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주전급 백업요원..두산 '화수분' 야구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14일 대구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과 경기에 나선 두산의 라인업은 시즌 개막 때의 주전 명단과 상당히 다르다.

개막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이종욱, 고영민, 최승환 등은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됐고 김동주와 최준석 등 중심 타자도 최근 작은 부상 때문에 빠졌다.

대신 정수빈, 오재원, 용덕한, 민병헌, 이원석 등이 타석에 들어섰다. 마운드도 홍상삼, 임태훈, 고창성, 이용찬 등 신인급들이 책임졌다.

이름값으로만 경기한다면 승리하기 어려운 면면인 셈. 하지만 두산은 삼성을 5-1로 물리치고 4연승을 달리며 리그 1위를 굳게 지켰다.

두산은 몇 년 전부터 이런 '주전급 신인'의 덕을 톡톡히 봤다. 주전들이 부상과 FA(자유계약선수) 등으로 빠져나가도 '화수분'처럼 끊임없이 2군에서 올라오는 젊은 선수들 덕에 탄탄한 전력을 유지했다.

다른 7개 구단도 열심히 2군 선수들을 조련한다. 하지만 유독 두산에 '준비된 예비 주전'이 넘쳐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박종훈 두산 2군 감독은 이에 대해 "무엇보다 2군 선수들이 희망과 의욕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김경문 감독님이 무한경쟁을 모토로 삼아 실력 있는 2군 선수들을 과감하게 기용하기 때문에 2군 선수들은 '나도 잘만 하면 1군에서 뛸 수 있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훈련한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은 "덕분에 1, 2군 선수들 간에 실력차이가 크게 줄어들게 됐다"며 "또 1, 2군 코칭스태프가 긴밀하게 의견을 나눠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 나간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김 감독은 2004년 두산 감독으로 부임한 후 선수들 사이에 끊임없는 긴장 관계를 유도했다. 한 포지션에 2명 이상의 선수들이 경쟁하도록 했고 나이나 명성보다는 실력을 우선시했다.

올해는 제대 후 돌아온 손시헌을 비롯해 이원석이 홍성흔(롯데)의 FA 보상 선수로 내야에 가세했다. 신인 정수빈과 군 복무를 마친 임재철은 외야수로 보강됐다.

투수도 마찬가지로 이용찬, 고창성, 홍상삼 등이 기둥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기존 주전들로서는 원래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아울러 두산 2군의 운영 시스템이 비교적 잘 갖춰진 것도 신인 선수 육성에 도움이 되고 있다. 두산은 경기도 이천에 숙소와 운동장 등이 완비된 2군 구장을 갖추고 있다.

박 감독은 "선수들이 마음껏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이 잘 마련됐다"며 "또 2군 코칭 스태프가 남다른 열정으로 선수들을 이끌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두산은 일부 구단과 달리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인을 선발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곧바로 실전에 투입해야 한다는 부담감 없이 몇 년 동안의 계획에 따라 선수를 조련한다. 대형신인이라고 할지라도 1년 정도는 2군에서 담금질을 시킨다는 원칙이다.

김현홍 두산 스카우트팀장은 "고졸 선수는 체력이 딸리기 때문에 곧바로 1군에서 활약하기는 힘들다"며 "지금 당장보다는 2~3년 이후의 잠재력을 살펴보고 선수를 뽑는다"고 전했다.

고창성, 임태훈, 홍상삼, 정수빈, 민병헌 등을 직접 뽑은 김 팀장은 "곧바로 1군에 투입하려고 급하게 서둘러 뽑은 선수는 하나도 없다"며 "다만 이용찬, 성영훈 등 대어급 신인은 1년 후 1군에서 뛸 것을 염두에 두고 뽑았다"고 말했다.

