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나이 서른 중반.....

남편과는 이제 습관처럼..아무 의식도 없이 그저 하루하루를 보내고
시집올 때 심사숙고 발품팔아 장만해 온 살림살이들이 하나하나 명을 달리하고 있고
차력형제는 이제 저들끼리 혼자서 나가 놀 정도가 되어
한가롭게 커피 한잔 홀짝일만한 시간이 다소 허락되고
드라마 속의 바람나는 남편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 같지 않고
뭐가 더 싸다고 하면 열심히 뛰어가 남보다 하나라도 더 집으면 그걸로 행복해하고
앞으로 남은 나의 인생을 어찌 살 것인가....
불투명한 미래를 기대와 불안으로 그려보기도 하고
어느새 늘어버린 눈가의 주름을 보며
탤런트 김희애가 속삭이는 "얼굴선 바꿀 수 있어!"를 외쳐보지만....하하하.........과연....

내년에는 게로가 유치원에 간다.
드디어 오전에는 나만의 오롯한 시간이 생긴다.
막상 무얼 할건지 생각해봐도 마땅한 것은 없으면서도
막연히 뭔가 해야지...
뭔가 배워야지....꿈을 꾼다.

그런데
몸둥아리가 이제 나도 좀 쉬어야겠다고 신호를 보내온다.
어깨가 아프고
허리가 아프고
습관처럼 편두통에 시달리고
조금만 무리해도 다리가 붓고
한달에 한번씩 시체처럼 드러눕게 하더니....

여성의 상징과 같은 그곳에 탈이 남으로써 드디어 내 몸을 돌아보게 만든다.

자궁에 물이 가득 들어차고 각종 덩어리들이 있다고 해서 급하게 들어간 수술
그냥 그런가 보다....아, 그래서 그렇게 아팠구나...그러면서 덤덤하게 받은 수술이었다.
여자들, 다 그렇지 뭐...암이 아닌게 다행이네....하면서.

그런데 정말 심각한 지경이었다고.
자칫하면 자궁을 일부 들어낼 수도 있었다고
이렇게 하고 어떻게 살았냐고 나흘이 지난 어제에서야 말을 한다.
조직검사가 나와봐야 아는 거지만 그전으로도 충분히 위험했다고.
이 말이야 의사들, 습관처럼 협박조처럼 하는 말이지....

옆탱이에게 내 자궁에서 빼낸 염증과 물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마눌, 이런 상태로 살았으니 앞으로 신경쓰시고 잘해주라고 했다나?
하하하, 그 의사선생님, 맘에 드네..
그래, 남자는 모르지.......
마눌이 달이면 달마다 하루이틀씩 고꾸라지고 자빠져도 그게 얼마나 아픈지....
얼마나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지...

살아온 만큼은 더 살고 싶다.
바무와 게로가 건강하게 자라서 자기의 인생을 꾸리고
그들을 빼어닮은 아이들이 손 벌리고 뛰어오는 것을 보고 싶고
우리나라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도 구석구석 보고 싶고
지구에는 또 얼마나 다양한 모습들이 있는지도 보고 싶고

욕심일까?

죽을 병도 아닌데 왜이리 사람이 센치해지는 걸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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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24 15: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panda78 2004-10-24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세상에 크게 아프셨군요... ㅠ_ㅠ
그러신 줄도 모르고.. 밀키님이 요즘 뜸하시네.. 하며 조금 서운해했던 것이 너무 죄송스럽고 후회됩니다. 밀키님, 어서어서 완전히 회복하시고, 이전보다 더욱 건강해 지시기를 바랍니다.

의사선생님이 꽤 좋으신 분같네요. 낭군님이 앞으로는 밀키님께 더 많은 관심을 보내주시고, 더 사랑해 주시기를. 밀키님, 화이팅!

마냐 2004-10-24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요즘 뜸하시네...하고만 있었슴다. 어쩜 좋습니까...
몸이란 정직하게 신호를 보냅니다. 서른 중반, 너무 열심히 달려오신게 아닌지요.
다행히 좋은 의사선생님(음, 남편분께 그런 설명까지..^^) 만나셔서 좋게 해결하셨다 믿습니다.
저두 얼마전 혹이네 뭐네 하면서 암검사 받고 하다보니 퍽이나 센치하더이다.
그렇게 한번씩 내 몸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나 봅니다.
몸조리 잘 하시구...힘 내시구...조금 더 센치함을 즐기시다가....그냥 보내버리세요.

