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는 "홍무원"선수의 올림픽 출전권 획득 내용을 소개해 드렸었는데 오늘은 같은 복싱을 하는 "조석환"이라는 녀석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 선수는 "홍무원"선수보다 1체급이 높은 '플라이급'선수이며 "조석환"선수는 진즉에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었습니다. 그런데 이 친구의 전역이 금년 7월말임에도 부득부득 전역을 1개월 늦추겠다는 것입니다. 그 사유를 물으니 <상무>마크를 달고 올림픽에서 메달에 도전을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올림픽에서는 대한민국 태극기를 달고 경기에 임하겠지만 <상무>소속으로 경기에 임하겠다는 것입니다.
"조석환"선수는 복싱계에서는 나름대로 이름이 알려진 선수이고 이 선수의 전역을 기다리는 많은 실업팀이 있어 올림픽에서의 메달 획득과는 관계없이 스카웃이 될 자원인데 구태어 올림픽이 끝난 후 실업팀으로 가겠다고 하니 오히려 이상하지 않겠어요? 금전적 이득이 목표라면 하루라도 빨리 실업팀에 입단을 할텐데 이 친구는 올림픽을 마친 다음에 입단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하면 몸값이 더 올라가느냐고 물었더니 꼭 그렇지는 않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올림픽에 출전을 했다해서 메달을 딴다는 보장도 없지 않는냐고 제게 반문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조석환"선수는 지난번 이탈리아에 갔을 때 잠시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조석환" 선수는 그리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는데, 당시 상대 선수는 그의 적수가 되지 못했었음에도 이상하게 득점을 올리는데 실패를 하고 지고 말았었답니다. 그 때 왜? 게임을 못했냐고 물었더니...이 친구 하는 말이 배꼽을 잡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조석환"선수 바로 앞에 치러졌던 경기가 북한 선수의 경기였는데 세컨을 보는 북한 임원의 특이한 말투가 생각이 나서 게임을 제대로 풀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속으로 너무 웃다가 게임을 망쳤다는 것이지요.
"날래 빼라우!!", "받으라우야...받아", "엎어지라우" 이런 말들이 무슨 소린지 아시겠어요? "날래 빼라우"는 상대의 주먹으로 부터 어서 피하라는 말이고, "받으라우"는 게임이 안 풀리면 머리로 상대를 받아버리라는 말입니다. "엎어지라우"라는 말은 경기에 이기고 관중에게 인사를 할 때 큰절을 하라는 의미입니다. 더구나 "조석환"선수가 게임중에 그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웃음을 만들었던 말은 그 다음에 했던 북한 임원의 말 때문이었는데, 그 말은 "날래 가서 물박치기 하라우..."였습니다. 물박치기...참 생소한 단어입니다만 이것은 수영장이나 목욕탕에 들어가라는 이야기 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옆에서 들었던 저도 북한 임원에게 그 말의 뜻이 무엇이냐고 물어볼 정도로 우리의 언어와는 판이하게 다른 말로 쓰여지고 있었는데, "조석환"선수도 경기내내 그 생각으로 배꼽을 잡듯 웃었다는 것입니다. 경기중에 잡 생각을 하면 안된다는 기본적인 마음도 잊고 말입니다.
"조석환"선수는 성격이 상당히 낙천적입니다. 옂장 근무의 속내를 알기 위하여 이리 꼬드기고 저리 꼬드겨서 연장 하려는 이유를 물으니...혹시 메달을 따게 되면 군인으로서 국기를 향해 거수 경례를 멋지게 하겠다는게 연장의 이유였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기량을 향상시켜준 부대에 보답하는 의미에서 <상무>소속으로 메달에 도전을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얼마나 그의 사고가 맑고 건전합니까? 대부분 '개구리가 올챙이적 생각을 못한다"고 할 정도로 자신의 성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감독이나 코치진에 대한 은혜는 잊게 됩니다. '잘되면 제탓이고 못되면 조상탓'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니 세태가 그런것은 어찌보면 당연한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조석환"선수는 제대로 된 사고를 가진 운동선수로 잘 성장을 한 것이었습니다.
"조석환"선수는 호탈한 성격으로 매우 활발하며 유머가 많은 선수인데, 나름대로 남의 흉내를 내는 연기력도 일품입니다. 더구나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등등 만능 엔터테이너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재능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이 친구가 오늘 제게 와서 한다는 소리가 더 기가 막힙니다. 연예계에서 나중에 데뷔를 하자고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개그맨으로 나오라더니?"라고 물으니 "아..아닙니다. 텔런트로 나오라는 것입니다"라고 우습게 보지 말라는 투로 답변을 하고는 "제 얼굴이 조그만해서 스크린이 잘 받는답니다"라는 부연 설명을 덧붙이는 것이었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그의 얼굴을 다시 살펴보니 조막만한 얼굴은 잘 생기고 얼굴 피부도 복싱 선수답지 않게 깨끗한 것이었습니다. "조석환"선수는 인파이터가 아닌 아웃복서이기에 치고 빠지는 스타일로 그리 많은 매를 허용하는 선수가 아니기에 얼굴에 찢어진다거나 꿰메는 상처는 없던 것이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조석환"선수는 올림픽에서 동메달 이상의 성과를 거둘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물론, 결과는 두고 봐야되겠지만 이 선수의 낙천적인 성격은 좋은 결과를 가져 오리라 믿고 싶습니다. 스스로가 원해서 1개월 전역을 뒤로 미루는 결정은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조석환"선수는 아무렇지도 않다는듯 그쪽을 택했습니다. 그리고 올림픽이 끝나면 언젠가 자신에게 탈렌트로서의 도전의 기회가 주어질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조석환"선수의 쾌활함으로 이 두 가지의 꿈이 모두 다 이루어지기를 기원해 주고 싶습니다. 태능 선수촌에서 더위를 잊고 훈련에 여념없는 "조석환'선수에게 진심어린 격려를 보내렵니다.
<如 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