두산 스카우트팀은 해마나 신인을 뽑고 나면 2군 코칭스태프를 모아 놓고 브리핑을 한다. 해당 선수의 장단점과 특성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는 자리를 통해 스카우트팀과 코칭스태프가 밀도 있는 의견을 나눈다.

 

특히 두산의 스카우트팀은 외부의 간섭이나 압력 없이 순수하게 실력만 놓고 선수를 평가해 선발한다고 알려졌다. 김 팀장은 "'낙하산' 선수는 한 번도 지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김태룡 두산 운영홍보부문 이사는 "2군 선수들은 3년 전부터 일본 미야자키에서 일본 독립리그 팀 등과 교육리그를 벌이고 있다"며 "이런 경험이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출처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001&aid=0002715276& 

 

 

 

이 기사는 조금 시간이 지났지만 몇 번을 곱씹어 봐도 의미 있게 다가온다. 한국이라는 좁은 땅덩어리에서 그것도 자본의 위력이 대단한 프로야구 판에서 특정 구단의 운영방식을 보여주는 기사만으로 생각하기에는 아까워 보인다. 더불어 어제 허구라(허구연) 해설위원의 두산, 기아의 잠실 경기 해설에서 했던 말까지 생각난다.

'중견수 플라이를 정수빈 선수가 수비하는 모습을 자세히 보시기 바랍니다. 좌익수 김현수 선수가 꽤 먼 거리를 달려와 정수빈 선수 근처까지 와 있죠. 야구의 기본 입니다. 평범한 외야수 플라이라도 백업으로 선수가 따라 붙으면 혹시 일어날 에러에 대처가 빠르고 그 만큼 에러로 일어나는 손해를 줄일 수 있죠. 두산이 저렇게 기본이 되어 있는 팀입니다. 우리나라 프로구단 중 저렇게 기본적인 방식을 고수하는 구단은 두산 말고는 없습니다. 저런 모습 하나하나가 지금의 두산을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죠.'

그냥 자연스럽게 두산 이라는 프로야구 구단의 코칭스텝과 프론트 운영방식을 사회 전 분야에 대입해보는 상상을 해본다. 꽤나 효율적인 결과가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런 모습 하나하나로 인해 야구를 하는 고교선수 학부형들이 제일 선호하는 구단이 두산이란 이유가 이해가 된다.

배경이나 줄 없이 오로지 실력으로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준다는 것. 이상주의자들의 꿈에 불과할 거라 생각하는 모습이 지금 야구장에서 현실로 벌어지고 있다. 



뱀꼬리 : 어제 허구라 해설위원의 말씀 중에 또 하나 귀 담아 들은 내용.
“두산 선수들 정말 열심히 뛰죠. 부지런하고 훈련도 열심히 합니다. 왜 그런지 아십니까. 달 감독(김경문 감독)이 게으른 선수 노력 안하는 선수 싫어합니다. 감독은 구단에서 한 나라의 대통령, 기업의 CEO와 같은 존재입니다. 감독 눈에 들려면 어떻해야 할까요? 열심히 뛰어야 합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지금 뭥미...?? 삽질이나 해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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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6-17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피님 만쉐!!

레와 2009-06-17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피님 만쉐!! _2 :)

비로그인 2009-06-17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종종 들르는 곳인데요. 코드가 좀 맞으실 듯 합니다.
http://grands.egloos.com/category/%EC%95%BC%EA%B5%AC%EC%86%8C%EC%8B%9D

이리스 2009-06-19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삽~ 두 삽~ -_-;;
 

1.
어제 비가 좍좍 내려주는 바람에.
두산은 6회까지만 경기하고 승수를 챙겼고
그에 비해 엘쥐는 6회까지만 경기하고 완봉패를 당해버렸다.(룰루랄라)
럭키가이 홍33은 5회와 6회 무너지는 모습을 많이 보여줬는데
어제 비로 인해 4승 무패의 기록을 쌓아가고 있다. 신인인데 말이다.
거기다 종박의 불운한 부상을 수빈어린이가 이리도 기가막히게 잘
지탱하고 있고 어젠 슈퍼맨마냥 다이빙 캐치가 아닌 플라잉 캐치로
안타하나 막아주더라.