비로그인 2004-10-24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밀키웨이님..많이 놀랐어요. 이럴쑤가..그래도 천만다행입니다. 많이 고생하셨죠? 왜 안 보이실까, 했었는데 그런 일이 있었군요. 이제부터 더욱 몸에 신경쓰세요. 그리고 밝고 건강한 생각들만 하시기 바랍니다.

진/우맘 2004-10-24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여자들은 대체로 참을성이 너무 많은게 탈이예요. 생리통, 산고, 젖몸살....남자들은 모르는 고통을 일상처럼 겪고 나면 몸이 안 좋아 보내는 신호도 무심결에 넘기기 일쑤라니까요.
에이, 왜 그러셨어요. 괜히 눈물이 찔끔 납니다. 조직 검사 결과 깔끔하길 기원하며, 얼른 기운 차리세요. 맛난 거 사달라, 집안일 좀 해 달라 어리광도 피우면서....얼른, 회복하시길 바래요.

stella.K 2004-10-24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셨군요. 정말 왜 요즘 뜸하실까 궁금했었어요. 그냥 저는 저나름대로, 애들키우고 하다보면 바쁘니가 그렇겠지 싶었는데...저도 제 주위의 친구들이 이쯤돼서 한번씩 다 탈들이 나더라구요. 정말 가정 건사한다는 게 보통 힘드는 일이 아닌가 봐요.
님, 철없는 소리하죠. 저도 님과 같은 30대인데...
건강하십시오. 건강하셔서 손주도 보시고, 당장은 멋지게 차려입으시고 가을 햇빛 받으러 거리로 나가 보세요. 영화 한편도 보시고, 카페에 들러 에스프레소 커피도 마셔보구요.
기운 내십시오. 행복하시길...^^

날개 2004-10-24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이런 글 읽으면, 이젠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저 또한 서른 중반을 넘어선 나이인지라, 여기저기 삐걱거리는게 드러나더군요.. 뒤늦게서야 운동한답시고 설친다지요..ㅡ.ㅜ
빠른 쾌유 바랍니다.. 맛난거 많이 드시고, 푹 쉬세요..


미설 2004-10-24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일들이 있었군요.. 글은 남기지 않았지만 돌아오시기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몸조리 열심히 하시고 하루빨리 쾌차하세요..

내가없는 이 안 2004-10-25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키웨이님 지금은 좀 회복되셨나요? 얼른 벌떡 일어나셔서 님의 유쾌한 모습을 글로도 많이 볼 수 있음 좋겠어요. 올해 마무리 힘들게 하셨으니 좋은 일만 생기길!

sayonara 2004-10-25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운내시죠. 기운. 아직 중년의 위기도 아니구.. 기운... ^_^

하얀마녀 2004-10-25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읽는 저도 이렇게 놀랐는데 밀키웨이님은 얼마나 놀라셨을까요. 지금은 좀 어떠신가요?

2004-11-04 18: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제목은 다소 진부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의 마을'이라니... 이 얼마나 진부하고 그 내용이 뭔지 대충 짐작이 갈 만하다라고 판단되어지는 그런 제목입니까? 겉표지에 그려진 그림, 빨간 나무열매가 조롱조롱 열린 나뭇가지 사이로 당나귀를 탄 빨간 바지의 꼬마와 그의 아버지의 정겨운 모습...
거기에 첫내용 조차도 파구만 마을이 환한 꽃동산이 되었다는 봄이야기로 시작되고 있습니다.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이 책을 접했다면 바바라 쿠니의 [달구지를 끌고]나 [바구니 달]과 같은 그런 그림책인가 보다 하고 넘어갔을 겁니다. 충분히 그럴 만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분위기이지만 복선이 계속 깔려져 갑니다.
자두와 버찌, 살구열매를 늘 함께 거둬들이던 형이 이번 여름에는 군인이 되어 전쟁터에 나갔다, 전쟁터에서 한쪽다리를 잃은 상이용사 아저씨, 남쪽지방에서는 전투가 꽤 심하다는 소식....등등
서정적이고 한가하기 그지 없는 시골마을 장터에서 전쟁의 그림자가 끊임없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버찌를 다 팔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 과일가게 아저씨에 대한 미안함, 파구만 버찌가 세계에서 제일이라는 자랑스러움, 아빠와 먹으려고 남겨두는 그런 사랑스러움...등 처음으로 장터에 나와 버찌를 파는 야모로 인해 그런 어두움은 금세 묻혀버리고 맙니다.

