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금 박스세트 Vol 4 (49부~54부) - 일반판
이병훈 감독, 이영애 외 출연 / 에스엠픽쳐스(비트윈)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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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허준은 처음부터 보질 못해서 집중도가 좀 떨어졌지만, 대장금은 처음부터 끝까지 즐긴 드라마였기 때문에 애정도가 남달랐다.  가히 국민 드라마라는 말이 과찬이 아닐 만큼 온 국민이 열광했고, 장금이를 즐겨보지 않더라도 장금이를 모르는 없을 만큼의 인기 폭발을 가져왔었다.

이 작품이 남달리 좋았던 것은 흔히 '성공'으로 대변되는 남성 캐릭터가 아니라, '성장'하는 여성 캐릭터를 앞세웠고, 그리고 그것이 사극이라는 점이 더 즐거웠다.  조선시대 사극하면 언제나 궁중암투가 먼저 생각났는데, 이 작품은 '전문여성'을 앞세웠고, 또 주인공뿐 아니라, 한상궁이라는 '스승'이자 '어머니', 그리고 함께 '성장'하는 여성을 나란히 대치시키면서 또 한번 발상의 전환점을 가져다 주었다. 

그래서 장금이와 한상궁이 땅속에 파묻은 편지 한장으로 서로가 찾던 사람임을 알아차리는 장면에선 '카타르시스'마저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 지진희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는데, '로맨스'를 그저 사랑의 이야기로만 치장한 것이 아니라 일종의 '신뢰' 위에 쌓았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마지막에 이르러 두 사람이 서로 만날 때에는 장금이만 우는 것이 아니라 나도 같이 기뻐서 울 수밖에 없었다.

제왕절개와 같은 시술은 쫌 너무 앞서갔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인간' 중심의 사고관들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그래도 의녀 장금보다는 수랏간 장금이가 더 매력적이었다.)

여기에는 이영애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의 힘도 무시 못할 것이다.  '산소'같은 여자로 이름을 떨쳤던 그녀는 단아하면서 똑부러지는 느낌을 주어 한복을 입혔을 때 고전미가 물씬 풍기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주는 배우였다.

여기에 또 디지털 기술이 한몫을 해냈는데, 과거에는 한복을 입고 단체로 있는 모습을 보면 한복의 보색 색감이 촌스럽게 보였는데, 이제 디지털 화면은 그 색감을 거의 포토샵으로 보정을 준 것 같이 선명한 느낌을 주어 군집된 화면에서 오히려 더 자유스러움과 집중력을 보여주었다.

음악도 놓칠 수 없다.  이시우 음악감독은 고전에서조차 현대적 감각을 잘 포개어 놓아 퓨전음악으로서 국민적 관심을 한몸에 받고 말았다.(최근엔 뮤지컬 바람의 나라에서 음악 감독을 맡아 역시 고전과 현대의 균형을 제대로 맞춰주었다.)  작품의 긴장감이 높아가면서 음악도 적절히 긴장감 있게 변하고, 갈등이 해소되는 순간 다시 처음의 밝은 느낌의 음악으로 돌아가 음악이 극의 흐름과 밀접함을 증명해 주었다.

이 작품 이후 서동요는 대장금의 그 스텝이 만들었다는 것이 안 믿겨질 만큼 엉성한 느낌을 주었지만, 색깔과 음악은 여전히 발군의 능력을 보여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제는 조선시대 사극이 별로 인기가 없지만, 불멸의 이순신과 함께 내게 있어 최고의 조선시대 사극으로 꼽히는 작품으로 대장금은 계속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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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타닉 디럭스 콜렉션 에디션(3disc)
제임스 카메론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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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년도에 이 영화가 개봉했을 때 그 입소문은 참 대단했었다.  친구랑 이 영화 보겠다고 점심 값 아껴 극장으로 달려갔고, 3시간이 넘는 시간이 후딱 지나가서 아쉬움 남기고 일어섰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비디오로 출시되었는데, 그 무렵에는 비디오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두장짜리 이 작품을 100질을 들였는데, 그거 대여하고 회수하느라 꽤 애먹었다.  100장을 다 소화할 수 없으므로, 나중엔 예약 판매를 했다.  당시 내 친구가 생일 선물로 이 작품을 만원에 사주었다.  중고였지만 얼마나 기뻤던지...