사실 어제 경기의 압권은...두목곰의 도루였다는..
동주씨 덩치있는 파워히터이기에 발은 당연히 느리지만 쿵쿵쿵 뛰어
아웃 타이밍을 교묘한 매트릭스 슬라이딩으로 엘쥐 내야수 헛태그하게 만든
솜씨는 레오가 살 좀 찌고 야구하는 모습 그대로였다.  

 

음..저건 보통 센스가 아니야... 


암튼 주전급 줄부상으로 위기의 두산이지만 어제 경기로 다시 1위등극...
1군과 2군의 간극이 극히 미묘하기에 전부 주전급을 능가하는 화수분같은
선수층은 분명 두산의 커다란 장점 중에 하나일 것이다..

더불어 두산 스카우터들의 눈썰미도 대단하다고 밖에....
남들 다 버리는 신고선수 다수를 특급으로 키워낸 걸 보면 선수의 자질도
자질이지만 코칭스테프와 스카우터의 조련(?)과 선발 솜씨는 구단내 최정상이라고
밖에 설명이 안된다.

2.
뭐 일이야기..겠지..
코딱지만한 대지에 코딱지만한 아파트를 성남에 세우는데 초반부터 아주
진상짓을 펼치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 변경은 밥 먹듯이 하고 검토 제대로
안해 미스 사항 계속해서 발생하는 상황. 우스개 소리로 아마도 그쪽에
"이 산이 아닌가벼?"를 존나 외쳐대는 똘아이 나폴레옹이 존재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퇴근은 그날 퇴근 힘들고 매일 철야 야근의 연속...

이런 와중에 3개월 전부터 사달라고 조르는 노마딕 가방 하나를 덥썩 사주는
마님은 천사 중에 천사다.(펀샵에서 세일하는 기회를 노렸다.) 




3.
오늘은 아마도 무지 시끄러운 하루가 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역시나 사무실에서 한발자국도 못 나갈 팔자겠지만. 다치는 사람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다. 더불어 요즘 넷을 뜨겁게 달구는 "듣보" 공방은 지루한
일상에  재미를 선사해주고 있는 상황. 더불어 이번 사태의 결국 리모콘 조종자
일수밖에 없는 그 인물의 행태에 대해 어이없어 실소가 나온다.

대체 김회장님은 자식교육을 어떻게 시켰길래 애가 저리 개망나니 짓을
하는지 모르겠다. 응삼이와 일용이는 뭐하는지 모르겠다. 친구가 나쁜 길로 빠지는데
양촌리 청년회의 이름을 걸고 동구밖으로 끌고 가 매타작이라도 벌려 사람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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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9-06-10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마딕 가방을 사주었다고 기뻐하시는 님의 모습이 참 좋아보여요.
그런데 저 가방이 왜 좋은 가요?

Mephistopheles 2009-06-13 10:02   좋아요 0 | URL
가방 안에 수납공간이 제법 많습니다.^^ 뭘 수납해야 하는지 설명서도 있고요..^^

카스피 2009-06-10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가방 멋지네요^^

Mephistopheles 2009-06-13 10:06   좋아요 0 | URL
그런데..생각했던 것보다 크더군요..^^ 한치수 작은 것도 있긴 한데..그건 검정색이 품절이라서..

무해한모리군 2009-06-10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두산팬?
그렇다면 매피님과 저는 두산팬, 관악구 거주, 건설업 종사(물론 전 건설회사에서 세무일을 하지만^^) 이런 공통점이 오호!!

