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오전 11시
소파에 앉아 할 일을 적은 목록을 멍하니 바라본다.
오늘 안에 이 일들을 모두 해치우려고 일부러 8시에 일어났다.
하지만 나는 쌓인 일을 바로 시작하는 대신 쪽지만 뚫어지게 보고 있다.(중략)
쪽지에는 신이 나서 할 만한 일이라곤 하나도 없다.
그래서 나는 이 일들을 하지 않으려고 차라리 다른 일거리를 생각해 내려고 벌써 세시간째 이러고 있다.
이러면 적어도 나 스스로에게는 좀 명분이 선다.
어쨌든 나는 지금 뭔가 하고 있지 않은가? (중략)
가만 있자, 목록에 적힌 내용을 컴퓨터에 깔끔하게 입력하는 건 어떨까?
그거 좋은 생각이다. 산뜻하고 조직적으로 보일 게 틀림없는데다 내 양심도 두손 들어 환영할 것이다.
컴퓨터 앞에 앉는 건 대개 그럴듯한 작업을 뜻하니까.
핫하, 자알 나가는데! 이제 슬슬 인쇄를 해보실까?
아니, 그런데 이게 뭐야? 에게, A4 한 장도 안 되잖아.실망인걸. 정말 이것뿐이야?
좋았어, 어디 두고 보자고!
글자 크기를 10포인트 더 키우고 행간을 두 배로 넓힌 다음 다시 인쇄.
푸하하, 장장 3페이지 반에 걸친 오늘의 과제 목록 완성!
- p.11~13
이게 첫부분인데 이거 읽고 배꼽 빠져 죽는 줄 알았습니다.
어찌 저와 이리 똑같은지...^^;;
저도 그전에 시험공부 좀 할라고 책상에 앉으면
일단 책상정리부터 하고. 서랍까지 싸그리 다 빼서 말입니다.
그러고 나선 손 씻고 정갈한 마음으로 일단 시험공부 계획을 짭니다.
계획을 다 짜면 그걸 이쁘게 표로 만들죠, 표가 마음에 들 때까지 ^^;;
그러고 나서 이제야 드디어 공부를 하냐구요? 아니죠~~
예상점수를 뽑아야죠.
국어에서 몇점, 영어에서 몇점, 수학에서 몇점, 사회...과학...국사...
이렇게 하면 토탈...***점.
음...이정도면 어느 대학을 갈 수 있나~~?
또 수첩 뒤적거리고 예상점수에 따른 가능대학 이름들에다가 밑줄 좍좍 긋고 형광펜으로 색칠하고.
음...알아쓰!
이제 가열차게 공부 시작! 하려고 보니 책상머리에 마땅히 붙어있어야할 엄숙한 표어가 빠졌음을 발견합니다.
내가 잠잘 때 라이벌의 책장은 넘어간다!
4당5락(4시간 자면 합격하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
등등등...
더 많았던 거 같은데 기억이 나질 않는군요 ^^;;
표어까지 근사하게 만들어 책상머리에 붙이고 이제 공부를 하려고 보니 아..배가 고프네요.
뭐 좀 먹고 해볼까? 싶어 우적우적 먹고나니 어찌나 피곤하고 졸린지.
아...일단 사전준비가 다 완료되었으니 본격적인 공부는 내일 하자! 그러고 꿈나라로.....
히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