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나이 서른 중반.....

남편과는 이제 습관처럼..아무 의식도 없이 그저 하루하루를 보내고
시집올 때 심사숙고 발품팔아 장만해 온 살림살이들이 하나하나 명을 달리하고 있고
차력형제는 이제 저들끼리 혼자서 나가 놀 정도가 되어
한가롭게 커피 한잔 홀짝일만한 시간이 다소 허락되고
드라마 속의 바람나는 남편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 같지 않고
뭐가 더 싸다고 하면 열심히 뛰어가 남보다 하나라도 더 집으면 그걸로 행복해하고
앞으로 남은 나의 인생을 어찌 살 것인가....
불투명한 미래를 기대와 불안으로 그려보기도 하고
어느새 늘어버린 눈가의 주름을 보며
탤런트 김희애가 속삭이는 "얼굴선 바꿀 수 있어!"를 외쳐보지만....하하하.........과연....

내년에는 게로가 유치원에 간다.
드디어 오전에는 나만의 오롯한 시간이 생긴다.
막상 무얼 할건지 생각해봐도 마땅한 것은 없으면서도
막연히 뭔가 해야지...
뭔가 배워야지....꿈을 꾼다.

그런데
몸둥아리가 이제 나도 좀 쉬어야겠다고 신호를 보내온다.
어깨가 아프고
허리가 아프고
습관처럼 편두통에 시달리고
조금만 무리해도 다리가 붓고
한달에 한번씩 시체처럼 드러눕게 하더니....

여성의 상징과 같은 그곳에 탈이 남으로써 드디어 내 몸을 돌아보게 만든다.

자궁에 물이 가득 들어차고 각종 덩어리들이 있다고 해서 급하게 들어간 수술
그냥 그런가 보다....아, 그래서 그렇게 아팠구나...그러면서 덤덤하게 받은 수술이었다.
여자들, 다 그렇지 뭐...암이 아닌게 다행이네....하면서.

그런데 정말 심각한 지경이었다고.
자칫하면 자궁을 일부 들어낼 수도 있었다고
이렇게 하고 어떻게 살았냐고 나흘이 지난 어제에서야 말을 한다.
조직검사가 나와봐야 아는 거지만 그전으로도 충분히 위험했다고.
이 말이야 의사들, 습관처럼 협박조처럼 하는 말이지....

옆탱이에게 내 자궁에서 빼낸 염증과 물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마눌, 이런 상태로 살았으니 앞으로 신경쓰시고 잘해주라고 했다나?
하하하, 그 의사선생님, 맘에 드네..
그래, 남자는 모르지.......
마눌이 달이면 달마다 하루이틀씩 고꾸라지고 자빠져도 그게 얼마나 아픈지....
얼마나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지...

살아온 만큼은 더 살고 싶다.
바무와 게로가 건강하게 자라서 자기의 인생을 꾸리고
그들을 빼어닮은 아이들이 손 벌리고 뛰어오는 것을 보고 싶고
우리나라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도 구석구석 보고 싶고
지구에는 또 얼마나 다양한 모습들이 있는지도 보고 싶고

욕심일까?

죽을 병도 아닌데 왜이리 사람이 센치해지는 걸까?
ㅎ.ㅎ.ㅎ.....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04-10-24 15: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panda78 2004-10-24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세상에 크게 아프셨군요... ㅠ_ㅠ
그러신 줄도 모르고.. 밀키님이 요즘 뜸하시네.. 하며 조금 서운해했던 것이 너무 죄송스럽고 후회됩니다. 밀키님, 어서어서 완전히 회복하시고, 이전보다 더욱 건강해 지시기를 바랍니다.

의사선생님이 꽤 좋으신 분같네요. 낭군님이 앞으로는 밀키님께 더 많은 관심을 보내주시고, 더 사랑해 주시기를. 밀키님, 화이팅!

마냐 2004-10-24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요즘 뜸하시네...하고만 있었슴다. 어쩜 좋습니까...
몸이란 정직하게 신호를 보냅니다. 서른 중반, 너무 열심히 달려오신게 아닌지요.
다행히 좋은 의사선생님(음, 남편분께 그런 설명까지..^^) 만나셔서 좋게 해결하셨다 믿습니다.
저두 얼마전 혹이네 뭐네 하면서 암검사 받고 하다보니 퍽이나 센치하더이다.
그렇게 한번씩 내 몸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나 봅니다.
몸조리 잘 하시구...힘 내시구...조금 더 센치함을 즐기시다가....그냥 보내버리세요.

비로그인 2004-10-24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밀키웨이님..많이 놀랐어요. 이럴쑤가..그래도 천만다행입니다. 많이 고생하셨죠? 왜 안 보이실까, 했었는데 그런 일이 있었군요. 이제부터 더욱 몸에 신경쓰세요. 그리고 밝고 건강한 생각들만 하시기 바랍니다.

진/우맘 2004-10-24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여자들은 대체로 참을성이 너무 많은게 탈이예요. 생리통, 산고, 젖몸살....남자들은 모르는 고통을 일상처럼 겪고 나면 몸이 안 좋아 보내는 신호도 무심결에 넘기기 일쑤라니까요.
에이, 왜 그러셨어요. 괜히 눈물이 찔끔 납니다. 조직 검사 결과 깔끔하길 기원하며, 얼른 기운 차리세요. 맛난 거 사달라, 집안일 좀 해 달라 어리광도 피우면서....얼른, 회복하시길 바래요.

stella.K 2004-10-24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셨군요. 정말 왜 요즘 뜸하실까 궁금했었어요. 그냥 저는 저나름대로, 애들키우고 하다보면 바쁘니가 그렇겠지 싶었는데...저도 제 주위의 친구들이 이쯤돼서 한번씩 다 탈들이 나더라구요. 정말 가정 건사한다는 게 보통 힘드는 일이 아닌가 봐요.
님, 철없는 소리하죠. 저도 님과 같은 30대인데...
건강하십시오. 건강하셔서 손주도 보시고, 당장은 멋지게 차려입으시고 가을 햇빛 받으러 거리로 나가 보세요. 영화 한편도 보시고, 카페에 들러 에스프레소 커피도 마셔보구요.
기운 내십시오. 행복하시길...^^

날개 2004-10-24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이런 글 읽으면, 이젠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저 또한 서른 중반을 넘어선 나이인지라, 여기저기 삐걱거리는게 드러나더군요.. 뒤늦게서야 운동한답시고 설친다지요..ㅡ.ㅜ
빠른 쾌유 바랍니다.. 맛난거 많이 드시고, 푹 쉬세요..


미설 2004-10-24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일들이 있었군요.. 글은 남기지 않았지만 돌아오시기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몸조리 열심히 하시고 하루빨리 쾌차하세요..

내가없는 이 안 2004-10-25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키웨이님 지금은 좀 회복되셨나요? 얼른 벌떡 일어나셔서 님의 유쾌한 모습을 글로도 많이 볼 수 있음 좋겠어요. 올해 마무리 힘들게 하셨으니 좋은 일만 생기길!

sayonara 2004-10-25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운내시죠. 기운. 아직 중년의 위기도 아니구.. 기운... ^_^

하얀마녀 2004-10-25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읽는 저도 이렇게 놀랐는데 밀키웨이님은 얼마나 놀라셨을까요. 지금은 좀 어떠신가요?

2004-11-04 18:0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