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시에 만나자꾸나"
아기돼지를 속이려는 계획이 뜻대로 되어가자 늑대는 신이 나서 휘파람을 불며 떠났습니다.
그러나 아기돼지는 늑대를 믿지 않았기 때문에 다섯시에 일어나 무밭으로 갔습니다.

 


 
 

늑대가 정각 여섯시에 나타났을 때 아기돼지는 굳게 잠긴 문 틈으로 당황한 늑대를 바라보며 놀려댔습니다.
"나는 오늘 아침 다섯시에 일어나서 이미 크고 달콤한 무를 한다발 뽑아왔지요. 지금 화로에는 맛있는 무죽이 끓고 있어요"
늑대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으나 아기돼지를 속여서 잡아먹는 재주와 경험이 풍부했기 때문에 언젠가는 셋째돼지도 손아귀에 걸려들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다음날 늑대는 다시 아기돼지의 집으로 찾아왔습니다.
그는 침착한 목소리로 문 틈에 대고 말했습니다.
"이봐, 아기돼지. 파머 브라운 씨에게는 아주 훌륭한 사과밭이 있는데 지금이 일년 중 사과가 가장 잘 익었을 때야. 사과가 나무에서 뚝뚝 떨어지고 있으니 밑에서 줍기만 하면 된다구.
자, 함께 가지 않겠니?"
아기돼지는 즉시 대답했습니다.
"물론이죠. 몇시에 출발할까요?"
"다섯시로 하자."
늑대는 이렇게 대답하고는 인사를 하고 떠났습니다.
아기돼지는 무밭에서처럼 다시 늑대를 속여야겠다고 생각하고는 한시간 일찍 사과밭으로 출발했습니다.
그러나 사과밭은 아기돼지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먼 곳에 있었습니다.
아기돼지가 나무 위에서 사과를 따고 있을 때 멀리서 늑대가 좁은 길을 따라 아기돼지를 향해 건들거리며 다가왔습니다.
늑대는 아기돼지가 올라간 나무 바로 아래 멈추더니 벌벌 떨고 있는 아기돼지를 올려다보며 저도 모르게 군침을 삼키는 것이었습니다.

 

 


입맛을 쩍쩍 다시며 늑대가 물었습니다.
"어때, 사과가 잘 익었지?"
아기돼지는 더듬거리며 간신히 대답했습니다.
"그그그럼요. 맛도 아주 기가 막혀요. 이거 하나 맛보시겠어요?"
아기돼지는 들고 있던 사과 하나를 힘껏 던졌습니다.
달고 향기롭고 맛있는 사과 하나가 언덕 아래로 굴러가자 늑대는 마치 보이지 않는 탐욕의 끈에 이끌리듯이 그 뒤를 쫒아갔습니다.
이 기회를 놓칠세라 아기돼지는 재빨리 나무에서 뛰어내려 사과 바구니를 옆구리에 낀 채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도망쳤습니다.
마침내 자신의 벽돌집에 도착한 아기돼지는 늑대의 허기가 새어들어오지 못하도록 문을 단단히 걸어 잠궜습니다.

 

 



 

다시 안전하게 집으로 피신한 아기돼지는 늑대를 기다렸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잠시 후 늑대가 문을 두드렸습니다.
"귀여운 아기돼지야."
늑대가 이토록 다정하게 아기돼지를 부른 이유는 몇번 만나는 동안 아기돼지가 매우 좋아졌기 때문이며 그에 대한 존경심마저 싹텄기 때문이었습니다.
"옆 마을에 장이 설 예정이란다. 너와 함께 그곳에 가고 싶구나. 우리는 공통점이 아주 많으니까 사이좋게 다녀올 수 있을거야.
내일 아침 네시에 만나서 함께 시장구경가지 않겠니?"
"좋아요. 아주 재미있을 거예요."
아기돼지는 이렇게 대답하고는 다음날의 여행을 준비하면서 평소처럼 한시간 일찍 출발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아기돼지가 몰래 시장으로 떠났을 때는 아직 햇님이 지평선 위로 고개를 내밀지 않은 이른 시각이었습니다.
그러나 늑대는 시장에 갈 마음이 조금도 없었습니다.
그는 아기돼지의 집 앞 나무그늘에 앉아 아기돼지가 돌아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아기돼지가 시장에서 돌아왔을 때는 아주 늦은 오후였습니다.
아기돼지가 시장에서 산 것은 버터를 만드는 통이었습니다.
필료한 물건을 구입한 아기돼지는 즐거운 마음으로 콧노래를 부르며 돌아왔스비낟.
아기돼지가 집 앞 언덕에 이르렀을 때 멀리서 늑대가 보였습니다.
바로 자신의 집 앞마당에 앉아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아기돼지는 재빨리 언덕 너머로 몸을 숨기고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늑대를 지켜보기 시작했습니다.

