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참 웃기는 그런 존재이다.

최근에야 10억 만들기니 뭐니 해서 돈 돈 돈!!!
이러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는 돈을 너무 좋아하는 사람을 조금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돈에 초월한 사람을 더 높이 여기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나는 돈이 무지하게 좋아요"라고 대놓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게 되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에 대해 우리는 솔직해서 좋다, 사실은 저도 좋다...이런 꼬리를 달기도 한다.

돈은 참 웃기는 존재이다.
그 웃기는 존재인 돈 이야기이다.

추석 때 시골에 내려갔다. 충남 서천에는 시할아버지께서 지난 봄에 할머니를 먼저 보내시고 혼자서 쓸쓸히 지내고 계신다.
시아버지의 형제는 자그만치 일곱이나 되신다.
하지만 나는 할머니의 장례식에서조차도 그 일곱분을 한자리에서 뵌 적이 한번도 없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이번엔 정말 최악이었다.
일곱형제 중에서 명절이라고 시골에 내려온 집은 단 세집.
그나마 며느리는 단 둘.
손주며느리가 둘.

다들 무슨 사연들이 그리 많으신지
장남인지라 빼도 박도 못하는..아니 하늘이 내리신 효자인 큰아버지와 큰어머니와 그집의 막내도련님
둘째인 내 시아버지와 시어머니, 그들의 자손인 두 형제와 두 며느리인 나와 동서)
그리고 막내 작은아버지와 열살 먹은 막내아가씨 (바무는 열살 먹은 고모가 있다는 것이 자랑거리이다)
이것이 달랑 전부였다.

내려간 사람은 없지만 시골엔 아직도 작은 할아버지들이 세분이나 더 계시기 때문에 차례를 지내려면 일손이 굉장히 많이 필요하다.

동서와 나는 내려간 순간부터 설겆이....설겆이....설겆이.....

이하 생략하련다.

잠시 짬을 낸 시간에 동서와 담소를 나누었는데
"작은 어머니들은 하나도 안 내려오시고 왜 손주며느리인 우리가 와서 이렇게 일을 해야하는 거예요?"
이것이 동서의 불만이다. 물론 나도 불만이쥐...ㅠㅠ

그렇게 일을 하고 돌아오니 어깨가 어찌나 뻐근하고 아프던지.
명절은 여자들의 주부습진과 오십견을 짓밟고 조성된 남자들만의 축제이다....

그런데!
돈이 우습다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아래의 일 때문이다.

시아버지는 당신도 우리에게 미안하셨나보다.
돌아온 담날, 봉투에 용돈을 담아 나와 동서에게 하나씩 주셨다.
봉투를 받는 순간 사르르~~~ 녹는 그동안의 힘듬과 불만.

그 돈이 얼마인가 하는 액수를 떠나서 어쨌든 그렇게 돈을 손에 쥐고 나니 마치 일당이라도 벌은 양 기분이 좋아지는 게 흐흐흐...^^

아, 돈은 이렇게 우습다. 그리고 무쟈게 좋다.
사람을 이토록 단순하게 만들니 웃기고도 웃기면서 그래서 더 좋다.
하. 하.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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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4-10-02 0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 없으면 집에 가봤자 빈대떡도 못 부쳐 먹는 시대가 되버렸어요.
조금전에 방송에서 돈에 관한 프로를 보는 동안 울고 웃다가 그만 공허해졌어요.
돈으로라도 마음을 표현할 수 있으니 한편으론 또 효과적인 것 같네요...ㅎㅎ
밀키웨이님~ 고생하셨습니다...^^

starrysky 2004-10-02 0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키님, 너~무 너~무 오랜만에 뵈어요. ^^
추석 잘 쇠셨냐고 인사 드리고팠는데, 내내 일만 하다가 오셨군요. 훌쩍. 다들 귀찮고 하기 싫은 일이지만 그래도 여럿이서 나눠하면 좋으련만 늘 하는 사람에게만 몰리는 게 일이더군요. 허리는 괜찮으셔요? 바무가 야물딱진 주먹으로 어깨 콩콩 두들겨드리지 않던가요?
돈은 좋은 것이지요. 노동의 댓가이고 교환의 수단이니까.. 맘 다칠 일 없을 정도로만 많았음 좋겠어요. ^^
밀키님, 건강하고 행복한 10월 보내세요. 꾸벅~

LAYLA 2004-10-02 0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아버지도 속으로 많이 섭섭하셨을거 같아요. 나이 들어서 구박 안받으려면 돈줄을 쥐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 맞긴 한가봐요.. 밀키웨이님은 착하신 손주며느리시네요...^^

2004-10-02 0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건 돈이 아니라(물론 손 안에 있는 구체적 현실은 '돈'이지만서도,,ㅋㅋ) 마음이었을 거 같아요..내 마음을 아는 이 있다는..고생하셨어요^^.

하얀마녀 2004-10-02 0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휴, 고생하셨습니다. 몸은 이제 어떠신지요?

. 2004-10-02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쉬! 돈이 최고랑께~

sayonara 2004-10-02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세상이 뭐 그렇지~ 돈이 그렇지~'하고 생각하지만 막상 또 경험하면 그게 참 애매한 기분이 들지요. ㅋㅋㅋ

깍두기 2004-10-02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키님, 솔직히 말씀해 보세요! 그게 돈 때문인가요? 아닐걸요~^^ 자신의 수고를 인정해주고 고마워해주었기 때문이 아닌가요? 아마 그분이 밀키님의 손을 꼭 잡고 "고맙다, 너 없으면 어쩔 뻔 했니"라고만 해 주셨어도 밀키님은 똑같이 행복하셨을 걸요?^^ 고생하셨어요. 자주 좀 출몰해 주세요.

물만두 2004-10-02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 좋죠. 없으면 안되고 있으면 더 가지고 싶게 만들고 그 교차점 찾기가 어려워 그렇지 타협만 잘하면 돈 좋아하며 잘 살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마리사랑 2004-10-02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의 노동이 돈으로 환산되어 가치를 부여받는 순간이죠.
가사노동이 그런 기쁨을 못 누리게 하잖아요.
그런 의미의 뿌듯함도 있지 않을까요?
저같은 귀찮은 사람은 오늘도 알약하나로 500칼로리씩 먹어 해결되면 얼마나 좋을까 궁리하고 있습니다.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