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테일 경제학에 대한 유익한 반론을 게시하고 있는 블로그에 들렀다가 뜻밖에도 나와 무관하지 않은 글을 읽게 되었다(http://blog.jinbo.net/marishin/?pid=187). 내용에 오해의 소지가 있어서 옮겨놓고 몇 자 덧붙인다. 제목이 '알라딘 서재의 힘(?)'(06. 01. 28), 제목 때문에 자동적으로 클릭하게 된 글이었다(알라디너라면 당연한 일 아닌가?).  

어떤 종류건 일종의 '또래집단'이 생기면 그 가운데서 영향력이나 힘을 발휘하는 사람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런데 그 힘이 외부에도 영향을 끼치게 될 때는 그 힘에 대한 평가가 필요해진다.

나만의 느낌인지 모르겠으나,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 있는 '나의 서재'가 책을 사는 이들에게 꽤 영향력이 있는 곳이 아닌가 싶다. 신문이나 잡지의 서평이 워낙 '주례사' 수준인 데다가 요즘은 신문 서평을 올려놓는 게 금지되어서, 독자 서평이 더 중요해졌다. 게다가 상당한 전문 지식을 지닌 '독자'들도 많아졌고, 이들에 대한 신뢰도 높다.

이렇게 쓰면서 의도적으로 피한 단어가 '권력'이다. 권력이라고 하면 마치 대단한 것처럼 느껴진다. 사실 그들이 무슨 권력이겠는가? 이 글은 그 '힘'을 질시해서 쓰는 게 아니다.

여기까지는 일반론이겠다.요컨대, 알라딘의 서재(또래집단!)가 '권력'은 아니더라도 "책을 사는 이들에게 꽤 영향력이 있는 곳"이라는 것. 내 경우 어쩌다 보니 나름대로 '부지런한' 알라디너가 된지라 한달에 적립되는 땡스투 마일리지가 12-13,000원쯤 된다(들쭉날쭉 하지만 15,000을 넘어본 적은 아직 없다). 마일리지가 책값의 1%이니까 내가 '영향력'을 발휘해서 '매출'에 기여하는 바가 100-150만원 정도이겠다(그걸 '기여'라고 한다면).

한데, 아다시피 이 땡스투라는 건 알라딘의 구매자에게도 1%가 적립되기 때문에 여기서의 '기여분'은 얼마간 과장된 것이다(물론 여기서는 책을 사려는 사람의 지갑을 닫게 만드는 네거티브 기여는 고려하지 않았다. 그런 사례가 없지는 않지만 '측정'할 수 있는 게 아니잖는가). 그런 걸 고려하면 대략 한달에 100만원, 70-80권 정도의 도서구매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자화자찬할 수도 있겠다. 따라서, "사실 그들이 무슨 권력이겠는가?"라는 지적은 온당하다. 그저 '약간의 영향력' 정도인 것(한때 나 혼자 구매하는 책들만 한달에 그 정도는 됐었다. 집에서 매우 혼났지만).    

아무튼 내가 자주 가는 어떤 '서재' 주인은 번역서의 오역 문제를 꾸준히 제기한다. 그래서 많은 참고가 된다. 그런데 오역 문제를 다루는 방식이 좀 문제가 있다. 원서를 제외하고 다른나라 번역본과 비교해서 오역이라고 단정하거나 의혹을 제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본래 프랑스어나 독일어로 쓰인 책의 한글 번역본을 영역본, 러시아어본 등과 비교하는 식이다. 이런 비교가 한두번에 그치는 게 아니라면 문제다. 만에 하나 이런 비교 글을 보고 사람들이 번역서를 의심해 책을 사지 않게 될 경우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워낙 엉망으로 번역된 책이 많아서, 나부터도 이런 평이 나오면 일단 꺼려진다.

명시적으로 '어떤 서재의 주인'이 밝혀진 건 아니지만 알라디너의 상식으론 '로쟈의 서재'를 언급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본래 프랑스어나 독일어로 쓰인 책의 한글 번역본을 영역본, 러시아어본 등과 비교하는" 짓을 누가 또 하는지는 모르겠기 때문이다. 거기에 대해서 필자는 약간의 불만을 갖는 듯한데(이러한 지적은 예전에도 있었고 그에 대해서 답한 적도 있다), 오역의 문제를 학술적으로 제기하는 것도 아니고 한 독자의 입장에서 늘어놓는 코멘트에 '원본'과의 대조를 요구하는 건 나로선 일단 무리라고 본다(다른 언어의 번역본을 읽고 오역을 지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필자의 입장이라면 얘기가 길어지지만). 나의 지적이 부당하다면 어째서 그러한가를 입증하면 그만 아닐까(실제로 들뢰즈나, 벤야민, 라이히 등의 번역에 대한 지적 건들에서 나는 생산적인 토론들을 주고받은 바 있다).    