이렇게 DVD로 더 땟깔나게 소장할 수 있는 때가 온다는 것을 그때는 절대 몰랐더랬지..ㅡ.ㅡ;;;; 뭐, 지금도 소장하고 있는데 나름대로 추억의 물건이다. ^^(먼지 타는 게 흠이지만...;;;;;)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그때도 꽤 좋아했고, 지금도 역시 좋아라 하지만, 이 작품에서 베스트 캐스팅은 여주인공 케이트 윈슬렛으로 보인다.  레오는 멋졌지만, 이 작품 속에선 여주인공의 포스에 좀 밀렸다.  일단 체격부터..;;;;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세간에서 어떻게 평가받는지 나로선 잘 모르겠지만, 난 그의 작품에서 항상 '휴머니즘'을 느꼈다고 생각했다.  오락 영화의 대명사였던 터미네이터도 마찬가지였고, 이 작품도 화려한 캐스팅과 볼거리에 가려져 있지만 그 안에 담겨진 메시지는 눈물겨웠다.  봉준호 감독이 새로 연출할 "설국열차"가 타이타닉과 비슷한 설정이지 않을까 짐작이 되기는 하는데, 하여튼 이 작품 보면서 참 코끝이 찡한 장면이 많았었다.

두손 꼭 잡고 함께 죽음을 기다린 노부부가 그랬고, 믿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달려온 로즈가 그랬고, 꼭 살아야 한다고 죽어가는 와중에 약속을 다짐하던 잭이 그랬다.  그러나 나를 가장 울린 장면은 모두가 살기 위해 아둥바둥칠 때 그들의 평온을 기원하며 연주하던 노신사들이었다.  그들이 이제 그만하자고 일어섰을 때, 한 바이올리니스트가 그대로 남아 연주를 하자, 가려던 자들도 다시 돌아와 연주를 이었다. 그때 노래가 찬송가 "내 주를 가까이 하려 함은"이었는데, 영어판 노래는 어떨 지 모르지만 와락  눈물이 터져나오는 순간이었다.  수년이 지났지만 다시 보아도 그 장면은 여전히 찡했다.

1등실 손님과 3등실 손님을 죽음의 위협 속에서도 차별하는 세상.  그건 백년 전과 백년 후인 지금도 사실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그나마 여자와 아이 먼저 구명보트에 태워주었던 그 마음만은 여전히 박수를 보낼 만하지만, 지금도 과연 그러한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이 영화에 사용된 배는 실제 타이타닉호의 90% 크기라고, 예전에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본 기억이 난다.  진짜 타이타닉호는 정말 무식하게 컸다.ㅡ.ㅡ;;;

노래 얘기도 빠질 수 없는데 셀린디옹의 뮤직비디오는 사실 무서웠고...(어찌나 힘주어 부르던지 정말 무섭더라..;;;) 그보단 거기에 사용된 악기 소리가 너무 좋았다.  오카리나였던가? 인공의 느낌이 적은 소리여서 참 맑게 들렸다.

작품 안에 로맨스와 휴머니즘과 액션, 재난, 기타등등이 다 담겨 있어, 여러 장르의 영화를 한번에 보는 느낌을 줄곧 받게 된다.  여러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달렸는데,그 토끼를 다 잡은 느낌이랄까?  감독 제임스 카메론은 천재다. ^^ 후속타가 안 나와서 좀 수상하지만.

