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겨울이다. 문밖의 밤은 차고, 눈발마저 흩날린다. 산다는 게 얼마간은 고통스럽고, 다소간은 눈물겹다. 무서운 줄 모르고 놀린 누군가의 세 치 혀는 죄 없는 영혼의 문풍지를 온밤 내 떨게 하고, 상처의 심연 제대로 다스리지 못한 몸과 마음엔 아수라들만 겹겹이 쌓인다. 하필이면 이런 날, 백석의「수라」같은 시가 눈에 띌 게 뭔가.

 

 

  차디찬 밤, 아무 생각 없었던 시인은 거미새끼 한 마리를 문밖으로 쓸어내 버린다. (얼마나 다행인가. 밟거나 쳐서 죽인 게 아니니!) 곧이어 큰거미를 같은 장소에서 발견한다. 고만 짠해진 시인은 새끼 있는 데로 가라고 큰거미를 밖으로 버린다. 이게 끝이 아니다. 알에서 갓 깬 새끼거미가 그 자리에 또 아물거린다. 끝내 가슴이 메고 서러운 시인은 어린 새끼를 고이 종이에 받아 내어준다. 가족이 있는 찬 문밖으로. 따뜻하고 외로울 바엔, 바람 차더라도 함께 하는 게 낫겠네. 거긴들 수라의 세계를 벗어날까만.

 

 

  수라(修羅)는 아수라의 준말로 인도신화에 나오는 여덟 신(神)중 하나이다. 원래 착한 신이었지만 하늘과 싸우면서 나쁜 신이 되었다. 얼굴 셋에 팔이 여섯인 흉측하고 거대한 신인데, 증오심이 가득해‘싸움신’으로 불리기도 한다. 다른 신에게 공격당해 아수라들의 시체가 즐비한 데서‘아수라장’이란 말이 나왔다.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흐트러진 현장을 가리키는 말이다.

 

 

  시인은 일제강점기 때 민초들의 삶을 수라에 빗대 노래했겠다. 찬바람 속, 거미가족의 상봉을 통해‘함께 하기’의 애상을 보여준다. 등 따뜻해도 서럽고 외로우니 수라이고, 어깨 기댈 수 있어도 발 시리고 손 차니 그 또한 수라로다. 하지만 바람 치운 밤거리로 내몰릴지라도, 이해받을 수 있는 그 무엇이 있다면 두렵지 않다. 서러운 1930년대를 건너온 우리 민초가 그랬듯이, 시인의 눈물겨운 겨울이 그랬듯이, 상처 입은 누군가의 이 겨울도 함께 한다면 아수라쯤이야 거뜬히 걷어낼 수 있지 않겠나.

 

 

 

수라(修羅)

                                                                  백석

 

거미새끼 하나 방바닥에 나린 것을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문밖으로 쓸어버린다

차디찬 밤이다

 

언제인가 새끼거미 쓸려나간 곳에 큰거미가 왔다

나는 가슴이 짜릿한다

나는 또 큰거미를 쓸어 문밖으로 버리며

찬 밖이라도 새끼 있는 데로 가라고 하며 서러워한다

 

이렇게 해서 아린 가슴이 싹기도 전이다

어데서 좁쌀알만한 알에서 가제 깨인 듯한 발이 채 서지도 못

한 무척 작은 새끼거미가 이번엔 큰거미 없어진 곳으로 와서 아물거린다

나는 가슴이 메이는 듯하다

내 손에 오르기라도 하라고 나는 손을 내어미나 분명히 울고불

고 할 이 작은 것은 나를 무서우이 달아나버리며 나를 서럽게 한다

나는 이 작은 것을 고히 보드러운 종이에 받어 또 문밖으로

버리며 이것의 엄마와 누나나 형이 가까이 이것의 걱정을 하며 있다가

쉬이 만나기나 했으면 좋으련만 하고 슬퍼한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49쪽, 시와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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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06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야자와 겐지 시인의 시집은 제목부터가 <봄과 수라>지요. 이분의 삶을 다룬 만화영화 <겐지의 봄>을 보면 엔딩에 흘러나오는 말이 인상적이에요. (아마 이 시인의 싯구이겠죠.)