필자의 염려는 "만에 하나 이런 비교 글을 보고 사람들이 번역서를 의심해 책을 사지 않게 될 경우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이른바 역기능일 텐데, 필자는 순기능과의 대차도 고려한 것일까?). 물론 그럴 수 있다. 누구나 오독/오역에는 개방돼 있으며 나라고 독불장군은 아니다. 다만, 나는 나대로의 의견을 제시할 뿐이고 그에 대한 취사선택은 또 읽는 이들의 몫이다. 이제 당연히 와야 할 내용은 그런 '선의의 피해'에 대한 사례이겠다.  

자신이 일정한 영향을 끼치게 되면 책에 대한 평가도 조심할 필요가 있다. “번역자에 따르면 철학에 대한 사회학의 복수”라는 촌평이 달린 책을 읽어보니 전혀 말이 안되는 평가였을 때 드는 기분은, '주례사'보다는 덜해도 여전히 씁쓸하다.

내가 어떤 실수를 저질렀을까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번역자에 따르면 철학에 대한 사회학의 복수” 운운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것은 언젠가 '최근에 나온 책들'에서 부르디외의 하이데거론 <나는 철학자다>를 소개하는 대목이다. 나는 이렇게 적었다.

책은 사회학자 부르디외의 하이데거 읽기인바, 그는 기존의 독해를 모두 거부하면서 자신만의 (적합한)이중적 독해를 제안하고 실행한다. 즉 그는 하이데거에 대한 "(지지자들의) 철학적 독해 대 (비판자들의) 정치적 독해라는 대립구도를 포기하고, 이중적 독해, 곧 정치적이면서 철학적인 독해를 해야만 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통해서 하이데거 철학의 고유성이 나치즘과 어떻게 연루되어 있는지를 밝혀내고자 한다. 이러한 작업의 의의? 역자에 따르면, "하이데거에 대한 부르디외의 비판적 분석은 당대 철학에 의해 억압받아온 사회학의 복수이자, 인문학에 있어서 늘 사회학과 경쟁관계에 있는 철학에 대한 사회학의 우위를 간접적으로 선언하는 작업이라고 볼 수도 있다."

'최근에 나온 책들' 등 신간을 소개하는 페이퍼들 대부분이 그렇듯이 나는 <나는 철학자다>를 읽기 전에 어떤 책이 나왔고 어떤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식의 예비적인 정보를 늘어놓았다(이건 나 자신을 위한 정리이기도 하다). 그리고, "하이데거에 대한 부르디외의 비판적 분석은 당대 철학에 의해 억압받아온 사회학의 복수이자, 인문학에 있어서 늘 사회학과 경쟁관계에 있는 철학에 대한 사회학의 우위를 간접적으로 선언하는 작업이라고 볼 수도 있다."라는 역자의 말을 옮겨놓은 것이다. "책을 읽어보니 전혀 말이 안되는 평가였을 때 드는 기분"이란 건 어디에서 기원하는 것일까?(왜 이런 멘트는 댓글로 달아주시지 않았을까?)

나는 평가를 제시한 게 아니라(읽기도 전에 무얼 평가하겠는가) 소개의 말을 덧붙였을 뿐이다(역자의 말이야 책을 사면 다 읽어보는 내용 아닌가). 혹 "번역자에 따르면 철학에 대한 사회학의 복수"란 구절이 문제된다면 일차적으론 역자와 독자의 의견이 다른 것이고(내가 주례를 잘못 섰다?). 

'주례사'보다는 덜해도 여전히 씁쓸하다.고 마무리되는 것으로 보아 나는 이 책을 '광고'했고, 필자는 이 책이 그러한 광고에 미치지 못해 실망스러웠다, 정도로 정리될 수 있을 텐데, 번역비판과 관련한 '선의의 피해'와는 좀 무관한 것 아닌가(참고로, 나의 '평가'를 말하자면, 이후에 나는 1/3쯤 책을 읽었던 듯한데 부르디외의 책은 제목도 번역도 그다지 만족스럽게 생각되지 않았다). "전혀 말이 안되는 평가였을 때 드는 기분"은 누구에게나 공통적인 것이다.

