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금 박스세트 Vol 4 (49부~54부) - 일반판
이병훈 감독, 이영애 외 출연 / 에스엠픽쳐스(비트윈) / 2006년 2월
평점 :
품절


드라마 허준은 처음부터 보질 못해서 집중도가 좀 떨어졌지만, 대장금은 처음부터 끝까지 즐긴 드라마였기 때문에 애정도가 남달랐다.  가히 국민 드라마라는 말이 과찬이 아닐 만큼 온 국민이 열광했고, 장금이를 즐겨보지 않더라도 장금이를 모르는 없을 만큼의 인기 폭발을 가져왔었다.

이 작품이 남달리 좋았던 것은 흔히 '성공'으로 대변되는 남성 캐릭터가 아니라, '성장'하는 여성 캐릭터를 앞세웠고, 그리고 그것이 사극이라는 점이 더 즐거웠다.  조선시대 사극하면 언제나 궁중암투가 먼저 생각났는데, 이 작품은 '전문여성'을 앞세웠고, 또 주인공뿐 아니라, 한상궁이라는 '스승'이자 '어머니', 그리고 함께 '성장'하는 여성을 나란히 대치시키면서 또 한번 발상의 전환점을 가져다 주었다. 

그래서 장금이와 한상궁이 땅속에 파묻은 편지 한장으로 서로가 찾던 사람임을 알아차리는 장면에선 '카타르시스'마저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 지진희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는데, '로맨스'를 그저 사랑의 이야기로만 치장한 것이 아니라 일종의 '신뢰' 위에 쌓았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마지막에 이르러 두 사람이 서로 만날 때에는 장금이만 우는 것이 아니라 나도 같이 기뻐서 울 수밖에 없었다.

제왕절개와 같은 시술은 쫌 너무 앞서갔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인간' 중심의 사고관들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그래도 의녀 장금보다는 수랏간 장금이가 더 매력적이었다.)

여기에는 이영애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의 힘도 무시 못할 것이다.  '산소'같은 여자로 이름을 떨쳤던 그녀는 단아하면서 똑부러지는 느낌을 주어 한복을 입혔을 때 고전미가 물씬 풍기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주는 배우였다.

여기에 또 디지털 기술이 한몫을 해냈는데, 과거에는 한복을 입고 단체로 있는 모습을 보면 한복의 보색 색감이 촌스럽게 보였는데, 이제 디지털 화면은 그 색감을 거의 포토샵으로 보정을 준 것 같이 선명한 느낌을 주어 군집된 화면에서 오히려 더 자유스러움과 집중력을 보여주었다.

음악도 놓칠 수 없다.  이시우 음악감독은 고전에서조차 현대적 감각을 잘 포개어 놓아 퓨전음악으로서 국민적 관심을 한몸에 받고 말았다.(최근엔 뮤지컬 바람의 나라에서 음악 감독을 맡아 역시 고전과 현대의 균형을 제대로 맞춰주었다.)  작품의 긴장감이 높아가면서 음악도 적절히 긴장감 있게 변하고, 갈등이 해소되는 순간 다시 처음의 밝은 느낌의 음악으로 돌아가 음악이 극의 흐름과 밀접함을 증명해 주었다.

이 작품 이후 서동요는 대장금의 그 스텝이 만들었다는 것이 안 믿겨질 만큼 엉성한 느낌을 주었지만, 색깔과 음악은 여전히 발군의 능력을 보여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제는 조선시대 사극이 별로 인기가 없지만, 불멸의 이순신과 함께 내게 있어 최고의 조선시대 사극으로 꼽히는 작품으로 대장금은 계속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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