분노의 씁쓸함 그리고 푸르름
사월의 대기층의 빛, 저 아래를
침 뱉고 이를 갈며 오가는
나는 한 마리의 수라인 것이다

다크아이즈 2012-12-06 22:56   좋아요 0 | URL
섬님, 겐지의 봄, 도서관에 가서 디브이디 검색해봐야겠어요.
<분노의 씁쓸함, 침 뱉고 이를 갈며 오가는 나는 한 마리의 수라>
오늘 제 심정이 그래요. 분노의 수라에서 정화된 천사로 거듭 나고 싶사와요.
누구나 한 마리 수라인 순간이 있겠지요. 감사해요, 섬님...

프레이야 2012-12-06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찜해두고 나중에 다시 촘촘히 읽을래요.
이렇게나 좋은 페이퍼와 시를요.^^
내 몸과 마음에도 수라가 덤비지 않기를... 다독이며...
소중한 하루, 행복한 하루 보내요^^

다크아이즈 2012-12-06 22:59   좋아요 0 | URL
수라 역시 스스로가 만든 귀신이니,
수라장에 빠지더라도 어서 빨리 빠져 나오도록 노력해야겠지요.
오늘 저 무슨 일로 분노했지만 그 분노 역시 저를 향한 거였다는 걸 성찰하는 하루예요.
언제나 고마운 프레님...

페크pek0501 2012-12-06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해서 아수라장이란 말이 생겼군요.
저는 길에서 도둑고양이를 보면 가엾더라고요.
친정의 지하실에서 새끼를 낳은 고양이가 있었는데, 엄마와 눈이 마주치자
그 다음날에 새끼들을 데리고 이사했대요. 해칠까 봐 그랬나 봐요.
엄마와 나는, 이 추운 날에 새끼들을 데리고 어딜 갔나, 하고 걱정했지요.
백석 시인의 시를 오랜만에 읽으니 좋네요. ^^

다크아이즈 2012-12-06 23:04   좋아요 0 | URL
페크님, 그래요, 도둑고양이가 있지요.우리 아파트 쓰레기장 옆 자동차 밑에 숨어 있는 녀석들... 어린 새끼가 있음 한 번 키워볼까 싶은데 새끼는 뵈지 않고 살찐 녀석들만 어슬렁어슬렁. 엄두가 안 났어요.

백석은 천재 시인인 건 맞나봐요. 시대어 해석이 필요해서 귀찮아서 꼼꼼히 안 보게 되는데 이 시는 쉽고 짠하네요. 모 도서관 소식지 앞장에 백석 해설 지문을 써야 해서 살피게 됐다는..

라로 2012-12-07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나중에 읽을래요. 지금은 읽어도 잘 읽지 못할테고 댓글을 달고 싶어도 잘 달기 어려울것 같아서요,,
뭐 나중에 다시 읽어서도 좋은, 멋진 댓글을 달 거란 보장은 없지만요,,ㅋㅋㅋ

여긴 눈이 내려요,,거긴요??

다크아이즈 2012-12-08 17:17   좋아요 0 | URL
나비님 어제 여기도 눈이 내렸어요. 기숙사에 있는 아들 데리러 가는데
평소 두 배 시간이 걸렸어요. 남푠이 운전했는데 엉금엉금 기어가는데도 미끄러져서 한 번 가드레일을 스치더군요. ㅋ
그래도 첫눈이다, 하고 즐감했네요.
님의 <레 미제라블>은 언제 끝날까요? 몇 권짜린지도 궁금해지는...

뮤지컬(오페란가?)도 온다는데 볼 만 하겠지요?

라로 2012-12-15 14:17   좋아요 0 | URL
저는 처음에 제목만 보고 '아수라백작'이 생각났더래요,ㅎㅎㅎㅎ
어릴때 봤던 만화인물인데 혹시 팜님도 아시나요????
암튼 저는 이 글을 [레 미제라블]을 읽고 읽었는데 필연적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팜님. 그 얘긴 언제 우리가 인연이 되어 필연적으로 만나게 된다면 해 드려도 될까요??^^

다크아이즈 2012-12-16 0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아수라와 레 미제라블, 어떤 필연일지 저도 기대가 되는데요.
나비님과의 인연이 그렇게 필연이 되는 건가요. ㅋ
봄바람 부는 날 그 우연을 필연으로 만들어 보아요.
기다릴게요. ㅋ
 

 

 

 

 

 

 

 

 

 

 

 

 

 

 

 

 

 

  연말이 다가와서 그런지 학부모 모임도 잦다. 엄마들끼리 만나 밥 먹으면서 공감하는 시간도 무척 소중하기에 여건이 허락하는 한 참석하는 편이다. 아이가 어렸을 땐 적극성, 정보력, 경제력을 고루 갖춘 엄마들이 쏟아내는 각종 말씀들에 솔깃했다. 그들을 따라할 수도 없으면서 그때는 시샘서린 호기심으로 열심히 귀 기울였다. 아이들이 다 큰 지금은 그런 교육형 열혈 엄마들의 말씀은 숙지고, 생활의 지혜를 나눠주거나 분위기를 주도하는 엄마들 얘기에 주목하게 된다.

