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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속의 인간:반딧불이는 별 아래 난다
신유항 / 랜덤하우스코리아 / 1998년 5월
평점 :
품절
가을이 깊어가며 하늘에는 고추잠자리가 어지럽게 비상을 한다. 하늘마저도 잠자리의 비상과 자유로운 비행을 보장하려는듯 높이 높이 올라가 있는 계절....낮에는 이리뛰고 저리 뛰는 메뚜기와 잠자리...그리고 밤에는 어디에선지는 모르지만 찌르륵~ 거리는 귀뚜라미가 가을의 정취를 물씬 쏟아 낸다. 계절을 만들어가는 곤충은 늘 우리와 함께했음에도 우리는 그런 사실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지 못했었는데 떨어지는 낙엽의 아름다운 빛깔속에 푸르름을 안고 움직이는 여치 한마리를 마주한다. 불현듯 잊었던 과거로의 추억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불쑥 솟는것을 느낀다.
이 책은 중앙M&B에서 시리즈로 출간한 "책으로 보는 자연다큐멘터리"중의 하나인 '자연속의 인간-곤충'편이다. 저자는 곤충학회 이사인 경희대 신유항 교수인데, 이 시리즈의 책이 늘 그렇듯이 이 책도 역시 보기 좋은 도판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책을 펼치면서 시원스럽게 펼쳐지는 도판을 보노라면 기분마저도 자유스러워진다. 이 책은 예전에 구입한 직후 부담없이 읽었던 책이었는데, 얼마전 골프를 할 기회가 있어 필드를 찾았을 때, 그린 주변에 여기 저기에 힘없이 나뒹구는 여치들의 모습을 보면서 다시 한번 자세히 읽게 되었다.
골프장의 여치는 죽지는 않았지만, 전혀 날거나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울음소리는 고사하고 짧은 삶마저도 풍전등화인 여치는 골프장에 뿌려대는 농약으로 인한 마지막 몸부림을 치는 것이었는데 여름 동안 알차게 섭취해서인지 검자손가락 만한것이 제법 살이 올라있었다. 그런데, 농약을 뿌려대는 사람들은 입에 하얀 마스크를 쓰고 농약을 분무하지만 자신들이 목표로 삼는것 이외의 다른 폐해에 대하여는 얼마나 관심을 가질까? 가만히 주변을 살펴보니 여치뿐이 아니다. 어렷을 때 논에서 푸드득 거리며 날아다니던 것들을 잡아 강아지풀에 엮어서 구워먹었던 벼메뚜기도 보이고, 매미, 풍뎅이, 장수하늘소 등등의 곤충이 여기저기서 바드둥거리면서 마지막 숨을 할딱거리고 있었다. 일부러는 아닐지라도 인간만을 위한 행위에 이렇게 수 많은 곤충들이 그 짧은 생을 버려야만 하는 것이다.
이 책은 이렇게 인간에 의해 사라지는 곤충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 "풀과 나무와 새와 곤충과 물고기가 빠저나간 공간에 무엇을 대신해야 그들만큼 아름다울지..."라는 말은 사라지는 곤충에 대한 안타까움이 다 담겨있다 할것이다. 정말, 우리 주변에 늘 함께했던 그들이 빠져나가버리면 무엇으로 그들이 존재할때의 아름다움을 대신할 수 있을까? 저자는 이 책에서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곤충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며, 사라져 가는 곤충들을 애정어린 눈으로 바라봐 주기를 당부하고 있다. 그리고 저자는 그런 방법이 곧 자연사랑이며 우리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는 길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모두 6개의 꼭지로 짜여진 이 책은 이 시리즈의 모든 것이 다 그렇듯이 마지막장은 앞으로의 과제에 대하여 나름대로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 대안에는 필수 불가결하게 이루어지는 개발속에서의 보존 방법도 제시를 하고 있어 발전속에서도 곤충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방안을 논하고 있는 것이다.
