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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박물관 1 - 갈촌탈박물관.하회동탈박물관.공주민속극박물관
한국박물관연구회 엮음 / 문예마당 / 1999년 5월
평점 :
품절
한국인의 얼굴 모습은 어떤 표정일까? 어떤 사람들은 우리의 얼굴에 너무 표정이 없다고 한다. 또 한편으로는 그 무표정함은 찌든 생활속에서 배어나오는 비애와 고생의 표정이라고도 한다. 우리의 얼굴 표정에 관한 평가는 우리 스스로가 내렸다기보다는 우리 나라에 체류중인 외국인의 글에서 가끔 접하는 서글픈 현상이다. 그렇다면 정말 우리의 얼굴표정이 그렇게 어두울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알려주는 것이 바로 이 책이라 하겠다.
이 책은 도서출판 '문예마당'의 한국의 박물관 시리즈로 출간한 첫 번째 책으로 경남 고성군에 위치한 '갈촌 탈박물관'과 안동 하회마을에 자리잡고 있는 '하회동탈박물관', 그리고 충남 공주시 의당면에 자리잡고 있는 '공주 민속극박물관'에 소장하고 있는 탈과 꼭두각시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책에 담긴 내용은 한국박물관연구회의 정인수가 썼으며 사진은 동 연구회의 정인수, 박옥수 두 사람이 맡았다. 원래 이 시리즈는 이 책을 비롯하여 화석과 무속, 옹기, 궁중유물의 순으로 특수 박물관의 유물을 집중 조명할 계획이었으나 옹기를 대신하여 화폐박물관을 출간하였으며 앞으로도 우리 나라의 특수 박물관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간행을 계획하고 있다한다.
탈이란 얼굴에 뒤집어 쓰는 물건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그 뒤에 얼굴을 숨기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이렇게 자신의 얼굴을 숨기기 위한 탈이 언제 만들어졌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조개무덤에서 나온 조개 가면은 탈이 생각보다 일찍 만들어졌음을 알게 해 준다. 이러한 탈이 왜 만들어 졌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규정된것이 없지만 추측컨데 동물 사냥을 목적으로 잡고자 하는 동물에 접근하기 위하여 위장의 수단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이유가 그 첫 번째이며, 인간의 식량으로 활용된 동물을 위로하고 종교적인 의식에서 자신의 얼굴을 밝히지 않으면서 죽은 동물의 넋을 위로하는 방편으로 만들어지기도 하였으며, 또 한편으로는 주술적 의미로 귀신을 쫒기 위한 방편으로 탈이 제작되었다고 보고 있다.
탈이 갖는 또 하나의 의미는 액땜 방지용이라는 것이다. 탈이란 사전적 의미로는 가면 이외에 '돌발적인 사고나 궂은 일'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어 사고나 궂은 일을 막기 위한 액땜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지금의 탈은 민속문화재로서의 기능으로 보존되고 탈춤등이 전수되어 내려오고 있다. 이러한 탈들을 모아 놓은 세 곳의 박물관은 국가나 단체가 만든것이 아닌 개인이 설립한 박물관이다. 개인의 열성과 탈에 대한 의지가 없으면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기에 탈 박물관들은 우리 탈의 이모저모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갈촌 탈박물관'편에서는 탈의 기원과 만들게 된 동기, 그리고 탈에 담긴 의미를 미리 알고 탈춤과 인형극에서의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담고 있는데 탈의 종류에도 나무로 깎아 만든 탈과 장승, 그리고 대나무로 만들거나 한글이 쓰여진 탈, 부적의 의미가 담긴 탈, 자연의 나무를 이용하여 만든 탈 등등 탈의 형태에 담긴 의미를 풀어내고 있다. '하회동 탈박물관'은 국보로 지정될 만큼 유명한 하회탈을 비롯하여 각 지방의 탈놀이에 사용되는 탈, 그리고 외국의 탈까지 전시되고 있다. 익히 알려진대로 그 해학적인 얼굴 표정을 담은 탈은 탈에서 우러나오는 익살과 함께 우리와 친숙해진지도 꽤나 오래 되었다. 입이 찢어지도록 웃고, 가소롭다는듯이 가는 눈을 뜨거나 과부이기에 마음대로 웃지 못하고 살포시 입가에 웃음의 흔적만을 남기는 부네탈, 옴에 걸려 얼굴에 우둘두둘한 종기로 가득한 탈, 슬픔으로 입이 찌그러져 흉내를 내기에도 슬픔을 가득 느낄 수 있는 양주별산대, 송파산대, 은율 탈놀이의 탈 등등 우리 나라의 탈 놀이에 관련한 여러가지 탈 들의 각각의 의미와 형태를 설명하고 있다.
'공주민속극박물관'편에는 우리나라의 탈놀이에 관련되는 것들이 모두 모여있다. 음악과 춤이 어우러지는 탈놀이는 연극으로, 또는 무용으로, 꼭두각시 놀음으로 우리와 가깝게 지내왔다. 탕에는 인간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양반이 있고, 각시가 있고, 귀신, 중, 각종 역병, 말뚝이 등등 인간의 형태를 흉내낼 수 있는것은 모두 탈로 만들어질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탈은 한편으로는 세태에 대한 간접적인 비난의 수단으로, 또 한편으로는 세상사에 대한 기원의 의미로 활용되었으며 자신의 얼굴을 숨기고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음에도 탈 속에 숨기겨진 얼굴로 뱉어내고 싶은 속마음을 후련하게 토해낸다. 신분이나 격에 맞지 않음을 타인의 모습으로 마음껏 토로하는 것이 바로 탈이라 할것이다.
이 책은 탈에 대한 자세한 안내서일뿐만 아니라 역사와 무형문화재에 대한 상세한 해설서의 기능도 함게 하고 있다. 탈춤을 보더라도 겉모습이나 우스꽝스러운 행동에서의 즐거움만을 추구하지 말아줄것을 이 책에서는 바라고 있는 것이다. 탈춤이나 연극에 등장하는 인물의 성격을 판단하게 해 주는 자세한 탈에 대한 설명은 훨씬 이해를 돕게 될것이다. 특수박물관을 찾는 첫 번째 시리즈로 탈춤을 선정한것은 인간의 얼굴에 나타나는 표정이 주는 이미지와 의미를 가장 먼저 느끼라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