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지기 소년
에릭 퓌바레 글 그림, 김예령 옮김 / 달리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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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지기 소년]이 첨에 눈에 들어온 것은 제목 때문이었어요.

달을 지킨다니...오호 특이하군... 그랬지요.
거기다 표지의 그림을 보면 짙은 푸른색의 밤하늘에 떠있는 하얀 달 위에 한소년이 올라가 이 천과 저 천을 이어서 만든 커다란 천으로 달을 반쯤 가리고 있어요.
뭔가 심상치 않다는 냄새가 났죠.


책을 딱 펼쳐서 첫장을 보니 <font color=#917357> 달을 따드리고 싶은 나의 소중한 부모님께</font>라는 헌정사가 나와요. 감동스럽더만요.
사랑하는 아들에게...조카에게...손자에게... 친구의 딸에게.. 등등등은 보았지만 그림책에서 부모님께 드리는 헌정사는 이게 첨이었거든요.
더구나 달을 따드리고 싶다니.. 왠지 감동의 물결이 넘실넘실~~~

아이가 아빠에게 달을 따달라고 하는 이야기야 에릭 칼의 [PaPa, Please Get the Moon for Me]로 익숙하잖아요?   

 
<img src=http://www.aladin.co.kr/Cover/0887081770_1.gif>


서양사람들에게 달이란 것은 늘 그렇게 따다가 목걸이도 만들고 가지고도 놀고 싶은 그런 거인가 봐요.
왜 공주님과 어릿광대의 이야기도 있잖아요.
달을 따달라고 웃지도 않던 공주님 이야기...제목이 뭐더라????  [공주님의 달]이네요^^

하여간 그런 두근두근함으로 열어본 그림책 속...

 

현재도 아니고 미래도 아닌 그 어떤 시간대...
300년 동안 달지기를 한 늙은 자몰레옹 할아버지는 이제 쉬고 싶어졌어요.
할아버지가 하시는 일은 밤마다 달 앞에 커다란 천을 드리워 달빛을 조금씩 가리는 일로 할아버지가 쉴 수 있는 날은 보름달이 뜨는 날과 달이 없는 그믐날밤 뿐.
우주학교라는 신비한 곳에서 아주 어려운 달지기 자격증을 얻은 티몰레옹은 그만 바지주머니가 해져 구멍이 나는 바람에 몸을 공기처럼 가볍게 만들어서 달까지 갈 수 있는 귀중한 알약을 잃어버리고 말았어요.
이제 달은 항상 휘둥그렇게 밝을 수 밖에 없으니 어떻게든 티몰레옹이 달에 가야할텐데 어떻게 가지요? 
달에 가기 위한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재미나지만 푸른색과 초록색이 어우러진 그림이 너무너무 예뻐요. 


근데 우리 아들내미...이번에도 여지없이 엄마를 깨갱~~하게 만든 것이 뭐시냐 하믄...
“달의 모양이 바뀌는 것은 달이 지구 주위를 돌기 때문이잖아“라는 상당히 유식한 과학지식을 내보였답니다...-_-;;
과학적 사실을 지나치게 어린 나이에 알게 되면

환상의 세계가 일찌감치 깨진다는 말을 듣기 했었지만...정말로 말이죠...어찌나 섭섭하고 슬프던지...
“달이 지구를 한바퀴 돌아서 모양이 바뀌긴 하지만 그래도 달지기가 있어서 조절하는 거 아닐까?”

라는 얼토당토한 말을 내뱉은 이유가 어떻게든 환상의 세계를 갖게 해주고 싶은 어미의 웃기고도 필사적인 노력이라고 말한다면 말이 되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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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배 2010-09-10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감명스런 글 고맙게 읽었습니다.
그런데, '거기다 표지의 그림을 보면 짙은 푸른색의 밤하늘에', 여기에 '푸른색'은 "파란색"이라고 해야 어울리겠습니다.
 
화요일의 두꺼비 사계절 저학년문고 4
러셀 에릭슨 지음, 김종도 그림 / 사계절 / 199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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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가 참 좋아하는 책입니다.
꼬맹이 친구들을 새로 사귈 적마다 선물하는 책인데
엄마들 반응도 딥따 좋더이다.
책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도 참 재미있게 읽고,
내용이 간결하면서도 참 따뜻해서 다 읽고 나서 책장을 탁 덮는 순간,
왠~지 흐뭇해지는 그런 책 있잖아요?