 

 

  오늘 모임에서 한 어머니가 우스갯소리를 한다. 초등학교 이학년 바른생활 문제를 풀어보란다. 이사 온 이웃집에서 떡을 돌렸다. 한 집에서 엄마 대신 아이가 떡을 받았다. 뭐라고 답례를 할까. 아이는 ‘뭐, 이런 걸 다…….’라고 답을 적었다나. 선생님은 당연히 틀린 답으로 처리했다. 정답은 ‘고맙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란다. 단답형 똑 떨어지는 답에 익숙한 우리의 교육 현실을 풍자한 것이겠지만 곱씹을수록 씁쓸하기만 하다.

 

 

  수학 문제를 풀어서 틀린 답이 나오면 그건 틀렸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러 답이 나올 수 있는 문제에서, 원하는 답이 아니라고 틀렸다고 할 수 있을까. 다른 답일 뿐 틀린 답은 아니질 않나.

 

 

  핀란드식 교육법이 새삼 떠오른다. 답의 옳고 그름은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다. 그들이 교육면에서 세계적으로 내로라하게 된 것은 열린 학습 방식 덕택이다. 학생들 저마다 가진 창의력과 개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최상의 환경을 만들어준다. 시험에서 정확한 답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적으면 된다. 정답을 얻는 게 목적이 아니라 답은 스스로에게 있다는 것을 깨치게 하는 게 우선이다.

 

 

  자발성이 수용되고, 자율성이 보장될 때 그 집단은 진일보할 수 있다. 핀란드의 열린 교육정책을 보면 그들의 밝은 미래가 보인다. 이것이 정답이다 정해 놓고 그 답을 찾으라고 다그치는 대신, 정답은 ‘네 안에 있다’고 선언할 수 있는 날이 우리에게도 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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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12-05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작은아이 학교에서 부산고등학교 교장샘의 강의를 들었는데
역시 감성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시더군요. 감동할 줄 아는 사람으로 키우자!! 그런..
공감능력과도 통하는 것이겠죠.^^


다크아이즈 2012-12-06 23:06   좋아요 0 | URL
맞아요, 프레님. 지식교육보다 감성교육이 훨씬 중요해요. 사물을 봐도 느낌이 없고, 대상을 봐도 사유 하나 건져내지 못하는 교육이라면 얼마나 기계적이고 삭막할까요. 공감하고 소통하는 교육보다 나은 건 없는 것 맞지요?

2012-12-05 1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05 2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05 2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06 0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2-12-06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 첫 추천은 제가 했다는 것...ㅋ
공감 가는 글이라서요.

다크아이즈 2012-12-06 23:07   좋아요 0 | URL
귀여븐 페크님, 저도 페크님 글은 무조건 추천부터 하고 본다는...ㅋ
 

 

 

  사람의 진심은 말보다 표정으로 나타난다. 꾸준히 몸과 맘을 닦는다면 좋은 표정을 절로 짓게 될 것이다. 하지만 사람 사는 일이 어디 그런가. 내 의지대로 말은 부릴 수 있지만 표정은 쉽게 그리할 수 없다. 말로 천 냥 빚을 갚는다지만 표정으로는 천만 번 살인도 저지를 수 있는 게 사람이다.

 

 

  대선을 앞둔 요즘 정치권,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야권 대선 경쟁자였던 안철수 후보의 사퇴를 두고 양보냐 포기냐의 의견도 분분하다. 아름다운 양보인지, 어쩔 수 없는 포기인지를 두고 정치적 성향에 따라 해석이 엇갈린다. 정치를 모르는 나 같은 사람에겐 그게 뭐 그리 중요할까 싶다. 하지만 앞날까지 내다봐야 하는 정치권 특성으로 볼 때 그 의미는 제법 중요한가 보다.