무스탕 2009-06-10 18:12   좋아요 0 | URL
알라디너라는 공통점도 있지요 :)

Mephistopheles 2009-06-13 10:06   좋아요 0 | URL
혹시가 아니라 역시입니다. 원년부터 두산이었다죠. 원년 우승 때 한국시리즈 마지막 경기 김유동 선수가 친 만루홈런이 제 코앞에 떨어졌었습니다..으흐흐 그 날 난리 났었죠..

레와 2009-06-10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먹는도먹는게아니야.

(요즘 회사 개밥에 엄청난 테트리스를.....;; )


그래도, 어제 롯데가 이겨서 기쁘요!! 헤헤~

Mephistopheles 2009-06-13 10:08   좋아요 0 | URL
요즘 롯데의 상승세가 대단하긴 한데...여전히 불펜에선 불을 싸지르더군요. 13점을 얻으면서 9실점을 했다는 건 따지고 보면 결코 좋지 못한 경기내용이기도 하니까요. 분명 상위팀 도약을 위해선 한 점 승부나 뒷문 단속이 중요한데 롯데는 올해 그 뒷문이 너무 허술하더라구요..^^

무스탕 2009-06-10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자나도 오늘 엄마가 외출할 계획이 있으시다 하길래 날짜를 바꾸지.. 하고 걱정했어요.
괜히 기운 없는 노인네 본의 아니게 휩쓸리실까봐요..

Mephistopheles 2009-06-13 10:09   좋아요 0 | URL
상황을 보니 그 옛날 일본 순사나 공안경찰 저리 가라로 시위와 상관없는 시민들도 잡아들이나 보더군요.. 아주 경찰의 위신이 땅에 떨어졌죠.(뭐 위신이 언제 있었기나 헀겠지만요)

비연 2009-06-11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호. 두산 화이팅~ 저 오늘 두산:LG 경기 고고씽합니다~

Mephistopheles 2009-06-13 10:10   좋아요 0 | URL
으..손션 3타점 삼루타와 민뱅의 결승타로 이긴 4:3 박빙승부 보고 오셨겠군요..^^

순오기 2009-06-11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용삼이도 늙어서 심(힘) 읎나 봅니다.ㅜㅜ
어떤게 명품인지도 모르니 노마딕이란 이름도 첨 들어봅니다.
마님은 마당쇠를 엄청 사랑하시나 봅니다~ㅋㅋㅋ

Mephistopheles 2009-06-13 10:10   좋아요 0 | URL
노마딕은 명품이라기 보단 그냥 실용적인 가방 메이커에요. 그리고 마님은 아마도 하도 조르니까. 귀찮아서라도 옛다 이거 받고 조용히 좀 지내라..개념일지도..ㅋㅋ
 

[한겨레] 노무현 전 대통령을 보내며 정기용/건축가

“기자회견 하겠다” 간청하자 “참아라”

지붕 낮은 집을 원한 대통령

5월 23일 토요일 하루 종일 찌푸린 하늘아래 가랑비가 흩뿌렸다. 가슴이 에린다. 끊임없이 눈물이 고인다. 부엉이바위는 계속 내 눈 앞에 나타나 시야를 흐리게 한다. 믿을 수 없는 것을 믿어야하고, 지금 떠나서는 안 되는 분을 떠나보내는 사람들의 심경을 어떻게 다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그래도 꼭 그렇게 해야 한다면 오늘 나는 고백해야만 한다. 그동안 가슴속에 꾹꾹 참아왔던 이야기들을 털어놓아야만 하겠다.

