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와서 그런지 학부모 모임도 잦다. 엄마들끼리 만나 밥 먹으면서 공감하는 시간도 무척 소중하기에 여건이 허락하는 한 참석하는 편이다. 아이가 어렸을 땐 적극성, 정보력, 경제력을 고루 갖춘 엄마들이 쏟아내는 각종 말씀들에 솔깃했다. 그들을 따라할 수도 없으면서 그때는 시샘서린 호기심으로 열심히 귀 기울였다. 아이들이 다 큰 지금은 그런 교육형 열혈 엄마들의 말씀은 숙지고, 생활의 지혜를 나눠주거나 분위기를 주도하는 엄마들 얘기에 주목하게 된다.

 

 

  오늘 모임에서 한 어머니가 우스갯소리를 한다. 초등학교 이학년 바른생활 문제를 풀어보란다. 이사 온 이웃집에서 떡을 돌렸다. 한 집에서 엄마 대신 아이가 떡을 받았다. 뭐라고 답례를 할까. 아이는 ‘뭐, 이런 걸 다…….’라고 답을 적었다나. 선생님은 당연히 틀린 답으로 처리했다. 정답은 ‘고맙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란다. 단답형 똑 떨어지는 답에 익숙한 우리의 교육 현실을 풍자한 것이겠지만 곱씹을수록 씁쓸하기만 하다.

 

 

  수학 문제를 풀어서 틀린 답이 나오면 그건 틀렸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러 답이 나올 수 있는 문제에서, 원하는 답이 아니라고 틀렸다고 할 수 있을까. 다른 답일 뿐 틀린 답은 아니질 않나.

 

 

  핀란드식 교육법이 새삼 떠오른다. 답의 옳고 그름은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다. 그들이 교육면에서 세계적으로 내로라하게 된 것은 열린 학습 방식 덕택이다. 학생들 저마다 가진 창의력과 개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최상의 환경을 만들어준다. 시험에서 정확한 답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적으면 된다. 정답을 얻는 게 목적이 아니라 답은 스스로에게 있다는 것을 깨치게 하는 게 우선이다.

 

 

  자발성이 수용되고, 자율성이 보장될 때 그 집단은 진일보할 수 있다. 핀란드의 열린 교육정책을 보면 그들의 밝은 미래가 보인다. 이것이 정답이다 정해 놓고 그 답을 찾으라고 다그치는 대신, 정답은 ‘네 안에 있다’고 선언할 수 있는 날이 우리에게도 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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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12-05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작은아이 학교에서 부산고등학교 교장샘의 강의를 들었는데
역시 감성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시더군요. 감동할 줄 아는 사람으로 키우자!! 그런..
공감능력과도 통하는 것이겠죠.^^


다크아이즈 2012-12-06 23:06   좋아요 0 | URL
맞아요, 프레님. 지식교육보다 감성교육이 훨씬 중요해요. 사물을 봐도 느낌이 없고, 대상을 봐도 사유 하나 건져내지 못하는 교육이라면 얼마나 기계적이고 삭막할까요. 공감하고 소통하는 교육보다 나은 건 없는 것 맞지요?

2012-12-05 1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05 2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05 2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06 0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2-12-06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 첫 추천은 제가 했다는 것...ㅋ
공감 가는 글이라서요.

다크아이즈 2012-12-06 23:07   좋아요 0 | URL
귀여븐 페크님, 저도 페크님 글은 무조건 추천부터 하고 본다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