 

 

 

 

 

 

 

 

 

 

 

 

 

 

 

 

 

 

 

 

 

  아름다운 양보인지, 분노 서린 원망인지는 당사자가 가장 잘 알 것이다. 어느 정신과 의사가 텔레비전에 나와 말한다. 누군가의 마음을 제대로 알려면 목소리가 아니라 표정을 보면 된다고. 텔레비전에 나오는 정치인을 예로 들자. 일단 볼륨을 완전히 낮춘다. 그리고 그 사람의 행동거지를 표정으로만 읽는다. 그러면 그 사람이 기쁜지, 화가 나는지, 슬픔에 싸여 있는지, 분노하는지, 양보하는지 다 보인다.

 

 

   정말 그런가 싶어 호기심에 실험을 해봤다. 영화나 인터뷰 화면 아무거나 볼륨을 낮춰보았다. 표정만으로도 화면에 비친 사람의 심리 상태가 어떤지 거의 알 수 있겠다. 확실히 사람은 말보다 표정으로 더 많은 진실을 얘기한다.

 

 

  이런 학습 탓인지 누군가 포커페이스를 하면 움찔하고 긴장부터 한다. 자신을 억제하고 침착하게 사물을 대면하는 사람들일수록 정치권에 몸담으면 유리할 것 같다. 하루에도 열두 번 변덕을 부려 스스로도 감당이 안 되는 나 같은 다혈질은 감정을 다스리는 법부터 배울 일이다.

 

 

  그나저나 볼륨을 낮추지 않아도 나 같은 하수의 눈에도 안철수의 표정이 읽히니 어쩔 것인가. 그가 완벽한 정치인으로 거듭 나려면 표정 관리부터 연습해야 할 것 같다. 정치권은 절대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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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03 1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03 2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2-12-03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볼륨을 낮추고 표정을 봐야겠군요~ TV 키러 갑니다.ㅋㅋ

다크아이즈 2012-12-03 22:54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진짜로 그렇게 함 해보시어요. 재밌어요. 표정이 말 이상을 한다는 사실은 심리학자들이 일찍이 밝혀낸 바이기는 해요.

님, 여전히 바쁘게, 잘 계시지요?

페크pek0501 2012-12-04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앨런 피즈, 바바라 피즈 지음<당신은 이미 읽혔다>라는 신간을 신문에서 봤는데
이 책도 표정으로 알 수 있는 속마음에 대한 것이에요.
아, 표정 관리를 잘 해야겠군요. ^^
이것도 삶의 기술일까요?

다크아이즈 2012-12-05 03:16   좋아요 0 | URL
페크님 감사합니다. <당신은 이미 읽혔다> 이런 류의 책 진짜 좋아해요.
너무 좋아해도 안 되는데, 맨워칭(피플워칭) 이후로 이런 행동 패턴 연구서 같은 게 흥미있더군요. 일단 접수합니다.

표정 관리할 수 있음 대박이지요.
하지만 저는 오늘도, 여전히 실패 중인 걸요. 호홋~

오늘 넘 추웠는데 무사히 지내셨는지 궁금하옵니다.^^*
 

 

 

썸네일

 

썸네일 썸네일 **이미지는 네이버에서

 

 

  식당용 화학조미료가 따로 있다는 것을 알았다. 착한 식당을 찾아나서는 종방 프로그램에서 그 실체를 알고 적잖이 놀랐다. 이 방송이 전파를 타는 날이면 식욕이 반감된다. 모든 식당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믿고 먹을 만한 식당 만나기 정말 어렵구나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밥하기 싫어하는 얼치기 주부지만 방송 후 며칠간은 웬만하면 바깥밥을 자제하게 될 것 같다.

 

 

  오늘은 중국집에 관한 진실을 취재해서 보여주었다. 몰래 카메라가 비추는 주방은 경악 그 자체였다. 4인용 짬뽕을 만드는데 얼추 여섯 국자의 화학조미료를 쏟아 붓는다. 업소용 조미료가 시중에 나오는 것보다 싸기 때문에 그것을 쓰는데, 감칠맛을 내는 핵산이 덜 들어 있으니 많이 사용할 수밖에 없단다. 요리사의 익숙한 국자가 하얀 조미료 통을 왔다 갔다 할 때 심장이 벌렁거렸다. 안 쓸 수 없다면 덜 쓰는 방법도 있을 텐데 하는 안타까운 마음만 들었다. 그 모습을 보고서는 도저히 짬뽕 국물을 떠먹을 수 없겠다.

