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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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기억이란 것이 늘 원하는 만큼, 내가 원하는대로 기억되었다.

어느날, 깡그리 없어졌다. 처음엔 불안했지만 조금씩 뻔뻔해졌다.(솔직히 처음부터 많이.)

 

난 늘 술먹고 컴퓨터를 켜고 글을 쓴다.

그러니 오타가 생겼는가, 문맥이 맞는가, 혼자 열번쯤 다시 읽는다.(미친 짓!)

멀쩡할 때 쓰면 좋으련만 그게 참 안된다. 객기에 쓰는 거다.

 

아..참. 기억이었지.

이 책. 단숨에 읽었다. 좋아하는 코드의 소설이었고 좋아하는 작가였음에 화났다.

김영하였더라면 이런 소설에 좀 달랐었을 텐데.. 좀 더 뭐가 있었어야 하는데..했다.

그럼에도 다른 독자들은 높은 평점이었다.

난 그럴 수 없었다.

 

단숨에 읽히는 흡인력은 장점이다.

그런데, 얘기가 좀 미흡하다. 그저 단편일 때는 그려려니 하고 넘어갔다.

독자의 몫이려니하고.

 

그런데.

"죽음이란 건 삶이라는 시시한 술자리를 잊어버리기 위해 들이켜는 한 잔의 독주일지도."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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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언제나 네가 있었다
후지와라 신야 지음, 강병혁 옮김 / 푸른숲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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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순전히 책 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그래서, 책을 펼치며 소제목들을 훑어 보았다.

따뜻한 제목같기도 하고 어쩐지 외로움을 주는 제목 같기도 했다.

 

책 속 얘기들의 주인공들은 인생의 중요한 선택 내지는 결정에 다다른 인물들이다.

그런데, 하나도 안 중요하다고 느끼며 읽었다. 읽는 동안에는 그저 일상생활 안에

늘 소소하게 또는 무의식적으로 닥치는 벽들이구나..했다.

작가가 담담하게, 꾸밈없이 지나가는 말투로 얘길 하니깐 몰랐었다.

다 읽고 나서야 그들에게 닥친 일들은 인생에 중요한 일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곰곰 생각해보았다.

현실에서 내가 지나온 일을 이렇게 되짚어 생각해보니, 꽤 중요한 결정들을 너무 쉽게

해버렸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내가 결정한 것도 있지만  부지불식간에 의도치않은 것들로

바뀌어진 것도 느낀다.

 

스무살이었던 유리가 고향으로 내려가며 한 말이 내게, 깊어서 빼내기 어려웠던

바늘 하나를 제거해주었다.

'분명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고, 가슴이 답답한 일도 많았지만, 정말로 열심히 스스로를

테스트한 것 같아요. 전부 토해냈다는 어떤 충족감 같은 것이 있었어요.'

바보같이 난 열심히 하고도 아무런 결과물이 없다는 이유로 그시절의 나를 외면했었다.

 

책이 지식을 주는 것도 맞고, 책이 감동을 주는 것도 맞고, 책이 나 아닌 다른 삶을 보게 하는

것도 맞지만 상처치유로의 책이 제일 맞는 것 같다.  사람의 인생이 어른이 됐다고 극적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겠으나,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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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술꾼 - 임범 에세이
임범 지음 / 자음과모음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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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페이지 정도 읽으며 '뭐, 이런 시시껄렁한 얘기를 하나.' 싶었다.

중간쯤 읽으면서는 큭큭 웃음도 나고 책을 덮으면서는 묘하게 끌려서 좋았다.

자신과 가까이 있는 술꾼들의 매력을, 자기방식으로 잘도 풀어내서 즐거웠다.

 

나는, 방배동에서 작은 술집을 한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만 한다. 빨간 날은 쉰다.

가게 영업시간도 여섯시간 정도만 한다.(누군간 뻥이라고 할 것이다. 그래, 다섯시간 쯤.)

소주도 호프도 막걸리도 없다. 그래서 단골들 위주다.

7080 이라는 말은 촌스러워하지만 올드팝을 튼다. 12시가 넘으면 가요도 가끔 틀고..

 

주로 남자들이 많다. 넥타이 부대들이 많고.

그들은 접대를 하러 오기도 하고, 회식을 하러 오기도 한다.

친구들 끼리도 온다. 연령대가 높아 안구정화되는 옵하들은 없다.

 

그들이 얘기한다. 대한민국 사회를 파기도 하고, 종교 얘기도 하고(술자리에서 꼭 하더라.),

골프 얘기도 하고, 그런 저런 얘기를 조금하다가 음악 얘기를 하면 바로 애들이 되버린다.

말투도 바뀐다. 그때 그시절로 돌아가버린 듯하다.

가게 한켠에 옛 콘서트에 관한 포스터가 붙여 있다. 그 자리에 앉는 사람은 꼭 싸운다.