거기에 야모의 가족은 처음으로 새끼양을 가지게 됩니다. 예전에 우리네 시골에서 송아지 한마리 장만하는 것이 큰 기쁨이고 자랑거리이듯 야모에게 있어서 새끼양을 가지게 된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새끼양의 이름을 '봄'이라는 뜻의 '바할'로 지어주면서 야모의 가족들은 온통 희망과 즐거움으로 벅차 오릅니다.

그. 러. 나.

전쟁은 이 모든 것을 송두리째 앗아가버리고 어제까지의 평온하고 일상적인 날들을 한순간 잿더미로 만든다는 것을 이 책은 너무나 간단하면서도 명료하게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 간단함과 명료함을 접하는 순간, 영화에서 흔히 사용하는 기법처럼 일순 제 머리속이 하얗게 빛이 바래지는 그런 충격으로 멍해지고 말았습니다. 비록 전쟁의 그림자가 있었지만 여전히 삶은 아름답고 평온하게 지속되고 있었건만....봄이 오면 더 행복해지고 더 좋아지리라는 희망은 전쟁 앞에서 이렇게 허물어지는구나....충격을 받았습니다.

제목이 그랬기에....더 그랬겠지요. 진부하기 짝이 없다고 생각한 그 제목이 이렇게 가슴아파질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내년에는 큰애가 학교에 들어가니 방을 이렇게 좀 꾸며보고.... 몇년쯤 뒤엔 지금보다 좀더 넓은 평수로 이사를 가고..... 애들이 좀 컸으니 나도 이제 나만의 자기발전을 이루어보고......아주 소박하지....하하하' 이렇게 내일을 낙관적이고 희망적으로 꿈꾸는데 이 모든 것들이 일순간 다 사그러질 수 있다고 생각하니 두려워졌습니다.

전쟁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왜 전쟁을 이 땅에서 사라지게 해야만 하는 것인지... 이 책은 전쟁으로 인한 모습을 전혀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더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 꿋꿋이 일어난 이야기류에 익숙해진 나머지 전쟁이 마치 고요한 연못에 풍덩 던져진 돌맹이와 같다고만 생각해 왔던 듯 싶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다시 그전처럼 고요해진 연못의 표면과 같아질 것이라구요. 그렇게 전쟁도 그럴 거라고 생각해왔었나 봅니다.

하지만 전쟁은 끝끝내 엄청난 흉터를 남기겠지요.
지금은 아무도 없는 파구만 마을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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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4-10-12 0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에게 저런 책은 언제쯤 의미가 있을런지 여쭤봅니다.

밀키웨이 2004-10-12 0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전까지 마냐님의 궁시렁을 심각~~~ ^^ 하게 읽고 있었는데 하하하

아주 어린 아이들에게는 아직 보여주지 않아도 좋을 듯 싶습니다.
그림책이라는 한계(?)가 있다보니 엄마들이 연령대를 좀 낮게 잡으실 수도 있겠지만 제 생각에는 이제 자신의 생각이 구체화되는 시기의 아이들....초등학교 3학년? 이후에 심각하게 전쟁에 대한 독서이야기를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싶어요.
근데..제가 뭐 압니까?
이제 겨우 삐약삐약거리는 7년차 엄마인걸요...
더구나 독서지도에 대해서는 깨갱~~~!! 이옵니다....^^;;;;;;

호랑녀 2004-10-12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학교 아이 가지신 선생님께 이 책을 권했더랬습니다 ㅠㅠ
선생님은 이 책을 읽고 우셨다고 쪽지를 보내오셨네요.