이 책이 바로 그래요 ^^
강추 강추!! 얼쑤~~!!

음.... 제가 식탐이 별로 없는 사람인데도 말이죠,.진짜예요, 믿거나 말거나~~
책 속에 나오는 음식 묘사를 참 유별나게 좋아해요.
아주 어릴 적에 읽었던 계몽사 50권 전집의 <소공녀>에서 주인공 세라가 하녀로 전락했을 때 이웃집 아저씨가 몰래 차려준 비밀만찬을 처음 접하던 그 순간이며,
<작은 백마>의 문에이커 저택의 고양이가 있는 그 식당과 로빈네 집의 핑크색 티타임....(하도 오래전에 읽은데다 책이 없어서 기억이 가물가물....^^;;;;;)
그런 부분이 왜 그리 좋은지 몰라요.
해리 포터 마지막편 읽을 때도 달라진 크리쳐가 차려주는 저녁식사, 그 짧은 부분을 아주~~ 좋아하걸랑요, 헤헤
(음..... 오랜만에 쓰면서도 역시나....별 내용없는 삼천포를 또 이리 길게 늘어놓고 있군요)

<화요일의 두꺼비>는 이런 제 취향에 아주 걸맞게 따뜻한 차 한잔을 앞에 두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식탁이 있습니다.
사실은 요즘같은 여름보다는
찬바람 휭휭 불어서 창문 들썩이는 우울한 겨울
아늑한 집안에 옹크리고 앉아서 차 한잔 홀짝거리며 이게 바로 행복이지...할 때 더 걸맞는 책입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는 김춘수님의 시 “꽃‘이 생각나기도 하고
어린왕자의 길들이기도 생각나고....
(뜨아......여전히 변함없는 밀키의 왕잘난척!
 재수없으신 분은 걍 패스! ^^;;;;)

김종도님이 그린 그림도 참 귀엽고 좋아요

이 책을 한숨에 다 읽고 난 다음(제가 장담컨대 분명 손에 잡으신 그 순간 주루룩~ 다 읽으실 거예요^^),
두 번째 읽으실 땐 말이죠,
틀림없이 워턴의 눈꿈벅을 자기도 모르게 따라하고 있으실 거예요.
꾸---움---벅 꿈--벅
그리고나서 꿈벅,꿈벅꿈벅
꿈벅꿈벅꿈벅 ^^

그리고 분명히 저처럼 노간주나무 열매차가 마시고 싶어지실 거예요^^

                                           토요일 새벽에
                            너랑 친구가 되고 싶은 밀키가
                           (↑ 책을 읽고 나면 알 수 있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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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쇼 선생님께 보림문학선 3
비벌리 클리어리 지음, 이승민 그림, 선우미정 옮김 / 보림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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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어릴 적...
저희집은 그렇게 단란하고 따스한 가정이 아니었습니다. 밖에서 다치고 들어와도 그 상처에 붙일 밴드가 없는 집이었지요. 너무너무 아파서 죽겠어도 차라리 양호실에 누워있는 것이 집에 가는 것보다 더 편한...... 그것이 육체의 상처이든 마음의 상처이든.

사춘기 우울하고 힘들 수도 있었던 그 시기에 제게는 참 고맙고 고마우신 분이 두 분 계십니다. 두 분 다 교회 주일학교 선생님이셨는데 마음 붙일 곳이 없어 허우적거리는 제게 당장의 목표가 무엇인지 세울 수 있게 해주셨고 늘 따스한 말씀으로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셨지요.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면서도 저는 힘들고 지칠 때마다 두 분께 보내는 편지와 일기를 쓰면서 그 시간들을 보낼 수 있었답니다.
그때 저는 그 선생님들을 한분은 탈무드라, 한분은 뽀루뚜까라고 불렀지요.
뽀루뚜까!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라는 책을 아시는지요?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라는 조그마한 아이, 제제에게 든든한 사랑의 나무를 심어주신 뽀루뚜까 아저씨.
저는 아직도 이 소설을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그 초라하고 작은 아이, 제제가 꼭 저인 것만 같고 그가 뽀루뚜까 아저씨를 잃었을 때의 그 아픔이 가슴을 에이게 한답니다. 이런이런....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눈물이 나는구만요...

제제에게나 저에게나 그렇게 누군가를 마음 깊이 의지하고 신뢰할 수 있어서 미약하지만 자신의 목소리를 내면서 이 세상을 살 수 있게 된 것처럼 누구에게나 뽀루뚜까 아저씨가 필요하겠죠. 그것이 가장 가까운 내 부모가 될 수도 있고 저처럼 제3의 누군가일 수도 있구요.