 

 

  짬뽕의 얼큰한 국물도, 짜장면의 감칠맛 나는 춘장도 그 맛의 비밀 병기는 화학조미료였다. 한 프랜차이즈 중국집에서는 신선도와 제 맛을 위해 손님이 오면 요리를 시작한다고 홍보를 했다. 주방에서 비춘 카메라의 진실은 그게 아니다. 본사에서 내려온 가루 소스를 물에 개서 끓이기만 하면 완벽한 짬뽕 국물로 변신한다. MSG가 듬뿍 첨가된 인공 육수로 거짓 신선도와 맛을 선전한 셈이다.

 

 

  요즘 웬만한 가정에서는 인공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건멸치, 다시마, 표고 등 천연 식자재로 육수를 내면 인공 조미료가 내는 맛과는 비교할 수 없는 진국물을 얻을 수 있다. 가난한 시절의 입맛을 대신하던 인공조미료를 쓸 이유가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하지만 식당에서 화학조미료를 쓸 수밖에 없는 이유는 ‘남는 게 없어서’일 것이다. 식당의 존재 이유가 이윤 추구이니 딜레마이긴 하다. 정해진 가격 안에선 웬만한 고객을 확보하지 않고선 천연 육수를 써서 이윤을 낼 수 없는 구조인 모양이다. 우리 입맛에 익숙한 짜장면을 인공 조미료 없이 만들 수 없다면 덜 쓰는 방법이라도 택해줬으면 좋으련만.

 

 

  천연 식자재만 써도 충분히 중화요리를 만들 수 있다는 사례도 보여준다. 착한 식당으로 선정된 한 중국집 사장의 인터뷰에 눈시울이 뜨겁다. 어떤 식당에서든 오래 일할 수 없었단다. 인공 조미료를 덜 쓰려는 자신을 좋아할 리 없는 업주와의 마찰 때문이었다. 이제 자신만의 가게를 냈다. 천연 식자재로도 짬뽕과 짜장면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사장의 진심이 시청자에게도 통했나 보다. 소식통에 의하면 방송이 끝난 뒤 그 식당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단다. (모든 첫방송 뒤에는 의례 그렇기는 하다.)

 

 

  상호 만큼이나 양심마저 천연으로 보이는 그 식당, 반짝 경기가 아니라 사람들이 몰렸으면 좋겠다. 단골이 적어 다소 비쌀 수밖에 없었던 짬뽕 값도 조금 내릴 수 있으면 더 좋겠다. 그리하여 착한 식당의 본보기로 안착할 수 있었으면.

 

 

  그건 그렇고 양심적으로 식당을 하기엔 사회적 여건이 어려운 것인지, 식당업을 둘러싼 여러 환경이 그렇게 부추기는 것인지 여전히 궁금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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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12-03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휴 놀래라ㅜㅜ 짜장 짬뽕이요? ㅜㅜ 아지노모도 갖고와라, 해선 다된 음식에 그걸 더 넣고 드시는 울아빠 생각나요. 요샌 좀 안 그러시는지ᆢ

다크아이즈 2012-12-03 22:26   좋아요 0 | URL
아지노모? 처음 들어보는데요. 혹, 미원, 미풍 뭐 이런 일본 브랜드 명?
옛날 분들 중 화학조미료에 길들여진 분들 계시는데 혹 프레님 아버님도?
그렇담 넘 재밌는 어른이실 것 같아요.
당시로는 감각이 젊다고나 할까요...ㅋ

프레이야 2012-12-04 01:00   좋아요 0 | URL
네 그 아지노모도요ㅎㅎ
아빠는 여든 넘으셨어요. 꽤 건강하세요. 보기에도 그 나이로 전혀 안 보이시구요. 체질이 그러신가 봐요.

순오기 2012-12-03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난 짬뽕을 좋아하는데 화학조미료를 그렇게 많이 넣다니.ㅜㅜ
그래도 다행인 건 1년에 서너번 먹을 정도니까 토닥토닥~ ^^
귀찮아도 집밥을 해 먹읍시다아 ~ 불끈!!

다크아이즈 2012-12-03 22:58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실시간? 저는 어쩌나요? 밥 하기 죽어라고 싫어하는데
한식은 덜 하겠지, 하면서 한식집만 고집하면 될까요? ㅋ

천안 갈 일 있으면 티엔란 한 번 가보려구요. 남매가 운영하는데 인상도 참하드라는...
 