이 서재를 통한 '약간의 영향력' 때문에 내가 책임질 몫이 있다면 책임지도록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비판은 구체적이면 좋겠다. 번역서에 대한 불만을 지적할 경우 몇 페이지의 어느 문단이라고 나는 명시해왔다. 그에 대한 반론 또한 명확한 것이면 좋겠다. 그럴 때에야 우리는 '기분' 가지고 실랑이를 벌이는 일에서 벗어날 수 있다.  

06. 12. 07.

P.S. 본문에서 땡스 투 마일리지에 대해서 언급했는데, 이 마일리지가 조만간 적립금으로 일원화된다고 한다. 카테고리 자체가 '흡수'되는 셈이다. '땡스 투'에 대해서 미리 작별인사를 해둔다. 땡스, 땡스 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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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6-12-07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 글이 다 있군요. 원 글이 너무 짧아 담아내고 있는 내용이 미흡해서 그다지 뭘 말하려고 하는지, 왜 그런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 듯 해요. 일단 제목은 ㅎㅎ 참 안보고 지나갈 수가 없네요.

로쟈 2006-12-07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도 '인용'이라서 어쩔 수가 없네요(물론 초점은 '힘'이 아니라 '?'에 있는 것이지만요)...

기인 2006-12-07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땡스투 저도 가끔 기여(?)하고 있습니당 ;)

물만두 2006-12-07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땡스투가 그런 의미로 생각할 수 있군요^^;;

다크아이즈 2006-12-07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서 제겐 '로쟈님의 힘' 이야말로 순기능인데, 저런 생각 하는 사람도 있군요. 로쟈님 이참에 삘 받아서 불어나 독어 원서로도 오역 지적하겠다고 날밤 새는 것 아녜요?^^*

로쟈 2006-12-07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전에 불어, 독어를 익혀야 할 테니까 가능하지 않은 얘기입니다.^^ 단, 우리가 번역, 번역의 번역 속에서 숨쉬고 있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 거기에 반응할 수밖에 없는데, '원본'을 문제삼는 건 한가하거나 고답적인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인용문 필자의 경우에도 여러 책을 번역했는데, 번역 원서 자체가 한 가지 언어로 돼 있는 게 아니고 많은 다른 언어텍스트의 번역/인용들을 포함하고 있거든요(말하자면 중역이 됩니다). 그런 경우에도 모든 1차 텍스트에서 직접 옮겨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지 의문입니다...

LAYLA 2006-12-07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점잖은 글이네요. 로쟈님의 글이요^^

2006-12-07 16: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쟈 2006-12-07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뭐 액면상으로는 그렇습니다. 암튼 자주 들르신다니 감사합니다. 따로 대접해드리진 못하지만...

마태우스 2006-12-07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 얘기가 언급되는 건 대부분 기분 씁쓸하죠. 게다가 그 얘기에 동의못하는 경우라면 더더욱.. 그나저나 로쟈님 땡스투, 대단하십니다. 거의 신의 경지... 그정도의 매출이라면 알라딘서 님한테 잘해야 할 것 같은데요...

로쟈 2006-12-07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땡스투의 신들은 참고서의 신들이죠.^^ 저는 아직 말석입니다...

마법천자문 2006-12-07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arishin' 님이 아마 한겨레 신기섭 논설위원일 겁니다.

로쟈 2006-12-07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블로그에 그렇게 소개돼 있더군요.

yoonta 2006-12-07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삐딱하기두 하군요..marishin이란 분...강유원홈피에서 자주 뵙는 분같던데..로쟈님이 이곳에서 일종의 영향력?을 행사하는것에 질투라도 느끼셨나? -_- 로쟈님처럼 정성들여 알라딘 서재를 풍요롭게 해주시는 분들에게 칭찬은 못해줄 망정 저렇게 빈정대고 있으니..그리구 이 서재에 자주들려서 로쟈님 글들을 비교적 꼼꼼히 읽는 한 사람으로서 로쟈님이 비록 원본이 독어본이나 불어본인 책들을 영어본이나 러시아본으로 문제제기 했다손 치더라도 그 지적에 어떤 심각한 결함이나 문제점이 있었던 적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압니다..marishin이란 분의 글에 일부분이나마 공감할수있으려면 본인 스스로가 로쟈님의 글중 영어본이나 러시아본을 통해 번역상의 문제를 제기한 글들중 어떤 것들이 문제가 되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지적해 주어야 할 것으로 봅니다.