마지막 가시는 길을 위해 나는 두 가지를 밝힌다. 한가지는 세상 사람들이 텔레비전 카메라를 통해서 바라보는 봉하마을 사저에 관한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대통령이라기보다는 귀향한 한 농촌인으로서 ‘농부 노무현’이 꿈꾸던 소박한 세계를 알리는 것이다. 오늘의 이 비통함과 가슴 저리는 심경 속에서 우리가 갖춰야 되는 최소한의 예의는 고인에게 끈질기게 따라다녔던 왜곡된 사실들을 바로잡아 주는 것이다. 봉하마을의 사저는 내가 설계했기 때문에 내가 제일 잘 안다. 노 전 대통령의 자택은 흙과 나무로 만든 집이다. 그런데 항간에서는 ‘봉하아방궁’이라는 말로 날조해서 사저를 비하했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나는 대통령에게 내가 나서서 기자회견을 해야겠다고 간청했다. 그러나 대통령은 그래봐야 아무소용이 없으니 참으라고 하셨다.

노 전 대통령을 처음 만났을 때, 그는 귀향 이유로 “아름다운 자연으로 귀의하는 것이 아니라 농촌에서 농사도 짓고 마을에 자원봉사도 하고, 자연도 돌보는 일을 하고 싶다”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옛날 우리 조상들이 안채와 사랑채를 나누어 살았듯이, 한 방에서 다른 방으로 이동할 때는 신을 신고 밖으로 나와서 이동하는 방식을 권유했다. 대통령은 흔쾌히 동의하셨다.

그렇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 나라에서 권위주의를 물리치고 민주주의를 확장한 분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세상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는 것은 사람들에 대한 배려이다. 건축가는 안다. 건축주가 누구이며 집을 통해 무엇을 실현하려는지.

노무현 대통령은 결국 “지붕 낮은 집”을 베이스캠프로 삼아 봉하마을 주민들의 농촌소득 증대사업을 유기농법으로 전환시키고, 봉화산과 화포천 일대의 자연환경을 보존하고 치유하며, 궁극적으로는 청소년을 위한 생태교육의 장을 만들고자 하셨다. 재임 시절 풀지 못한 숙제 중 하나인 농촌 문제를 스스로 몸을 던져 부닥치려는 대통령의 의지는 퇴임 뒤 일년 내내 쉴 새 없이 지속되었다. 마을 뒷산 기슭에 ‘장군차’도 심을 예정이었고, 마을 마당 앞뜰에는 특산물매장도 꾸리고 ‘노무현표’ 쌀도 팔 계획이었다. 특히 마을장터 지하 쪽에 작은 기념도서관 건립도 꿈꾸고 계셨다. 민주화운동 시절 당신이 가까이했던 민주주의에 관한 책들, 당시 젊은이들의 양식이었던 모든 책들을 모아 작지만 전문적인 ‘민주주의 전문도서관’을 구상하고 계셨다. 농사도 짓고, 자연과 생태를 살리고, 나아가서는 봉화산자락 부엉이바위 밑에 작은 동물농장을 만들어 청소년들과 함께 하려는 생각들이 바로 인간 노무현 대통령이 꿈꾸던 소박한 꿈들이었다. 그리고 틈틈이 폭넓은 독서에 빠져 통치시절을 정리하며 집필 작업에 임하셨다. 독서와 토론은 노무현 대통령이 봉하마을에서 즐기던 값진 삶의 한 부분이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뒤로하고 대통령은 결국 우리 곁을 떠나셨다. 그것은 내 탓이다. ‘산은 멀리 바라보고 가까운 산은 등져야한다’는 조상들의 말을 거역하고 집을 앉힌 내 탓이다. 봉화산 사자바위와 대통령이 그토록 사랑하던 부엉이바위 가까이에 지붕 낮은 집을 설계한 내 탓이다.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보자. 그가 목숨을 던져 우리들에게 남긴 질문들을. 한국 현대사 속에 심연처럼 가로놓인 질곡, 멍에, 허위의식, 인간의 탈을 쓴 야수성들. 이 모든 것을 안고 간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나는 순교라고 밖에 달리 부를 말이 없다. 나는 부엉이바위 밑에 만들 동물농장 그림을 보여주기로 한 약속을 못 지킨 채, 지금 봉하마을로 내려간다. 대통령은 지금도 바로 거기에 계시므로.