올리브 키터리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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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약국 - 간단 줄거리

 

헨리 키터리지는 마을 약사. 일을 도와주던 그레인지 부인이 자다가 급사하자 새 여직원 데니즈를 고용한다. 그녀 남편 이름도 공교롭게도 헨리다. 젊은 부인 데니즈를 위해 남편 헨리는 약국까지 태워준다. 약사 헨리 키터리지는 그들과도 사이가 좋고 맘 속 깊이 데니즈를 챙기고 연민한다. 부인 올리브 키터리지는 30여 년 이상 수학 선생을 하고 있다. 냉담하고 부정적이며 데면데면한 성격이다. 그들 사이엔 크리스란 아들이 있다.

 

의약품 배달을 하는 소년 제리 매카시는 데니즈의 충고를 받아들여 방송대학 공부를 성실히 한다. 헨리 키터리지는 한결 같다. 데니즈에 대한 환한 시선을 버리지 않는다. 데니즈 남편의 불알친구 토니 쿠지오가 데니즈의 남편 헨리 시보도를 사슴으로 오인해서 사냥총으로 죽이고 만다. 젊은 과부가 된 데니즈를 헨리는 여전히 연민하고 사랑한다. 부인 올리브 키터리지는 성격대로 ‘과부 위로꾼’이라며 헨리를 향해 비아냥댄다.

 

제리 매카시의 청혼을 받아들여 데니즈는 약국을 떠난다. 세월이 흘러 약국 자리엔 대형 마트가 생긴다. 헨리는 옛날을 추억한다. 가끔씩 데니즈에게서 엽서가 오는데 처음엔 아무 수식어 없이 데니즈, 란 사인만 들어 있다가, 오랜 만에 온 데니즈로부터 온 카드엔 ‘사랑을 담아’라는 말이 적혀 있다. 아프리카꽃 옆에 놓인 그 카드를 올리브는 턱선으로 남편 헨리에게 가리킨다.

 

 

늙은 올리브는 더 이상 교회에 나가지 않는다. 교회 앞마당에서 만나는 데이지는 남자 친구가 생겼다고 헨리에게 자랑한다. 헨리는 문득 생각한다. 오래토록 데니즈를 생각하는 동안 올리브도 동료 선생이었던 짐을 사랑하지 않았을까,하는. 충분히 그럴 수 있고 이해하게 된 헨리는 올리브에 대한 죄책감으로 말을 건네본다. 당신 날 떠나지 않을 거지? 올리브다운 답이 돌아온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 사람 참 지겹게 만드는 재주 있다는 핀잔만 돌아온다. 헨리는 남친이 생긴 데이지를 초대해야겠다는 말을 남긴다.

 

 

 

 

 

  아프리카제비꽃 

 

 

  식탁 위엔 아프리카제비꽃이 놓여 있겠지. 그 옆의 카드 한 장, 아내 올리브가 턱짓으로 가리키네. 남편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펜으로 봉투를 뜯네. 돋보기가 필요한 건 당연하겠지. 남편이 운영하던 약국에서 일을 돕던 데니즈에게서 온 엽서야. 약국을 떠난 지 이십 년이 훨씬 지났지만 그애는 생일마다 남편에게 안부 엽서를 보내곤 하지. 남편을 그 정도로 예우할 만큼의 교양과 사랑스러움은 지닌 여자지. 하지만 아내 올리브에겐 패션 감각조차 없는 맹추로 기억되는 여자지.

 

 

  그애가 남편을 남자로 깊이 사랑한 건 아냐. 아, 사실이 아니구나. 그애도 남편을 사랑했어. 다만 섣불리 그 감정을 드러낼 애가 아니었지. 그애는 누구에게 상처를 주고 그 상처를 감내할 만큼 강심장을 가진 애는 아냐. 남편은 그애를 몹시 사랑했지. 사랑이 뭐 별거겠어? 쉬는 시간에 약품 매뉴얼을 무릎에 놓고 들여다보는 그애의 안경 낀 모습이 귀엽게 보이고, 붉은 벙어리장갑을 떨어뜨린 그애를 위해 허리 숙여 장갑을 줍고, 입구를 벌려 그애 작은 손이 쏙 들어가는 걸 지켜보는 것. 뭐 그런 게 사랑인 게지.