제 1장은 곤충과 우리 문화의 관계와 곤충의 탄생, 그리고 번식에 관한 비밀을 담은 "귀뚜라미가 우는 나라"로 꾸며져 있다. 옛부터 우리 조상들은 늘 곤충과 함게 했음을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저자의 마음이 담겨 있다. 제 2장은 "곤충으로 가득한 세상"이라는 주제로 우리 땅에 서식하는 곤충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곤충, 그리고 곤충 기네스를 담고 있어 곤충에 관한 흥미를 돋우고 있다. 세계의 84만 곤충중 우리나라에는 만 천여개의 곤충명이 있음을 알려주며, 새 보다 더 큰 곤충인 골리앗큰뿔꽃무지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있다. 제 3장에서는 곤충의 모양에 따라 붙여진 이름을 알기쉽게 설명하고 있다. 생긴 모습대로 이름이 붙여진 호랑나비를 비롯한 곤충들의 생태를 알 수 있도록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제 4장은 "신비한 생의 질서"편으로 곤충이 어떻게 종족보존을 위하여 짝짓기를 하는가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곤충이 짝짓기를 통하여 어떤 탈바꿈의 과정을 거치는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바로 탄생의 비밀을 알 수 있게 해 주는 재미있는 이야기이다. 여기에는 곤충들간에 짝을 찾는 방법에 대해서도 설명을 하였는데 이러한 설명은 가을밤에 우리 귓가에 들려오는 곤충의 울음이 무슨 의미인지를 알게 해 준다. 제 5장은 생존을 위한 곤충들의 위장술을 중심으로 적과 마주쳤을대 내뿜는 페로몬이라는 물질의 성분에 대한 분석이 담겨 있다. 생존을 위한 싸움에서 이겨나가야 하는 곤충이 가지는 능력을 우리는 "거품속에는 거품 벌레가 있다"라는 부제가 붙은 이 장에서 알 수 있을 것이다.
매년 230여종의 새로운 곤충이 발견되고 있다고 한다. 그런 반면 이 지구상에서 영원히 자취를 감추는 종도 수없이 많음을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수년전...충남 청양의 장수하늘소 집단 서식지가 발견되었다는 보도가 나온후에 그 서식지가 황폐화 되었다는것은 사람들의 보존 의지보다는 궁금증에 의한 훼손이 더 심하다는 것을 말하는 좋은 사례라고 할 것이다. 메뚜기때가 날아들어 광활한 평원을 순식간에 폐허로 만드는 이유도 호르몬에 의한 군서상 메뚜기로의 변화라는 저자의 말 처럼 곤충은 비록 그 하나의 자체로는 미약하지만 집단으로 뭉쳤을때는 엄청난 파괴력을 지닐 수 있음을 알 수 있으며, 이런 군서상에 관한 내용은 영화등을 통해서도 알려져 있어 곤충을 하나의 괴기물로 인식하도록 인위적으로 유도되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곤충은 우리 곁에 늘 머물고 있다. 잠시 관심을 두지 않아서 그렇지 곤충은 늘 우리 주변에서 머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곤충이 우리 곁에 머물러있지 못할 환경만 제공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곤충이 우리 곁을 스스로 떠나는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들을 떠밀듯 내 쫒아버린것은 아닌지 반성을 해 볼 단계이다. 늘 우리와 함께 했던 정다운 곤충들이 물러난 자리에는 2억년 이상을 살아온 바퀴벌레가 대신하고 있다. 그리고 삶의 터전을 빼앗긴 개미들이 인간을 물며 보복을 하고 있다. 구태어 자연으로 돌아가자고 목청을 돋을 필요는 없다하더라도 풀섶이 성긴곳에는 아직도 우리곁에 함께 했던 곤충들이 언제 다시 가까와 지기를 기다리며 살아가고 있다.
가을 밤...맑고 또렷한 초승달 아래서라도 귀뚜라미의 울음소리를 듣노라면 삶에 찌든 때도 말끔히 씻을수 있지 않을까? 오늘만큼은 퇴근후에 무심코 스쳐가지 않고 가을숲에서 귀뚜라미 소리라도 들어보련다...
< 如 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