마냐 2004-10-13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맛..밀키님, 지나친 겸손 모드! ㅋㅋ 고마워요. 초딩 3년이면..음, 천천히 고민해도 되겠군요. ^^
 
 전출처 : panda78 > 보고싶은 야밤 풰밀리 여러분께- 지미의 일러스트들.

밀키님, 힘내세요. 올 가을엔 좋은 일만 그득하기를..

별 언니, 이제 추천서 다 쓰셨나요? ^^ 작은 별도 건강하길-

반디님, 오늘은 반디님과 알라딘 활동 시간이 맞아서 기뻐요. ^ㅂ^ 헤에-

스따리님, 나를 불러 놓고 그대는 어디로 갔나요- ^ㅡ^;;

 

 

 

 

 

 

 

 

 

 

 

 








*일러스트  지미 리아오

 대만의  동화작가, 일러스트 화가

영화 向左走 向右走)  Turn Left, Turn Right   원작자

우리나라에도 `왼쪽으로 가는 여자, 오른쪽으로 가는 남자`등

다수 일러스트 집 으로 출간

 

 

 *지미의 예쁜 그림들을 감상하고

다양한  카드와 월페이퍼를 얻을 수 있는 곳

(단  회원가입해야 함..ㅡㅡ;;)
  지미의 홈페이지

http://blog.naver.com/urjj.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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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10-02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멋있네요!^^

조이너 2011-02-05 0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자 보고 ㄱ ㅏ요. 멋진 방

필이 꽂히는 그림들 땜시
마이
해피해져 갑니다.

맘으로 커피 한잔
드리며........
^^
 

돈은 참 웃기는 그런 존재이다.

최근에야 10억 만들기니 뭐니 해서 돈 돈 돈!!!
이러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는 돈을 너무 좋아하는 사람을 조금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돈에 초월한 사람을 더 높이 여기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나는 돈이 무지하게 좋아요"라고 대놓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게 되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에 대해 우리는 솔직해서 좋다, 사실은 저도 좋다...이런 꼬리를 달기도 한다.

돈은 참 웃기는 존재이다.
그 웃기는 존재인 돈 이야기이다.

추석 때 시골에 내려갔다. 충남 서천에는 시할아버지께서 지난 봄에 할머니를 먼저 보내시고 혼자서 쓸쓸히 지내고 계신다.
시아버지의 형제는 자그만치 일곱이나 되신다.
하지만 나는 할머니의 장례식에서조차도 그 일곱분을 한자리에서 뵌 적이 한번도 없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이번엔 정말 최악이었다.
일곱형제 중에서 명절이라고 시골에 내려온 집은 단 세집.
그나마 며느리는 단 둘.
손주며느리가 둘.

다들 무슨 사연들이 그리 많으신지
장남인지라 빼도 박도 못하는..아니 하늘이 내리신 효자인 큰아버지와 큰어머니와 그집의 막내도련님
둘째인 내 시아버지와 시어머니, 그들의 자손인 두 형제와 두 며느리인 나와 동서)
그리고 막내 작은아버지와 열살 먹은 막내아가씨 (바무는 열살 먹은 고모가 있다는 것이 자랑거리이다)
이것이 달랑 전부였다.

내려간 사람은 없지만 시골엔 아직도 작은 할아버지들이 세분이나 더 계시기 때문에 차례를 지내려면 일손이 굉장히 많이 필요하다.

동서와 나는 내려간 순간부터 설겆이....설겆이....설겆이.....

이하 생략하련다.

잠시 짬을 낸 시간에 동서와 담소를 나누었는데
"작은 어머니들은 하나도 안 내려오시고 왜 손주며느리인 우리가 와서 이렇게 일을 해야하는 거예요?"
이것이 동서의 불만이다. 물론 나도 불만이쥐...ㅠㅠ

그렇게 일을 하고 돌아오니 어깨가 어찌나 뻐근하고 아프던지.
명절은 여자들의 주부습진과 오십견을 짓밟고 조성된 남자들만의 축제이다....

그런데!
돈이 우습다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아래의 일 때문이다.

시아버지는 당신도 우리에게 미안하셨나보다.
돌아온 담날, 봉투에 용돈을 담아 나와 동서에게 하나씩 주셨다.
봉투를 받는 순간 사르르~~~ 녹는 그동안의 힘듬과 불만.