 

 



 

아기돼지는 무엇을 했을까요?
늑대는 아기돼지와 벽돌집 사이에 앉아 있었습니다.
아기돼지는 이것을 보고 재빨리 생각한 후 버터를 만드는 통속으로 들어가 언덕 아래로 구르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점점 빠른 속도로 늑대에게 곧장 굴러가자 늑대는 혼비백산해서 줄행랑을 치고 말았습니다.
문 앞에 도착한 아기돼지는 통에서 빠져나와 집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스스로 아주 만족해하면서 아기돼지는 늑대를 막기위해 마지막으로 빗장을 걸어 잠궜습니다.

 



 

늑대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땅바닥에서 일어나 먼지를 턴 다음 다시 아기돼지 집으로 왔습니다.
집 안으로 들어갈 입구를 찾던 중 그는 지붕 꼭대기에서 굴뚝을 발견하고는 그 속으로 뛰어내릴 준비를 했습니다.
그는 신이 나서 혼잣말로 중얼거렸습니다.
"오늘은 또 어떤 놈이 식탁 위에 오를까?"
집 안에서 아기돼지는 커다란 솥단지를 화로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불꽃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와 펄펄 끓고 있는 솥단지에서 피어오르는 김이 뒤섞여 굴뚝을 타고 올라갔습니다.
갑자기 첨벙! 하는 소리와 함께 굴뚝을 타고 내려온 늑대는 솥단지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깜짝 놀란 아기돼지는 늑대가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재빨리 솥뚜껑을 닫았습니다.

 


 
 

그날 저녁식사로 아기돼지는 늑대를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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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4-09-24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충격적인 결말... 늑대를 먹다니, 의외군요, 아기돼지~!
늑대 뱃속에는 형 돼지들이 없었나...궁금하네요 ^^
저절로 추천도하고 퍼갑니다~~ ^^

다연엉가 2004-09-24 0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요것도 퍼다 담아놓고.^^^^

진/우맘 2004-09-24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내가없는 이 안 2004-09-24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동화를 자주 다니는 소아과에서 봤는데 뒷장이 찢어져 있더라구요. 시장에 가는 부분부터 없어서 매번 가서 읽어줄 때 아쉽곤 했는데 드디어 보게 됐네요. 너무 재밌어요. 그 세째돼지 참 담도 크네요. 늑대를 먹어치우다니. ^^ 아이에게 보여줘야겠어요! 추천합니다.

stella.K 2004-09-24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하고 갑니다.^^

마리사랑 2004-09-24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원문은 어디서 가져오신건가요? 최윤정님 책에서 베이츠의 작품을 소개하면서 원문이 약간 소개되긴 했지만 이렇게 다는 못봤었는데....
하여간 고맙습니다. 책이 없어도 밤에 누워서 이야기 해줘야겠어요.
다소 색다른 결말에 딸아이가 어리둥절해할 거 같습니다.
추천하고 퍼갑니다^^

날개 2004-09-24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솥에 빠지는것 까진 알았어도.. 늑대를 먹다니..-.-;;;
너무나 담담하게 "그날 저녁식사로 아기돼지는 늑대를 먹었습니다."라고 서술되어 있어 좀 충격입니다..
재미나게 잘 읽었습니다..^^

panda78 2004-09-24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으화화화... 먹었대 먹었대. 늑대를... *ㅂ* 너무 좋아요, 이얘기 흐흐흐흐

2004-09-25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 자체가 한 편의 그림책 같아요..한가위 잘 보내시길!

반딧불,, 2004-10-08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픈거인을 왜 덮어두었을까 하면서 새삼스러이 읽고 있습니다.
지금은 이리 잘 읽히는군요.

음...오늘은 감정과잉의 날..
건강 조심하세요..

kewpiekim 2006-04-01 0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패러딘판인 아기돼지 세마리를 들려주던중 원문을 찾다가 여기 들렀는데 맘에 들어서 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