자기 기억이 맞다면 이런 공연은 없다, 있다로. 다들 스마트폰은 들고 다니면서 검색하며

싸우는 사람은 없다. '남자는 철들면 죽어.' 하는 남편 말이 맞다.

 

가게를 하며 남자들이 조금 이해가 됐다. 샐러리맨들의 비애랄까.

나도 직장생활을 했었지만 그렇게 리얼하게 겪지는 않았다.

늙어가는 아빠에게 안쓰러움이 느껴졌다.

 

내가 아는 술꾼, 남편 친구다.

자기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이 많지 않듯, 이 친구도 성향과는 다른 일을 한다.

일자리로 술 마시는 날이 많아 견디기가 버거워 보인다.

안좋게 마신 날은 집앞 학교운동장에서 양복차림에 구두로, 달리기를 몇바퀴해야

좀 살 것 같다고 했다. 그래도 안되면 남편한테 전화한다. 보고 싶다고.

가끔 잘 참아내고는 다음날 전화가 오기도 한다. 나, 잘했지? 하며.

지난 주말엔 둘이 술마시고 길에서 달리기 시합하다가 넘어져서 친구가 손바닥이

까졌다. 몸은 달리고 있는데, 다리가 안 움직이더란다. 으이그.

셋이 가끔 만나 술마시면 꼭 다음날 지장있게 마신다. 둘은 안헤어지려고 하고,

나는 맨날 혼내고. 그래도 요즘은 착해져서 말을 잘듣는다.

술은 역시 좋은 사람과 만나 마시는 게 최고의 안주인 것 같다.

 

내일 이시간쯤, 한량을 소망하는 남편과 한량하면 잘 해낼 자신이 있다고 우기는 그 친구와

제주 앞바다에서 소주를 기울이고 있을 것이다. 여행가는 게 아니고 술판 바꿔 마시려는 심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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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17 18: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17 2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비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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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하루키란 사람은 인생을 바꾼 사람이다.

아마, 내가 하루키를 모르고 살았다면 난 지금 , 내남편이랑 만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어릴 적도 아닌 스물 대여섯살. 난 하루키를 멋으로 알았다. 키노가 내게 그랬듯.

그저 트랜드 였었나보다 그렇게만 생각했다. 내내.

뭐, 지금의 개콘에서 감사합니다.. 하는 식으로.

뭐든 그땐 뒤쳐지기  싫었고, 나름 괜찮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퍽이나.

조금 미안한 말이지만 나이가 들자, 하루키가 더 좋아졌다.

읽었던 책을 또 읽으며, 아.... 내 마음 속에 , 내 머릿속에, 하루키가 이렇게 난도질하듯

날 지배 했구나,를  느낀다.

 

거짓말 하지 않는 소설가.

아이러니다.

소설가가  거짓말을 제일 잘 하는 존재 아닌가.

 

그럼에도 그는 내게 단 한번도 거짓말을 하지않았다.

그래서, 하루키의 소설을 읽고 나면 맥주의 갈증과 굴튀김이 생각나는 것이다.

 

연예인처럼 유명한 사람이라 부담스럽겠다.

그러나, 여전히 난 하루키, 적당히 정리된 차용물인 자신과 차용물은 아니지만 자신과의 기묘한 틈바구니에서 살고 있는 당신을, 흠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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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없는 이야기 - 최규석 우화 사계절 만화가 열전 2
최규석 지음 / 사계절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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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늘 아웃사이더였다.

학창시절에는 그것이 꽤 괜찮게 느껴졌었더랬다. 많은 친구들이 내 생일이 되면 축하해주지만,

소풍을 가거나 할 때는 늘 혼자였다. 딱히 친한 친구가 없었던 거다.

나이가 차츰 들면서 그런 것이 좀 외롭단 생각을 잠깐 했다.

근데, 뭐 그래도 괜찮다 싶었다.

 

보통의 사람들이 결혼을 한다는 건,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 이라고 규정하나보다.

내게 결혼은 사람이 겪는 과정이라 생각했다. 남자와 여자의.

결과물은 온전히 다르지만 그들은 나와 남편을, 아웃사이더가 아니라 불구라고 생각했다.

난, 워낙에 그런거에 좀 익숙했지만 남편은 힘들어했다.

 

세상에 많은 사람들이 산다.

다들 똑같게 살지도 않고, 어떤게 정답인지도 모른 채 산다.

 

어느날, 남편이 물었다.

넌, 왜 만화가 좋냐고.

딱히 대답할 수가 없었다. 내가 딱히 소설보다 만화가 좋진 않으니.

그러나, 그 가터 사이의 공백앞에 심장이 뛰고, 내 상상력 밖의 디테일이 그려지는

세상이 좋으니... 그저 그렇게 대답했다.

 

이건 최규석의 만화가 아니다.

우화다.

우리가 머릿속에 한번쯤 해보는 우리들 일상들이다.

왜. 왜. 왜?

 

우리가 사는 인생에는 갑옷도시에서의 그 노인을 놓치지 말고 싶다. 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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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04 0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