[헨쇼 선생님께]도 누군가의 쓸쓸한 삶에 따스한 영향을 끼친 또 다른 뽀루뚜까 아저씨 이야기입니다. 비록 이 뽀루뚜까 아저씨는 직접적인 사람이 아니라 연필과 종이였다는 것이 다르지만요. 아니, 리 보츠에게 “헨쇼 선생님”은 마음을 의지하고 기대는 뽀루뚜까 아저씨였르겁니다.  

부모의 이혼으로 아빠와 떨어져 엄마와 따로 살게 된 리 보츠는 우거지상을 하고 혼자 다니는 아이입니다. 그는 부모의 이혼이 자신 때문인가 하는 자책감을 가지고 있고 (부모의 이혼을 경험한 대다수의 아이들이 이렇게 느낀다고 하더군요) 학교에서는 누군지 모르는 아이로부터의 도시락 도둑질을 당하고 있어요.
그런 상황에서 그 누구와도 마음을 터놓고 지내지 못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웃을 줄 모르는 아이.

하지만 좋아하는 동화작가 헨쇼 선생님께 편지를 쓰면서 자신의 답답함과 억눌림을 풀어나가기 시작합니다. 글을 써 본 사람은 알겠지만 처음에는 무슨 말부터 써야 할지....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하고 전개시켜야 할지 참 어렵고 막막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자꾸자꾸 쓰다보면 어느 순간에는 그렇게 자신의 생각이 눈앞에 활자화되어 나타나는 것을 보면서 오히려 생각이 정리되고 단순명료해진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때로는 가물가물 아련하기만 했던 감정들의 색깔이 뚜렷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휘몰아치는 감정을 순화시키기도 하고 때로는 현실에서 풀 수 없는 답답함과 억눌림이 해소되는 것도 느끼게 되지 않던가요?

리는 글을 쓰면서 자신이 이해할 수 없었던 엄마 아빠의 일들을 나름대로 받아들이게 되고 글쓰기를 잘 한다는 인정을 받게 되어 뿌듯해집니다. 이렇게 “넌 **을 참 잘 하는구나”라고 인정을 받는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세상을 밝게 볼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 되는지요.

이제 리에게는 더 이상 헨쇼 선생님이 필요 없을런지도 모릅니다. 그에게는 이미 그 자신이 자신의 뽀루뚜까 아저씨가 되어서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비록 엄마 아빠가 다시 합치시지 않더라도 리는 그것이 자신의 탓도 아니고 그렇게 살아가는 인생의 맛을 또 알아가겠지요.

단순명료한 글, 결코 오버하지 않고 전체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승민님의 흑백그림이 어우러진 이 책은요, 아이들도 읽어야겠지만 임기응변식이고 입시위주의 글쓰기에 골몰한 부모들이 함께 보았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채점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즐거워서, 스스로의 내면의 욕구가 동하여 쓸 때 비로소 참된 글쓰기가 되고 그것이 우리를 성장시킨다는 것을 이렇게 잘 보여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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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5-04-26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해요..오랜만에 오셔셔는 또 울리고ㅠㅠㅠ

밀키웨이 2005-04-27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봐요, 반디님아
이런 일로 울면 안되지요.. 자, 자, 여기 손수건 ^^

lieschen 2005-09-16 0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 꾹 누르고 갑니다. 오랫만이예요. ^^
 
남대천에 연어가 올라오고 있어요
성기백 지음 / 보림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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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간 연어를 연구해 오신 성기백님의 연어에 대한 애정이 곳곳에서 보여지는 연어도감(?)이며 백과사전입니다.
연어라는 물고기는 그 민물에서 태어나 바다에서 자라고 다시 민물로 돌아오는 그 특이한 생태로 인해 유명한 물고기입니다.
텔레비전의 자연 다큐멘타리 프로그램에서도 심심치 않게 다루는 주제이기도 하구요.
뭐니 뭐니 해도 “연어”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거센 물살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어떻게든 거슬러 올라가고자 하는 그 치열한 모습일 겁니다. 거기에 일반적이고 평범한 물고기와 달리 민물과 바다를 오가며 살기에 그 어떤 물고기보다 사람의 관심을 끌기도 하겠지만 또한 환경오염과 같은 사람으로 인한 피해를 누구보다 많이 당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기도 하겠지요.
거기에다가 그 유명세에 비해 사실 우리가 연어에서 그리 많지 않은 것이 또 사실이구요 (하긴... 연어 뿐 이겠습니까? 우리 땅 우리 물 우리 바다에 사는 생물들에 대한 우리의 지식이 보잘 것 없기 그지없음은 참 부끄러운 일입니다.)

