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를 해보았지.
요리를 해보았지 2
요리를 해보았지 3
꿀 카스테라의 엽기적인 변신(?)을 겪은 이후 빵 만들기에 좀 더 신중을 기해야 했다.
오븐 토스터는 일단 겁이 나서 잠시 제쳐두고, 베란다에서 다시 밥통을 옮겨와서 취사 2번을 선택하기로 했다.
지난 금요일의 선택은 '검은깨 스펀지 케이크'
눈으로 보는 케이크는 늘 맛깔스럽다. 내가 만들어서 그렇게 나오지 않는 게 문제이지만...
재료에는 늘 10인분이라 적혀 있지만 암만 봐도 3인분...
취사 두 번을 끝내고 뚜껑을 열었을 때의 모습이다. 뭐랄까... 빵이 참 창백하구나.
어찌나 얇은지 10명이 한입씩 먹으면 끝날 것 같은 10인분의 정체다.
가장자리는 좀 도톰하지만 가운데는 무척 얇다. 이유는 알 수 없는 노릇. 책 속 사진보다 검은깨가 커보인다. 그것도 알 수 없는 노릇. 이거 한다고 검은깨 다 썼다. 새로 사야 함.. ㅎㅎㅎ
맛은 찰떡 느낌이 좀 났다. 쫀득쫀득한 맛. 엄마와 내가 3조각씩 먹고 나중에 태권도 다녀온 세현군이 두 조각을 맛나게 먹었다. 자주 해주마고 약속했다. 후후훗!
토요일은 6개월 만에 점을 빼고, 나간 김에 영화를 보고 돌아왔더니 저녁 먹을 시간이어서 빵굽기는 패스했다.
일요일에는 그동안 시식에서 늘 제외되곤 했던 큰 언니를 위해서 빵을 굽기로 했다. 책을 뒤적이고 있으니 긴장하는 울 언니.뭘 찾고 그러냔다. 언니를 위해 준비했어, 기대해!
냄비 모카 스펀지 케이크. 밥통도 오븐토스터도 아닌 냄비를 이용한 빵굽기다.
집에는 믹스 커피랑 원두 커피밖에 없어서 블랙 커피 믹스를 한 상자 사왔다. 아, 재료비 넘흐 많이 들어...;;;;;
책에 안내된 대로 바닥 두툼한 냄비에 반죽을 붓고 20분 알람을 시킨 뒤 아주 약한 불에 구웠다. 20분 알람이 울려서 뚜껑을 열어보았는데 맨 윗부분은 아직도 뽀얀 것이 왠지 덜 구운 것 같았다. 그래서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에 바닥이 타버렸다. 20분에 칼같이 끌 것을... 아까비...!!
분화구 같은 저 모습은 익었나 싶어 젓가락으로 찔러본 자리. 그밖에 그믐달 같은 저 흔적은 어쩌다 저리 됐는지 모르겠다. 언니가 나름(!) 괜찮다며 잘 먹었다. 이번엔 안 탔냐고? 그럴 리가...
바닥의 잔해다. 조심스럽게 먹지 않으면 저 까만 숯덩어리가 입으로 들어갈지도....
저리 급하게 먹고 나는 아이다 보러 성남으로 고고씽. 가는 길이 험해서 도착하니 이미 배가 고파졌음..ㅎㅎ
그리고 오늘, 뭘 만들까 고민하다가 낙찰 본 것은 요녀석이다.
아, 그런데 엄니가 어제 오늘 자꾸 빵을 사다 놓으시네. 빵은 내가 만들 수 있는데 말이지...
혹시 빵 그만 만들라는 무언의 메시지???
치우지 말라고 했는데도 어김 없이 밥통은 베란다로 치워져 있고 오늘도 빨래 건조대가 나를 막는구나.
그렇다고 포기할 줄 알면 오산!
초코칲 스펀지 케이크로 낙찰! 지난 주말에 초코칲도 이미 사다 놓았다. 음하하핫!
열심히 반죽을 만들고 밥통을 꺼내오기 힘드니 오늘은 오븐토스터로 도전하기로 했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mypaper/pimg_787603133646329.jpg)
지난 주에 꿀 카스테라로 처참한 경험을 했으니 쿠킹 호일로 그릇도 덮고, 일단 10분부터 시작했다. 10분 지나서 안 익은 것 확인하고 5분, 그리고 3분, 다시 5분, 또 5분. 그러니까 총 28분 만에 완성된 거다.
확실히 베이킹파우더가 들어갔을 때는 좀 더 부푸는 것 같다. 배고파서 식힐 생각도 못하고 바로 포크로 떠 먹었다. 얼라, 초코칲이 안 보이네? 어디 갔지???? 가운데를 마구 파들어 가니 그제사 합쳐모여! 있는 초코칲을 발견했다. 왜 사진처럼 고르게 분포가 안 될까???
사진은 마치 호빵 같다. 엄니는 뒤늦게 오셔서 저걸 발견하고는 또 그릇 태웠냐고 바로 노발대발!
아씨, 오늘은 처음으로 하나도 안 탔는데 그러신다. 저건 달콤한 초콜릿이란 말입니다!!
결국 엄니와 둘이 맛나게 먹었다. 초콜릿을 다 먹고 나니 가장자리만 링처럼 남아서 몇 시간 방치해뒀는데, 한참 식고도 또 식은 다음에 나머지를 먹어보니 완전 맛난 거다. 오홋! 차갑게 식어야 더 맛있어지는 건가 보다. 여태까지는 매번 따뜻할 때 먹는 거야~ 하면서 바로바로 먹었는데 말이다.
사놓은 재료로는 아몬드가 있는데 내일은 아몬드를 넣어서 구울까, 단호박을 사올까, 크림치즈로 큰 도전을 해볼까...
나날이 실력이 늘고 있는 것 같은데 엄니는 아직도 밀가루 남았냐고 하신다.
먄, 엄마! 밀가루 아직도 반이나 남았어. ㅎㅎㅎ
![](http://image.aladin.co.kr/cover/cover/8965180120_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