정기용/건축가

세상을 보는 정직한 눈 <한겨레> [한겨레신문 구독 | 한겨레21 구독]

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356918.html 

 

 




 

나야 저 분처럼 흔히 말하는 1류 건축가의 범위는커녕 2류도 안 되는 3류 나부랭이 건축을 하는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아 기사를 스크랩했다. 지금이야 대단위 공동주택(아파트)이 주 업무가 되어 있지만 과거 조금 조금한 건물들을 지어주며 건축주들과의 대면이 종종 있어 왔었다. 어찌되었던 그들은 그들 소유의 땅에 그들에 기거할 집이나 혹은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임대성 건물을 짓기 위해 우리를 고용한다. 고용된 입장에서 고용자가 원하는 요구조건을 100% 만족할 수 있게 들어주는 것이 인지상정이고 당연한 일이다. 이 부분이 확대 해석되어 건축설계는 서비스업으로 분류가 된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참 여러 유형의 건축주들을 만났던 기억이 난다. 업계 내 위치를 감안해 사회적 명사나 유명인물을 건축주로 만난 적은 결단코 없었다. 단지 돈이 좀 있는 지역의 유지들이나 혹은 소장들의 개인친분으로 어느 정도 사회적,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죄송한 말이지만 내가 만났던 건축주들 중 지적인 면이나 품위나 고상과는 좀 거리감이 있었던 부류들이 전부였다. 이런 판단은 다른 것도 아닌 설계를 하는 건물에서 나타나곤 한다.

임대용 목적으로 주택을 지을 때 그들의 주문은 기가 막힐 정도로 일관적이며 대동소이하다. 1)건폐율, 용적률 법정 허용 면적 최대한 찾아먹을 것. 2)자재는 최대한 저렴한 것, 공기(공사기간)는 최대한 단기로 잡을 것. 3) 1층 주차장은 건축법적 과정을 거친 후 임의용도변경이 가능할 수 있도록 가변적인 자재를 사용할 것. 4)설계비는 당연히 수시로 요구하여 깎아내고 에누리 퉁 칠 것.

자신이 살 집을 설계하는 경우도 크게 다를 바는 없다. 실과 실들의 유기적인 조화나 주변의 내외적은 환경과 조화로운 건물의 구성보다 남에게 과시를 하기 위해 어디서 들고 왔는지 모를 외국어 잔뜩 써진 건물사진과 실내사진을 들고 카피를 요구하는 경우도 종종 있곤 했다. 아마 은행잔고가 곳간에 쌓아둔 곶감 빼 먹듯 빼 먹어도 티가 안날 정도로 부를 소유하고 있었다면 건물 전체를 금도금을 해달라고 할 정신상태의 소유자들이 많았다.

그러니까 다시 생각해보면 이 분들은 건물을 짓는 가장 기초단계인 설계를 시장판 물건을 사는 것과 다른바 없이 보는 시각을 소유하고 있는 것. 조금 더 원초적으로 싸잡아 폄하 하면 이런 건축주들에게 쾌적한 환경과 건축물로 이루어지는 공간의 유동성과 역학성 따위는 개밥그릇의 뼈다귀만도 못한 존재라는 사실. 아주 노골적으로 간단히 표현하자면 그냥 돈만 좀 쥐고 있지 교양이나 지적인 수준은 청와대 하수구보다 더 지독한 냄새를 뿜고 있는 지경이라고 보면 된다. 