엔딩에서 바다 속으로 빠지는 목걸이가 참으로 슬펐다... 그에 얼마 짜린데..ㅠ.ㅠ 영화적 재미를 위해서겠지만, 그거 팔아 좋은 일에 쓰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사실은 98년도에도 똑같은 생각을 했더랬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는, 대중적인 블록버스터를 유독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주인공이 싫다던가, 모두가 열광하니 괜히 보기 싫다던가.. 이런 이유를 대는데, 사실 잘 이해가 안 간다.  많은 사람이 보았다고 해서 잘 만들어진 영화란 법은 없지만, 적어도 가문의 부활 시리즈 같은 영화가 아닌 것을 분명히 알 텐데 왜 열어보려고도 하지 않을까.  개인차니 어쩔 수 없지만, 이 좋은 작품을 안 본 사람들이 나로선 좀 답답하다.  정말 재밌고, 정말 좋은 작품이라니까.. .많이들 보세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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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06-10-07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잭이 로즈 구명정에 태워 내려 보낼 때 서로 바라보는 장면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로즈를 살리기 위해 자기도 구명정에 탈 거라고 거짓말을 하고 그녀만 아래로 내려 보내고 잭은 배 위에 그대로 남잖아요 반신반의 하면서 구명정으로 내려가던 로즈와, 죽음의 배에 그대로 남은 잭의 눈빛이 교차되던 그 장면, 지금 생각해도 눈물이 막 날 것 같아요 그 때 잭은 어떤 심정이었을까요? 결국 로즈가 잭이 거짓말을 했다는 걸 알고 다시 배로 올라 탔을 때 얼마나 울었던지... 과연 나라면 사랑을 위해 목숨을 포기할 수 있을까 많이 생각했었답니다^^

마노아 2006-10-08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로즈가 다시 달려나가고 잭도 그녀를 찾아 뛰어가고, 둘이 만났을 때 약혼자가 총 쏘면서 덤벼들잖아요. 살아남은 그녀가 자신의 이름을 물을 때 "도슨"이라고 먼저 대답하죠. 아으... 정말 멋진 영화였어요. 그리고 뜨거웠죠. 일생에 그런 사랑을 해보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요? 갑자기 우울해져요ㅠ.ㅠ
 
불멸의 이순신 Vol.1 : 1~18부 박스세트 (6disc) - KBS 대하드라마
이성주 감독, 김명민 외 출연 / 싸이더스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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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 불멸의 이순신은 정말 특별했다.  원작이 워낙 매니아를 양산했기 때문에 그것을 드라마화한다고 했을 때 걱정도 많았고 우려도 컸다.  그때가 충무공 탄신일이었는데, 아직 드라마 방영 전에 촬영중이던 김명민을 어느 방송사에서 인터뷰를 했다.  그닥 우람한 체격도 아닌, 너무나 평범하게 보이는 이순신 역의 김명민을 보면서 과연 잘해낼 수 있을까... 확신이 서질 않았다.

역사 속 이순신은 '장군' 타입의 우락부락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우리 기억 속의, 아니 내 인식 속의 이순신은 '장군'이었고, 그래서 '카리스마'로 통하는 인물이었다.  소설 "칼의 노래"로 많이 깎이긴 했어도 무의식 속에 어떤 날카롭고 매서운 느낌의 이순신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작품이 방송되고 나니 더 이상 이보다 완벽한 이순신은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완벽한 재현을 볼 수 있었다.  바로 배우 '김명민'을 통해.

그의 긴 무명 생활을 모두 보상해 주듯, 그는 혼신의 연기를 펼친 것에 대한 더할 수 없는 찬사를 받았다.  그의 열연도 훌륭했고, 훌륭한 대본을 써준 작가에게도 참으로 감사했다.  여성 작가에게서 볼 수 있는 특유의 섬세함과 애틋함이 이 작품에 들어있다고 한다면 제대로 전달이 될까.

원작 칼의 노래에서의 이순신과 작품 전반에 걸쳐 흐르는 느낌은 뚝뚝 끊어지는 건조함의 매력이었다.  그걸 드라마로 옮긴다면 아마 시청자들이 눈살을 찌푸리지 않았을까.  적당히 그 맛을 이어나가면서 부드러운 연결점을 찾아야 했는데, 난 그것을 예고편에서 보았다.  작품 속에 나오는 그 절절한 대사들이 그대로 읊어지면서 심금을 울리는 연출이 다음 이야기를 보지 않고는 못 배기게 하였다.

이순신의 어린 시절과, 성장 과정에서는 치기 어리고 젊은 혈기에 자신을 제어하지도 못하는 모습들이 지극히 인간적으로 비쳐졌고, 녹둔도에서 싸울 때는 그의 이상이 꺾이는 좌절도 보았고, 전라 좌수군에서는 스스로를 낮춰 자아의 완성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연결되면서 우리 역사 속의 영웅 이순신도 함께 그려졌다.