그동안 제대로 알지 못했던 연어에 대해 2세대에 걸친 한살이를 따라가다 보니 자손을 퍼트리기 위한 이 세상 모든 만물들의 그 지극한 사랑과 정성이 정말 아름답기만 하네요. 오래전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문어의 모정에 눈물지은 적이 있는데 연어 또한 죽음과 탄생의 그 엇물리는 고리 속에 숨겨있는 자연의 이치를 보면 쓸데없는 죽음은 하나도 없구나.....감탄하게 됩니다.

군데군데 같은 내용이 여러 번 반복됨으로 인해 전체적인 읽기의 흐름을 다소 방해하긴 하지만 이것이 저자가 무엇보다 소리 높여 외치고 싶은 연어의 보호, 더 크게 볼 때는 자연환경의 보호라는 점에서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점점 줄어들고 있는 우리나라의 회귀연어의 숫자를 보면서 안타까와 집니다.
사실 말입니다. 저는요, 우리나라의 정치수준이 높지 않아 허구헌날 국회가 파행을 거듭하고 부정부패가 심하고 공교육이 날로 위태로와지고 빈부의 격차가 심해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으레 그려려니.....무시해 버리게 되고 그로 인해 마음이 상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만 지나치게 개발을 해대느라 망가져버린 우리나라의 자연, 거기에 제대로 대처하고 있지 못하는 현실, 한번이라도 매스컴에 나오면 금새 오염되고 마는 청정지대, 나 하나 쯤이야...하는 무책임한 정신으로 환경을 더럽히고 있다는 것을 접할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지네요
집에서 애들이나 키우는 그런 근시안적인 아줌마라서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겠지만 좀더 멀리 내다보고 지금의 것을 보다 확실하게 지키고 더 나아지게 만들려는 노력이 왜 이렇게 부족한 것일까요?
연어가 줄어들면 사람 또한 살기에 좋지 않다는 이 단순한 이치를 모르지는 않을 텐데요.

욕심을 조금 부려본다면 보다 어린 아이들도 볼 수 있는 이런 생태동화가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책들을 아이와 엄마가 함께 읽으며 좀더 의식이 깨어질 수 있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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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04-22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아아- 밀키님! 반가워요----!!!!!

밀키웨이 2005-04-26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님, 판다동상 오랜만이죠 ^^
잘 지내고 계시는지요.
아이고...오랜만에 인사드리려니 참 쑥쓰럽기 그지없습니다

yk05291 2008-05-28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 남대천에 연어가 올라 오고 있어요" 작가 성기백입니다.
우연히 님의 저의 책에 대한 평을 보고 글을 드립니다.

연어가 올라오는 가을에 남대천으로 구경오세요...

그리고 좋은 평을 해주셔서 감사드리구요..

항상 건강하세요..
 
허리케인 미래그림책 33
데이비드 위스너 글 그림, 이지유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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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위스너를 가리켜 정말 상상력이 풍부한 작가라고들 합니다.
꿈과도 같은 환상의 세계를 잘 표현해내는 작가라고요.
그의 책 [구름공항]이나 [이상한 화요일], [1999년 6월 29일]을 보면서 이런 수식어가 정말 딱 맞다는 생각 뿐이었는데 이번에 나온 새 책 [허리케인]을 보면서 다시 깨달은 것은 위스너가 단순히 상상력이 풍부해서가 아니라 그 누구보다도 어린 아이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자신의 마음이 어린 아이와 같기 때문에 그의 환상세계가 이렇게 사랑을 받고 있구나 하는 것이었답니다.

이번에 나온 [허리케인]은 전에 소개된 그의 작품에 비해 환상이나 비약의 강도는 다소 약합니다. 위스너의 그 독특함을 잔뜩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실망스러울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사실적이고 현실적입니다만 그런 면에서 저는 아이들의 마음을 어떻게 이렇게 확실하게 짚어낼 수 있었는지 몇번을 감탄을 했고 제 아이 바무 역시 제일 재미있게 보았답니다.