그 돈이 얼마인가 하는 액수를 떠나서 어쨌든 그렇게 돈을 손에 쥐고 나니 마치 일당이라도 벌은 양 기분이 좋아지는 게 흐흐흐...^^

아, 돈은 이렇게 우습다. 그리고 무쟈게 좋다.
사람을 이토록 단순하게 만들니 웃기고도 웃기면서 그래서 더 좋다.
하. 하.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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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4-10-02 0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 없으면 집에 가봤자 빈대떡도 못 부쳐 먹는 시대가 되버렸어요.
조금전에 방송에서 돈에 관한 프로를 보는 동안 울고 웃다가 그만 공허해졌어요.
돈으로라도 마음을 표현할 수 있으니 한편으론 또 효과적인 것 같네요...ㅎㅎ
밀키웨이님~ 고생하셨습니다...^^

starrysky 2004-10-02 0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키님, 너~무 너~무 오랜만에 뵈어요. ^^
추석 잘 쇠셨냐고 인사 드리고팠는데, 내내 일만 하다가 오셨군요. 훌쩍. 다들 귀찮고 하기 싫은 일이지만 그래도 여럿이서 나눠하면 좋으련만 늘 하는 사람에게만 몰리는 게 일이더군요. 허리는 괜찮으셔요? 바무가 야물딱진 주먹으로 어깨 콩콩 두들겨드리지 않던가요?
돈은 좋은 것이지요. 노동의 댓가이고 교환의 수단이니까.. 맘 다칠 일 없을 정도로만 많았음 좋겠어요. ^^
밀키님, 건강하고 행복한 10월 보내세요. 꾸벅~

LAYLA 2004-10-02 0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아버지도 속으로 많이 섭섭하셨을거 같아요. 나이 들어서 구박 안받으려면 돈줄을 쥐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 맞긴 한가봐요.. 밀키웨이님은 착하신 손주며느리시네요...^^

2004-10-02 0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건 돈이 아니라(물론 손 안에 있는 구체적 현실은 '돈'이지만서도,,ㅋㅋ) 마음이었을 거 같아요..내 마음을 아는 이 있다는..고생하셨어요^^.

하얀마녀 2004-10-02 0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휴, 고생하셨습니다. 몸은 이제 어떠신지요?

. 2004-10-02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쉬! 돈이 최고랑께~

sayonara 2004-10-02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세상이 뭐 그렇지~ 돈이 그렇지~'하고 생각하지만 막상 또 경험하면 그게 참 애매한 기분이 들지요. ㅋㅋㅋ

깍두기 2004-10-02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키님, 솔직히 말씀해 보세요! 그게 돈 때문인가요? 아닐걸요~^^ 자신의 수고를 인정해주고 고마워해주었기 때문이 아닌가요? 아마 그분이 밀키님의 손을 꼭 잡고 "고맙다, 너 없으면 어쩔 뻔 했니"라고만 해 주셨어도 밀키님은 똑같이 행복하셨을 걸요?^^ 고생하셨어요. 자주 좀 출몰해 주세요.

물만두 2004-10-02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 좋죠. 없으면 안되고 있으면 더 가지고 싶게 만들고 그 교차점 찾기가 어려워 그렇지 타협만 잘하면 돈 좋아하며 잘 살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마리사랑 2004-10-02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의 노동이 돈으로 환산되어 가치를 부여받는 순간이죠.
가사노동이 그런 기쁨을 못 누리게 하잖아요.
그런 의미의 뿌듯함도 있지 않을까요?
저같은 귀찮은 사람은 오늘도 알약하나로 500칼로리씩 먹어 해결되면 얼마나 좋을까 궁리하고 있습니다.ㅜ.ㅜ
 

 



 

"여섯시에 만나자꾸나"
아기돼지를 속이려는 계획이 뜻대로 되어가자 늑대는 신이 나서 휘파람을 불며 떠났습니다.
그러나 아기돼지는 늑대를 믿지 않았기 때문에 다섯시에 일어나 무밭으로 갔습니다.