 

 

  그애는 불의의 총기 사고로 너무 빨리 남편을 잃어버렸어. 그 애가 몹시 아파 간호를 해주고 돌아오던 날, 차창을 짓누르는 어둠 속에서 남편은 생각하지. 먼 북쪽으로 가 작은 집에서 그애와 살고 싶다고. 약사이니 일자리는 구할 수 있을 터이고, 그애와 예쁜 딸을 낳고 살 수도 있겠지.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지. 약품 배달원이던 남자와 결혼을 한 뒤 그애는 약국을 떠나지. 남편 생일 때마다 의례적인 카드가 날아들지. 단 한 번도 편지 끝에 ‘사랑을 담아’라고 쓰지 않지. 하지만 마지막 안부가 될지도 모를 아프리카제비꽃 옆 장면에서는 이렇게 카드의 끝을 맺지. ‘사랑을 담아 데니즈’. 몹시 애잔하지. 사랑을 담아, 라고 말할 때 우리는 데니즈의 사랑이 정리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지. 누구나 사랑에 빠졌을 땐 섣불리 사랑이라 말하지 못하지. 사랑을 놓아주고서야 우리는 쉽게 사랑이라 쓸 수 있지.

 

 

  목도리를 짜는 상태의 마음과 다른 목도리를 짜기 위해 그 짰던 목도리를 풀 때의 감정은 다르지. 두레박 물을 기다릴 때의 심정이랑, 갈증을 해소하고 난 뒤의 물맛은 다르지. 사랑의 본질은 같더라도 그 감응은 다를 수 있는 거야. 절절하고, 터질 것 같고, 아프고, 벼랑 끝일 때 우리는 사랑이라고 감히 말하지 못하지. 하지만 담담하고, 터진 뒤이고, 덜 아프고, 다만 담벼락 정도일 뿐일 때 우리는 사랑이라고 쓸 수 있지. 그러니 어떻게 올리브의 남편과 데니즈가 이루어질 수 있겠어?

 

 

  이런 얘기가 다는 아냐. 아내 올리브가 있잖아. 올리브를 주목해야 돼. 매사에 빈정대고, 퉁명스런 그녀는 다정다감하고 우유부단한 남편더러 이렇게 말하겠지. 과부 위로꾼아, 세상에 안 힘든 사람이 어딨어? 아,『올리브 키터리지』는 이런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야. 시작인「약국」편에서 주변인물로 나오는 올리브는 전형적인 주부상은 아냐. 독선과 상처의 심연 끝에 어떤 꽃이 피어날지 벌써 가슴이 따끔거려. 식탁 위 아프리카제비꽃, 그 청보라 꽃잎이 아직은 위태로워 보여. 자의식 강한 한 여자의 맵찬 삶이 저렇게 꽃잎 속에서 떨고 있어.

 

 

  님은 어쩌자고 이런 좋은 책을 선물로 주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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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아이즈 2012-12-02 0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3편 연작 단편 중 겨우 한 편을 읽었을 뿐인데 넘 먹먹해서 진도가 안 나가요. 진작에 우리는 왜 올리브 같은 엄마나 아내에 관한 얘기를 쓸 생각을(읽을 생각을) 못하는 걸까요? 너무 미국적 상황이라 받아들일 준비가 덜 돼서 그런 걸까요? 엄마를 부탁해, 같은 여성상이 전부는 아닐 터인데... 그래도 이토록 많은 독자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희망이 보입니다. 도무지 잠 못 이루는 밤입니다. 이 한 권의 책...

라로 2012-12-02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저는 올리브 키터리지를 여러번 읽었어요!!
님의 글은 나중에 밤에 잠자기 저에 읽을래요.
잘난척이 아니라 영어로도 여러번 읽었는데 정말 매번 같은 느낌을 받게 되는,,정말 좋아하는 책이에요!!!!>.<팜님의 리뷰를 읽게 된다는 것도 설레네요.

다크아이즈 2012-12-02 19:37   좋아요 0 | URL
나비님 역시 그렇군요. 이 좋은 책을 저는 왜 이제 알았을까요? 확실히 남성보다는 여성이 공감하기 쉬운 책입니다. 저도 힘겹겠지만 원서 꼭 사서 곁들여서 읽어볼게요. 나비님 덕에 장바구니 담습니다.