표지를 한번 보세요.
거세게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은 나뭇잎이 휘날리고 빗줄기가 옆으로 흩날리고 있다는 것을 통해 잘 알 수 있는데 환하고 따뜻한 방안에서 창밖을 내다보는 두 형제의 얼굴에는 불안함이나 두려움 보다는 호기심만 가득 보여지고 있어요.

음....서울에 살고 있는 저에게는요, 해마다 여름이면 겪는 물난리가 사실....남의 이야기에 그칠 때가 많습니다.
태풍이 북상해서 비가 엄청나게 오고 바람이 불 때 말이죠, 눅눅한 집안을 말리느라 약간 틀어놓은 보일러로 인해 뜨뜻한 방에 앉아 양동이의 물을 쏟아 붓듯이 좍좍 내리는 비를 내다보고 있노라면 밀려오는 그 왠지 모를 안도감...동그마니 둥지에 옹크리고 앉은 자족감....그런 걸 느끼곤 해요.
강원도 어느 지방에서는 온 동네가 물에 잠기고 온통 떠내려가는 그런 물난리를 겪는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당장 내 몸이 편하고 걱정할 게 없으니....참 그렇긴 합니다.
하지만 사람이니까...하는 변명을 하면 안될까나요 ^^;;;;;



데이빗과 조지에게도 허리케인은 두렵고 무서운 존재가 아닙니다. 전깃줄이 끊어져서 전기불이 안 들어와도 그건 온가족이 모두 함께 있기 때문이니까요. 조지는 큰아이답게 제법 과학적인 지식을 뽐냅니다. "허리케인의 눈에 들어와 있기 때문에 지금은 조용한 것이고 아마도 새들은 저기 멀리 대서양까지 날려갔을 거"라고요.

허리케인이 지나간 자리에 형제를 맞이한 것은 뿌리채 뽑혀 옆집 마당으로까지 쓰러져버린 커다란 느릅나무였습니다. 그게 아이들을 얼마나 신나게 했을지 상상만 해도 입가에 빙그레 웃음이 지어지지 않나요?

아이들의 환상세계는 그 어떤 소재라도 순식간에 정글로, 우주로, 바닷속으로 변신을 할 수 있게 해줍니다.
저희집 소파는 바무와 게로 형제에게 무엇보다 좋은 장난감입니다. 소파를 이만큼 끌어내어 등받이에 두 녀석이 올라타고 해적놀이를 하고 우주여행을 떠나곤 합니다. 타고 노는 것만으로는 성에 안차는지 아예 소파를 뒤로 돌려놓고 벽과 소파의 그 좁은 틈새에 들어가 자기들만의 요새라고 아무도 못 들어오게 하며 그 속에서 야단법석을 부리곤 하지요. 워낙 좁다보니 끝내 한 녀석이 앙~~ 우는 것이 다반사입니다만 ^^
거기에 덜렁대며 휘둘러대는 막대기 하나는 광선총으로 마법봉으로 순식간에 휙휙 변하지요.

이런 두 녀석에게 데이빗과 조지에게 주어진 커다란 느릅나무가 얼마나 부러운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놀이터에 나갔다 올 적마다 길죽한 나뭇가지를 주워가지고 옵니다. 질색을 하는 엄마 때문에 차마 집안으로 들여놓지는 못한 채 현관에 세워두며 담에 나가놀 적에 꼭 가져가리라 다짐을 하지만....한발 빠른 엄마가 몰래 화단으로 휙 내던지곤 하는데도 또 주워오고..또 주워오고...
집에 휘두를만한 막대기가 없는 것도 아니고 총이며 칼이 없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나뭇가지를 주워오는 거 보면 다듬어지지 않은 자연물이 주는 그 어떤 것이 아이들에게 있나봐요.
우리도 오래전 어릴 적에는 가지고 있었지만 잃어버리고 만 그 어떤 것 말여요. 생각해보면 저도 어릴 적에 제법 근사한 나무를 볼 적마다 제 몸이 개미처럼 작아지는 상상을 하곤 했어요. 그 나무를 멋진 집으로 삼아 요렇게 조렇게 노는 그런 상상을요.