로쟈 2006-12-07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은 그 '힘'을 질시해서 쓰는 게 아니다"라고 하셨으니 믿어야지요. 한데, 제가 갖는 불만은 그 '글'이 고작 '두 문단'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씁쓸함'이라...

퍼그 2006-12-08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씁쓸해' 하진 마세요.^^ 저는 로쟈님이 오역을 지적하실 때 '외국어' 능력보다는 '국어' 실력을 발휘하신다는 생각을 종종 했는데요...

로쟈 2006-12-08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제 외국어 실력보다는 국어 실력이 훨씬 뛰어나죠.^^

수퍼겜보이 2006-12-08 0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쟈님을 질투하시나봐요. ㅋ 그분이 인기없는 서재라도 하나 갖고 계신게 아닐까요? 혹시 이 댓글도 보고 알라딘의 '천민'계급에 대해 한 마디 하실라나? (권력없고 내공없는 ㅠ.ㅜ 불가촉천민)

페일레스 2006-12-08 0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럴 때 알라딘 서재에 트랙백이 없는 게 좀 불편한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편한 걸지도 모르겠지만...
저 역시 강유원님 홈페이지에서 marishin이라는 아이디를 자주 보았지만, 링크를 타고 건너가서 인용문을 읽어보니 그 분은 '1차 텍스트 중심주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번역한다는 분이 왜 로쟈님이 책을 소개한 글은 꼼꼼하게 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요.
그보다도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저 인용문에 달린 댓글들입니다. '까이는 대상'이 '번역이 뭔지' 모른다고 단정하는 저 댓글들이란...

2006-12-08 03: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쟈 2006-12-09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슈퍼겜보이님/ 알라딘 서재라는 '장만'한 게 아니라 임대받은 것인지라, '임대주민'쯤 되는 거겠죠. 요샌 기자들도 '서민'을 자처하는 형편이니 '서민'이란 말도 함부로 못하겠습니다...
페일레스님/ 원전주의에 대해선 이전에 언급한 바 있는데, 1차 텍스트를 다룬다는 게 독서에 유리하다는 것이지 절대적인 기준이 되지는 않지요. 독서는 언제나 '번역'의 과정이며, "헤겔을 독일어로 번역해야 한다"는 유명한 주장이 갖는 함의도 음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댓글들이야 어디서나...

virtuepeak 2006-12-08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제의 단초를 제공한 게 아닌지 죄송스럽습니다. 로쟈님의 서재와 armarius.net을 꾸준히 찾는 저로서는 예전에도 armarius.net에서 로쟈님을 두고 어떠한 이야기가 오갔던 사실을 상기할 때, 많은 분들께서 감정의 앙금(?)을 품으시는 게 아닐까 걱정됩니다. (제 닉네임은 영구혁명을 직접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그 뜻으로 읽어 주셔도 본래 의도와 커다란 차이는 없겠습니다.^^)

로쟈 2006-12-08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마다의 감정이야 터치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겠죠. 하지만 의견 일반으로서의 말(로고스)은 논리가 있어야 하는 것이고, 공적인 영역에서 제가 관심을 갖는 대목도 그 논리일 뿐입니다...

가을산 2006-12-08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쟈님 서재의 힘은 제가 보기에
번역가들을 긴장케 하는 힘, 독서가들을 자극하는 힘,
그리고 저같은 사람 머리에 쥐나게 하는 힘인 것 같습니다.
이런 좋은 힘은 커도 좋아요.

virtuepeak 2006-12-08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로쟈님께서 '번역자와 편집자'라는 제목의 페이퍼에서 교수신문에 실린 이제이북스 전응주 사장의 글을 인용하신 적이 있었고, 그 때 앤서니 케니의 '서양철학사' 번역에 문제가 있어 구입하지 않았다고 코멘트를 덧붙이셨습니다. 역자 중 한 사람인 김영건 선생이 그 기사와 로쟈님의 페이퍼를 모두 읽은 모양이고, 그 사건에 대한 소회를 쓰셨지요. 그 글은 완소봉춘님이 댓글로 달아주셔서 로쟈님도 읽으셨습니다. 그리고 로쟈님께서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어떤 책이 제 값을 하는 지 궁금할 뿐이라는 견해를 남기셨지요.

