는 임권택 감독은 '굶는 것을 면하기 위해' 영화판에 들어왔다고 하셨죠. 조감독생활을 하다가 감독으로 데뷔를 할 때, 본인은 그렇게 하기 싫었다고 하셨습니다. 조감독은 영화가 흥행하건 망하건 월급이 나오지만, 감독은 실패하면 끝이기때문에. 그에게 영화는 밥을 버는 수단으로, 그리고 연좌제에 얽혀있는 자신의 정치성향을 '드러내는' 도구로 사용했었지요. 그리고 어느순간, 그 밥벌이의 수단을 꾹꾹 눌러놓았던 자신을 드러내는데 사용하지요. 70년대 말부터 임권택 감독에게 '영화'는 자신을 드러내는 '예술'의 도구였습니다.
정성일 감독은 그런 임권택 감독을 보고 '영화'란 자신에게 어떤 의미라 생각할지 궁금합니다. 우리는 누군가에겐 '삶' 그자체였던 '영화'를 그저 '구경거리'로 밖에 소비하는 게 아닌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임권택 감독같이 치열하게 살다보면, 직장생활이 '예술'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말이 길었습니다.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시길 바랍니다.

로쟈 2009-12-24 17:48   좋아요 0 | URL
제가 읽기엔 '감독' 이전에 '평론가' 정성일의 글입니다. 예전에 라디오방송 때도 한번 들었던 에피소드를 얘기해요. 임권택의 <길소뜸>에 나오는 한 장면에 대해서. 제 힌트는 거기까지...^^

펠릭스 2009-12-24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진숙-땅의 힘으로 세상을 향해"입니다. '파란여우'님의 '09년도 사자성어인 "마부작침"처럼 '님'의 독서에 대한 꿈이 세상에 실현되길 바라면서요.

Leyu 2009-12-24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염형국-단 한 번 뿐인 삶이므로.

"낮은 곳에 임하는 용기로 소외된 희망을 되살리겠습니다."

이 문장 하나가 뜻을 가진 이들의 마음을 동하여 "가난한 이들의 로펌"을 일구어 내었습니다. 사법연수생이었던 그는 편한 앞길을 마다하고 왜 하필이면 이런 고단한 길을 택했을까?

작년, 쌀쌀한 바람이 불 무렵 대학교 법률문장론 강의 시간에 국내 최초 비영리 공익 변호사 그룹 "공감"의 초청강연이 있었습니다. 염형국 변호사는 이제껏 그가 이끌어온 "공감"이 이루어낸 쾌거-언론에서도 많이 조명을 받았던-들에 대한 자부심이나 만족보다는, 패소한 판결들을 주로 언급하면서 아직도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없는 우리 사회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제가 한 소송들 중에선 승소한 게 별로 없네요.."라며 씁쓸한 미소를 머금던 그를 보며 저는 생각했습니다. 당신과 같은 이들의 손길이 의지가지 없이 떨고 있는 심장들을 어루어만져 얼마나 큰 희망을 만들어 내고 있는지! 프로메테우스가 인류에게 불을 가져다 주었듯이 그와 그의 "공감"은 사회의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이들에게 법의 무기를 선사해주고 있습니다.

다른 길들도 있었겠지만, 굳이 힘든 길, 하지만 진정 보람된 길, 모든 이들과 함께 걷는 길을 그가 걸어간 이유를 알만도 하겠습니다. 지상 위에 "단 한 번 주어진 삶이므로"!

그의 이야기를 가장 읽고 싶은 것은 법대생으로서 지침을 얻고 싶음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각박해져가는 지금 이 세상에서 '지구의 반쪽만을 나의 타는 입술에 맡겨달라'고 외치고 있는 듯한 그의 휴머니즘의 원동을 엿보고 싶은 소이입니다.


Leyu 2009-12-24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쟈님~ 안녕하세요?^^ 매일매일 로쟈님의 블로그를 열심히 들여다 보고 있습니다. 정말 제 삶의 소소한 행복 중 하나예요!:) 사실 로쟈님이 강사로 계신 대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언젠가 꼭 로쟈님의 강의를 듣고 싶어요!^^ 그땐 블로거로서가 아닌, 스승님으로서?!^^ 저에게 있어 최고의 소설이 <죄와 벌>, 그리고 그 주인공 로쟈! 여러모로 로쟈님이 좋을 따름입니다!:) 벌써 연말인데..행복한 크리스마스 보내시고! 멋진 새해 맞이하시길 바래요~!^~^

꼼미 2009-12-25 0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 얘기가 많으니 번호로...
1. 무엇보다 먼저, 오늘 로쟈님의 "그 책"을 잘 받았습니다. 물건너 잘 왔네요. 크리스마스 이브에 받은 책이니 로쟈님이 산타가 되어주신 셈이네요. 제 인문학의 지평을 넓혀준 중요한 인물과 책으로 소중히 간직하고 잘 읽겠습니다. 책을 보니 블로그의 느낌을 살린 것 같아 그것도 반갑네요.
2. 로쟈님의 글을 담은 또 한권의 책이 나왔다니 축하드립니다. 저자들의 이름이 문화계에서 반가운 분들(이영미를 포함)이라 좋습니다. 너무 욕심을 내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멀리 있다는 걸 핑계로 이벤트에 다시 한 번 참가 할까 합니다.
3. 이벤트 참여: 정성일씨 입니다. 그의 영화 잡지 <키노>와 라디오에서 자신의 영화평을 "읽어 주던" 그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는 독자로서 이번 책에서도 그의 글이 가장 기대가 되고 읽어보고 싶네요. 그 자신도 밝힌 적이 있듯이 (씨네21에서 정윤철 감독과 인터뷰에서), 그의 영화평에는 인간윤리에 대한 정당하게 편파적인 (제 개인적 소견으로는) 멋진 시각이 있습니다. 그의 글은 깊이를 보여 주는 데 타협이 없고, 열정에 다가 가는데 한계가 없습니다 (영화제에 가면, 밥먹고 영화 보고, 쓰고...만을 반복한다는). 제가 그를 통해서 영화를 보는 다른 눈을 가지게 되었다는 건, 그가 저의 한 부분을 변화시켰다는 증거지요. 마치 영화, <멋진 인생: It's a Wonderful Life, 1946> 의 베일리가 그 마을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켰던 것처럼 말이죠. 그의 글이 그리울 때마다 왜 지금까지 정성일은 영화평론집을 한권도 안낸 걸까 의문스러워하고 있었던 중입니다. 첫 평론집이 나올꺼라니 너무 기쁘네요. 그분은 이벤트 안하시려는지...^^

쉽싸리 2009-12-25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물과 사상을 한 2년여간 구독하면서 대부분 본 것 같네요.
못 본 글 중에 김신명숙 님의 이야기가 읽고싶네요.

제목에서 아름답고 치열한 삶이 느껴지는 점이 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