“나무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둘만의 장소였지요. 그 곳은 비밀스러운 꿈을 펼칠 수 있을 만큼 컸고 또 모험이 두렵지 않을 만큼 작기도 했어요”

아~~ 정말 멋진 구절입니다. 아이들의 마음을 이보다 어떻게 더 적절하게 나타낼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아도 아파트 놀이터 옆 519동 건물 뒤에 조그마니 자기들만의 비밀장소를 가지고 있는 제 아이들...
어른들의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적당히 나무로 가려졌으면서도 고개만 빠꼼히 내밀면 집이 보이고 언제든 후다닥 집으로 뛰어갈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그곳....
그들만의 비밀장소를 가지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마음에 이보다 더 좋고 이보다 더 근사한 것은 없을 것입니다.
“이 나무에서라면 다 좋아”라고 하는 데이빗의 말처럼요.

하지만 어른들의 세계는 늘 현실적이고 이성적이지요. 마당에 쓰러진 커다란 나무를 언제까지나 방치해 둘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설령 그곳이 아이들의 기가 막힌 놀이터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두요.
섭섭하고 아쉽지만 그런 것 조차 이해할 수 없는 아이들이 아니기에 “굉장한 나무”였다는 말로 마음을 달래봅니다.
그리고 허리케인이 다시 올거라는 아빠의 말에 하나 남은 늙은 느릅나무를 올려다보는 두 형제의 얼굴은 환희와 기대감으로 가득합니다. 둘만의 은밀한 소망을 담아서 말입니다.

"나무를 치워버리다니.... 아저씨들, 정말 나빠!"

책장을 덮으면서 바무는 투덜거립니다. 그리고 우리도 올 여름 태풍이 올 때 화단에 심겨진 회화나무가 쓰러졌으면 정말 좋겠다고 그러는군요.

비록 바무의 바램은 이루어지지 않겠지만 이제 앞으로 산에 갈 적마다 쓰러지고 뽑혀진 나무를 보게 되면 얼마나 좋아라 비명을 질러댈지 눈에 선합니다. 그곳에 머물러 신나게 놀고 싶어할테죠.
그때, 얼른 가자고....손에 가시 찔린다고 재촉하지 말아야겠습니다. 마음껏 두 녀석이 그들만의 환상의 나래를 펴도록 가만히 지켜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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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04-19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키웨이님, 넘 근사한 리뷰입니다.. 마음같아선 추천 두 개 드리고 싶어요..!

마냐 2005-04-19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예쁜 리뷰....마음이 편안해지는 리뷰....무엇보다 간만에 존재감을 알려주셔서 좋슴다. ^^

nemuko 2005-04-19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도 근사하고. 리뷰도 너무 멋집니다^^

아영엄마 2005-04-22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이렇게 멋진 리뷰를 올려버리고 마시다니...@@

밀키웨이 2005-04-22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고맙습니다 ^^
리뷰를 올릴 적마다 여러분께서 해주시는 한말씀 한말씀이 든든한 힘이 되어요.
저도 그렇게 누군가에게 힘을 주는 사람이 되어야 할텐데 귀차니즘의 전성기인지라...참 죄송하기 짝이 없습니다.

비연 2005-04-27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주의 마이리뷰 당선 축하드립니다^^ 오랜만이신 것 같아요...

로드무비 2005-04-27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키웨이님, 오랜만이에요.
멋진 리뷰 잘 읽었습니다.
리뷰 당선도 축하드립니다.^^

울보 2005-04-28 0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님덕에 이책이 보관함에 있는데 축하드려요,,,,

날개 2005-04-28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당선 축하드려요...^^ 멋진글에는 보답이 오는군요..

책읽는나무 2005-04-28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오랫만이네요..^^
오랫만에 이렇게 멋진 리뷰를 들고 나타나시다니...ㅡ.ㅡ;;
제가 쓴 리뷰가 부끄러워지네요...ㅠ.ㅠ

그래도 저도 이책을 읽고서 느낀 그감동만큼이나 님의 리뷰가 좋으네요..^^
앗! 그러고 보니 저도 이작가의 그림책으로 리뷰상 먹었는데..우리는 동지??..^^
많이 많이 축하드려요..^^

밀키웨이 2005-04-28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뜻하지 않은 기쁨이 ^^
축하해주신 분들 모두 정말 고맙습니다.
보잘것 없는 글에 추천 눌러주셔서 이런 좋은 일이 있었네요.

책나무님, 부끄럽다니요, 무슨 그런 말씀을.
데이비드 위스너 리뷰동지라...하하하 그거 어감이 좋네요, 그쵸?

정말 고맙습니다.

panda78 2005-04-28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당선 정말 축하드려요- 밀키님. 밀키님. 밀키님. 밀키님. 밀키님....

호랑녀 2005-04-28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아마 예상들 하셨을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