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D라는 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생은 제적이라는 최악의 처벌을 받았고, 이 학교의 교목은 이 학생을 두둔했다는 이유로 정직처분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 학생의 경우를 보면서 제가 중학교 입학때의 경우에 대해 몇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아직도 종교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 제가 개인적으로 신앙으로 삼는 종교를 갖지 못하고 있음을 미리 말씀을 드립니다. 종교가 없음은 조금은 고집스럽지만 생애에 죄가 있다면 어떤 종교든 그 죗가를 받으면 그만이라는 다소 편협한 인식이 잠재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다니던 중학교는 기독교계 학교였습니다. 입학식날부터 뭔지는 모르지만 음은 알고 있는 노래로 시작을 하여 여러차례 고개를 숙이고, 또 노래를 하고....그리고 마지막에는 원 머리가 훌러덩 벗겨지신분이 두 팔을 들고 뭐라뭐라 하던일....이것이 제 기억속의 입학식이었습니다. 기독교를 종교로 갖고 계신분은 찬송가와 마지막의 축도라고 금방 아실것입니다만 교회라고는 문앞에도 안 가본 저로서는 그 모든 일들이 신비스럽다기 보다는 귀찮게만 느껴졌습니다. 개학이 되니 학교에서는 제법 두툼한 용지로 만든 봉투와 출석표를 나눠줬습니다. 봉투는 헌금봉투이고 출석표란 일요일을 맞아 가까운 교회에 나가 예배에 참석하고 확인 도장을 받아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학교에서는 매주 한 차례의 예배와 2시간의 성경과목이 편성되어 성경 수업을 받게 되었는데 천성이 종교와는 거리가 멀었던 저에게는 성경시간은 고역 그 자체였습니다. 그러나 단 한가지 좋은 점은 그 시간에 졸든, 아니면 다른 책을 보든 담당 선생님게서는 야단을 치시지는 않으셨다는 것입니다. 당시에 제가 반장이라는 위치에 있었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반장이 수업 전에 기도를 하고 수업을 시작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아마 기도하는 방법과 기도의 내용 등등 예배에 관한 기본 지식을 가르쳤다고 생각하신 선생님의 의도였던것 같습니다. 저는 수업전에 기도를 하면서 이것 저것 너저리 너저리 다 기도에 집어 넣어 수업시간 전체를 기도로 때우고야 말았습니다. 아마 제가 생각해도 기도의 내용 자체만을 가지고는 어느 선생님도 시비를 걸지 못할 정도로 완벽한 기도로 한 시간을 다 때운것이 아니었던가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이런 기도는 시간이 흘러가면서도 전혀 그 시간의 단축이 없이 성경시간 전체를 모두 다 기도만 하고 종이 울리면 "이 모든 말씀 우리 주 예수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하옵나이다"가 동시에 나오면서 마치는 것이었습니다. 1학년 1학기는 초기 몇 주를 제외하고는 성경교과서의 진도가 단 한페이지도 나가지 못했고, 선생님은 숙제로 어디 어디를 예습해 오라는 말씀만 하셨습니다. 학기말 고사를 치루는데 배운게 없어 시험을 치루지 못하고 일괄적으로 기본점수를 주고 나머지 점수는 일요일의 교회 예배 참석율을 더하여 성경과목 성적을 작성하였습니다. 방학이 시작되던 날...교목이신 그 대머리 목사님이 저를 찾았습니다. 그 분은 당시 교단에서도 나름대로의 지위를 가지고 계셨던 박경식 목사님이셨는데 교목실에 들어 선 저에게 자리에 앉기를 권하시고는 "너는 예수님을 믿지 않느냐?"고 물으셨고, 저는 "예수님뿐만 아니라 그 어떤 신도 믿지 않습니다"고 대답을 하였습니다. 알려진대로 고명하신 목사님은 제게 예수가 어쩌니 저쩌니 하는 구차한 포교의 말씀을 하시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예수를 왜 믿어야 하는지도 말씀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한참을 생각하시던 목사님께서 제게 하신 말씀은 "내가 너의 영혼의 구원을 위해 기도해 주마...네가 싫으면 교회에 나가지 않아도 된다" 고 하셨습니다. 쪼그만 꼬마의 당돌함에 목사님께서는 제 의사대로 하도록 맡겨버리신것 같습니다.