 


 
 

늑대가 정각 여섯시에 나타났을 때 아기돼지는 굳게 잠긴 문 틈으로 당황한 늑대를 바라보며 놀려댔습니다.
"나는 오늘 아침 다섯시에 일어나서 이미 크고 달콤한 무를 한다발 뽑아왔지요. 지금 화로에는 맛있는 무죽이 끓고 있어요"
늑대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으나 아기돼지를 속여서 잡아먹는 재주와 경험이 풍부했기 때문에 언젠가는 셋째돼지도 손아귀에 걸려들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다음날 늑대는 다시 아기돼지의 집으로 찾아왔습니다.
그는 침착한 목소리로 문 틈에 대고 말했습니다.
"이봐, 아기돼지. 파머 브라운 씨에게는 아주 훌륭한 사과밭이 있는데 지금이 일년 중 사과가 가장 잘 익었을 때야. 사과가 나무에서 뚝뚝 떨어지고 있으니 밑에서 줍기만 하면 된다구.
자, 함께 가지 않겠니?"
아기돼지는 즉시 대답했습니다.
"물론이죠. 몇시에 출발할까요?"
"다섯시로 하자."
늑대는 이렇게 대답하고는 인사를 하고 떠났습니다.
아기돼지는 무밭에서처럼 다시 늑대를 속여야겠다고 생각하고는 한시간 일찍 사과밭으로 출발했습니다.
그러나 사과밭은 아기돼지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먼 곳에 있었습니다.
아기돼지가 나무 위에서 사과를 따고 있을 때 멀리서 늑대가 좁은 길을 따라 아기돼지를 향해 건들거리며 다가왔습니다.
늑대는 아기돼지가 올라간 나무 바로 아래 멈추더니 벌벌 떨고 있는 아기돼지를 올려다보며 저도 모르게 군침을 삼키는 것이었습니다.

 

 


입맛을 쩍쩍 다시며 늑대가 물었습니다.
"어때, 사과가 잘 익었지?"
아기돼지는 더듬거리며 간신히 대답했습니다.
"그그그럼요. 맛도 아주 기가 막혀요. 이거 하나 맛보시겠어요?"
아기돼지는 들고 있던 사과 하나를 힘껏 던졌습니다.
달고 향기롭고 맛있는 사과 하나가 언덕 아래로 굴러가자 늑대는 마치 보이지 않는 탐욕의 끈에 이끌리듯이 그 뒤를 쫒아갔습니다.
이 기회를 놓칠세라 아기돼지는 재빨리 나무에서 뛰어내려 사과 바구니를 옆구리에 낀 채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도망쳤습니다.
마침내 자신의 벽돌집에 도착한 아기돼지는 늑대의 허기가 새어들어오지 못하도록 문을 단단히 걸어 잠궜습니다.

 

 



 

다시 안전하게 집으로 피신한 아기돼지는 늑대를 기다렸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잠시 후 늑대가 문을 두드렸습니다.
"귀여운 아기돼지야."
늑대가 이토록 다정하게 아기돼지를 부른 이유는 몇번 만나는 동안 아기돼지가 매우 좋아졌기 때문이며 그에 대한 존경심마저 싹텄기 때문이었습니다.
"옆 마을에 장이 설 예정이란다. 너와 함께 그곳에 가고 싶구나. 우리는 공통점이 아주 많으니까 사이좋게 다녀올 수 있을거야.
내일 아침 네시에 만나서 함께 시장구경가지 않겠니?"
"좋아요. 아주 재미있을 거예요."
아기돼지는 이렇게 대답하고는 다음날의 여행을 준비하면서 평소처럼 한시간 일찍 출발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아기돼지가 몰래 시장으로 떠났을 때는 아직 햇님이 지평선 위로 고개를 내밀지 않은 이른 시각이었습니다.
그러나 늑대는 시장에 갈 마음이 조금도 없었습니다.
그는 아기돼지의 집 앞 나무그늘에 앉아 아기돼지가 돌아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아기돼지가 시장에서 돌아왔을 때는 아주 늦은 오후였습니다.
아기돼지가 시장에서 산 것은 버터를 만드는 통이었습니다.
필료한 물건을 구입한 아기돼지는 즐거운 마음으로 콧노래를 부르며 돌아왔스비낟.
아기돼지가 집 앞 언덕에 이르렀을 때 멀리서 늑대가 보였습니다.
바로 자신의 집 앞마당에 앉아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아기돼지는 재빨리 언덕 너머로 몸을 숨기고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늑대를 지켜보기 시작했습니다.