그러나 영웅 이순신은 여전히 소탈하고 소박하며 우리와 다름 없는 하나의 인간이었다.  난 이 작품이 기여한 가장 큰 공로가 저 멀리 우리 위에 우뚝 서 있던 영웅 이순신을 우리 곁의 소시민 이순신으로 다가오게 만든 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를 그렇게 힘들게 만든 조선이, 임금 선조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낳게 했기 때문에 아름답게 보일 정도로 말이다.

인간 원균을 재조명한 것도 놀라운 수확이다.  기존의 인식처럼 둘을 철천지 원수로 그린다던지, 혹은 칠천량 전투의 패배를 올곧이 원균 한 사람의 탓으로 돌리지 않은 점 등도 박수를 치고 싶은 부분이었다.

로맨스는 만들다 만 느낌이 없지 않아 있지만, 대신 '민중'의 모습은 열심히 보여주어서 감동적이었다.  작품 속에서 그에게 검을 가르쳐준 사부님 조경환이 죽어가면서 그에게 남겨준 대사가 인상적이었다. "저것이 조선이다."

약탈 당하고 상처 입고 피 흘리며 쓰러져가는 저 모습이, 바로 조선이라고... 그 대사에 피가 뜨겁게 끓는 느낌을 받았다.  작품 속 이순신도 그렇지 않았을까.  저 조선을 버리고 어찌 살아가겠느냐고...

작품이 길기 때문에 중간에 호흡을 놓치거나 늘어질 수도 있건만 이 작품은 그렇지 않았다.  뚝심을 지키며 시종일관 동일한 시선과 감각을 유지하였다.  전투씬들은 그래픽 등이 간혹 어설프기도 했지만, 마음을 조금 너그럽게 먹는다면 흠잡을 데 없이 훌륭했다고 반올림해서 말하겠다.  적어도 물량 투입을 아끼지는 않았으니.

이 정도 작품이면 세대가 바뀌어 우리의 아이들이 자란 후에도 보기에 충분한 퀄리티가 아닐까 싶다.   드라마 104편을 다 DVD로 옮겨 소장하기는 솔직히 힘들지만 여기에 액기스(?)는 다 들어있으니 그 감동을 재현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다.  당분간 사극이 대세는 탈조선일 테니, 조선을 배경으로 한 멋진 작품은 줄곧 불멸의 이순신이 탑 자리를 유지하리라 기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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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06-09-30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걸 다 사셨어요? 정말 매니어셨군요
전 김명민이 주인공 맡는 거 보고 진짜 기대 많이 했어요 얼굴이 딱 고뇌하는 스타일로 생겼잖아요^^

마노아 2006-09-30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고뇌하는 얼굴이 다음 작품에선 깡패로 나오면서 망가졌죠^^;;;
뭐, 그 작품도 나름 재밌게 보았지만요^^ 김명민씨 뜨거운 것이 좋아에선 몸짱으로도 나왔는데... ^^

케이 2006-10-02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제가 아는 마노아님??( 저도 이거 살까말까 망설이고 있어요~가격의 압박땜시~;;;이미 104편 다 소장중인데도 무척 욕심나네요^^

마노아 2006-10-02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구신지요? ^^ 제가 다른 곳에서도 마노아가 맞습니다만... 님의 정체를 밝히시어욧(>_<)

niceguyks 2007-04-14 0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탑은 용의 눈물이 아닐까요ㅎ 불멸이 2위

마노아 2007-04-14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용의 눈물은 제가 첨부터 보질 못해서요^^;;;
 
해신 Vol.2 디지팩 박스세트 (18~34부) - KBS HD특별기획 대하드라마
강일수 외 감독, 최수종 외 출연 / 에스엠픽쳐스(비트윈)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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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드라마 왕국.  함량 미달 수준미달의 작품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크게 보았을 때 점차 진보하고 있다고 느낄 때가 많다.  사극도 마찬가지인데, 워낙에 사극을 좋아하는 나지만 식구들이 사극을 별로 안 좋아하는 터라 텔레비전을 통해서 드라마를 보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세상이 좋아진(?) 터라, 드라마 다시 보기 기능도 있고, 요새는 잘된 작품일 경우, 혹은 매니아를 낳은 경우 이렇게 DVD로 다시 나와서 팬심을 마구 뒤흔들기도 한다.

해신이 한참 열풍을 일으킬 때는 잘 보지 못했다.  언제나 뒷북으로 좋아하고 뒷북으로 타오른달까.

