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이순신 Vol.1 : 1~18부 박스세트 (6disc) - KBS 대하드라마
이성주 감독, 김명민 외 출연 / 싸이더스 / 2006년 8월
평점 :
품절


이 작품 불멸의 이순신은 정말 특별했다.  원작이 워낙 매니아를 양산했기 때문에 그것을 드라마화한다고 했을 때 걱정도 많았고 우려도 컸다.  그때가 충무공 탄신일이었는데, 아직 드라마 방영 전에 촬영중이던 김명민을 어느 방송사에서 인터뷰를 했다.  그닥 우람한 체격도 아닌, 너무나 평범하게 보이는 이순신 역의 김명민을 보면서 과연 잘해낼 수 있을까... 확신이 서질 않았다.

역사 속 이순신은 '장군' 타입의 우락부락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우리 기억 속의, 아니 내 인식 속의 이순신은 '장군'이었고, 그래서 '카리스마'로 통하는 인물이었다.  소설 "칼의 노래"로 많이 깎이긴 했어도 무의식 속에 어떤 날카롭고 매서운 느낌의 이순신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작품이 방송되고 나니 더 이상 이보다 완벽한 이순신은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완벽한 재현을 볼 수 있었다.  바로 배우 '김명민'을 통해.

그의 긴 무명 생활을 모두 보상해 주듯, 그는 혼신의 연기를 펼친 것에 대한 더할 수 없는 찬사를 받았다.  그의 열연도 훌륭했고, 훌륭한 대본을 써준 작가에게도 참으로 감사했다.  여성 작가에게서 볼 수 있는 특유의 섬세함과 애틋함이 이 작품에 들어있다고 한다면 제대로 전달이 될까.

원작 칼의 노래에서의 이순신과 작품 전반에 걸쳐 흐르는 느낌은 뚝뚝 끊어지는 건조함의 매력이었다.  그걸 드라마로 옮긴다면 아마 시청자들이 눈살을 찌푸리지 않았을까.  적당히 그 맛을 이어나가면서 부드러운 연결점을 찾아야 했는데, 난 그것을 예고편에서 보았다.  작품 속에 나오는 그 절절한 대사들이 그대로 읊어지면서 심금을 울리는 연출이 다음 이야기를 보지 않고는 못 배기게 하였다.

이순신의 어린 시절과, 성장 과정에서는 치기 어리고 젊은 혈기에 자신을 제어하지도 못하는 모습들이 지극히 인간적으로 비쳐졌고, 녹둔도에서 싸울 때는 그의 이상이 꺾이는 좌절도 보았고, 전라 좌수군에서는 스스로를 낮춰 자아의 완성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연결되면서 우리 역사 속의 영웅 이순신도 함께 그려졌다.

그러나 영웅 이순신은 여전히 소탈하고 소박하며 우리와 다름 없는 하나의 인간이었다.  난 이 작품이 기여한 가장 큰 공로가 저 멀리 우리 위에 우뚝 서 있던 영웅 이순신을 우리 곁의 소시민 이순신으로 다가오게 만든 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를 그렇게 힘들게 만든 조선이, 임금 선조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낳게 했기 때문에 아름답게 보일 정도로 말이다.

인간 원균을 재조명한 것도 놀라운 수확이다.  기존의 인식처럼 둘을 철천지 원수로 그린다던지, 혹은 칠천량 전투의 패배를 올곧이 원균 한 사람의 탓으로 돌리지 않은 점 등도 박수를 치고 싶은 부분이었다.

로맨스는 만들다 만 느낌이 없지 않아 있지만, 대신 '민중'의 모습은 열심히 보여주어서 감동적이었다.  작품 속에서 그에게 검을 가르쳐준 사부님 조경환이 죽어가면서 그에게 남겨준 대사가 인상적이었다. "저것이 조선이다."

약탈 당하고 상처 입고 피 흘리며 쓰러져가는 저 모습이, 바로 조선이라고... 그 대사에 피가 뜨겁게 끓는 느낌을 받았다.  작품 속 이순신도 그렇지 않았을까.  저 조선을 버리고 어찌 살아가겠느냐고...

작품이 길기 때문에 중간에 호흡을 놓치거나 늘어질 수도 있건만 이 작품은 그렇지 않았다.  뚝심을 지키며 시종일관 동일한 시선과 감각을 유지하였다.  전투씬들은 그래픽 등이 간혹 어설프기도 했지만, 마음을 조금 너그럽게 먹는다면 흠잡을 데 없이 훌륭했다고 반올림해서 말하겠다.  적어도 물량 투입을 아끼지는 않았으니.

이 정도 작품이면 세대가 바뀌어 우리의 아이들이 자란 후에도 보기에 충분한 퀄리티가 아닐까 싶다.   드라마 104편을 다 DVD로 옮겨 소장하기는 솔직히 힘들지만 여기에 액기스(?)는 다 들어있으니 그 감동을 재현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다.  당분간 사극이 대세는 탈조선일 테니, 조선을 배경으로 한 멋진 작품은 줄곧 불멸의 이순신이 탑 자리를 유지하리라 기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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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06-09-30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걸 다 사셨어요? 정말 매니어셨군요
전 김명민이 주인공 맡는 거 보고 진짜 기대 많이 했어요 얼굴이 딱 고뇌하는 스타일로 생겼잖아요^^

마노아 2006-09-30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고뇌하는 얼굴이 다음 작품에선 깡패로 나오면서 망가졌죠^^;;;
뭐, 그 작품도 나름 재밌게 보았지만요^^ 김명민씨 뜨거운 것이 좋아에선 몸짱으로도 나왔는데... ^^

케이 2006-10-02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제가 아는 마노아님??( 저도 이거 살까말까 망설이고 있어요~가격의 압박땜시~;;;이미 104편 다 소장중인데도 무척 욕심나네요^^

마노아 2006-10-02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구신지요? ^^ 제가 다른 곳에서도 마노아가 맞습니다만... 님의 정체를 밝히시어욧(>_<)

niceguyks 2007-04-14 0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탑은 용의 눈물이 아닐까요ㅎ 불멸이 2위

마노아 2007-04-14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용의 눈물은 제가 첨부터 보질 못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