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는 네이버에서
식당용 화학조미료가 따로 있다는 것을 알았다. 착한 식당을 찾아나서는 종방 프로그램에서 그 실체를 알고 적잖이 놀랐다. 이 방송이 전파를 타는 날이면 식욕이 반감된다. 모든 식당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믿고 먹을 만한 식당 만나기 정말 어렵구나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밥하기 싫어하는 얼치기 주부지만 방송 후 며칠간은 웬만하면 바깥밥을 자제하게 될 것 같다.
오늘은 중국집에 관한 진실을 취재해서 보여주었다. 몰래 카메라가 비추는 주방은 경악 그 자체였다. 4인용 짬뽕을 만드는데 얼추 여섯 국자의 화학조미료를 쏟아 붓는다. 업소용 조미료가 시중에 나오는 것보다 싸기 때문에 그것을 쓰는데, 감칠맛을 내는 핵산이 덜 들어 있으니 많이 사용할 수밖에 없단다. 요리사의 익숙한 국자가 하얀 조미료 통을 왔다 갔다 할 때 심장이 벌렁거렸다. 안 쓸 수 없다면 덜 쓰는 방법도 있을 텐데 하는 안타까운 마음만 들었다. 그 모습을 보고서는 도저히 짬뽕 국물을 떠먹을 수 없겠다.
짬뽕의 얼큰한 국물도, 짜장면의 감칠맛 나는 춘장도 그 맛의 비밀 병기는 화학조미료였다. 한 프랜차이즈 중국집에서는 신선도와 제 맛을 위해 손님이 오면 요리를 시작한다고 홍보를 했다. 주방에서 비춘 카메라의 진실은 그게 아니다. 본사에서 내려온 가루 소스를 물에 개서 끓이기만 하면 완벽한 짬뽕 국물로 변신한다. MSG가 듬뿍 첨가된 인공 육수로 거짓 신선도와 맛을 선전한 셈이다.
요즘 웬만한 가정에서는 인공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건멸치, 다시마, 표고 등 천연 식자재로 육수를 내면 인공 조미료가 내는 맛과는 비교할 수 없는 진국물을 얻을 수 있다. 가난한 시절의 입맛을 대신하던 인공조미료를 쓸 이유가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하지만 식당에서 화학조미료를 쓸 수밖에 없는 이유는 ‘남는 게 없어서’일 것이다. 식당의 존재 이유가 이윤 추구이니 딜레마이긴 하다. 정해진 가격 안에선 웬만한 고객을 확보하지 않고선 천연 육수를 써서 이윤을 낼 수 없는 구조인 모양이다. 우리 입맛에 익숙한 짜장면을 인공 조미료 없이 만들 수 없다면 덜 쓰는 방법이라도 택해줬으면 좋으련만.
천연 식자재만 써도 충분히 중화요리를 만들 수 있다는 사례도 보여준다. 착한 식당으로 선정된 한 중국집 사장의 인터뷰에 눈시울이 뜨겁다. 어떤 식당에서든 오래 일할 수 없었단다. 인공 조미료를 덜 쓰려는 자신을 좋아할 리 없는 업주와의 마찰 때문이었다. 이제 자신만의 가게를 냈다. 천연 식자재로도 짬뽕과 짜장면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사장의 진심이 시청자에게도 통했나 보다. 소식통에 의하면 방송이 끝난 뒤 그 식당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단다. (모든 첫방송 뒤에는 의례 그렇기는 하다.)
상호 만큼이나 양심마저 천연으로 보이는 그 식당, 반짝 경기가 아니라 사람들이 몰렸으면 좋겠다. 단골이 적어 다소 비쌀 수밖에 없었던 짬뽕 값도 조금 내릴 수 있으면 더 좋겠다. 그리하여 착한 식당의 본보기로 안착할 수 있었으면.
그건 그렇고 양심적으로 식당을 하기엔 사회적 여건이 어려운 것인지, 식당업을 둘러싼 여러 환경이 그렇게 부추기는 것인지 여전히 궁금하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