늘 조선사를 배경으로 한 궁중 암투에 익숙했는데, 신라 시대를 배경으로 한, 양반도 아니고 귀족도 아닌 '장보고'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도 신선했고, 미워할 수 없는 악역(염장)이 등장한 것도 꽤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 송일국은 주몽보다 염장 역이 더 잘 어울렸다고 생각한다.)

최수종은 이런 종류의 배역을 많이 맡았던 지라 식상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 이상 이런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이 언뜻 떠오르지 않는다.  당시 이 드라마가 한참 유행일 때 학생들에게 질문한 적이 있다.  태왕사신기에서 광개토대왕 역을 배용준이 맡는다.  언뜻 어울린다고 생각하는가?  (본인은 배용준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러면 대체로 도리도리다.  그러면 누가 떠오르냐고 물으면, 90% 이상이 최수종을 꼽았었다.  나 역시 동의했다.  그건 일종의 '신뢰'나 '보증'의 의미로도 통할 것이다.

나이를 먹긴 했지만 워낙 잘생긴 얼굴이었는데, 오래도록 잊고 있었다.  이 작품을 보면서 최수종이 얼마나 멋진 배우인가를 다시 한번 실감했고, 크게 눈에 안 띄었던 수애를 너무 좋아하는 배우의 반열에 올려버렸다.  채시라야 워낙 매력적인 배우지만, 그 '끼'를 다시 한번 확인했달까.  그밖에 송일국은 목소리가 참 좋은 배우로 기억하게 되었다.  내가 해신에서의 송일국이 주몽에서보다 잘 어울린다고 보는 까닭은 '대사' 때문이다.

주몽의 작가들도 훌륭하긴 한데, 해신에서의 '대사'가 배우들의 입에 더 착착 감기게 들렸다.  그건 단순히 '멋있게' 쓴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썼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여느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해신도 역사 왜곡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부족한 사료를 가지고, 그 정도로 재현해 놓았다는 것에 감탄했다.  이 작품에서도 전쟁씬은 최근 욕먹고 있는 주몽씬 만큼이나 형편 없었지만(우리나라 사극에선 '대량투입'에 약한듯 하다.  제작비 때문이겠지만...;;;) 그래도 검투사 씬 등은 진짜 리얼하게 보였다. (중국에 검투사 제도가 있었느냐는 묻지 말자.)

그리고 대부분 모르고 넘어갈 부분인데, 중간중간 관직이라던가 지명, 등장 인물들은 상당히 역사적 고증을 밟은 상태였다.  모르고 들으면 그냥 넘어갈 부분인데, 알고 들으면 은근히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해신의 성공 비결 중 하나는, 주인공의 역경을 이겨낸 '성공'뿐아니라, 주인공들의 '러브러브'에 있다고 하겠다.  두 주인공이 서로를 사랑하게 되는 과정이 무리 없이 설명되었고, 이루어지지 못해서 안타까운 마음을 시청자가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당나라에서 해후한 두 사람이 바닷가에서 돌아서는 장면은 지금도 찬 아스라이 떠오른다.  수애가 몸을 틀자마자 허망한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고, 잡지 못한 최수종은 마음으로 울었고, 그 배경에 깔린 김범수의 "니가 날 떠나"는 내게서도 눈물을 쏙 빼버렸다.(사실 이 오밤중에 이 리뷰를 쓰게 만든 것은 바로 저 노래 때문이다. ^^;;;)

액션과 로맨스가 적절히 섞여 있고, 역사적 자부심도 느끼게 했고, 명연기자들의 탁월한 연기, 절절한 노래 등등.. 뭐 하나 나무랄 게 없었지만, 뒤로 갈수록 조금 쳐졌던 것은 사실이다.  사실 그렇게 늘어지지 않는 드라마나 작품을 보기가 쉽지 않다.  내 생각에 불멸의 이순신은 뒤로 간다고 쳐진 것 같지 않았다. 무려 100편을 넘게 했으면서도.(그게 KBS의 힘이기도 하다.  해신도 KBS에서 만들었지만^^;;;)  만화로 치면 김혜린님의 "불의 검" 정도?

