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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 지금은 라디오 시대 - 500자의 감동
홍옥연 외 지음 / 푸른시대 / 2002년 12월
평점 :
품절
우선은 노란 표지가 샘터사에서 발간되었던 노란 손수건의 표지와 같아서 아마도 내용이 비슷할꺼라는 생각을 했다. 어찌 그런 예감은 적중하는지...역시나 심금을 울리는 이야기로 가득하였다. 심금을 울린다는 말은 그만큼 가슴속에 감동의 잔 물결을 일으킨다는 말일 것이다.
나는 TV나 RADIO를 거의 안보고 안듣는 편이다. 기껏해야 뉴스나 스포츠중계, 혹은 FM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는것이 고작이기에 이 책이 어떤 방송프로의 '500자의 감동'에 소개되었던 내용을 엮었다는것도 책을 손에 들고서야 알았다.
'사랑을 먹고 사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천일야화보다 더 짜릿하고 감동적이며 온몸의 말초신경을 자극한다면 누가 이해할수 있으랴만은 이 책을 펼치고는 모두 4개의 커다란 꼭지로 구성된 마지막 페이지까지를 단숨에 읽었다. 말이 단숨이지 500자밖에 안되는 사연에 왜그리 5억자보다도 많은 생각을 해야만 하는지...한 편 한 편의 사연을 읽어 내려갈 때 마다 가슴속 저 깊은곳에서 뭉클거리며 올라오던 감동은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게 만든다.
눈이 안보일것을 뻔히 알면서도 결혼이라는 어려움을 택한 여자...자신을 친자식 같이 돌봐준 큰 어머니, 도시락을 매일 3개씩 싸가며 엄마를 귀찮게 했던 아들의 커다란 이웃사랑...차마 500자로는 다 담지 못할 사연들을 읽어 내려가며 이런것이 사람이 사는 것이고 바로 이런것이 진정한 사람의 참모습이기에 제목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라고 했음을 알 수 있었다.
자식이 부모에게, 부모가 자식에게, 아내가 남편에게, 그리고 어린 아들이 아빠에게....온 국민이 월드컵의 열기로 들떠 있을 때 쓸쓸히 서해교전의 상처를 보듬어야 했던 그들의 인척들이 겪어온 아픔이 이렇게 잔잔하게 가슴속에 감동의 파동을 전할줄이야...
사람의 삶속에는 사랑과 정이 있고, 또 그 사연은 남들이 이해 못하는 애틋함이 가득하다. 한편으로는 남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길지 모르는 일이지만 자신에게는 엄청난 불행이 되기도 한다. 인간 본연의 감수성이 바로 이런 애틋한 사랑, 지고지순이며 본초적인 사랑을 만들어 나가는것이 아닐까?
나는 이 책을 읽어가면서 사람들의 각박한 삶속에서 행해지고 있는 치열한 투쟁과 같은 모습에 오버랩되는 부드러운 안개를 느낄 수 있었다. 그 안개는 바로 인간 본성에 담겨 있는 아름다움일 것이다. 어쩌면 이러한 본성이 곧 와해되어 버릴것 같은 인간 세상을 끈끈하게 이어주고 있는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정말, 삶을 영위하느라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사람들만 존재한다면 이 세상은 더없이 메마르고 각박하며 황량한 벌판에 혼자 외톨이가 된 인간을 만들지도 모르겠지만, 삶에 있어 이렇게 애잔하고 가슴저미는 일들이 있기에 우리는 한 모금의 정로수와 같은 역할로서 생에 활력을 담아가고 있다고 본다.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은 그 모습이 어떠하든 아름답다. 왜냐하면 그 삶이 나쁜일이 아니라면 각자의 가치관 속에서 나름대로의 삶을 통하여 자신만의 삶의 향기를 만들어 나가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들의 가치관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나에게 주어진것에 감사하며 오늘도 나를 비롯한 주변의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삶의 향기에 도취하며 마음껏 그 향기를 만끽하고 살아갈수 있음에 진정으로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