수업시간을 기도로 때웠다는 소문은 학교에 자자해서 저라는 인물을 대하는 선생님들의 반응은 대단한 놈이라는 반응과 학교의 종교를 무시한다는 반응으로 크게 대별되었지만 구태어 저를 꼬드겨 교회에 나가라마라를 말씀 하시는 선생님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일요일에는 교회에 가서 꼭 예배에 참석을 하고 주보를 가져다가 예배에 참석했다는 증거물로 담임선생님께 제출을 하였습니다. 교회에 나가야 한다는 교칙에 구태어 반기를 들고 싶지도 않았지만 특별히 교회에 가면 목사님이 나쁜일을 하라는 말씀은 하지 않으시기에 겸사겸사 교회에 나가게 되었지만, 제 마음속에는 기독교를 제 신앙으로 삼아야 겠다는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었습니다. 교회에서 알게 된 분이 아동문학가로도 이름이 있는 이 현주 목사와 그 동생 이 덕주 목사입니다. 물론, 지금은 이 두 분과 연락이 없지만 제가 대학에 다닐 때 까지도 이 두분과는 기독교인의 신앙생활에 대하여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우선은 제가 갖는 의문에 대한 해답을 듣는 것이었는데 그것은 적어도 종교를 갖는 사람들이라면 신앙이 없는 사람보다는 못되지 말아야 하며 남들의 모범이 되어야 하고, 정말로 자신의 생활에 떳떳해야 할것이 아니냐는 물음이었습니다. 어떤 분은 이런 저에게 신도를 보지말고 성경을 보라는 말씀을 해 주시기도 했습니다만, 제가 요리 조리 교회에 다니는 신도를 면밀히 분석해 본 결과는 실망 그 자체였습니다. 수요예배나 주말 예배에 나와서는 정말로 열심히 자신의 죄를 뉘우치면서 기도를 합니다. 심한 경우에는 격한 감정에 쌓여 한없이 울기도 합니다. 소위 개과천선의 기회를 그들은 갖는것 같아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행태는 교회에 나오기 전이나 그 다음이나 마찬가지로 나아지는 것이 없어 보였습니다. 이런 문제는 당시 젊은 교인그룹이었던 이 현주, 이 덕주 목사님에게도 매우 심각한 자기 모순으로 비춰졌던 모양입니다. 결국, 형인 이 현주 목사는 지금은 계룡산 입구의 개척교회에서 진정으로 죄인들을 구제하겠다는 의미로 일반인의 삶 속에서 목회 활동을 하고 있다고 들었고 동생인 이 덕주 목사는 어디인지는 모르나 나름대로의 목회활동에 열심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의 종교관은 비단 기독교뿐만 아니라 불교도 마찬가지 입니다. 저는 이상하게도 종교를 싫어함에도 알고 지내는 신부, 목사, 중이 많은 편입니다. 나름대로는 제각기의 중요한 위치에 있지만 제게는 그저 단순하게 여겨질 다름입니다. 언젠가는 육군의 군종감이 단 한번 법사로 보임된 적이 있는데 저는 사람이 많은 장소에거 차에서 내리는 그 법사에게 큰 소리로 "땡중"이라고 부르는 바람에 군종감이 안절부절 하기도 했지만 중은 중이고 목사는 목사이며 신부는 신부로 그 소임을 다하는 것이지 그들이 나름대로의 직분으로 신도들보다 상위의 그룹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이들은 신앙의 대상이 되는 종교의 공복으로서 일반 신도에 대해 더 친절하고 자세하게 종교에 대한 안내를 해야 하는 입장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성직자들은 나름대로 어려운 과정을 거쳐 그 위치에 선다는 것도 잘 알지만 국회의원이 선거전에는 읊조리다가 선거가 끝난 다음에는 거들먹 거리는것과는 근분적으로 행동을 조심해야 할 위치가 바로 성직자의 위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미리 말씀드렸듯이 저는 어느 종파에도 속하지 않는 사람이기에 훨씬 자유롭답니다. 절을 찾아도 신도라면 우선은 한 단계 깔고 덤벼드는 중도 없고, 마음의 평정을 찾는 방법으로 아무도 없는 교회에 들어가 명상에 잠기는 시간을 가져도 특별히 나무라는 목사나 신부는 없습니다(그러나 모 교회에 들어갔다가 신도가 아니라는 답변을 들은 목회자가 나가라고 해서 쫒겨 나온적이 몇 차례 있었습니다. 절간에서는 안그러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제 의지와는 관계없이 종교단체의 의식에 참여하게 되는 경우가 가끔 생깁니다. 그것은 결혼식이라든가, 영결식 등등 피치못해 가야할 사정입니다. 저는 나름대로의 기준을 설정하고 있습니다. 교회에 가서는 열심히 찬송가를 부르고 주기도문을 외우고, 십계명을 봉송하며, 절에 가서는 사홍서원을 외우고 찬불가를 부르면서 각각의 종교행사에 최선을 다해 임한다는 것입니다. 저를 지켜보는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제가 독실한 신자로 보이기 쉽상일 것입니다만 제가 갖는 기준은 어느 종교이건 그 종교적 상황에 대해서는 존중하고 인정을 하자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우스개 소리로 제 신앙은 '기불릭+기타 잡교'로 되어 버린것 같습니다.
저는 이 글에서 어느 종교를 비난하거나 폄하하고자 하는 의도가 없음을 말씀 드립니다. 이번 D고교의 사태를 바라보는 제 의견은 적어도 이 학생보다 세상을 더 살아왔다는 사람들의 처사가 너무 속이 좁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이 학생을 마귀로 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제 저녁 이 학생을 다룬 프로그램에서도 언급했듯이 이러한 처사가 오히려 그 종교에 대한 반감을 더욱 키운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리고 그 학교의 행정실장이 전화 인터뷰에서 밝히는 내용은 더욱 기가 막혔습니다. 기자의 종교에 대한 자유는 기본권이므로 인정을 해야하지 않겠느냐는 물음에 "우리학교에서의 종교는 개인이 갖는 기본적 자유에 우선합니다"라는 답변입니다. 제 짧은 소견은 다른 사람에게 존경을 받으려면 자신도 남에게 존경을 표하듯 종교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종교가 인정을 받으려면 다른 종교도 인정을 해 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예배당이나 절간이나를 방문하였다면 최대한 그 종교에 대하여 예의를 갖추는 것이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불교와 천주교는 활발한 교류는 아니더라도 비교적 교류가 많은 편임에도 개신교는 그렇지 못한것 같습니다. 물론, 전체가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비 종교인인 제 눈에 비친 이번의 사태처럼 너무 편협한 사고로 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답답함을 느끼게 합니다. 그 학생은 학생회장도 했으며 전교 1등이라는 성적도 가지고 있었고, 그 학생의 인터뷰 내용에서 느낄 수 있는것은 나름대로 조리있는 자신의 논리를 전개한 똑똑한 학생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학생을 정말로 종교적인 사랑의 차원에서 감싸 안으려 했던 교목에게까지 제재가 가해졌다는 것은 아직 구원 받기를 원치 않아 무종교로 살아가는 제가 느끼기에는 정말로 아리송한 수수께끼 같습니다.
< 如 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