marishin님께서는 그 사건에 관해서 전응주 사장이 거짓말을 했다고 보는 것 같고, 로쟈님께서 전사장의 견해를 수용하면서 그 책을 평가한 것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여기신 것 같습니다. 김영건씨의 글을 읽지 않고 로쟈님의 페이퍼만 읽은 사람이라면 그 문제에 관한 관점이 한 쪽으로 고정될 가능성이 높았겠지요. 물론 이 사례는 '알라딘 서재의 힘(?)'이 쓰여진 뒤 한참 뒤에 생긴 일이지만, marishin님의 문제 의식이 이러한 지점에 있는 게 아닐까 하여 조심스럽게 언급해 봅니다. marishin님께서 '부실 번역 논란의 진상'이라는 제목으로 코멘트하신 포스트가 있습니다.
http://blog.jinbo.net/marishin/?cid=13&pid=223

로쟈 2006-12-08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산님/ 마지막 힘에 대해서는 '공감'할 수 있을 거 같군요.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의 평이 그런 쪽이라서.^^;

영혁님/ 저도 그 내용은 읽어봤습니다. 제가 출판동네에 있는 사람도 아니고 어떤 책이 나오기까지의 내막을 샅샅이 파악해서 글을 써야 한다는 건 넌센스이죠. 전응주 사장의 글은 공개된 언론에 발표된 것이었고, 저는 번역자와 편집자와의 바람직한 협력관계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취지에서 옮겨왔던 것이예요(근데, 제가 옮겨온 글은 연초의 것이니까 그와는 무관해 보입니다). 거기에 대해 의견이 다르다면 왜 직접 해명하지 않고, 뒤에서 딴소리를 하는 건지요. 그리고 이제 보니 "왜 이렇게 거짓말이 하나의 진실로서 난무하고 그것을 마치 사실처럼 믿고 거기에다 의미까지 부여하는 멍청한 놈이 나타나는지 모르겠다"나, "소위 인터넷 <먹물>들의 거짓말과 허풍이 참으로 비지성적이다. 이 꾸민 이야기에 감격하는 그대여, 인터넷 공간에서 사기 치지 말고 공부하라"는 직설적인 멘트의 대상이 딴 사람이 아닌 듯하군요. 보기와는 다르게 먹고살기들 힘든 모양입니다...

biosculp 2006-12-09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넷 서핑하다보면 이런저런 글 읽다가 전후가 이렇게 되는구나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 전응주 사장의 글이 링크된것을 보다 갑자기 헷갈렸습니다. 아고라라고 하는 곳에서 예전에 철학사번역과 관계되어 불편한 애기를 한것을 읽은적이 있어서 서로 안좋은 줄은 알았는데 그게 로쟈님의 서재와 연결되어 있는것을 보고 약간 황당하기까지.
아마 교수신문에인가 난 전응주사장의 글을 링크하려면 아예 교수신문에서 찾아 링크하는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그래야 꾸민이야기에 감격하는 그대여 같은 답이 안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요.
펌들때문에 오해만 쌓이는것 같고.

로쟈 2006-12-09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곳에 적기도 했지만, 제 관심은 '인간관계'가 아니라 그냥 '책'입니다. 또 어떤 책에 대한 험담을 막바로 옮겨온 적은 없는데, 이번 경우는 자사에서 출판한 책에 대한 '펴낸이'의 말이었기에 에누리없이 옮겨왔던 것이죠(저는 교수신문에서 그대로 퍼온 글에 약간의 코멘트와 책이미지를 덧붙였을 뿐입니다). 만약에 그의 발언이 무고나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것이라면 그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교수신문측에 기사 삭제를 요청할 수도 있었던 것이고. 더불어, 제 글에 바로 댓글을 달아서 시정을 요구할 수도 있었습니다. 뒤에서 '멍청한 놈'이니 '사기꾼'이니 하며 욕하는 게 그 동네의 관행인 것인지 의아할 따름입니다...

마태우스 2006-12-09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쓰시기 전에 여러 문헌을 통해 사실관계를 알아보시는 로쟈님의 태도에 더더욱 경외감을 갖게 되네요...댓글 달린 것들을 읽어보다 느낀 겁니다.

로쟈 2006-12-09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요, 이번 경우는 제가 (서로 주장이 다른) 사실관계를 확인해보지도 않고 칼럼기사 하나를 옮겨왔다는 것이 빌미입니다. 가령 어떤 칼럼/기사를 옮겨올 때 그거 사실인지 아닌지 다 확인해봐야 한다는 것이죠. 가령, 트랜스지방이 몸에 안 좋다는 기사를 옮겨오려면, 실제로 좋은지 안좋은지 (직접) 확인해봐야 한다는...

마태우스 2006-12-09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그렇군요. 그래도 전 존경할래요. 아무도 절 말릴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