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자연속의 인간:모든 들풀은 꽃을 피운다
이남숙 / 랜덤하우스코리아 / 1998년 5월
평점 :
품절
예전 초등학교 시절에 학기가 시작되면서 교과서를 지급받으면 국어, 산수 등등의 여러가지 교과서는 다 제껴두고 가장 먼저 열어보던 2권의 책이 있었다. 그것도 저학년 때는 지급되지 않고 고학년으로 분류되는 4학년 초에 지급받고는 졸업때까지 그 책은 참고서이면서도 사전으로 사용하였는데 그 책은 <지리부도>와 <생물학습도감>이었다, '부도'나 '도감'이 무슨 의미인지도 몰랐었고 단지 책의 판형이 제법 크고 다른 교과서와는 달리 질 좋은 종이에 모두 칼라로 그려져있어 보기에도 좋았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런 책들을 학교의 교과서로 지급하지 않는 모양이다. 그 대신 개인이 필요로 하면 전집류나 기타 관련 도서를 참고하도록 된 모양이다.
지금은 사진술이 발전하고, 또 그에 따라 인쇄술도 뛰어나 좋은 사진으로 생생하게 볼 수 있는 책이 많으나 당시의 생물도감은 고래의 수염 하나 하나, 나뭇잎의 잎맥도 일일히 손으로 그렸었다. 본가의 서고에 지금도 꽂혀있는 당시의 <생물학습도감>을 보니 어쩜 그리도 잘 그렸는지....오히려 사진보다 훨씬 정밀하게 그린것 같았다.
<모든 들풀은 꽃을 피운다>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이 책은 중앙일보의 자연속의 인간 시리즈로 간행된 것이다. 이 책 이외에도 푸른나무, 반딧별, 하늘새, 은빛쉬리가 있는데 "책으로 보는 다큐멘터리"라는 부재가 말해주듯 자연이 빠져나간 공간에 무엇을 대신해야 그들만큼 아름다울지를 물으며, 자연만큼 아름다움이 없음을 역설하고 있다. 저자 이남숙 교수는 식물에 대한 지식을 인간과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 쉬운 이야기로 전달하고자 이 책을 쓰게 되었음을 밝히고 있는데, 이 책은 많은 식물을 다뤘음에도 전문서의 딱딱함이 없다.
'쑥'을 필두로 시작되는 우리 들꽃 이야기는 수많은 식물의 이름이 나온다. 그 이름은 우리 귀에 생소하면서도 정겹다. 부채싸리, 매화, 접시꽃, 조팝나무, 다닥냉이, 물봉선, 붓꽃, 창포, 표주박, 미치광이풀, 처녀치마, 홀아비꽃대, 쥐오줌풀, 할미꽃, 애기똥풀, 며느리배꼽, 며느리밑씻개, 나도/너도 밤나무, 개불알꽃, 복주머니꽃, 꿩의다리아재비, 괭이눈, 매발톱꽃, 개미탑, 꿩의밥, 개구리자리, 제비고깔, 쥐다래, 벼룩나물, 지네발난 등등 자연이나 동물, 그리고 생김생김에 맞춰 지어진 이름이 전혀 멀리 있는 꽃들 같지 않다. 이 책은 이유미의 ,한국의 야생화>와는 또 다르다. 물론, 분포지방이나 자라는 환경, 약재로의 사용 여부 등등을 포함하여 식물이 우리에게 어떤 기능을 하고 있는가를 '위대한 화학물질 합성자', '오염물질 정화식물', '소망을 담은 상징식물' 등등으로 분류하며 인간이 자연과 함께 해야 하는 이유를 간접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자연을 접하며 행하는 행위의 근저가 무엇인가에 대한 설명도 다각도에서 해 주고 있어 이 책을 읽는 솔솔함을 더해주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도판을 크게 다루지 않았다. 단지, 무엇인지 알 수 있을 정도의 크기로만 도판을 삼았고 그 대신 인간의 감수성과 정서에 호소하는 내용들로 가득 채우고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식물...더 나아가 자연과 함께하는 삶이기를 갈망하고 있어 "아는 만큼 사랑한다"는 사고로 식물을 접하는 저자의 애정이 대단함을 알 수 있다. 또 우리 나라에 피는 꽃의 색깔은 어떤 색깔이 주류를 이루는가와 우리 나라의 기후에 적당한 꽃들은 어떤것이 있는가도 알려주고 있다.
이 책은 도판으로 끝나지 않고 식물과 동물의 분류기준을 시작으로 식물이 어떤 기능을 하고 있으며, 그렇기에 식물을 왜 보존해야하며 꽃들의 영원함을 위하여 사람이 망치는것을 최소화하고 보존하고 보호하기 위한 대책과 보호대상 품종, 지역, 보존 관련 법규와 보존을 위하여 노력하는 기관들을 알려주고 있으며 우리 나라와 외국의 식물 박물관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식물학자로서 부끄러움과 책임감, 의무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그것은 뒤쳐진 우리의 식물학 분야의 연구와 더불어 스키장과 골프장의 난립으로 자연의 서식 생태가 파괴되는 안타까움을 막을 수 없음에서 일 것이다.
이 책은 '미래의 확실한 보험은 자연사랑' 이라는 사고로 콘크리트 속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이 정말 불쌍하다고 느끼며 자연은 생명이며, 인간의 고향이기에 이제는 인간이 자연에게 베풀 차례임을 강조하는 것으로 끝을 맺고 있다. 이 책을 읽는다고 당장 자연을 사랑한다거나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말 없이 그들에게 닥친 고난을 감수하면서도 인간의 삶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자연이 있기에 조금 더 자연의 섭리에 맞추어 자연스럽게 살고픈 생각이 가슴속에 메아리진다.
< 如 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