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이 책이 시작이었다. 반값 세일하던 무렵에 케이크를 만들어 보겠다며 사놓고는 기대에 부풀어 장을 봐왔다. 어이쿠, 장바구니 물가 너무 비싸... 케이크를 사먹는 것보다 재료비가 더 많이 드네...
파프리카를 사려던 게 피망으로 잘못 사오긴 했지만, 아삭한 맛은 뭐 비슷하겠지.
첫번째 도전은 비교적 간단한 걸로 시작했다.
참치 김밥에서 착안했다고 콩지님이 쓰셨는데 맛도 뭐 비슷했다. 다만 머스타드 소스가 없어서 파파이스에서 가져온 핑거휠레를 뜯었는데 유통기한이 이미 5년 반이나 지나서 패쓰해 버렸을 뿐. 빵집까지 들르기 귀찮아서 슈퍼에서 사온 식빵은 꽤 뻣뻣했지만 그래도 먹어줄 만했다. 시장이 최고의 반찬인지라 엄마와 나는 무척 맛나게 먹었는데 다음날 먹어본 울 큰언니는 느끼하다고 했다. 원래 울 언니 입은 청와대라고 우리끼리 얘기하니까 귀담아 듣지 않으려 했다. (기분은 나빴다.;;;)
두번째 도전은 샌드위치 만든 날 저녁에 감자 크로켓! 감자를 삶고서 시작해야 하는데 생각해 보니 감자를 삶아본 적이 없구나! 감자 어케 삶지? 압력솥에 삶는 건 알겠는데 물은??? 급 검색에 돌입했는데 다행히 미용실 갔다 오신 어무니 귀가. 순식간에 감자를 삶아주셔서 그거 으깨서 양념하고 마요네즈 넣고 옥수수 넣고 빚어서 빵가루 볶은 것 위에서 굴려 만든 감자 크로켓!
시식해본 울 둘째 언니가 모양이 균일하지 않고 양파가 많이 들어갔다고 뭐라 하심. 역시 기분 나빴음. 엄마와 나만 맛나게 먹음.ㅎㅎㅎ 큰언니는 다음 날 차갑게 식어 샐러드처럼 되어버린 크로켓을 먹었는데 맛있다 함. 흠.. 차가워도 맛있구나! 튀기지 않아서 건강에 괜찮지 않을까? 가끔 해먹어야지.
저기까지가 금요일의 요리들. 토요일에 친구 생일 축하 약속이 있어서 케이크를 굽고 싶었지만 아직은 무리. 별다방 조각 케이크로 대신함.
오늘 낮에는 핫케이크 믹스를 구워봤다.
저렇게 흉하게 나올 줄이야... 핫케이크가 아니라 호떡 같구나. ;;;; 사진 찍기 전에 절반은 큰언니가 먼저 떼먹었다. 맛 없다고 대놓고 말함.
이건 믹스로 된 거라서 기본 맛이 있는데 맛이 없다니 흥! 기어이 남은 식빵을 구워 먹는다. 아씨, 그거 기다리다가 마지막에 남은 반죽이 굳어버렸네...;;;;
내 입맛엔 제법 괜찮았고, 딸기쨈 발라 먹어서 더 맛났다. 우유와 궁합 좋음.
그리고 대망의 둥근 케이크를 만들 차례! 성공하면 조카네 집에도 보내줘야지... 하는 야무진 계획도 갖고 있었음.
그런데 문제가 있다. 아무 의심 없이 우리집에도 밥통이 있다고 여겼는데 콩지님이 말씀하신 밥통은 전기압력밥솥이다. 그러니까 쿠쿠 같은 거.
울 집은 스텐으로 된 압력 밥솥에 쌀을 얹혀 가스렌지에서 밥을 하고, 그 밥을 전기 밥통으로 옮겨 보온을 한다. 그러니까 압력도 되는 전기 밥솥은 집에 없었던 거다. 이럴 수가!
제일 중요한 게 밥통인데 밥통이 없다니. 그렇다고 케이크 만들자고 밥통을 살 수는 없잖은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둘째 언니가 오븐 장만하면서 사용하던 걸 준 토스터오븐으로 될 것도 같은데 홈페이지 들어가 보니 예시 음식에 케이크는 없다. 식빵/피자/그라탕 정도만 되어 있다.
콩지님 책에는 찜기능으로 40분 내지 취사 연속 2번 하라고 되어 있다. 재료비 생각에 포기할 수가 없어 취사 2번을 선택했다.
나는 가수다를 보면서 재료를 준비. 체 치는 게 이럴 게 힘들 줄이야!
게다가 집에는 계량컵도 없고 계량스푼도 없고... 어이쿠, 그걸 전부 숟가락과 종이컵으로 대충 짐작해서 하는데 오차가 컸나보다. 시키는 대로 했는데 반죽이 너무 묽다. 집에 허니파우더가 있길래 설탕 대신 그걸 넣었는데 당도도 약하다. 흠... 그냥 시키는 대로 할 걸...;;;;
처음 취사 버튼 누르고 보온으로 넘어가기까지 25분이 걸렸는데 그 다음 취사 버튼을 누르니 15분도 안 되어서 보온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생각났다. 버터 안 발랐구나! 들러붙어 뗄 때 고생하겠다 싶었는데 웬걸....
일단 뚜껑을 열었는데 부풀어 올라 있어서 화들짝 놀랐고, 간간이 하얗게 밀가루가 뭉쳐 있는 걸 발견하고 충격 먹었다. 왜 저러지??? 냄비 뚜껑을 이용해서 뒤집어 보니 워낙 묽었던 터라 잘 빠져 나온다. 밑면 색깔은 저렇다. 탄줄 알았는데 타진 않았고 색은 좀 자극적! 다시 한 번 뒤집어서 식혔다. 그리고 붓기(?)가 조금 가시고 나서가 세 번째 사진인데 밀가루 뭉친 걸 떼어내니 저렇게 곰보가 되고 말았다.
엄마가 드셔보고는 너 혼자 다 먹으라고 하심.
쳇... 바나나 들어가서 내 입엔 먹을만 하더만... 미관상 안 이뻐서 그렇지....;;;;
때마침 형부가 김치 가지러 오셔서 반 잘라서 락랜락에 담아 보냈다. 둘째 언니가 욕할 게 막 들린다. ㅎㅎㅎ
어쨌든 내 첫번째 케이크(???)다.
울집 밥통으로 다시 해도 저 수준일 것 같은데 이를 어쩌지? 아직 재료 많이 남았는데....;;;;
토스터오븐으로 되든 안 되든 도전해봐???
초콜릿 녹이는 중탕기까지 눈도장 찍어놨는데 고민스럽군하!