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신 Vol.2 디지팩 박스세트 (18~34부) - KBS HD특별기획 대하드라마
강일수 외 감독, 최수종 외 출연 / 에스엠픽쳐스(비트윈) / 2005년 5월
평점 :
품절


대한민국은 드라마 왕국.  함량 미달 수준미달의 작품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크게 보았을 때 점차 진보하고 있다고 느낄 때가 많다.  사극도 마찬가지인데, 워낙에 사극을 좋아하는 나지만 식구들이 사극을 별로 안 좋아하는 터라 텔레비전을 통해서 드라마를 보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세상이 좋아진(?) 터라, 드라마 다시 보기 기능도 있고, 요새는 잘된 작품일 경우, 혹은 매니아를 낳은 경우 이렇게 DVD로 다시 나와서 팬심을 마구 뒤흔들기도 한다.

해신이 한참 열풍을 일으킬 때는 잘 보지 못했다.  언제나 뒷북으로 좋아하고 뒷북으로 타오른달까.

늘 조선사를 배경으로 한 궁중 암투에 익숙했는데, 신라 시대를 배경으로 한, 양반도 아니고 귀족도 아닌 '장보고'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도 신선했고, 미워할 수 없는 악역(염장)이 등장한 것도 꽤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 송일국은 주몽보다 염장 역이 더 잘 어울렸다고 생각한다.)

최수종은 이런 종류의 배역을 많이 맡았던 지라 식상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 이상 이런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이 언뜻 떠오르지 않는다.  당시 이 드라마가 한참 유행일 때 학생들에게 질문한 적이 있다.  태왕사신기에서 광개토대왕 역을 배용준이 맡는다.  언뜻 어울린다고 생각하는가?  (본인은 배용준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러면 대체로 도리도리다.  그러면 누가 떠오르냐고 물으면, 90% 이상이 최수종을 꼽았었다.  나 역시 동의했다.  그건 일종의 '신뢰'나 '보증'의 의미로도 통할 것이다.

나이를 먹긴 했지만 워낙 잘생긴 얼굴이었는데, 오래도록 잊고 있었다.  이 작품을 보면서 최수종이 얼마나 멋진 배우인가를 다시 한번 실감했고, 크게 눈에 안 띄었던 수애를 너무 좋아하는 배우의 반열에 올려버렸다.  채시라야 워낙 매력적인 배우지만, 그 '끼'를 다시 한번 확인했달까.  그밖에 송일국은 목소리가 참 좋은 배우로 기억하게 되었다.  내가 해신에서의 송일국이 주몽에서보다 잘 어울린다고 보는 까닭은 '대사' 때문이다.

주몽의 작가들도 훌륭하긴 한데, 해신에서의 '대사'가 배우들의 입에 더 착착 감기게 들렸다.  그건 단순히 '멋있게' 쓴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썼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여느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해신도 역사 왜곡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부족한 사료를 가지고, 그 정도로 재현해 놓았다는 것에 감탄했다.  이 작품에서도 전쟁씬은 최근 욕먹고 있는 주몽씬 만큼이나 형편 없었지만(우리나라 사극에선 '대량투입'에 약한듯 하다.  제작비 때문이겠지만...;;;) 그래도 검투사 씬 등은 진짜 리얼하게 보였다. (중국에 검투사 제도가 있었느냐는 묻지 말자.)

그리고 대부분 모르고 넘어갈 부분인데, 중간중간 관직이라던가 지명, 등장 인물들은 상당히 역사적 고증을 밟은 상태였다.  모르고 들으면 그냥 넘어갈 부분인데, 알고 들으면 은근히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해신의 성공 비결 중 하나는, 주인공의 역경을 이겨낸 '성공'뿐아니라, 주인공들의 '러브러브'에 있다고 하겠다.  두 주인공이 서로를 사랑하게 되는 과정이 무리 없이 설명되었고, 이루어지지 못해서 안타까운 마음을 시청자가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당나라에서 해후한 두 사람이 바닷가에서 돌아서는 장면은 지금도 찬 아스라이 떠오른다.  수애가 몸을 틀자마자 허망한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고, 잡지 못한 최수종은 마음으로 울었고, 그 배경에 깔린 김범수의 "니가 날 떠나"는 내게서도 눈물을 쏙 빼버렸다.(사실 이 오밤중에 이 리뷰를 쓰게 만든 것은 바로 저 노래 때문이다. ^^;;;)

액션과 로맨스가 적절히 섞여 있고, 역사적 자부심도 느끼게 했고, 명연기자들의 탁월한 연기, 절절한 노래 등등.. 뭐 하나 나무랄 게 없었지만, 뒤로 갈수록 조금 쳐졌던 것은 사실이다.  사실 그렇게 늘어지지 않는 드라마나 작품을 보기가 쉽지 않다.  내 생각에 불멸의 이순신은 뒤로 간다고 쳐진 것 같지 않았다. 무려 100편을 넘게 했으면서도.(그게 KBS의 힘이기도 하다.  해신도 KBS에서 만들었지만^^;;;)  만화로 치면 김혜린님의 "불의 검" 정도?

하여간, 이 작품의 엔딩은 서두른 감이 있다.  주인공들을 더 이상 늙기 전에 이야기를 해치운 것도 그렇고, 염장이의 마지막 배신도 좀 설득력이 약했고, 그렇게 모조리 죽는 결말도 솔직히 원치 않았다.(그게 제일  불만이었지^^;;;)

그렇지만, 최수종이 염장에게 마지막에 일갈하는 장면은 참 인상적이었다.  네 스스로 해야 했는데 하지 않았던... 거부해야 했을 때 거부하지 않은 죄....

누구 때문에... 환경 때문에... 이런 변명으로 일관하던 스스로에게 많이 뜨끔했던 순간이었다.

비록, 바다의 신 장보고는, 바다 위에서보다 땅 위에서 더 많이 뛰었지만, 이 작품은 여전히 별 다섯 개는 넉넉히 줄 만큼의 역작이었다고 의심치 않는다.  이제 대조영도 열심히 봐야지...(아직 한편도 못 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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