이와 반대로 내 선배가 만난 건축주 한 분의 의뢰는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 건축주는 강남의 졸부도 아니고 그냥저냥 자수성가한 성실한 분이셨다고 한다. 너무 세속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이슬만 먹고 사는 그런 부류의 위치도 아니었다고 한다. 재미있는 건 이 분의 설계의뢰를 받고 건물을 설계하며 그 선배는 그 분께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한다. 꼼꼼하고 세세하게 사람을 피곤하게 하긴 했지만 전문적인 지식용 단어를 나열하지 않고도 그 분은 자기와 자신의 가족이 살 집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해주고 또 해주었다고 한다. 예를 들면 자기의 아내는 키가 작아 싱크대는 좀 낮은 걸로 설치해 줄 것. 침실에 붙은 발코니는 화초를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온실의 기능이 가능하게 해 달라.  피아노 치기 좋아하는 작은 딸을 위해 작은 딸 방은 조금 크게 만들어 달라. 등등.. 세세하고 꼼꼼하게 가족을 위한 배려를 끝도 없이 요구하고 설계에 반영해주기를 건물이 완공되는 그 순간까지 요구했다고 한다. 그리고 건물이 완공되고 이사를 하고 그 선배를 초대해 예쁘게 집을 지어줘서 고맙다며 밥 한 끼  술 한 잔 대접하며 깊은 유대관계를 아직까지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기사를 읽으며 난 건축가 정기용씨가 느꼈을 공허함이 감지된다. 아마도 그는 내 선배처럼 배울 것이 많고 지속적인 교류가 가능한 마음이 통하는 건축주 한 사람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돈줄이 되어 지속적인 이윤의 추구해주는 세속적인 것 말고 그 반대적인 개념으로 느껴지는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내가 하는 일을 인정해주고 믿어주고 더 나아가 설계의뢰를 통해 자신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건축주. 건물로 말하면 건물을 지탱하는 기둥이 송두리째 뽑혀버린 기분. 평생 설계로 밥 벌어 먹고 살아도 한 명 만나기 힘든 그런 사람을 잃었다는 상실감이 절절히 느껴진다.

바라건대 그 분이 존재유무를 떠나 원래의 순수한 목적을 잃지 않고 그 분의 고향이 농촌 발전의 하나의 마스터플랜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계속 발전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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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치 2009-05-26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출근하면서 버스에서 이 글 읽었는데, 저도 "건축가는 안다..." "조상들의 말을 거역하고 집을 앉힌 내 탓이다" 하시는 부분에서 그냥 흑흑 느껴 울고 말았어요...

L.SHIN 2009-05-26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기사의 건축가분의 안타까운 마음도 메피님의 마음도 느껴지는 글이었습니다.

마냐 2009-05-26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터져나오는 통곡 하나하나 예사롭지 않슴다. 가슴 아프고, 미안하고. 죄스럽고.

건우와 연우 2009-05-27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꾸 눈물이 났습니다. 그와 손한번 잡아본적도 없는데 조문이라도 하지 않으면 두고 두고 마음이 정리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맥거핀 2009-05-28 0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러가지로 공감합니다. 사람의 자취는 그가 지나간 모든 것에 남는 것이겠죠. 냄새나는 사람들이 지나간 곳은 더러워지죠. 그런 사람들은 더러워진 곳을 콘크리트로 덮고 없애려하죠. 그리고 향기로운 사람이 지나간 곳은 아무리 없애려해도 향내가 남아있는 법이겠구요. 하아.
 

    

 돌이켜 생각해봅시다.
나는 어떤가..
내 주변 사람들은 어떤가..

나는 얼마나 정의로왔던가..

 

알죠 그럼요..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죠. 
더불어 지금의 현실이 그 때로 다시 돌아가려는 것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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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니가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냐?
    from 재능없는 리플리 씨 2009-05-25 23:23 
    지난 촛불 정국 때 집회에 참여 하면서 친구들에게도 동참을 권유했습니다. 처음엔 망설이던 친구들도 나중엔 동참하였는데 몇몇은 냉소적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런 친구들은 촛불로 세상이 달라진다는 확실한 보증이 있어도 나오지 않을 사람들입니다. 그저 방관하면서 냉소적 발언을 지껄이는 것으로 '나는 남들과 좀 다르지.'라는 자뻑에 빠질 뿐 입니다. 이런놈들이 보면 투표도 안하거나 하더라도 한나라당을 찍어주곤 합니다.   전
 
 
[해이] 2009-05-25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봤습니다. 정말 좋은 동영상.

