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칸딘스키와 러시아 거장'전에 전시되는 레핀의 그림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영어제목은 'They Did Not Expect Him')을 찾아보다가 문득 딸아이가 생각났다.
![](http://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thumb/7/7d/They_did_not_Expect_Him.jpg/595px-They_did_not_Expect_Him.jpg)
그림에서처럼 (아마도 유형지에서) 오랜 세월만에 되돌아온 아버지를 맞는 자식들의 (반가움보다는) 낯설어하는 표정에서 한 가족사의 비애를 잠시 들여다볼 수 있는데, 그러고 보면 매일같이 귀가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삶은 복에 겨워 마땅하다. 비록 딸아이가 아는 체하지 않는 날이 더 많지만(듣자하니 아이는 요즘 남자친구에게 폭 빠져 있다고 한다). 귀가하면 아이는 보통 아래 사진과 같은 표정으로 나를 맞는다(가을 소풍때 찍은 거라고 한다).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보다는 그래도 사정이 나은 거라고 말해야 할까.
![](http://i.blog.empas.com/kim0323/33141637_530x405.jpg)
혹은 딱 아래와 같은 표정이다. 배경은 물론 다르지만 반가워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어정쩡해 하는 표정은 똑같다.
![](http://i.blog.empas.com/kim0323/33141439_405x530.jpg)
집에 얼른 들어오라고 전화가 왔다(저녁을 집에서 먹으면 밥값을 아낄 수 있지 않느냐고 하면서). 오늘은 좀 밝은 표정으로 맞아줄지도 모르겠다. 내가 기대하는 건 적어도 이런 정도의 표정이다. '아부'를 하기 위해서 자주 안 쓰던 메일편지까지도 미리 보내두었다. 그리고 머핀빵도 몇 개 들고 간다. 무얼 더 준비해야 할까...
![](http://i.blog.empas.com/kim0323/32621192_530x405.jpg)
아무튼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건 슬픈 일이다.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을 때 자진해서 집에 들어가야겠다(다들 제때 들어가시길!). 오늘밤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07. 11. 28.
![](http://i.blog.empas.com/kim0323/31147208_474x374.jpg)
P.S. 칸딘스키풍의 그림은 없고 대신에 고흐풍은 있다. 아이가 미술학원에서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보고 그린 그림이다. 가끔은 잠자고 있는 딸아이에게 속삭인다. "어디서 이런 녀석이 나왔을까?(We Did Not Expect You!)"라고...
![](http://news.kbs.co.kr/bbs/attach/tb_bulletin_board_clm19_1/namo_114082523365921900.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