낮에 남푠이 운전하는 옆에서 <밀물>부분 읽었는데 너무 많이 울어서 점심도 못 먹고 들어와서 라면 끓여먹었네요. 적어도 올리브 정도는 돼야 여자로서, 인간으로서 공감할 수 있는 거잖아요. 이제 겨우 두번 째 파튼데 나머지 열한 개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실은 프레님이 이 책 선물로 주신 건데 너무 원망스러워요. 어쩌자고 이런 책을 주셔서 저는 연말을 어찌 보낼까요? 슬픔, 따끔거림, 분노, 위안, 조울... 모든 감정이 교차하는 12월을 이 책과 함께 해야한다니 나비님 저는 어쩌면 좋아요. 다 읽고 나면 저 넉다운되는 거 아닐까요? 간만에 책다운 책 읽는 기분. 저 기진맥진해도 좋아요.

blanca 2012-12-03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정말이지...다 읽고 나면 그냥 눈물이 나더라고요. 이제 시작하셔서 그 감동을 맛보실 팜므느와르님이 부럽습니다. 이 작가의 책은 왜 더 이상 번역이 안 되는 걸까요? 아프리카제비꽃은 어떤 꽃일까요? 올리브 키터리지를 이제 시작하신 팜므느와르님에게 감동과 재미의 앞길이 펼쳐지기를....

다크아이즈 2012-12-03 22:31   좋아요 0 | URL
앗, 블랑카님 출현하셨다. 벌렁벌렁~~(저 감동 모드입니다 ㅋ)
진짜 더 이상 번역한 거 안 나오나요?
전 착하게 쓰는 작가보다 이렇게 통찰 깊은 작가를 좋아해요.
살다 보니 취향이 같은 여러 알라디너들을 공감할 수 있는 날도 오네요.
천천히 음미하고, 느끼면서 읽을 게요.

참고로 리뷰 쓰기 전에 아프리카제비꽃 이미지 찾아봤는데 청색도 아닌 것이 보랏빛도 아닌 것이 소박하고 아담하더군요. 편편마다 꽃이 등장해주니 그거 눈여겨 보는 것도 재밌네요.
블랑카님 새 글 빨리 올려주세요. 글 잘 쓰는 우리 블랑카님...

프레이야 2012-12-03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ᆢ 제가 더 행복해지는 이 충만감은 뭐죠. 팜님 글 참말로 좋아요. 격하게 울고 웃으며 읽으실 거에요, 나머지도. 이 글 찜해두고 수시로 읽겠어요. 전 그 책 읽고 아직도 글로 풀어내질 못하고 있거든요. 뭐부터 어떻게 말해야 될지 격하게 막막해서요. 넘 좋으면 말이 잘 안나온다지만ㅎㅎ 영어문장은 더 멋질거에요.

다크아이즈 2012-12-03 22:38   좋아요 0 | URL
프레님도 벌써 영문 접수하셨군요. 도대체 프레님을 비롯 이곳 사람들은 몸이 몇 개 일까요? 저마다 할 일 잘하고, 책도 다양하게 읽고, 리뷰나 페이퍼도 멋드러지게 갈무리하고... 군계일학인 프레님... 따라 갈 수도 없지만 그렇게 하다간 제 바짓가랑이 찢어질 걸요. 좋은 책 천천히 느끼면서 읽고 있어요.
제 독서대가 요즘 호사합니다.^^* 웬만한 책은 그냥 펴서 읽는데 이 책은 독서대에 모셔놓고 읽는 중 (좀 두껍기도 하고, 섬세하고 편안하게 보고 싶어서요.)

다락방 2012-12-03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앗. 저도 이 책 정말 좋아해요, 팜므느와르님. 엄청 좋아해요. 이 책 가지고 페이퍼도 아주 여러번 썼어요. 저도 이 책 정말 좋아서 읽지도 못하면서 원서를 사두었지 뭡니까!
아직 진도 많이 못나갔다 하셨는데, 마지막 편인가, 일흔 된 올리브가 데이트하는 이야기는 아, 정말 두고두고 생각나는 엄청난 이야기에요. 휴..

다크아이즈 2012-12-03 22:48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이런이런... 스포일러마저 저를 흥분하게 만드네요.
이제 겨우 밀물, 피아노 연주자까지 읽었는데 다 좋네요. 편편마다 등장하는 인물에 다 몰입하게 되어요, 갸들이 내가 되어 스며드는 이 느낌.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같이만 쓸 수 있다면, 하는 격한 느꺼움이 마구마구 펌프질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