하여간, 이 작품의 엔딩은 서두른 감이 있다.  주인공들을 더 이상 늙기 전에 이야기를 해치운 것도 그렇고, 염장이의 마지막 배신도 좀 설득력이 약했고, 그렇게 모조리 죽는 결말도 솔직히 원치 않았다.(그게 제일  불만이었지^^;;;)

그렇지만, 최수종이 염장에게 마지막에 일갈하는 장면은 참 인상적이었다.  네 스스로 해야 했는데 하지 않았던... 거부해야 했을 때 거부하지 않은 죄....

누구 때문에... 환경 때문에... 이런 변명으로 일관하던 스스로에게 많이 뜨끔했던 순간이었다.

비록, 바다의 신 장보고는, 바다 위에서보다 땅 위에서 더 많이 뛰었지만, 이 작품은 여전히 별 다섯 개는 넉넉히 줄 만큼의 역작이었다고 의심치 않는다.  이제 대조영도 열심히 봐야지...(아직 한편도 못 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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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 오브 헤븐 디렉터스 컷 (4disc)
리들리 스코트 감독, 제레미 아이언스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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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에선, 특히 유럽에선 "십자군 전쟁"을 어떤 느낌으로 받아들일까?  무려 200년이나 싸우고도 끝내 이기지 못했는데... 그 과정에서 흘린 피가 어마어마한데... 어떤 기분으로 떠올릴까?  아니, 생각을 하긴 할까?

무려 200년이나 싸웠으니, 그 안에 이슈가 될 만한 사건들이 없을 리가 없다.  당연히 관심을 가지는 감독도 있을 것이고.  리들리 스콧 감독이 이 작품을 만들었다.  감독의 명성과, 또 출연 배우들이 눈길을 끌다 보니, 영화로 개봉했을 때도 보고 싶었건만, 이 긴 영화를 선뜻 같이 보고자 하는 사람이 없었다.  어영부영 지나다 보니 나도 못 보고 말았고, 다시 관심을 가진 것은 혹시 수업의 부교재로 쓸 수 있을까 해서였다.

길다 보니 편집이 필요할 것 같아서 미리 먼저 보았는데... 음, 결론을 말하자면 수업용은 아니었다.

딱히 잔인하거나 야하거나, 뭐 그런 이유는 전혀 아닌데,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기가 어려웠다.  작품의 배경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지식이 있어야 하고, 출연 배우들의 얼굴이라도 좀 기억을 해야 어느 캐릭터가 이야기하는지 알아먹을 듯 해서 말이다.(사실 나도 헤맸다..;;;)

제목이 은유적이면서도 직유법에 가까워 꽤 인상 깊었다.  자꾸 말하지만, 200년이나 싸우고 나서도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고, 피만 흘렸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들이 원했던 혹은 꿈꿨던 하늘 왕국이 얼마나 허무하고 헛되었는 지를 알게 되었을 때 그 마음이 얼마나 힘들었을까.(물론, 모른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이 영화의 배경은 아직 십자군 전쟁이 가장 추악한 모습을 보여주기 전의 이야기지만, 난 주인공의 눈빛 만큼이나 보는 내내 허무하다는 생각을 했다. 

시대물에 강한 걸까?  반지의 제왕도, 트로이도 모두 잘 어울렸고, 캐리비언의 해적도 좋았으니...

그리고 여자배우 엄청 이쁘던데, 몽사가들의 주인공이라는 걸 알고는 좀 놀랐다.(보진 못했지만 관심은 감..;;;)

영화는, 극장용은 절대 아닌 것 같은데, 차분히 감상하기엔 좋은 영화였다. 조금씩 생각할 거리도 주고.

물론, 어떻든 간에 예습은 필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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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06-09-25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십자군 이야기"라도 읽고 이 영화를 봤으면 좋았을 뻔 했어요 당시 시대적 배경을 잘 모르니까 몰입하기도 힘들고 좀 지루하더라구요 그렇지만 기억에 남는 인상적인 영화였긴 해요 무엇보다 어두웠던 전체적인 배경이 압도적인 인상으로 다가와요 전쟁과 죽음, 같은 무거운 주제들...^^

마노아 2006-09-25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죠? 공부가, 사전지식이 필요한 영화였어요.피곤할 때 보면 졸기 딱 좋구요. 진지하게 봐야 하는 영화였죠^^ 그래도 보고 후회는 안되더라구요. 나름대로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