비로그인 2009-05-25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번째 영상은 지난 촛불정국 때 봤었는데 첫 번째 영상은 처음 보네요.

'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은 못참는 청년들'이란 말을 얼만큼 받아들이고 성찰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네요.

paviana 2009-05-25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분 어디서 강의하시나요? 팬이 되버렸어요.
근데 학원강사시겠지요? 우리 교육의 슬픈 현실이에요.

세실 2009-05-26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의 참 멋지게 하시네요. 처음 뵙는데 누구신가요?

[해이] 2009-05-26 22:44   좋아요 0 | URL
이현 이라는 윤리강사인데 저도 학창시절에 그 명성 익히 들었습니다. 전 사회탐구영역에서 윤리를 공부 안해서리 저 사람 강의를 못들었는데 상당히 유명한 분입죠...
 
마태우스님과 함께 하는 여성희망캠페인 "100인 기부릴레이"

눈물. 후회, 애도, 복수...???
난 차라리 현 정부가 없애버리거나 축소해 망가트려 논 예산안으로 힘들게 사시는 혹은 도움이 필요한 분들의 자그마한 힘이 되주기로 정했습니다. 죽은 자식 불알 만지는 것만큼 부질없는 짓도 없습니다. 전 지독히 현실적인 입장만을 고수하기로 했습니다.

오늘도 출근해서 프로페셔널(돈엔 절대 프로가 아니고 일만 프로)하게 일하는 일벌레 메피스토는 그리하여 벌써 2년째 마주치는 미녀 윤대리님의 100인 기부 릴레이에 동참합니다.

그 분의 죽음에 묻어가려는 의도나 편승하려는 검은 속내가 아닙니다 오해들 마시기 바랍니다.  저 역시 대단한 충격이었습니다만....그냥 공황상태에서 허우적거리기에 공사가 다망한 입장입니다.나름 이런저런 잡생각 참으로 많이 했습니다. 결론은 현실적인 방법을 택하자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앞으로 행하는 모든 말과 행동 중 그 중의 한가닥으로 잡은 것이 이런 기부라고 봐주시기 바랍니다.

어쩌면 정말로 그 분이 민중에게 원하셨던 건......이런 걸지도 모릅니다. 이념이나 지역, 파벌에 상관없이 더불어 같이 살아가는 세상.. 그리고 상식과 원칙이 통용되는 세상..


뱀꼬리1 : 사실 다른 것도 아니고 미녀이면서 더군다나 재미있기까지 하신 미녀 산사춘 윤대리님이 옆구리를 찌르시니 전 그냥 스르르 무너져 기부를 할렵니다. 기부하시고 나서 시간이 흐른 후 아리따운 미녀 윤대리님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어요~~~

뱀꼬리2 :

 

예....졸라 부끄럽습니다..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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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5-24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끄러움을 모르는 짐승들이 부끄러움을 아는 한 인간을 그동안 너무도 괴롭혀왔죠.

하나의 실천이 분명 더 나은 결과를 불러 올 것이라 믿고 응원합니다.

[해이] 2009-05-24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끄럽습니다ㅠ

짱꿀라 2009-05-24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네르바의 말이 기억납니다. '대한민국을 떠나고 싶다고......'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것이 이렇게 부끄러웠던 적이 없었습니다.

paviana 2009-05-25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미녀윤대리님에세고 가 봐야 되는군요.
어쨌든 죽엽청주나 고량주가 필요한 날들이에요.

산사춘 2009-05-25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울하게 컴퓨터 돌리던 미녀 윤대리, 메피님 덕분에 정신 돌아왔습니다.
구호 함 외치면서 기운 내겠습니다, 두루두루.
언제나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