 

 



 

아기돼지는 무엇을 했을까요?
늑대는 아기돼지와 벽돌집 사이에 앉아 있었습니다.
아기돼지는 이것을 보고 재빨리 생각한 후 버터를 만드는 통속으로 들어가 언덕 아래로 구르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점점 빠른 속도로 늑대에게 곧장 굴러가자 늑대는 혼비백산해서 줄행랑을 치고 말았습니다.
문 앞에 도착한 아기돼지는 통에서 빠져나와 집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스스로 아주 만족해하면서 아기돼지는 늑대를 막기위해 마지막으로 빗장을 걸어 잠궜습니다.

 



 

늑대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땅바닥에서 일어나 먼지를 턴 다음 다시 아기돼지 집으로 왔습니다.
집 안으로 들어갈 입구를 찾던 중 그는 지붕 꼭대기에서 굴뚝을 발견하고는 그 속으로 뛰어내릴 준비를 했습니다.
그는 신이 나서 혼잣말로 중얼거렸습니다.
"오늘은 또 어떤 놈이 식탁 위에 오를까?"
집 안에서 아기돼지는 커다란 솥단지를 화로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불꽃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와 펄펄 끓고 있는 솥단지에서 피어오르는 김이 뒤섞여 굴뚝을 타고 올라갔습니다.
갑자기 첨벙! 하는 소리와 함께 굴뚝을 타고 내려온 늑대는 솥단지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깜짝 놀란 아기돼지는 늑대가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재빨리 솥뚜껑을 닫았습니다.

 


 
 

그날 저녁식사로 아기돼지는 늑대를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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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4-09-24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충격적인 결말... 늑대를 먹다니, 의외군요, 아기돼지~!
늑대 뱃속에는 형 돼지들이 없었나...궁금하네요 ^^
저절로 추천도하고 퍼갑니다~~ ^^

다연엉가 2004-09-24 0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요것도 퍼다 담아놓고.^^^^

진/우맘 2004-09-24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내가없는 이 안 2004-09-24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동화를 자주 다니는 소아과에서 봤는데 뒷장이 찢어져 있더라구요. 시장에 가는 부분부터 없어서 매번 가서 읽어줄 때 아쉽곤 했는데 드디어 보게 됐네요. 너무 재밌어요. 그 세째돼지 참 담도 크네요. 늑대를 먹어치우다니. ^^ 아이에게 보여줘야겠어요! 추천합니다.

stella.K 2004-09-24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하고 갑니다.^^

마리사랑 2004-09-24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원문은 어디서 가져오신건가요? 최윤정님 책에서 베이츠의 작품을 소개하면서 원문이 약간 소개되긴 했지만 이렇게 다는 못봤었는데....
하여간 고맙습니다. 책이 없어도 밤에 누워서 이야기 해줘야겠어요.
다소 색다른 결말에 딸아이가 어리둥절해할 거 같습니다.
추천하고 퍼갑니다^^

날개 2004-09-24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솥에 빠지는것 까진 알았어도.. 늑대를 먹다니..-.-;;;
너무나 담담하게 "그날 저녁식사로 아기돼지는 늑대를 먹었습니다."라고 서술되어 있어 좀 충격입니다..
재미나게 잘 읽었습니다..^^

panda78 2004-09-24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으화화화... 먹었대 먹었대. 늑대를... *ㅂ* 너무 좋아요, 이얘기 흐흐흐흐

2004-09-25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 자체가 한 편의 그림책 같아요..한가위 잘 보내시길!

반딧불,, 2004-10-08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픈거인을 왜 덮어두었을까 하면서 새삼스러이 읽고 있습니다.
지금은 이리 잘 읽히는군요.

음...오늘은 감정과잉의 날..
건강 조심하세요..

kewpiekim 2006-04-01 0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패러딘판인 아기돼지 세마리를 들려주던중 원문을 찾다가 여기 들렀는데 맘에 들어서 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